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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담톡 상황톡 공지사항 팬픽 만화 단편/조각 고르기
기타 변우석 이동욱 빅뱅 세븐틴
앵두네 찻집 전체글ll조회 3920l 5





엄마 제발… 지금이라도 안 가겠다고 하면 안돼? 나 진짜 가기 싫어 응? 제발……. 불과 삼십분 전의 일이었다. 바짓 가랑이를 잡고 늘어지며 애원하는 내 모습에도 불구하고 엄마는 기어코 나를 역 안으로 밀어넣고서야 손을 흔들며 돌아갔다. 대체 왜? 대체 왜냐구! 엄마도 딸이 평범하게 사는 모습을 보는 게 훨씬 더 좋을 거 아냐! 지금 소리쳐봐도 닿지 않을 말이었다. 이젠 돌이킬 수조차 없다. 허탈한 웃음을 지으며 이름이 적힌 문을 열고 들어가 자리에 털썩 앉았다.

열차 안은 시끌벅적하니 활기가 넘쳤다. 다들 아는 사이인지 복도에서 반갑게 인사하는 소리가 종종 귀에 들어왔다. 다 되게 친해보인다… 이러다가 학교 혼자 다니는 거 아니야? 한숨만 푹푹 내쉬고 있는데,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리더니 새침하게 생긴 여자애 하나가 안으로 들어왔다. 날 쳐다보지도 않고 너가 여주야? 하고 물은 여자애는 애초에 대답을 듣고자 한 말이 아닌 듯 자리에 앉음과 동시에 이어폰을 꺼내 양 귀에 꽂았다. 물어봐놓고 태도가 왜 저런담? 그럴거면 말을 걸지나 말지. 괜히 불편해진 기분에 지갑을 챙겨 복도로 나왔다. 무료하게 앉아있는 것보단 밖에서 사람 구경을 하는 게 더 낫지 않을까? 싶어서였다.

어디에 있어야 할지 몰라 주위를 두리번거리는데, 어디선가 아구아멘티! 하고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 헉 마법인가? 하는 마음에 재빨리 고개를 돌려 소리가 난 곳을 바라보니 머리를 샛노랗게 염색한 남자애가 물에 푹 젖은 채로 낄낄 웃고 있는 친구들을 보면서 야! 다 젖었잖아! 하곤 신경질을 부리고 있는 것이었다. 우와…. 이제서야 실감이 났다. 진짜구나. 내가 진짜 마법… 마법 학교에 가는 게 맞구나. 과연 이런 곳에서 잘 적응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다시 머릿속에 차오르기 시작했다.

부모님이 마법을 쓰는 모습은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 우리가 사는 곳, 그러니까 인간 세계에선 마법이 금지되어 있다고 했다. 가끔씩 엄마 아빠가 마법부에 있었을 때의 이야기들을 들려주곤 했지만 나는 그럴 때마다 판타지 소설의 한 장면을 보는 것처럼 무관심하게 흘려보내기 바빴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진작에 자세히 들어놓을 걸. 하는 생각이 들었으나 고개를 휙휙 저어 복잡한 머릿속을 환기시키곤 간식 카트를 향해 걸음을 옮겼다. 단 거라도 먹으면 기분이 조금 나아질까 하는 마음이었다.



"보통 뭘 많이 사가나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개구리 초콜릿이요. 하는 목소리가 꽤나 자신에 차 있었다. 개구리 모양 초콜릿인가? 이게 그렇게 인기가 많다고? 하는 생각을 하며 돈을 지불하려 지갑을 주섬주섬 챙기니, 곧 호그와트 자체에서 신입생들을 위해 제공하는 거라 돈은 필요없다는 말이 되돌아왔다. 왠지 조금은 다닐만 한 것 같기도 하구……. 공짠데 다른 것도 먹어볼 걸 그랬나? 하며 손으론 초콜릿의 포장지를 뜯으면서 열심히 좌석을 찾아 복도를 걷던 중이었다. 어쩐지 손에서 뭔가가 꿈틀대는 게 느껴지더라니. 개구리 모양 초콜릿이 크게 움직이는가 싶더니 별안간 내 손 위로 펄쩍 뛰어올랐다. 악!! 시바 이게 뭐야!! 놀란 마음에 파드득 몸을 떨며 뒷걸음질을 치다 등을 벽에 쾅 부딪혔다. 부딪혔다고? 벽에? 여긴 통로라 벽이 없을텐데? 그럼 이건 뭐지? 침을 꿀꺽 삼키며 천천히 뒤를 돌았다.



