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시 나와 비슷한 나이대를 가진 애들이 내게 물었다.
' 너네 아빠는 어디 계셔? 없어? '
' 우리 엄마가 그랬는데, 너네 엄마 미쳤다고 그러더라? '
어른들이 내 뒤에서 수군대기 바빴다.
' 쟤 엄마가 사고 쳐서 저 애를 낳았는데, 글쎄 애를 하루도 빠짐없이 때리기만 한대. '
' 어머… 그래서 얼굴에 저렇게 멍이 가득한 거야? 불쌍하기 짝이 없네. '
모든 사람들의 시선이 불편하고 불쾌했다.
도와주지도 않으면서 뒤에서 수군대며 남을 까내리기 바쁜 사람들.
그들의 공통된 얘기는 늘 하나였다.
아빠, 그리고 엄마.
누군가에게는 행복한 단어가 되겠지만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불행한 단어가 될 수도 있다.
내게 그 두 단어는 기억도 하기 싫고 지우고 싶은 그저 그런 존재일 뿐이었다.
***
시간은 흘러 13살이 되었다.
엄마라고 부르기도 싫은 그 여자한테 폭행을 당하고 집안 한쪽에 방치되었고 폭행에 지친 나는 어느 순간 모르게 정신을 잃었다.
나중에 정신을 차리고 보니 하얀 천장이 보이는 병원이었다. 쓰러져있던 나를 발견한 사람은 이웃집에 살고 있던 누나였다.
오늘도 못 죽었구나,라고 생각하고 있는데 간이 의자에 앉아있던 누나가 무거운 입을 떼며 내게 말하였다.
' 너희 엄마… 돌아가셨어… '
' … '
' 술 마시고 길거리 배회하시다가… 교통사고로… '
그 여자가 죽었다는 소식을 듣게 된 나는 순간 마음 깊은 속에서부터 알 수 없는 기분이 드는 동시에 눈물이 나왔다.
그건 슬퍼서 흐르는 눈물이 아니었다.
이제 더 이상 나는 맞지 않아도 되겠구나, 살았구나,라는 기쁨과 안도의 눈물이었다.
처음부터 내게는 부모란 없었다고 생각하며 자라왔다.
그 여자가 죽고 난 1년 후.
날 버리고 먼저 세상을 떠난 그 여자가 목숨을 바꿔 나온 돈도 끊기고 더 이상 돌봐줄 사람이 없었던 날 거둬주신 분이 바로 날 병원에 데려다주신 이웃집 누나의 어머니셨다.
앞으로 자신을 친엄마라고 생각하며 생활하라고 하셨던 좋은 분이셨다. 아니, 좋았던 분이셨다.
이웃집에서 살게 된 지 3개월이 되던 날.
나와 같은 학교를 다니던 누나를 향해 어느 순간 나도 모르게 호감이 생겼다.
결국 누나의 부모님 몰래 우리는 서로 사귀게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누나의 부모님이 집에 늦게 들어오는 날이셨다.
당시 수험생이었던 누나는 여러 문제에 시달리고 있었고 결국 스트레스 해소를 하기 위해 거실에서 아저씨의 독한 양주를 몰래 마시기로 했다.
싫다는 나를 억지로 붙잡은 누나의 모습에 할 수 없이 자리만 지키기로 했다.
밤이 깊어갈수록 연신 술을 마시던 누나는 점점 눈이 풀리더니 이윽고 날 보는 눈빛이 달라졌다.
불안해하며 자리를 지키고 앉아있는데 갑자기 누나가 입고 있던 옷을 하나씩 벗기 시작했다.
그 모습에 당황한 나는 누나가 더 이상 옷을 벗지 못하도록 붙잡았다.
그러던 그때 일을 마치고 집으로 들어오시던 누나의 부모님이 이 모든 광경을 보게 되셨다.
누가 봐도 오해한 아저씨는 내게 오더니 무자비하게 발길질을 날리셨고 아줌마는 경멸하다는 눈으로 날 보며 누나를 끌어안고 있었다.
그리고 그날 밤, 나는 그 집에서 쫓겨나게 되었다.
다음날 아침이 되었고 아침에 등교하던 누나와 마주했다.
어제 그렇게 된 게 걱정되고, 이렇게 내가 쫓겨난 것이 억울하였기에 상황을 들어보기로 한 거였다.
그런데 어째서인지 날 보고 있는 누나의 얼굴이 화가 나 보였다.
" 너 어제 나 성폭행하려고 했다며? "
" 뭐…? 그게 무슨 소리야 누나… "
" 다 들었어! 네가 나 옷 다 벗기고 그런 짓 하려고 했다며!! "
" 아니야… 난 그러려고 한 적 없어! 누나가 어제 취해서 옷 벗으려는 거 내가 막아줬을 뿐이야!
그때 아줌마와 아저씨가 보시더니 오해하신 거고…! "
" 거짓말하지 마! 너 지금 내가 취해서 기억이 안 난다고 그런 거짓말이나 하는 거야? "
" 허…? 그게 아니라니… "
" 듣기 싫어! 너 같은 건 더 이상 꼴도 보기 싫어! "
누나는 내게 화를 내더니 그대로 날 지나쳐갔다. 너무나 억울한 나는 다시 뒤돌아 누나에게로 뛰어가 팔을 잡았다.
