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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O/찬백] 2년, 기억의 조각 06 | 인스티즈


 

 

 

 

 

 

BGM - 율리아 기억의 조각

안나오신다면 찾아서라도 들어주시길 부탁드려요ㅠㅠ

 

 

 

 

 

 

 

 

 

 

 

 

 

 

 

 

 

 

 

 

 

 

 

 

 

 

 

 

 

 

 

 

 

 

 

 

 

 

 

 

 시간이란 덧 없이 내 의지와는 다르게 빠르게 지나간다. 경수의 약속 장소와 시간, 날짜가 담긴 문자를 받고 눈 깜짝할 사이에 그 날이 다가왔다. 장소는 한정식 집으로, 평소 식사를 잘 챙기지 않는 나를 배려한 경수의 마음이였다. 역시나 대놓고 말을 하진 않지만, 느껴지는 경수의 배려. 까다롭다기 보다는 음식을 말 그대로 '즐기지 않는' 내가 드물게 맛있다고 했던 식당이였는데, 외관이 언제나 변함이 없는 곳이였다. 으리으리하게 크진 않지만 음식만큼 겉 모습도 정돈되어 있는 이 식당은 경수와 종인이, 내가 종종 찾는 곳이였다. 생각보다 너무 일찍 도착했나보다, 어떻게 할까. 고민하던 나는 사소한 일이였지만 괜시레 굳은 마음을 품고 바지에 손을 비벼 닦으며 식당의 문을 열었다. 물론, 식당 앞에서 차를 대놓고 있을 수도 있었지만 혼자 들어가서 기다리지도 못하냐고 쏘아 댈 경수의 잔소리가 마음에 걸렸기 때문이였다.

 

 

 

 

 

 

 

 

 

 

 

 

 

 

 

"도경수로 예약되어 있을 거에요."

 

 

 

 

 

 

 

 

 

 

 

 

 

 

 

 

 

 

 

 내 말에 종업원이 친절하게, 직업용 미소를 입가에 맺고 방으로 안내했다. 경수는 성격상 시끄럽거나 사람이 많은 복작스러운 식당이나 길거리를 싫어했는데, 그것은 나도 마찬가지였다. 음음, 좋아. 방이 좋지. 나는 아이러니하게도 음식에 대한 기대가 아닌, 조용한 곳이라는 만족감에 웃으며 자리에 앉았다. 벌써 수저는 세개가 나란히 셋팅되어 있었다. 그러고보니 종인이도 오랫만에 보는구나. 종인이는 MD, 머천다이저 였는데, 처음 그 직업을 택하고 그 길로 가며 경수와 내가 저게 저걸 잘 할까 (저게 라는 표현이 다소 격할 수도 있지만.)라는 고민을 한 것과 다르게 정말 신기할 정도로 잘 해내고 있었다. 고등학교 때 종인이를 보면 웃통을 벗고 운동장을 뛰어다니던 걸 본 기억밖에 없는데, 의외라면 의외라고 할 수 있는 지금의 종인이였다. 역시 누구나, 자신의 살 길은 자신이 해결하기 마련이다. 잘 컸어, 김종인. 종인이의 생각을 하며 물컵에 물을 따르는데, 방문이 드르륵 열렸다. 놀랄 정도는 아니고, 그저 소음이구나 싶은 소리로.

 

 

 

 

 

 

 

 

 

 

 

 

 

 

 

 

 

 

 

 

 

 

 

 

 

"일찍 왔나 보네?"

 

 

 

 

 

 

 

 

 

 경수의 말에 끄덕이며 왔어? 하자 경수는 자리에 앉으며 같이 안들어오고 왠 일이야 하는 표정으로 날 바라본다. 정말로 아들을 대하는 태도라, 나는 살짝 빈정이 상했다. 그러면서도 안심이 됐다. 봐봐, 내가 안들어오고 기다렸으면 분명 잔소리 했을꺼라니까. 그런 생각을 하며 종인이를 바라 보았다. 야, 오랜만이다? 웃으며 종인이가 말하는데, 어째 우리 종인이…,

 

 

 

 

 

 

 

 

 

 

 

 

 

 

 

 

 

 

"야 너는 더 탔다? 까맣다?" 