[NCT] 슬리데린의 법칙 | 인스티즈 


"아. 시발. 너 뭐야?"



헉, 사람이었구나. 놀란 나머지 사과할 생각도 못하고 있던 나에게 다짜고짜 욕설을 내뱉은 남자애가 인상을 찌푸리며 다시 입을 열었다.



[NCT] 슬리데린의 법칙 | 인스티즈 


"아~ 머글?"
"……."
"아닌가? 그럼 잡종이겠네."
"……."
"그냥 얌전히 앉아 있지 왜 또 밖으로 기어나오셨대, 응?"



나와서 무슨 꼴을 당하게 될지 어떻게 알고. 아, 용감하다고 칭찬이라도 해줘야 하나? 말로만 듣던 혈통 차별이었다. 입꼬리를 비스듬히 올려 웃는 남자애의 험악한 눈빛을 바라보며 이러다가 맞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내가 급히 미, 미안. 하고 입을 떼려는데 남자애 뒤에서 곧 도착이야. 들어와서 짐 챙겨. 하는 목소리가 들렸다. 당연히 나한테 하는 말은 아니었다. 내가 가만히 눈치를 보고 있자, 어. 하고 짤막하게 대답한 남자애가 앞으로 조심하자. 알았지? 하며 내 어깨를 툭툭 치더니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잠시동안 그 모습을 멍하니 지켜보다 나도 서둘러 자리로 돌아와 주섬주섬 가방을 챙겼다. 지금이라도 도착하길 다행이다 하는 생각을 하며.








빠듯하게 도착한 열차 때문에 다이애건 앨리를 둘러볼 시간도 없이 곧바로 학교로 직행해야만 했다. 연회장 내부는 무척이나 소란스러웠다. 다들 곧 있으면 시작될 기숙사 배정이 기대되는 모양인지 삼삼오오 모여 시덥잖은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나는 가만히 자리에 앉아 주위를 둘러보았다. 어쩐지 이 궁전같이 커다랗고 화려한 학교에서 환영받지 못하는 사람은 나뿐인 것 같았다. 여기 온 애들 대부분은 다 마법 한 두 개쯤은 할 줄 알겠지? 난 어떻게 주문을 외우면 되는지조차 모르는데. 차라리 기차 안에서 난동이라도 피워서 중간에 내릴 걸. 하는 바보같은 생각이 들었다. 배정식을 시작하겠다는 교장 선생님의 말씀이 없었다면 난 지금쯤 우울의 끝을 달리고 있었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김여주.

오랜 기다림 끝에 이름이 호명됐다. 이미 배정을 끝낸 아이들은 저마다 기숙사 별로 나뉘어진 테이블에 앉아 여유롭게 구경을 하고 있었다. 이게 뭐라고 긴장되고 막 그러네…. 단상 위에 올라가 모자를 쓰고 떨리는 양 손을 모아 쥐었다. 모자는 머리 위에 얹어지기가 무섭게 괴상한 목소리로 말을 시작했다. 야망 있지도, 진실되지도, 영리하지도 않군. 여기까지 온 것도 용기를 쥐어짜내 겨우 온 모양이고……. 하지만 그 정도 용기면 충분하겠지. 말을 멈춘 모자가 이번엔 머리가 울릴 정도의 큰소리로 외쳤다. 그리핀도르! 기숙사에 대해 깊은 생각을 가지고 있지 않아서인지 별다른 감흥은 없었다. 형식적인 박수 세례를 받으며 그리핀도르 테이블에 다가가 앉은 내가 다시 앞을 바라봤다.



