150,3600,216000 그리고 2.
w버들
"민석아"
"..."
이름을 부르지만 민석이는 내가 준 초코릿만 입안에서 우물거리지 대답할 생각을 하지 않았다. 보건소에 찾아오시는 마을 어르신들은 소년을 보고 민석이라 불렀다. 나는 그것이 소년의 이름이란걸 알고 이따금 민석이의 이름을 불러보았지만 민석이는 언제나 묵묵부답이었다. 대답을 어떻게든 듣고자 민석이의 작은 손에서 과자를 빼앗아 대답하지 않으면 주지 않겠다며 협박아닌 협박도 해보았지만 민석이는 그때마다 입술을 꾹 다물고는 불만 많은 표정으로 나를 노려보고는 했다. 그러다 못이겨 다시 민석이의 손에 과자를 쥐어주면 또 다시 민석이의 입에서 들리는 소리라고는 과자를 씹는 소리 밖에 들리지 않았다.
민석아,너 밤마다 양치는 하는거지? 민석이는 단것을 굉장히 좋아했다. 주변에 늙으신 할아버지, 할머니 밖에 없다보니 민석이가 먹는 과자는 강냉이가 전부였다. 그러니 민석이게 내가 준 달콤하고 자극적인 과자는 민석이의 입을 충분히 매료시키고도 남았다.매일 같이 한숨을 쉬며 민석이에게 양치를 했냐는 질문을 던져보지만 민석이는 내가 자기 걱정을 하는지 모르는지 귀찮은듯 힐끔 보고는 다시 과자를 먹는데 열중했다.
얘를 어찌하면 좋을지 생각을 해도 나는 결국 마지막에는 민석이 손에 과자를 쥐어줄수밖에 없었다. 과자를 먹는 민석이는 남자아이지만 꽤나 귀여웠다. 양볼을 부풀리고 끝도 없이 과자를 집어넣는 모습이 걱정되기도 하면서도 만두같이 빵빵 볼이 귀여워 과자를 더 먹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시골 마을에서 하는 보건소 일은 여유로우면서 힘들었다. 중국인인 나에게 어르신들의 사투리는 알아듣기 힘들었고, 약을 먹지 않겠다고 버티는 어르신들까지 있어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지만 진찰이 끝나고 등뒤를 바라보면 언제나 열심히 과자를 먹고있는 민석이가 보여 항상 웃음이나왔다.
그래..내가 널 어떻게 이기냐...
"민석아, 그거 다 먹고, 이것 좀 마을 이장님 댁에 갖다드려줄래?"
내 말에 과자를 집던 민석이의 두 손은 멈추고, 과자에게 시선이 꼿혀있던 두 눈은 깜박거리며 나를 쳐다봤다.필히 모른척하는 것이었다.
갖다오면..사탕줄께.체념한 듯한 내 목소리에 민석이는 벌떡 일어나 내 손에 들려있던 약봉투를 낚아체더니 급하게 문을 열고 뛰어나갔다. 나보다 힘있는 사탕의 능력에 나는 속으로 눈물을 훔쳤으나 창밖으로 보이는 민석이의 뒷모습에 결국은 또 다시 웃을 수 밖에 없었다.
"의사선생, 안에있나?"
똑똑,소리와 함께 문이 열리자 어르신 한분이 지팡이로 몸을 지탱하신체 안으로 들어오셨다. 앉아있던 몸을 일으켜 어르신께 인사할려하자 어르신은 됐다며 하하 웃으셨다.
"오늘은 민석이가 안보이네"
갖고있던 지팡이를 내려놓으며 주위를 살피며 묻는 어르신게 나는 작게 심부름보냈어요. 라고 대답했다. 내 대답에 어르신의 얼굴을 어두워지더니 이내 한숨을 내쉬었다. 말못하는애가 가엽기도 하지... 중얼거리는 어르신의 말을 들은 나는 지금 내가 무슨 소리를 들었는지 이해하지 못하였다. 하지만 잠시뒤 누군가가 망치로 내 머리를 쾅 내려치듯이 눈앞은 어질어질했다. 미..민석이가 말을 못해요?놀란 내 질문에 어르신은 과거 민석이의 얘기를 해주셨다.
"10년도 더 됐지, 김씨가 죽은게...애엄마도 없이 혼자 민석이를 키웠는데 그만 집에 강도가 들었지뭐야... 에휴, 그때 민석이가 어찌나 떨며서 울고있던지..."
그럼...그 일로? 어르신은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는 한탄스러운지 푸념을 늘어놓기 시작했다.일도 잘하고, 싹싹하고, 그런 사람이었네...근데 무슨이유로 이 작은 마을에 강도가 들어 그 어린것만 남기고 가버렸는지...
어르신의 푸념이 길어질수록 내 마음도 좋지가 않았다. 말이없는 아이가 그저 낮을 가리는 아이라고만 생각한 내가 바보같았다. 그것도 모르고 계속해서 그 아이의 이름을 부르고 묻고, 질문하던 내가 한심스럽고 민석이의 가슴을 얼마나 후벼팠을지 생각하니 점점 더 미안하고 가슴 한켠이 아려왔다.
내가 괜한말을 했나보네...어두워진 내 얼굴을 본 어르신은 자리에서 일어나시고는 문을 열어 보건소 밖으로 나가셨다.평소라면 일어나서 배웅했을 나지만 어떻게 민석이에게 사과할지 어떤 얼굴로 돌아올 민석이의 얼굴을 봐야할지 민석이에게 무슨 말을 해야할지... 모든 것들이 내 머릿속을 뒤집어 놓고 있었다.
고개를 들어 본 창밖에는 민석이가 걸어오고있었다.
버들,암호닉 |
버들입니다. 민석이가 실어증인건 다 짐작했겠죠...? 죄송해요 뻔해서...ㅠㅠㅠㅠㅠㅠㅠㅠ
비회원 비글 변배키 비올라 빵덕이 밍슈기 둥둥 테이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