 

"인사를 반갑게 하네? 죽고 싶냐?"

 

 

 

 

 

 

 

 

 

 

 

 

 

 

 만나자마자 아웅다웅 하는데, 경수가 인상을 팍 쓰며 그만해 하고 종인이의 등짝을 때렸다. 으아, 아프겠다. 평소 경수와 둘이 있으면 조용한 분위기인데, 종인이가 끼니 이렇게 금방 시끌시끌해진다. 기분이 좋아져 웃음이 나왔다.

 

 

 

 

 

 

 

 

 

 

 

 

 

 

 

 

 

 

 

 

"어째 너네는 똑같아, 고등학교 때랑. 다 커서, 안 어색해?"

 

 

 

 

 

 

 

 

 

 

 

 내 말에 머쓱한 듯 경수와 종인이가 뒷통수를 긁는다. 그 모습을 보며 나는 더 하하 웃었다. 정말이야, 둘이 똑같아. 고등학교 때랑, 그리고 지금 너네 둘이. 말하고 있는데 음식이 들어오기 시작했고, 나와 경수는 짐짓 거짓된 경직된 표정을 지었다. 어른의 표정. 아무 일도 없다는 듯, 방금까지 한 말과 행동을 숨기는 행동. 우리와 다르게 종인이만 쫑알쫑알 떠들어 댔다. 우와, 진짜 많다. 맛있겠다. 나 한국음식 진짜 그리웠어. 뭐, 결국 그러다 종업원이 민망한 듯 웃었고 종업원이 나간 후 경수에게 등짝을 한 대 맞고 말았지만.

 

 

 

 

 

 

 

 

 

 

 

 

 

 

 

"도경수가 나 때리는 것도 고등학교 때랑 똑같지 않냐? 야, 먹자 먹자."

 

 

 

 

 

 

 

 

 

 

 

 

 

 종인이는 아픈 척을 (척이 아니라는 것은 잘 알지만. 경수는 손이 매운 편이다.) 하다가 곧 수저를 들고 정말 맛있게 밥을 먹기 시작했다. 종인이는 워낙 가리는게 없어서, 같이 식사를 하는 사람도 군침이 돌게 만든다. 하지만 그것은 나는 예외였는지, 나는 수저를 들고 멍하니 있었다. 이걸 먹어볼까, 깨작깨작. 한참을 젓가락 두는 곳이 없이 깨작거리고 있으려니, 맞은 편에서 종인이 핀잔을 준다.

 

 

 

 

 

 

 

 

 

 

 

 

 

 

 

 

"야, 너는 어째 더 말라가냐. 이러니 도경수가 다 커서도 네 걱정만 하지."

 

 

 

 

 

 

 

 

 

 

 

 네 걱정도 엄청 많이 하거든? 어이가 없어져 나는 젓가락을 내려놓았다. 고개를 들자 경수가 나를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으, 잔소리 나오겠다. 마감때문에 그래. 내가 둘러대자, 경수가 한숨을 푹 쉰다. 웃어넘기려 하는 나를 보며 경수가 잔소리를 시작하려 입을 여는데, 한박자 빠르게 내 핸드폰이 울렸다. 누구지 이 기막힌 타이밍에. 감사합니다. 하고 핸드폰을 보는데, 발신자는 어머니다.

 

 

 

 

 

 

 

 

 

 

 

 

 

 

 

 

 

 

 

 

 

"…."

 

"받아 봐. 괜찮아."

 

 

 

 

 

 

 

 

 

 

 

 

 

 말없이 핸드폰만 보고 있는데, 경수가 받아보라며 채근을 했다. 아, 정말 싫다. 구원자가 아니라 또 다른 지옥이였네. 한숨을 쉬며 핸드폰을 들었다. 통화로 손가락을 옮겨 길게 끌었다. 주욱-, 마음까지 끌려 들어가는 느낌이였다. 언젠가 느꼈던 나락의 느낌.