"슬리데린!"



방금 막 자리에 앉은 것 같은데… 벌써 기숙사가 나왔을 리가……. 모자를 들어올린 얼굴이 익숙했다. 아까 열차 안에서 실수로 등을 부딪혔던 그 남자애였다. 날 보자마자 머글이니 잡종이니 떠들어대며 조롱하던.



"저 못된 자식. 쟤가 슬리데린이 아니면 대체 누가 가겠어."
"동감해. 그래서 난 내가 그리핀도르로 온 게 너무 자랑스러워. 마음 놓고 슬리데린을 싫어할 이유가 하나 더 생겼잖아?"



바로 옆에 앉은 애들이 속닥거리는 소리가 귀에 들어왔다. 쟤가 못된 애인 건 처음 와본 나도 아주 잘 알겠지만… 싫어할 이유가 생겼다는 건 뭐지? 나도 모르게 시선이 점점 소리가 나는 방향으로 향하는 게 느껴졌다. 불현듯 신명나게 슬리데린을 까내리던 말소리가 뚝 끊겼다. 왜 그러지? 더 듣고 싶었는데…. 그러나 난 얼마 지나지 않아 알아챌 수 있었다. 자신들을 빤히 바라보는 나를 이상하게 생각한 게 틀림없었다. 황급히 고개를 돌려 다시 앞을 향해 시선을 고정했다.



그 이후는 꽤나 길고 지루한 연설의 반복이었다. 학교 내의 모든 교수님들의 소개와 학교 규율에 대하여, 또 다시 교장 선생님의 훈화 말씀. 끝이 나지 않을 것 같던 입학식은 기숙사 별로 색이 다른 넥타이를 매는 것을 마지막으로 막을 내렸다. 너도나도 서둘러 연회장을 빠져나가는데, 기숙사로 향하는 복도 한 구석이 소란스러웠다. 상황을 대충 보아하니 슬리데린 애들과 그리핀도르 애들 사이에 시비가 붙기라도 한 것 같았다. 아까 벌점 얘기하신 거 못 들었나? 이러다 전체 벌점이 내려지기라도 하면 큰일인데…. 그러나 개입하고 싶은 마음은 들지 않았다. 묵묵히 기숙사로 향하는 발걸음을 재촉하려던 참이었다. 뭉쳐있던 그리핀도르 무리 중 하나가 내 쪽을 향해 입을 뗐다.



"야 너. 너도 그리핀도르지? 와서 좀 거들어봐."
"나, 나…?"
"그래, 너 말이야." 
"너무 애쓰지 마. 똑같은 여자애 하나 낀다고 태생부터 천한 너희가 얼마나 달라지겠어."
"이 시발 새끼가 진짜!"



여유로운 미소를 지으며 남을 자신 아래로 깔보는 눈빛은 여전했다. 욕설을 거칠게 내뱉으며 슬리데린 무리를 향해 달려드는 남자애를 주위에서 저지했다. 참아. 싸움나면 벌점이야! 그래도 생각이 아주 없진 않은 모양이었다. 왜 굳이 이렇게까지 해야하는지 이해가 잘 가질 않았다. 슬리데린 애들이 그 얄팍한 자존심만 조금 내려놓으면 지금 같은 상황이 발생할 일은 없을 텐데……. 자신에게로 달려들던 남자애를 재밌다는 듯 바라보던 슬리데린 애가 다시 입을 열었다.




[NCT] 슬리데린의 법칙 | 인스티즈 


"짐승 같이 앞뒤 구분도 할 줄 모르나본데,"
"이동혁, 저 시발…!!"
"그렇게 뛰어들어서 손해 보는 건 너 아닌가?"
"……."
"수준 낮은 티가 이렇게도 나네."
"말 다했어?!"
"그 부모에 그 자식들이야. 그치?"



