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아요.
저 그 사람 좋아해요.
맞아요. 당신.
제가 그 쪽 좋아해요. 많이.
나 원래 이렇게 가벼운 남자 아닌데.
너가 너무 예뻐서 그래요.
좋아한다니까요.
에이 대답도 안 해주고. 이런 사람인줄 알았다면 좋아하지 말걸.
아니, 농담이에요. 진짜로. 진짜 좋아해요.
왜 대답이 없어요..."
그는 듣지 않았다. 아니 듣지 못했다.
독백 아닌 방백. 나만 알 수 있는, 나만 들을 수 있는 고백이다.
거짓말.
거짓말이다.
네 옆에 있는 사람도, 앞에 있는 사람도, 그냥 지나가는 사람도 다 들었을텐데.
왜 너만 듣지 못하는가.
왜 대답하지 않고 나를 이렇게 애태우는가.
너가 원망스러웠다. 하지만 화를 낼 수 없었다.
너는 들을 수 없으니까.
너는 이런 나를 뚫어져라 쳐다보고 다시 제 갈길 갈 뿐이다.
내가 너에게 하는 말은
모든 사람이 들을 수 있는 모순적인 방백이다.
너만 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