 

 

 

 

 

 

 

 

 

 

 

 

 

 

 

 

 

 

 

 

-'너는 왜 이렇게 연락이 안되니, 정말.'

 

"죄송해요. 무슨 일 있으세요?"

 

 

 

 

 

 

 

 

 

 

 

 조금이라도 빨리 전화를 끊으려고 본론을 꺼내라는 식으로 말을 했더니, 맞은편에서 종인이가 혀를 찬다. 얼굴은 그렇게 안 생겨서 진짜 애교 없어. 나는 그 말을 들으며 턱짓으로 경수를 가리켰다. 도경수도 마찬가지거든? 내 몸짓이 통했는지 종인이가 킥킥 웃어댔다. 맞아, 맞아. 뭐 그러다 또 등짝을 맞았고. 그 모습을 보며 소리없이 웃는데, 핸드폰 너머 들려오는 어머니의 말에 나는 표정을 굳히고 말았다. 선자리 생겼어, 선 봐.

 

 

 

 

 

 

 

 

 

 

 

 

 

"생각 없어요."

 

-'엄마 정말 마음에 안 담아두고 있어, 백현아. 선 보는 걸로 알고 장소랑 시간 연락 해주마. 끊는다.'

 

 

 

 

 

 

 

 

 

 

 

 

 

 

 

 

 내 거절의 말이 듣기가 싫었는지 자신의 할 말만 하시고 뚝 끊으신다. 아, 진짜 싫어. 한숨을 쉬니 경수와 종인이가 뭐야, 뭔데. 하는 표정으로 날 바라본다. 선 보래. 짧은 내 말에 종인이가 헐 하고 어린애같은 추임새를 넣는다. 아, 진짜 싫단 말이야. 하고 말하자 이번엔 경수가 수저를 탁 내려놓는 소리가 들렸다. 그 소리에 경수를 바라보니, 경수가 단호한 표정으로 날 바라보았다. 학교에서 애들 혼낼 때도 저런 표정이려나.

 

 

 

 

 

 

 

 

 

 

 

 

 

 

 

 

 

 

 

 

 

 

 

 

 

 

 

 

 

 

 

 

"선 봐. 선 보는 것도 나쁘지 않아."

 

 

 

 

 

 

 

 

 

 

 

 

 

 

 

 

 

 

 

 

 

 

 

 

 

 의외의 말이 경수의 입에서 흘러 나왔다. 경수는 멍하니 바보처럼 입만 헤 벌리고 저를 바라보고 있는 나와 종인이를 번갈아보더니, 다시 젓가락을 들어 생선살을 발라내기 시작했다. 그리고 곧 뽀얗게 예쁘게 발라 낸 생선 살을 내 밥 위에 얹어 주고 날 바라보았다. 무슨 뜻이야? 난 망연한 표정으로 경수를 바라보았다. 왜? 왜 그런 말을 해.

 

 

 

 

 

 

 

 

 

 

 

 

 

 

 

 

 

 

 

 

 

 

 

 

 

 

 

 

 

 

 

 

 

 

 

 

 

"언제까지 그 그늘 안에서 살꺼야, 변백현. 난 네가 사랑하는건 바라지도 않아. 사랑이라도 받으면서 살아."

 

 

 

 

 

 

 

 

 

 

 

 얼른 밥 먹어. 너 진짜 점점 말라간다. 경수의 단호한 말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얼떨결에 밥을 퍼 입에 넣어 우물거리는데 그 모습을 힐끔 보던 종인이가 아무렇지 않은 척 나도 생선 발라 줘. 하고 땡깡을 피워댔다. 넌 진짜, 혼자 못해? 미운 소리를 하면서도 그런 종인이의 밥 위에 생선을 발라 올려 주는 경수. 지금 우리 셋의 모습이 너무 이질적이다. 그래서 현실이 아닌 것 같아. 밥을 씹고 있는 나도, 아무렇지 않은 척 하는 종인이도, 단호해진 경수도.

 

 

 

 

 

 

 

 

 

 

 

 

 

 

 

"근데 이번에 쓰는 건 제목이 뭐야?"