뭐라고? 좀 심한 거 아니야? 툭 하고 핀트가 나갔다. 처음에는 가만히 지켜보기만 할 생각이었지만… 이건 도를 넘었잖아. 내가 씩씩거리며 입을 열었다.



"말을… 말을… 왜 그렇게 해? 너네가 그렇게 잘났어? 그 부모에 그 자식들이라니. 그깟, 그깟 순수 혈통이 뭐라고! 부릴 게 없어서 그런 부심을 부리는지 이해가…!!"


 

[NCT] 슬리데린의 법칙 | 인스티즈 


"그깟 순수혈통?"



처음 보는 얼굴이었다. 어이가 없다는 듯 작게 실소를 터뜨린 남자애가 느리게 내 앞으로 다가섰다. 후회 안 해? 비웃듯이 내뱉어진 말의 의미를 몰라 뭐, 뭐를? 하고 되묻자, 남자애는 네가 방금 한 말. 후회 안 하냐고. 하며 소매 안에서 매끈한 지팡이를 꺼내 손에 쥐었다. 안 해! 솔직히 내가 마… 맞는 한 거 아니야? 이미 겁을 상실한 내가 덜덜 떨리는 목소리로 소리쳤다. 여기서 굽히면 지는 거라고 생각했다. 이런 내 말에 날 빤히 바라보던 남자애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며 지팡이를 든 손을 높이 올렸다. 나는 무의식적으로 뒤로 물러서며 눈을 질끈 감았다. 그냥 가만히 있을 걸. 괜히 나서지 말 걸. 그제서야 후회가 밀려왔다.



"……."



시간이 지나도 아무런 소리가 들려오지 않았다. 주문을 외치는 소리 또한 없었다. 나는 조심스럽게 감은 눈을 떴다. 남자애는 여전히 내 앞에 서서 날 가만히 내려다보고 있었다. 내가 멍청하게 왜……. 하고 말끝을 흐리자 겁도 없이 끼어들길래 어디까지 할 수 있을지 궁금해서. 그렇게 말하는 눈이 날카롭게 빛났다. 남자애가 다시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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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
"난 약해 빠진 애들한텐 관심 없거든."
"……."
"특히 그리핀도르는 더."



남자애는 그렇게 말하더니 뒤에서 지켜보던 슬리데린 애들을 이끌고 복도를 지나 사라졌다. 내 주제에 참견은 무슨 참견이야. 다시금 밀려오기 시작하는 후회를 뒤로 하곤 터덜터덜 발걸음을 옮겼다. 멀리서 그리핀도르 남자애들이 이동혁이 먼저 시비를 어쩌고 저쩌고… 말하는 소리가 들렸지만 더는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냥… 그냥 빨리 씻고 침대에 눕고 싶다. 오직 이 생각뿐이었다.









멍청하게 생겨서 아무 말도 못할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당돌하더라? 나 빡치게 해줘서 고마워. 칭찬이야. 그 다음 날 실습실 앞 복도에서 마주친 이동혁이라는 애는 그렇게 말하더니 내 팔을 세게 움켜쥔 채 어디론가 질질 끌고 갔다. 도착한 곳은 인적 없는 막다른 길이었다. 내가 뭐라고 입을 열기도 전에 머리 위로 차가운 물줄기가 쏟아져 내렸다. 바로 어제, 기차에서 봤던 마법과 똑같은 것이었다. 너무 놀란 탓에 몸이 굳어 움직여지지가 않았다. 나를 가만히 내려다보던 이동혁이 입을 열었다.



[NCT] 슬리데린의 법칙 | 인스티즈 


“아직도 후회 안 해?”
“…….
“어제 나불대던 그 입. 찢어버리고 싶었는데,”
“…….”
“참았어. 하찮은 잡종 하나 때문에 퇴학 당하는 건 좀 그렇잖아?”



