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내렸다. 평소 같으면 표정을 잔뜩 구기고 커튼을 쳐버렸을 텐데, 오늘은 뭔가 달랐다. 내 마음 가짐새도, 지금 눈앞에서 내리는 비도. 잠시 후, 빗방울이 점차 멎는듯싶더니 또다시 세차게 내렸다. 마치 너 같았다. 다 잊었다 생각할 때쯤 그 시간을 기다렸다는 듯이 다시 찾아와 머릿속을 헤집어 놓는, 너 같았다. 손에 쥔 머그잔 안에 있는 커피를 내려다봤다. 사실 나는 커피를 좋아하지 않는다. 무슨 생각이었는지는 몰라도 찬장 깊숙이 박아놨던 커피 머신을 꺼내 마시지도 않는 커피를 한 컵 가득 담아냈다. 코끝에 잔을 가져다 대니 씁쓸한 향이 퍼진다. 잠시 표정을 찡긋거렸다. 분명 네가 있을 때 질리도록 맡았던 향기인데, 낯설다.
잔 안에 눈동자가 일렁인다. 네 것인지 내 것인지 모를 눈동자가 울렁인다. 한참 그 안을 들여다보다 창가에 컵을 내려놓고 방 안으로 들어갔다. 서랍을 여니 마치 기다렸다는듯이 약통이 있다. 급하게 뚜껑을 여니 하얀 알약이 가득하다. 그렇게 알약을 바라보자니 굳게 닫힌 입술사이로 헛웃음이 새어나왔다. 사실 이걸 다 먹는다고 해도 죽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였다. 만약 죽지 못한다면 더 큰 어둠이 나를 송두리째 덮칠 것이다. 그래서 선뜻 입가에 가져가지 못했다. 수면제를 하나 집어 손으로 문지르다가 서랍에 같이 넣어뒀던 물병을 꺼냈다. 그리곤 약통에서 대여섯개를 꺼내 입에 물었다. 꽤 많은 양이라 한 번에 먹진 못할 것 같다. 약을 물고, 물을 마시고. 몇 번 반복하니 불러오는 배에 인상을 찌푸렸다.
텅텅 빈 약통과 물병을 아무렇게나 내팽개치고 침대 위에 누웠다. 물론 네 자리를 남겨두고. 고개를 돌려 옆을 보니 텅텅 비었다. 눈을 지그시 감고 다시 고개를 돌렸다. 너는 항상 이렇게 말했다.
“민호야, 네 세상이 행복한 꿈으로 가득 찼으면 좋겠어.”
조곤조곤한 네 말투와 따듯한 음성이 떠올라 미소 지었다. 너는 예쁘지 않은 것이 하나도 없었다. 밝게 웃는 모습도, 뾰로통한 모습도. 사랑한다고 속삭이는 네 목소리가 귓가를 울렸다. 그러다 네 잔상이 그려지는 것 같은 느낌에 기분이 좋아 소리내어 웃는다. 웃기게도 나는 네 존재 하나에 울고 웃었다. 이렇게 네 소식을 모르는 채 끝내는 것이 조금 마음에 걸렸지만 후회는 않는다.
나는 지금 꿈을 꾼다.
똥 같은 조각은 제 취미죠 (씨익)
저번에 올린 글에 댓글이 달려서 기분이 좋았다능 데헷
브금은 요즘 즐겨 듣는 곡! 참 좋은 것 같아요
Aㅏ.. 다음에는 또 어떤 똥글을 쓸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