 

 

 

 

 

 

 

 

 

 힐끔힐끔 눈치를 보던 종인이가 분위기를 전환해보려는 듯 나에게 물었고, 나는 아직 넘기지 못한 밥을 씹고 있었다. 우물우물. 열심히. 그런 모습을 보던 경수가 입에 있는 거 삼키고 말해. 하고 종인이를 나무란다. 꼭 나한테만 뭐라 그래. 종인이는 또 입이 댓 발 튀어나와 중얼거렸고 나는…,

 

 

 

 

 

 

 

 

 

 

"2년, 기억의 조각."

 

 

 

 

 

 

 

 

 

 

 내 말에 종인이와 경수의 움직임이 딱 멈췄다. 그 어찌보면 웃긴 모습을 보며 난 푸하 하고 웃어버렸다. 그래, 잊지 않기 위해. 잊혀지지 않기 위해.

 

 

 

 

 

 

 

 

 

 

 

 

 

 

 

 

 

 

 

 

 

 

 

 

 

 

 

 

 

 

 

 

 

 

 

 

 

 

 

 

 

 

 

 

 

 

 

 

 

 

 

 

2년, 기억의 조각 06

 

 

 

 

 

 

 

 

 

 

 

 

 

 

 

 

 

 

 

 

 

 

 

 

 

 

 

 

 

 

 

 

 

 

 우리 새해에도 같이 힘내자. 같이 못 있어서 조금 서운하네. 나는 경수의 말이 들리는 듯한 문자를 보며 키득키득 웃었다. 우리 경수는 맨날 이렇게 진지해. 그런 나를 옆에서 바라보던 찬열이가 누군데 웃어? 하고 갸웃한다. 너 그거 질투지? 내가 웃자 찬열이가 아니거든 하면서도 아랫입술을 삐죽였다. 아, 귀엽다. 귀엽고 잘생긴 찬열이를 바라보다가, 나는 경수야. 하고 짧게 대답하며 다시 티비로 시선을 돌렸다. 그러자 옆에서 나를 끌어안으며 말하는 찬열이.

 

 

 

 

 

 

"제야의 종소리 같이 듣고 싶었어."

 

 

 

 

 

 

 

 

 

 

 그 나이 때는 아주 늦게라고 느껴지던 12시가 다 돼가던 밤, 특별한 것은 그 날은 그 해의 마지막 밤이였다는 것과 옆에 찬열이가 함께였다는 것이었다. 아, 정말 행복이 가득한 밤이구나. 나는 웃고 있었는데, 그것과는 또 다르게 잠이 쏟아지고 있었다. 옆에서는 나긋나긋하게 낮은 찬열이의 목소리가, 핸드폰에는 번쩍번쩍 경수의 문자가 왔고, 세상은 새로운 해의 맞이에 떠들썩하지만 지금 찬열이와 내가 함께 있는 이 공간은 흔들기 전의 스노우볼의 모양새처럼 차분하게 반짝반짝거렸다. 아, 자면 안돼! 나랑 새해 맞이 해야지!! 떼를 쓰듯 갑자기 큰 소리를 낸 찬열이 때문에 살짝 놀라, 나는 다시 눈에 힘을 주고 찬열이의 품을 찾았다. 어깨에 기대며 눈에 힘을 주고 찬열이를 올려다 보았다. 떠돌고 있는 티비의 빛에 찬열이는 반짝반짝.

 

 

 

 

 

 

 

 

 

 

 

"그런데 어머니는 어디 가셨어? 이런 시간에?"

 

 

 

 

 

 

 

 

 

 

 

 그러게나 말이다, 나는 찬열이의 말에 갑자기 느껴지는 서운함에 입술을 삐죽였다. 그러자 찬열이가 입술을 꼬집으며 장난을 친다. 아이, 그거 말고. 말하며 입술을 내미니 쪽 뽀뽀를 해오던 찬열이. 그 생소하고 낯간지러운 장면들.

 

 

 

 

 

 

 

 

 

 

 

 

 

 

 

 

 

 

"모르겠어, 요즘 일 다시 시작하시느라 바쁘시나봐."

