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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을 끌어안는 부드러운 손길에 각잡힌 허리를 손감았다. 무거운 눈커풀 너머로 느껴지는 빛이 자꾸만 잠을 방해하는 게 조금 성가셔 가슴팍에 얼굴을 가려 기댔다. 종인이 내쉬는 숨에 앞머리가 하늘하늘, 나풀거려 이마를 간질였다. 어깨에서 미동않던 손이 허리께에 있던 이불을 올려덮어주었다. 이어 부스럭거리며 베게에서 머리를 떼는 소리와 볼에 와닿는 뭉글한 입술의 감촉이 따듯하다. 흐트러진 머리를 쓰다듬는 느낌과 소리만 선명하지 일어나고픈 생각은 없는게 잠이 참 얄궂다. 일으켜진 허리를 붙잡고 더 가까이 붙어 숨을 들이쉬었다. 한데 섞인 종인의 향기와, 아로마 섬유유연제 미향이 포근했다. 나지막하게 웃는 웃음소리가 점점 사그라들었다. 귀에서 느껴지는 뜨거운 숨에 어깨를 움츠렸다.
경수야. 아가야. 일어나자.
토요일 오후.
문득 걷는 종인의 다리를 보다가 구겨신은 스니커즈가 눈에 띄었다. 또, 또. 비가오는 날에도 깨끗하고 얼룩하나 없이 깔끔한 종인이 아끼는 스니커즈는 항상 이렇게 예상찮은 수모를 겪곤 한다. 소리없이 착한 바람에 날리는 검은 머리카락과 어깨를 잡은 손을 번갈아 보다가 멈춰섰다. 갑자기 공원길 한가운데에 멈춰선 나 때문에 종인이 느릿하게 돌아봤다. 나른한 눈이 조금 웃고 있었다.
너 신발 구겨신지 말랬잖아. 이제 저절로 구겨지던데.
종인과 함께한 2년 내리 달라진 건 능글맞은 소리 하나 못하던 솔직한 성격이였다. 사실 그것뿐만은 아니지만. 종인의 머리 위로 잔뜩 부서져 흩어진 하얀 빛조각들과 그 너머의 잎가지가 흔들리는 나무가 즐비한 풍경에 눈을 감았다. 바람이 시원하다. 눈 옆에 또 닿는 느낌이 다른게 있다면 조금 차가워졌다. 눈을 뜨자마자 가까운 종인의 얼굴에 웃고 말았다. 어깨를 잡은 손이 스물 올라와 뺨을 어루만졌다. 다시 말없이 함께 걷기 시작했다. 늘어선 나무의 잎사귀 사이로 가늘게 땅을 비추는 실같은 빛이 가끔가다 눈 앞을 희게 만들었다. 익숙하다. 가로수길의 끝 경계에서 푸른빛 잔디가 드넓이 펼쳐져 있었다. 내 목이 건반이라도 되는 것처럼 손을 굴리던 종인이 팔을 내려 내 손을 깍지껴 잡았다. 손도 조금 차갑다. 감빛 길 옆으로 호위하는것처럼 따라 흔들거리는 잔디 위의 팻말을 보았다.
들어가지마. 괜찮아.
이것도 변했어. 범법자의 공범이 되어버렸다. 이제는 체크남방의 등까지 스며든 빛이 눈부셨다. 느슨하게 끌어당기는 힘에 따라걷다 인적없는 잔딧길로 새어들어갔다. 모든 사물을 물들여버린 해와, 구름한 점 없는 파란 하늘과, 잔딧길이 전부인 공간이 경이로웠다. 걷는것을 멈춘 종인이 돌아보고 웃었다. 따라웃으며 천천히 잔디밭에 앉았다. 크게 웃는 법이 없는 종인도 말없이 앉았다. 쭉 펴고 앉은 종인의 청바지. 다리를 모아앉아 잠시 팔에 닿는 시원한 바람을 들이쉬다 군데군데 빛물들은 어깨에 머리를 기댔다.
종인아. 토요일이야. 그래.
종인이 고개를 돌려 이번엔 입에 입술을 갖다댔다. 다시 따뜻해진 입술이 기분좋다. |
크... 어떤 분이 댓글에 올려준 카디짤 S2 감사해여 그대^^
이번엔 나른하게! 오후처럼 달달하게^^ 으 수업시간에 카디 생각나서 죽을것 같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