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인96
현실엔 저런 선배 절대 없다
과제를 하다 좀 쉴까 싶어서 핸드폰을 하다 본 건, 최근 대학 선배 역할로 대박을 쳐서 국민 첫사랑의 타이틀을 따낸 남자 배우에 관한 글이었다. 설렘 가득한 본문과 다르게, 백 개 가까이 달린 댓글들엔 영화는 영화일 뿐 현실에 저런 선배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부정적인 반응들만 가득했다. 글자만 봐도 한숨이 느껴지는 듯한 댓글들을 거슬러 올라가, 본문 속의 사진을 한 번 더 봤다.
하얀 피부에 단정한 이목구비. 담백하게 잘생긴 얼굴이 환하게 웃고 있었다. 청량함이 느껴지는 미소를 보고 있자니 내 맞은편에 앉아 학식을 먹는 그의 모습이 자동적으로 머릿속에 그려졌다. 가히 기억 조작이라 말할 만한 수준이었다. 고개를 흔들어서 정신을 차리고 가만히 배우의 사진을 바라보고 있으니 톡하니 튀어나온 앞니가 눈에 들어왔다.
저 사람도 토끼 이빨이네.
연상 작용처럼 떠오르는 얼굴에 손이 움직인 건 순식간이었다.
익인97
우리 과에 저런 선배 있음
아차, 하며 정신을 차린 건 이미 댓글이 등록된 후였다. 무의식적으로 쓴 댓글을 지울까 말까 고민하기도 잠시, 못할 말 한 것도 아닌데 뭐 어떠냐 싶은 마음에 그냥 댓글을 놔두고 인터넷 창을 닫았다.
순식간에 달리는 답글들은 당연히 보지 못했다.
익인97
우리 과에 저런 선배 있음
ㄴ익인98
그래서 학교가 어디라고? 나 당장 편입할래
ㄴ익인99
학교 이름 좀...
ㄴ익인100
대박 부럽다 썰 좀 풀어 줘
ㄴ익인101
222 썰 좀...
ㄴ익인102
333333
ㄴ익인103
4444 어디 갔어 익아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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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에 전정국 같은 선배 없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