 

 

 

 

 

 

 

 

 

 

 

 

 

 

 오구오구, 그랬어? 우리 백현이. 하며 찬열이가 장난스럽게 내 볼을 꼬집었다. 아, 진짜 좀 서운하단 말이야. 나는 괜시레 투정을 부렸다. 생각해보면 찬열이에게는 항상 그랬었다. 한참 어머니도 일을 다시 시작하시고 부담이 생기셨기 때문에 응석을 부리지 못하면서, 찬열이의 앞에서는 어린 아이처럼 그렇게 응석을 부려대고 그랬었다. 내가 맘껏 기댈 수 있는 사람이였기 때문이라고, 그렇게 생각한다. 지금 떠올려보면 그런 나를 받아주는 찬열이도 대단했다고 생각한다. 그 때의 나는, 온 몸으로 찬열이에게 기대고 있었기 때문에. 그때도 찬열이의 어깨에 기대어 있었는데, 다시 핸드폰이 울렸다. 또 경수? 종인이? 생각하며 핸드폰을 쥐었다.

 

 

 

 

 

 

 

 

 

 

 

 

 

 

 

 

 

 

 

"문자 진짜 많이 온다. 인기쟁이야, 변백현."

 

 

 

 

 

 

 

 

 

 

 

 

 

 

 

 진짜도 아니면서 괜시레 질투하는 척을 하는 찬열이가 못내 귀여워서, 나는 웃으며 핸드폰을 열었다. 문자의 발신자는 의외의 인물인, 어머니셨다. '새해다. 사랑한다 아들. 이제 고3이니까 대학 생각도 많이 하고 공부도 열심히 하고. 엄마한테는 이제 너뿐이야.' 나는 졸린 눈을 비비며, 액정을 손으로 닦아내며 몇 번이고 그 문자를 읽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것이 인상깊었던 것도 아니고, 나에게 와 닿는 말도 아니라고 그 때 어렸을 때의 나는 생각했었는데, 어떤 구절이 그렇게 날 몇번이나 읽게 만들었을까. 몇번이나 받았던 어머니의 집착아닌 집착이였는데, 그 어릴 때의 나는 무엇이 그렇게 인상깊었던걸까.

 

 

 

 

 

 

 

 

 

 

 

 

 

 

"공부 …."

 

 

 

 

 

 

 

 

 

 

 나도 모르게 중얼거리고 있으려니, 찬열이가 고개를 틀어 날 바라보았다. 그러더니 왜, 고3이라서? 갸웃하며 물었다. 나는 찬열이의 그 눈동자와 시선을 기억한다. 어둠 속에서 인위적인 티비의 빛을 받고 반짝 거리던 그 눈. 이 세상의 것이 아닌 것처럼 맑고 깨끗했던, 내가 사랑했던 그 아이의 눈. 그 눈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나는 현실에서 붕 뜬 느낌을 받곤 했었다. 찬열이의 집은 조금 유명할 정도로 돈이 많았다. 그리고 그런 집이면서 드물게 화목했다. 나는 어떠했는가, 나와 어머니는 그럭저럭 살고, 그럭저럭 화목했다. 땅에서 내가 발을 동동 구를 때, 찬열이는 저-기 하늘에 있는 것만 같았다. 그럼에도 아무도 찬열이를 미워하지 않았다. 구김살 없는 그 성격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혹은 그 훤칠한 외모 때문일지도 모르는 일이였고. 괜히 심통이 난 내가 한숨을 쉬자, 찬열이가 웃으며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 나와 눈높이를 맞추며 웃어주던 그 얼굴. 나는 또 어리광을 부리고 싶어지는 마음에, 찬열이의 어깨에 얼굴을 부비부비 문질렀다. 아, 찬열이의 향. 좋다.

 

 

 

 

 

 

 

 

 

 

 

 

 

"그래도, 자기가 좋아하는 일 하는게 최고야."