몸이 덜덜 떨렸다. 어떻게 저런 말을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할 수가 있지? 당장에라도 이 자릴 벗어나고 싶었지만 발이 쉽게 떼어질 리가 없었다. 이동혁은 옴짝달싹 못하는 나를 보고 비웃듯 입을 뗐으나 내가 아주 조금 더 빨랐다.



"안 해."
"뭐?"
"내가… 내가 왜 후회를 해야 되는지 모르겠어."



이동혁이 어이가 없다는 듯 크게 웃었다. 진짜 재밌다. 진심으로 하는 말이 아니었다. 머리를 한 손으로 쓸어올리며 웃는 눈이 싸늘하게 식어 있었다. 그가 충분히 무섭고 위협적인 존재로 다가왔음에도 불구하고 저렇게 대답을 한 데엔 사실 별 다른 이유가 없었다. 그냥 쉽게는 굴복해주기 싫은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이미 내 위에 군림하고 있단 듯이 구는 말투며 행동이 내게 확실한 반감을 사게 했다. 수업 시작을 알리는 종이 울리기 시작했다. 이동혁은 웃던 얼굴을 거두고 다시 나를 바라봤다. 우리 조금 이따가 또 봐야겠다. 그치? 그러고선 아무 일 없다는 듯 뒤를 돌아 유유히 복도를 빠져나갔다.





이동혁이 나를 괴롭히기 시작한 건 이때부터였다. 하루가 멀다하고 물벼락을 맞아 제대로 된 마법을 배우기 전까진 여분 옷을 꼭 챙겨다녀야 했으며, 가방은 물론 사물함을 열기라도 하면 쥐 혹은 뱀 시체가 우수수 쏟아져 내리는 게 일상이었다. 또 복도에서 마주치는 날엔 그냥 조용히 지나가는 법이 없었다. 물론 이게 다는 아니었다. 이동혁은, 정말 온 힘을 다해 나를 힘들게 하려고 작정한 듯이 굴었다. 날이 가면 갈수록 괴롭힘의 빈도는 잦아졌고, 강도 또한 높아졌다. 하지만 나는 그럴수록 힘든 기색을 비치지 않으려 노력했다. 그게 그 애가 원하는 반응이란 걸 아주 잘 알았기 때문이었다. 내가 제 발로 자신을 찾아와 빌기라도 바라는 사람처럼 행동하는 그 모습이 눈에 보이지 않을 리 없었다. 난 종종 잠에 들기 전 그런 생각을 하곤 했다. 그날, 한 발 물러섰더라면 이렇게 되지 않을 수 있었을까? 하는. 그러나 꼭 그렇지만은 않았을 것이다. 이동혁은 한 번 눈 밖에 난 사람을 가만히 놔둘 위인이 못 됐다. 이렇게 포악하기 짝이 없는 애가 무슨. 헛웃음이 절로 나왔다. 무슨 말을 하든 결과가 같았을 거라면 지금이 훨씬 낫다고. 적어도 난 그렇게 생각했다.

그와 반대로 황인준은 이동혁이 벌이는 모든 일에 무관심했다. 복도에서 물을 뒤집어 쓰고 있는 나를 보고도 비웃음 한 번 날린 적 없었다. 그렇다고 해서 도와줬다는 말은 절대 아니었지만 이동혁과는 확실히 달랐다. 물론 그 다름도 그다지 좋은 방향은 아니었다. 황인준은 이동혁과 생각하는 게 근본적으로 상이했다. 무시와 경멸. 미개한 것들과는 말을 섞는 것조차 불편하다. 어떻게 보면 더 잔인하고도 잔인한. 아, 미안… 미안해. 이런 저런 생각을 하다 미처 앞을 제대로 보지 못하고 누군가와 어깨를 부딪혔다. 고개를 드니 자리에 멈춰 서서 날 가만히 내려다 보고 있는 황인준이 눈에 들어왔다.



"미안해. 내가 앞을 못 봐서…."



다시 한 번 사과를 하고 지나치려는 나를 붙잡은 황인준이 의아한 표정으로 자신을 쳐다보는 나를 향해 느리게 입을 뗐다.