그러자 팔을 잡은 내 손을 쳐내더니 그대로 내 뺨을 내리쳤다.
일방적으로 맞게 된 나는 그 상태로 얼어붙었다.
" 만지지 마! 더럽게 소름 끼치니까… "
그 말을 끝으로 차갑게 뒤돌아 제 갈 길 가는 누나였다.
나는 그렇게 두 번째 버림을 받게 되었다.
***
시간은 흘러 어느덧 17살이 되었다.
갈 곳을 잃게 된 나는 길거리를 방황하며 살아오게 되었다. 물론 계속 이렇게 길거리에서 생활한 것은 아니었다.
지금까지 살아있을 수 있던 건 중학생 때 만난 친구들이 돌아가며 자신의 침대를 내주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하지만 그것도 한계가 있었다. 학교도 제대로 다니지 못한 나는 결국 길거리를 배회하다 악소패거리를 만나게 된 것이다.
악소패거리는 10대와 20대의 열댓 명 정도 있는 젊은 사람들의 집단이었지만 나처럼 사회에 불만이 있는 사람들이 대부분 모여있다고 보는 게 맞았다.
우리는 사람들에게 돈을 뜯어내거나 이유 없이 사람을 패고 다니기 일쑤였다.
하지만 어릴 적 기억 때문에 폭행을 선호하지 않았던 나는 얼마 있지 못하고 그곳을 나오려고 했었다.
그러나 그런 날 붙잡은 여자애가 있었다.
그 애는 처음 날 봤을 때부터 호감이 있었다고 얘기해줬고 날 향해 끝없이 구애하는 그 모습에 조금씩 마음이 열리게 되었다.
나는 그 애만을 생각하고 바라보면서 온갖 악행이란 악행은 다 저질렀던 것 같다.
하지만 그런 내게 돌아온 건 배신뿐이었다.
그 애와 사귄 지 한 달이 되던 날, 나는 그때 사실을 알게 되었다.
나와 사귀고 있던 그 애는 알고 보니 여러 남자들과 사귀고 있었고 돌아가면서 잠자리를 함께 했었다는 것이다.
한 번은 술에 잔뜩 취한 채 내게 이런 말을 했던 적이 있었다.
" 너무 피곤한데 우리 저기 모텔에서 쉬다 가면 안 될까? "
당시 우리는 미성년자였고 나는 안된다, 우린 아직 미성년자다.라며 타일러주었다.
그때는 그 애보다 내가 더 걱정이었다. 나도 남자라 참다못해 큰일을 저질러버릴까 봐 겁이 났었다.
그런데 알고 보니 나보다 그 애가 더 심했던 것 같았다.
나와 사귀는 동안 그런 짓을 하고 다녔다니.
나는 한동안 충격에 빠진 상태로 그 애를 만나지 않고 있었다.
그런데 길거리를 배회하고 있던 어느 날 다른 남자의 팔짱을 끼며 걸어가는 그 애를 발견하게 되었다.
그런 그 애에게 달려가 붙잡고 돌려세웠다.
" 너 지금 뭐 하는 거야? "
" 뭐 하긴, 데이트 중이지. "
" 데이트? 너 지금 남자친구 앞에서 그런 말이… "
" 남자친구~? 누가? 설마 너? "
내 말에 빈정대며 묻더니 이내 자신의 옆에 있는 남자에게 기대며 큰소리로 웃는 그 애였다.
" 너 아직도 상황 파악이 안돼? 너랑 나랑은 이미 끝났어. "
" … "
" 너같이 아무것도 모르는 애랑은 진작에 끝내는 게 맞았어. "
" 너… "
" 그리고 난 단 한 번도 네가 내 남자친구라고 생각해 본 적 없어.
그냥 애들 사이에 들어온 지 얼마 안 돼서 어색해하던 게 귀여워가지고 좀 만나줬을 뿐이라고. "
그 말과 함께 날 지나쳐가는 둘이었고 나는 그저 제자리에서 주먹을 꾹 쥐었다.
나는 아직 상황을 받아들이기 힘들었기에 서둘러 그 애의 어깨를 잡고 돌려세우려고 했다.
자신의 어깨가 잡히자 돌연 소리를 지르는 그 애였고 그 소리에 옆에 있던 남자가 날 향해 주먹부터 날렸다.
주먹에 맞은 나는 그대로 바닥에 넘어지게 되었고 그런 날 내려다보던 여자는 실소를 터트리며 말해왔다.
" 왜 모두가 널 버리려고 했던 건지 이제 딱 알겠네. "
그 말을 끝으로 뒤돌아서는 그 애를 더 이상 붙잡을 수 없었다.
이렇게 또 버림받는구나…
이번이 몇 번째인 건지…
" 민윤기? "
멀리 걸어가고 있는 두 사람의 뒷모습을 보고 있는데 뒤에서부터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고 고개를 돌려 내 이름을 부른 사람이 누구인지 확인했다.
