헉헉, 몰아쉬는 거친 숨소리가 적막한 밤거리를 울렸다. 숨이 턱 끝까지 차올라, 계속해서 주저 앉으려는 몸뚱이를 의식적으로 일으키려는 것도 이제는 한계였다. 털썩, 더이상 달리지 못하고 그대로 주저 앉은 대현은 지금 자신이 앉아있는곳이 막다른 골목이라는 것을 알고 좌절했다. 오...오지마!! 겁에 질려 덜덜 떨리는 목소리에 느긋히 뒤따르던 준홍이 픽,하고 비웃었다. 그렇게 떨면서 말하면 내가 멈추겠어요?약이 라도 올리듯, 지나치게 평온한 목소리에 놀라 저도모르게 잘근 씹어버린 입술에선 비릿한 피맛이 났다. 씨발 그러니까, 내가 그만하라 했을때 그만두면, 좋잖아요. 주저 앉아있는 대현의 쪽으로 성큼성큼 다가온 준홍이 웃는 낯으로 대현의 머리채를 휘어 잡았다. 꼭 형은 내 말만 죽어라 안듣더라, 그쵸? 하며 머리채를 잡은 손에 힘을 주는 준홍의 눈에는 방금전과는 다른 광기가서려있었다.미..미안해. 말 잘들을게 준홍아. 잡힌 머리채의 아픔을 이기지 못한 대현이 횡설수설 말을 하기 시작했다. 손, 손 좀 놓고 얘기하자,응?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뜨릴듯 잔뜩 물기 어린 목소리로 애원하는데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 준홍의 모습에 대현은 질겁했다. 마치 길잃은 아이마냥 어쩔줄 몰라하는 대현을, 준홍은 한참동안 그저 바라보다 이내 손을 들었다.썅년아.갑작스럽게 터져나오는 욕설과 함께 대현은 볼에서 느껴지는 화끈한 느낌에 고개를 푹 숙였다. 내가 지금 장난하는거 같지? 아까와 달리 한껏 깔린 목소리와 익숙한 반말에, 대현의 어깨가 사시나무 떨듯 떨렸다. 또 시작이다. 직감적으로 느낀 대현이 준홍의 발치에 엎드려 빌기 시작했다. 준홍아, 미안해, 형이 잘못했어. 미안해. 눈물로 범벅이된 대현의 얼굴에는 공포감마저 서려있었다.개 처럼 엎드려 빌기.대현이 준홍의 비정상적인 의처증과 극도의 폭력성을 발견한 뒤부터 여제껏 배워온, 살기위한 한가지 방법이였다. 대현이 뭘 잘못했든, 쉽게 흥분하는 준홍은 쉽게 손을 들어 대현을 개처럼 때리곤 했다. 마치 지금처럼.씨발년아, 너 어제 어디서, 뭐했어!! 어? 어디가서 어떤새끼랑, 또 바람 났냐고!!!!!!!! 주먹이 뼈를 강타하는 소리가 골목을 크게 울렸으나, 새벽 두시의 밤거리엔 맞고있는 남자를 구해줄만한 사람따위는 없었다. 악, 한참동안 이어지는 무자비한폭력에, 대현의 입에선 끊이지 않는 비명소리가 새어나왔다. 얼마지나지 않아 아릿한 코에선 축축한 피가 흘렀다. 코뼈가 내려 앉았나? 퉁퉁 부워 잘 보이지 않는 눈을 들어 대현은 준홍을 올려다 보았다.준홍아.힘없는 대현의 목소리에 머리로 향하려던 주먹이 움찔하곤, 멈추었다. 나 어제 집에서 계속 너랑 통화하고 있었잖아. 기억안나?덤덤히 말하곤 대현은 입안에 고인 핏물을 퉤, 뱉어내었다. 다행이도 부러진곳은 없어 보였으나, 얼굴은 온통 피범벅일것이 분명했다. 준홍은, 화가나면 먼저 얼굴을 흉하게 만드는 버릇이 있으니까.가만히 없드려서 숨을 몰아쉬고 있는 대현의 볼을 준홍의 손이 휘감아 올렸다.아 맞다, 형 나랑 계속 통화했지?한층 누그러진듯한 목소리와 함께곧이어 익숙하게 입술을 가르고 들어오는 뜨뜻한 혀가 느껴졌다. 피맛나. 웅얼거리면서도 혀로 치아를 하나하나 훑는 준홍의 집요함에 대현은 온 몸의 힘이 빠지는것을 느꼈다. 아 다행이다. 준홍의 키스는, 화가 다 풀렸다는것을 의미했고, 그것은 더이상의 폭력이 없다는것을 의미했다. 질척거리며 귓가를 울리는 낮부끄러운 소리와 흘러내리는 침마저 다행이라고, 대현은 생각했다.아.조금 짖궃게 아랫입술을 무는 준홍의 입술이 아려 대현은 작게 인상을 썼다. 아파? 하며 상처난 곳을 혀로 할짝대는 느낌은 썩, 좋지 않았지만 대현은 애써 웃었다.아니, 하나도 안 아파.하는 대현의 말이 준홍이 씩,입꼬리를 올려 웃었다. 제 나이때에 맞는 예쁜 미소. 형은 지금 이 모습이 예뻐. 하며 대현을 일으켜 부축하는 모습은 어딘지 모르게 공포감이 들었으나 대현은 애써 무시했다. 집에 가자 형.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행동하는 준홍의 모습은 이제 대현에게도 익숙해져 있었다.준홍아 나 아파. 약 사다줘.조금 칭얼거리는 대현의 목소리에 살풋웃은 준홍이 대현을 벽에 기댔다. 그럼 형 조금만 기다려. 자신이 입고있던 져지를 벗어 대현에게 입혀주고는 준홍은 몸을 돌렸다. 빨리 갔다와. 골목을 돌자 보이지 않는 뒷모습에 손을 흔들던 대현이 준홍이 사라짐과 동시에 휴대폰을 내어들었다.「많이 다쳤어?」저장되지 않은 번호로 와있는 문자를 가만히 보던 대현의 손가락이 꾹꾹 패드를 눌렸다. 괜찮아. 세 글자를 쓰곤 전송을 누르려던 대현의 손가락이, 조금 망설이다 전부 지우고 다시 새로운 글자를 써내리기 시작했다. 자기야.내일도우리집 와.전송-이무렇지 않게 휴대폰을 집어넣는 대현의 얼굴에 희미한 미소가 걸렸다.**반전을 주고 싶었는데 ㅋㅋㅋㅋㅋㅋㅋ시망함 ㅋㅋㅋㅋㅋ큐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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