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저, 잘못 들은 거 같은데.."
"유감스럽지만, 김성규 환자분은,"
한 달 안에 죽습니다. 주변 정리를 해두세요.
지극히 사무적으로 말하는 의사는 다시 한번 유감이라며 병실을 나갔다.
시한부... 시한부면 막장 드라마나 막장 인터넷 소설에서만 봤지, 현실에서는 본 적이 없었다.
처음으로 본 불쌍한 시한부 인생이 나라니.
그것도 1년이 아니라 한 달. 한 달 안에 죽는다고.
헛웃음만 나왔다. 모든 것이 다 거짓말같았다.
병실 안에 켜져 있는 티비에서 한 쌍의 남녀가 이별하며 운다.
"진짜..."
다 꿈이었으면 좋겠다.
내 인생을 되돌릴 수 없는 꿈이라면, 남우현을 망각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남우현만 없었으면 어차피 나 홀로 걸어온 인생 빨리 가야지- 하고 편하게 뒤져버릴 텐데.
*
♠ksg : 안녕하세요
♤ddww1122 : 네 안녕하세여 ^0^
♠ksg : 제가 오늘 랜덤채팅은 처음하거든요
♤ddww1122 : 네 ㅎㅎㅎㅎㅎㅎ
♠ksg : 좋아하는 사람 있어요?
♤ddww1122 : 읭..? 왜용.. 있긴 있어요 ㅋㅋㅎㅎ
♠ksg : 만약 님이 시한부거나 암걸리거나 막 그럼 어떡할 거에요
♤ddww1122 : 당연히 헤어져야져 ㅎㅎ
우현이랑..?
♠ksg : 왜요? 조금이라도 더 같이 있으면 좋잖아요
♤ddww1122 : 같이 있을수록 나중에는 애인이 더 슬퍼할 거 같아용 ㅠ
♠ksg : 많이 좋아하시나봐요 ^^
♤ddww1122 : ㅋㅋㅋㅋㅋ넴
헤어져야겠다.
♠ksg : 이만 나가볼게요 감사해요
♤ddww1122 : 흑 님까지 나가면 사람 없는뎅..ㅠ 저도 잘게요
♤ddww1122 : ㅂㅂㅂㅂㅂㅂ
이기적으로 우현이랑 더 같이 있고 싶은데,
나중에 나같은 거 때문에 아파한다면 헤어져야지.
많이 쓰려도.
♠ksg : 잘 주무세요
좋겠다.
걱정없이 사랑하는 사람들은.
어차피 우현이도 곧 날 잊겠지.
게이라는 소리 들어가면서 까지 나랑 사귀는 것보단, 이쁘고 몸매좋은 애들 끼고 다니는게 더 좋을거야.
*
"우현아."
"성규형- 왠일로 먼저 데이트 신청하고. 아우 귀여워."
"우리 헤어지자."
"무슨 헤어지자는 말을 분수대 앞에서 해?"
"개그프로그램 따라하는 거 아니야."
신나게 웃던 우현이가 나를 바라본다.
"뻥치지마. 우리가 왜? 흐흐."
다시 웃으면서 내 볼을 주욱 잡아끈다.
"니가 이러니까 싫어한다고."
"뭐.. 형?"
"난 니 소유물 아냐. 니 연인이라고."
"에이 귀여워서 그런건데. 나 형 무지무지 좋.."
"그만하자, 우리."
"형, 삐쳤어? 아이구 미아안!"
나도 이게 삐진 거 였으면 좋겠다.
그냥 한낱 심술이었으면 더 바랄게 없는데.
"남우현, 미안해. 진심으로 헤어져."
"뭐..?"
정색해도 멋있네, 우리 우현이.
여자들한테 진짜 인기 많겠다..
"미안, ... 질린 것같아. 너한테."
"..왜."
"그냥 이제.. 별로 안 사랑하는 거 같아. 미안해 정말."
뒤에서 형- 하고 부르는 우현을 뒤로 한채 미친 듯이 달려 집에 왔다.
나도 이렇게 까지 하고 싶진 않은데.
*
"진짜진짜, 무지무지 좋아해 성규형."
"나 남자잖아. 장난치지마아."
"형, 나 진짜 너무너무 형 좋다니까? 형 너무 좋아서 미쳐버리겠어 진짜진짜로! 완전! 대박!"
"나같이 못생긴 애를 왜."
"형 완-전 귀엽고 토끼같고 무지 귀엽고 성격도 착하고! 눈웃음도 거업나 이쁘고! 형이 뭐가 못생겼어!"
그 모습이 퍽 귀여웠다.
그 때부터 사귄지 오늘이.. 몇 일이지.
핸드폰을 열어 디데이를 확인해본다.
D-499
내일이 오백일이네.
천일 만일 영원히 가쟀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