[NCT] 슬리데린의 법칙 | 인스티즈 


"내가 언제까지"
"…"
"참을 거라고 생각해?"
"갑자기… 그게 무슨 소리야?"
"이동혁 입에서 네 얘기 나오는 걸 언제까지 들어줄 것 같은데, 내가."
"."
"사과하고 끝내."
"…."
"잡종 얘기 듣는 것 자체로도 충분히 거슬리니까."



허탈한 웃음이 새어나왔다. 사과를 하고 끝내라고? 내가? 내가 왜? 매일 같이 이것 저것 온갖 수모를 당하고도 한마디 안 하고 참은 내가 왜 그런 못된 애한테 사과를 해야 하는데? 애써 묻어뒀던 감정이 꾸역꾸역 목을 타고 올라왔다. 내가 떨리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사과를 받아야 하는 건 걔가 아니라 나잖아…. 그러나 말은 끝맺어지지 못 했다. 나는 소리 내어 엉엉 울기 시작했다. 눈물이 눈을 비집고 끝도 없이 흘러내렸다. 억울하고 서러웠다. 난 왜 원하지도 않은 곳에 와서는 아는 사람도 없고 친구 하나 없는 이 낯선 곳에서 이런 일을 겪어야 하는 거야? 그게 하필이면 왜 나인 거냐고 왜…. 눈물은 그칠 줄 모르고 계속해서 쏟아졌다. 황인준은 큰소리로 울어대는 나를 처음과 같이 가만히 내려다 보기만 할 뿐이었다. 별안간 복도 끝에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크게 울려퍼졌다.


[NCT] 슬리데린의 법칙 | 인스티즈


"어디서 우는 소리가 들리길래 우리 쪽 애가 머글 하나 잡았나 했는데,"
"…"
"그게 너일 줄은 몰랐네."
"…."
"누군데? 너 원래 관심 없잖아."



그토록 꼴도 보기 싫었던 이동혁이었다. 발소리가 점점 가까워지고 있었다. 황급히 소매를 펼쳐 눈물로 범벅이 된 얼굴을 문질러 닦았다. 급한 걸음으로 뒤를 돌아 반대편 복도로 향하려던 순간이었다. 순식간에 팔을 잡아 날 돌려세운 이동혁이 붉게 달아오른 내 눈가를 보고 미간을 좁혔다.



"이게 뭐야?"



나한테 하는 소린가 싶었지만 이동혁의 고개는 황인준을 향해 돌아가 있었다. 황인준은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여전히 무관심한 얼굴로 그렇게 말하는 이동혁을 가만히 주시했다. 뭐냐고 묻잖아. 이동혁이 다시 한 번 낮은 목소리로 말을 뱉었다.



"대답해."
"…."
"내가 지금 너한테 뒷통수 맞은 거냐?"



더이상 듣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았다. 도통 알 수 없는 말만 내뱉는 이동혁을 노려보며 잡혀있던 팔을 비틀었다. 이거 놔. 난 갈 거니까. 그런 내 말에 이동혁이 기가 차다는 듯 웃었다. 어딜? 팔이 아프게 조여오기 시작했다. 그와 동시에 황인준과 눈이 마주쳤다. 날카롭게 닿는 시선이 꼭, 지금 당장 사과하란 듯이 말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나는 고개를 돌려 먼저 눈을 피했다. 다시 코 끝이 찡하고 아려왔다. 내가 사과해서 끝낼 수 있는 거면 이런 식으로 이동혁과 마주치는 일이 없게 되는 거라면… 난 자존심을 버리고도 기꺼이 그렇게 할 마음이 있었다.



"대답이 없으니까 내가 자꾸 오해하려 하잖아."
"대답할 가치도 없는 말을 하길래."
"…."
"…"


[NCT] 슬리데린의 법칙 | 인스티즈 


"아~"
"….
"처음부터 관심을 보였으면 이렇게까지 화가 나진 않았을텐데."



