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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면아 이리 와봐." "왜요?" "나 지금 손 아픈데. 이거좀 먹여줘." "… 저 바쁜데요." 그 망측한 주둥이 당장 치우지 못하겠니? 차마 사장이라 입밖으로 내뱉지는 못하겠고 속으로 씹어댄 준면이 어색하게 웃었다. 준면을 마주보며 싱긋 웃어보인 세훈이 계속 졸라대기 시작했다. 얼른, 응? 안주면 월급을 깎아버릴테다. 접힌 눈 사이로 느껴지는 눈빛에 슬쩍 한숨을 내쉰 준면이 포크를 들어 허니브레드에 내리 꽂았다. 생크림이 잔뜩 묻은 허니브레드를 세훈의 입에 꾸겨 넣다시피 먹인 준면이 포크를 세게 내려놓고는 구석에 세워둔 걸레를 집어 바닥을 닦기 시작했다. 욕을 중얼거리며 바닥을 닦는건지 걸레 손잡이를 부셔버리겠다는건지 분노의 걸레질을 하던 준면은 문이 열리는 소리에 표정을 싹 풀고 영업용 미소를 지으며 인사했다. "어서오세요!" * …어떡하지. 준면은 522원이 남은 통장 잔액을 허망하게 쳐다보았다. 등록금 낼 돈이 싸그리 사라졌다. 난 돈을 쓴 적이 없는데?! 어디로 줄줄 새어 나간거야…. 자기만 보면 밥을 사달라고 졸라대던 후배들이 괜히 원망스러워진 준면이다. 내가 니들 밥차야? 맨날 나한테 밥사달래…. 엄마에게 손을 벌려볼까 하던 생각으로 핸드폰을 들던 준면은 곧 지난번 일을 떠올리고는 다시 주머니에 넣었다. 알바하기가 무척이나 귀찮았던 준면은 엄마에게 등록금을 내달라는 말을 했다가 평생 먹을 욕을 그날 반 이상은 들었던 기억이 있다. 비록 등록금 낼 돈은 보내주셨지만 이번에도 손을 벌리기엔 너무 미안했던 준면은 아르바이트를 하기로 결심했다. 여기저기 알아보던 차에 준면은 오피스텔 근처 카페에 붙은 전단지를 발견했다. 알바구함. 오- 좋다, 좋다. 커피라고는 믹스커피만 타 먹을줄 알았던 준면은 서빙알바를 구한다는 글에 당장 카페 문을 열고 들어갔다. 문 앞에서 창문을 닦던 백현은 준면이 들어오자 우렁차게 인사를 했다. "안녕하세요!" "아, 네… 저, 알바…" "아, 알바 하러 오셨어요?" "네." "아, 사장님 지금 안계신데… 잠깐 앉아 계실래요?" "네? 네…." 괜히 뻘쭘하네. 여자들밖에 없는 카페 안에 혼자 앉아있으려니 괜히 민망해진 준면이 핸드폰을 매만졌다. 할짓 없을땐 핸드폰이 짱이지. 연락 하나 없는 카톡연락처를 둘러보던 준면은 딸랑거리며 문이 열리는 소리에 고개를 들어 문쪽을 쳐다보았다. 우와, 간지왈이네. 한참을 쳐다보던 준면은 남자와 딱 눈이 마주쳤다. 아, 민망해라. 빛의 속도로 고개를 숙인 준면은 눈알만 데록데록 굴렸다. 그때 멀리서 백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세훈이 형! 저기 앉아계신 분 알바하러 왔다는데." "그래? 알았어. 찬열이는?" "늦잠 잤나봐요, 지금 오고 있다는데." "지금부터 1분 늦을때마다 월급에서 천원씩 깎는다고 전해." 백현과 대화를 나누던 세훈은 준면이 앉아있는 테이블 맞은편에 와 앉았다. 손으로 턱을 괴고 준면을 쳐다보던 세훈이 입을 열었다. "몇살?" "스물 다섯살이요…" "진짜? 거짓말 아니고?" "… 진짠데요." 뭐야 더 늙어보인다는거냐? 엉? 나랑 자웅을 겨뤄볼래요? "그럼 대학교 다녀?" "네. 근데 휴학하려구요." "왜?" "등록금 때문에…" "아. 그럼 군대는?" "…갔다 왔는데요." 뭐지? 이건 왠 호구조사? 자신을 쳐다보며 실실 웃는 세훈을 흘끔 쳐다본 준면이 다시 시선을 내렸다. 아, 도저히 못쳐다보겠어. 부담스런 웃음을 짓고있던 세훈이 준면의 몸을 위아래로 쓱 훑었다. 뭐야, 왜 남의 몸을 훑고 난리야? 괜히 기분이 나빠진 준면이 입술을 부루퉁 내밀었다. "되게 말랐다." "…네?" "많이 말랐는데? 몸무게 몇이야?" "……58kg인데요." "어, 그래 보인다." 그쪽이 더 말랐거든요? 슬슬 기분이 나빠지려는 준면은 고개를 숙이고 미간을 살짝 찡그렸다. 괜히 여기 들어왔어. 속으로 세훈을 씹어대던 준면은 곧 들려오는 목소리에 고개를 들었다. "내일부터 나올 수 있어?" "몇시부터요?" "아침 10시까지. 휴학은 했지?" "이따 하러 갈거에요." "그래. 지각은 금물, 알겠지? 내일 보자." 네에…. 헤실헤실 웃고있는 세훈에게 뭔가 낚인 기분이 든 준면은 고개를 숙이고 인사한 뒤 카페를 나섰다. 휴학신청을 하기 위해 학교에 도착한 준면은 한숨을 푹푹 쉬어댔다. 25살에 학교에 휴학계나 내고… 취직은 언제하려고 이러냐. 누구는 카페 사장이고, 누구는 가난한 대학생이네. 괜히 세훈이 떠오른 준면은 올라오는 성질에 못참에 쓰레기통을 발로 차댔다. 앞으로 인생 험난해질거같은 불길한 예감이 든다. |
달달한 세준을 쓰고싶었는데ㅠㅠ 달달하지 않은건 왜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