 

 

 

 

 

 

 

 

 

 

 

 그 속 편한 말에 나는 피식 웃고 말았다. 비웃는 마음이 아닌, 부러움과 동경이 뒤섞여 흘러 나온 웃음이였다. 그래, 찬열아. 너는 항상 그렇게 빛나게. 아무에게도 미움받지 말고, 어렵지 않게. 너는 늘 그렇게.

 

 

 

 

 

 

 

 

 

 

 



 

 여전히 자신의 어깨에 얼굴을 부비고 있는 내 얼굴을 붙잡은 찬열이가 웃으며 입을 열었다. 애기같아, 백현아. 찬열이의 목소리가 몽롱한 정신에 낯간지럽게 박혀왔다. 졸음이 더 이상 이길 수 없을 정도로 몰려와, 나는 내가 눈을 느리게 깜빡 거리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아, 잠들 것 같아. 생각하는데 때마침 티비에서 제야의 종소리가 울려왔다. 현장에서도 아닌 티비 넘어로 듣는 종소리가 마음에 울렸다. 동시에 찬열이가 내 얼굴 곳곳에 짧게 뽀뽀를 하기 시작했다. '새해에도 잘 부탁해, 백현아.' 쪽쪽, 마음이 간지러운 소리가 종소리와 함께 울렸다. 사람들의 소리, 새로운 시작과 지나감의 끝을 알리는 종소리, 내 옆에 찬열이의 목소리. 완벽한 새해구나-, 생각하며 나는 눈을 감았다.

 

 

 

 

 

 

 

 

 

 

 

 

 

 

 

 

 

 

 

 

 

 

 

 

 

 

 

 

 

 

 

 

 

 

 

 

 

 

 

 

 

 

 

 

 

 

 

 

 

 

 

 

 

 

 

 

 

 

 

 

 이상스럽게도 나는 새벽에 눈을 뜨고 말았다. 말갛게 파란 새벽의 빛이 들어오는, 기묘한 모습이였다. 항상 잠들고 눈을 뜨는 내 방이였는데, 온통 새파랗게 물들어 있어 나는 덜컥 겁이 났다. 상체만 일으켜 앉아 옆을 바라보니, 찬열이는 등을 돌리고 자고 있었다. 반듯한 뒷모습. 이불 속은 아직 따뜻한데 일어나 앉으니 와닿는 공기가 찼다. 어떻게든 이 기묘한 기분을 떨쳐보려 나는 시간이라도 보려고 핸드폰을 들었다. 화면을 키자, 마지막 문자를 보고 닫지 않은 것인지 어머니의 문자가 그대로 떠 있었다. 나는 그것을 여러번이고 계속해서 읽었다.

 

 

 

 

 

 

 

 

 

"엄마는, 이제 나뿐이야."

 

 

 

 

 

 

 

 

 

 조용하고 시리게 파란 방, 잠에서 깨어나 내 목소리같지 않은 언어의 울림이 퍼졌다. 내 빛은 나에게 등을 보이고 고요히 잠들어 있었다. 고개를 떨궈 내 손가락 끝을 바라보았는데, 방처럼 파랗게 물들어 있었다. 그 순간, 나는 눈물을 터트리고 말았다. 찬열이의 등 뒤에서, 나는 소리없이 오열했다. 있잖아, 찬열아. 너랑 나는 언제까지 이렇게 지낼 수 있을까.

 

 

 

 

 

 

 

 

 

 

 

 

 

 

 

 

 

 

 

 

 

 

 

 

 

 

 

 

 

 

 

 

 

 

 

 

 

-

 

 

 

백현이가 현실을 어느정도 염두에 두고 걱정하게 되는 부분이에요.

서로 좋아한다는 그 감정만으로 행복했었는데 현실이 다가오기 시작하는거고,

백현이는 그 현실이 상상만으로도 벅차기 시작하는거에요 미래를 걱정하는게 아니고

필수적으로 끝을 내야한다는 생각, 그 끝이 싫다는 생각 등등

 

 

 

자고 있는 찬열이의 등을 보면서 나중에 보게 될 뒷모습을 보는걸지도 모르구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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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백현아............ㅜㅜㅜㅜㅜ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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