분위기가 차갑게 가라앉았다. 이동혁은 꼭 가지고 놀던 장난감을 뺏기기라도 한 어린애처럼 굴었다. 틀린 말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내가 떨리는 목소리로 조용히 입을 뗐다.



"내가 사과할테니까 그만해."
"뭐라고?"
"미안해, 후회하고 있어. 그러니까 이제 그만하면 안될까? 네가 바란 거 이거잖아. 내가 힘든 게 보고 싶었던 거잖아."
"…."
"아까 운 거 황인준 때문 아니야. 힘들어서 운 거야. 힘들어서…."
"야."
"이제 나 좀 가만히 둬주라. 나 너무 힘들어…."



이동혁의 입이 굳게 다물렸다. 나는 한 번 더 팔을 비틀어 날 잡고 있는 손을 뿌리치고선 그대로 뒤를 돌아 도망치듯 복도를 빠져나왔다. 이런 식으로 끝날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는데. 사과하기 싫단 이유로 펑펑 눈물을 쏟은 것치곤 정말이지 너무나도 허무하고 우습기 짝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

지난번 투표에 참여해주신 모든 분들 정말 감사합니당. 2위 글인 망나니들은 뒷 이야기가 있지만서두 들고오게 될지는 아직 모르겠어요. 지킬 수 없는 약속은 하지 않는 편이 낫겠다고 생각해서용 TAT 글구 동혁이는 공들여 괴롭힌 애가 엉뚱한 곳에 가서 울고 있으니 자존심이 상한 것뿐이랍니당. 여주를 좋아하는 게 아니에요. 물론 언제까지나 아직이지만용. 아직….

+) 재업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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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헉 좋아하는게 아니라니 ,,, 뒷내용이 궁금하네요 !! 빨리 뒷편써주세요 !!!
6년 전
독자2
뒷부분 완전 궁금해요 ! 재업하시기 전에 읽었을 때는 좋아해서 그런건 줄 알았는데 그저 자존심이 상한거라니 !! 빨리 동혁이랑 인준이가 애타는 모습 보고싶네용 ㅜㅜ 여주 화이팅이닷 💚
6년 전
독자3
흐엉ㅇ 뒷부분 기다릴게요!💚 여주 너무 안타깝거 안쓰럽지만 그 다음 부분에서는 이겨내고 힘내길!ㅠㅠ
6년 전
독자4
여쭈 화이팅ㅠㅠㅠㅠㅠ힝 좋아해서 그런게 아니라 자존심이 상해서라니ㅠㅠㅠ빨리 둘의 사랑을 받는 여주가 되길,, 망나니 뒷이야기도 너무 보고싶어요 자까님,,!!!항상 사랑합니다!!!!!!
6년 전
독자5
뒷편이 보고 싶어요!!!!!!!!! 진짜 작가님 날숨에 재력을 얻으시고 들숨에 건강을 얻으실거에요!!ㅠㅠㅠㅠㅠㅠㅠ 글 넘흐 잘 쓰세요,,,,😭😭❤️❤️❤️❤️
6년 전
독자6
헉 이 글 첨 떳을 때 진짜완전대박 조아했었는데ㅠㅠ혁이 넘 나빠서 빨리 여쥬한테 매달리는 거 쫌 보고싶네용 ㅠ 잘 보궁 가요 시원한 밤 되세요!
6년 전
독자7
뒷부분 궁금해요 ㅠㅠㅠ 여주 너무 안쓰럽지만 파이팅!
6년 전
비회원69.126
난다난다,,, 역하렘의 냄새가 난다,,,, 분명 사구릴 걸 안다,,, 안 사귀어두 상관 없다,,, [하라하라]로 암호닉 신청핟다요,,,,
6년 전
비회원239.124
ㅜㅜ작가님 이거 이어서 써주세오ㅜㅜㅜㅜ진짜 너무 좋아요ㅜㅠ ㄹㅇ이건 역대급이라구요..!!
5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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