내 뒤에는 초등학생 때부터 알고 지낸 친구가 서 있었다.
***
" 인사해, 우리 아빠 친구분이셔. "
" 안녕, 이름이 민윤기 맞지? "
" … "
친구의 집에서 머물게 된지 어느덧 일주일이 지났다.
친구의 부모님은 정말 좋은 분이라 불편한 기색 한번 제대로 보여주지 않았지만 그래도 눈치가 보였기에 일부로 찜질방에서 생활하겠다고 말한 적이 있었다.
그런 나를 어떻게 할지 고민하던 부모님께서는 특별한 방안을 내게 되셨다.
이틀 후, 갑자기 친구가 소개해주고 싶은 사람이 있다며 카페에 오게 되었다.
그곳에는 장년으로 보이는 남자가 자리에 앉아있었고 카페로 들어오는 우리 둘을 반갑게 맞이해주는 남자였다.
" 너에 대한 얘기는 이미 이 친구와 친구의 아빠로 통해 들었어. 집이 없다고 들었는데? "
" … "
" 이제 곧 추워질 텐데 혹시 지낼 곳은 찾았니? "
" …찜질방이요. "
" 찜질방은 한계가 있지 않겠어? "
남자의 물음에 아무 대답도 하지 못했다. 그저 고개를 숙일 뿐.
그런 나의 이름을 부르는 남자였다.
" 윤기야. 아저씨 따라 갈래? "
" … "
" 아저씨가 조만간 큰 집을 하나 구할 거야. 거기서 같이 살면 좋을 것 같아. "
" 왜 그렇게까지 하려는 건데요? "
나의 물음에 남자는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어나갔다.
" 아저씨의 꿈이야. "
그 말에 어이가 없어졌다.
무슨 꿈이 큰 집을 사서 거기서 다른 사람과 함께 지낸다는 건지.
" 지금 함께 살고 있는 남자애가 한 명 더 있는데 네가 들어와 함께 지내면서 그 애를 잘 봐주겠니? "
" 애요? "
" 아, 완전 애는 아니고. 이제 중학교 2학년이야. "
남자의 말에 망설였다. 내가 과연 저 사람을 믿고 따라가면 인생이 달라질 수 있을까.
걱정 반 기대 반이었다. 한참을 어떻게 할지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 날 바라보는 남자의 눈빛이 보였다.
뭔가 숨기고 거짓을 표현하는 눈빛이 아니었다.
그저 차분한 자세로 대답을 기다리고 있는 모습을 보였다.
그 모습을 보며 이런 생각이 들었다.
' 매번 날 배신한 여자들을 만나는 것보단 지금 내 앞에서 이렇게 진실된 모습을 보여주는 사람을 따라가는 게 맞는 거겠지? '
한참을 고민하다 남자를 향해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작성할 문서가 있어 숙소 근처에 있는 카페로 왔다.
아이스커피를 한 잔 들고 그나마 조용한 구석진 자리로 걸어가 앉으며 노트북을 켰다.
한참을 문서 작성에 신경을 쏟고 있는데 노트북 옆에 놓여있던 핸드폰이 길게 진동을 울렸다.
" 여보세요? "
[ 어디예요? ]
" 나 지금 집 근처에 있는 카페인데? "
[ 거기서 뭐 해요? ]
" 들어가기 전에 작성할 거 다 마쳐놓으려고 잠깐 왔지. "
[ 저 거기 가도 돼요? ]
" 왜? 뭐 마시고 싶은 거 있어? "
[ 아니요. ]
" 그럼? "
[ 그냥 누나 얼굴이 보고 싶어져서요. ]
정국의 말에 아무 대답도 하지 못했다. 말이 없던 날 상상한 것인지 정국이의 웃음소리가 들렸다.
[ 갈게요? ]
" 어… 응, 그래. "
그렇게 통화를 끝내고 노트북 옆에 핸드폰을 내려놓으며 턱을 괴었다.
요즘 따라 애들이 되게 적극적인 것 같네. 이러다 조만간 사귀자고 고백하는 거 아닌가?
시선을 오른쪽으로 굴리며 생각하다가 이내 그럴 리 없다고 생각하며 피식 웃었다.
다시 노트북을 향해 시선을 고정시켰고 문서를 작성하다가 인터넷을 켰다.
인터넷이 뜨자마자 포털사이트 메인에 시선이 가는 글이 보였다.
' YP 기업 보육원에 3억 기부, 회사는 여전히 고공행진 중. '
익숙한 단어에 얼굴이 굳어졌다.
기사를 읽어내리다가 불쾌함을 느끼며 노트북을 잡고 닫았다. 손을 들어 얼굴을 묻고 고개를 숙이다가 아예 테이블 위로 엎드려버렸다.
이 기업은 대체 어떤 방법을 써야 내려올까, 언제쯤이면 저 양의 탈을 벗어내고 본심을 드러내려나.
어떻게 죄를 지어놓고도 저렇게 천하태평, 만사를 누리며 살아가는 걸까.
잊고만 싶었던 과거가 다시 새록새록 떠오르자 그날의 공포가 조금씩 나를 덮쳐왔다.
" 누나? "
나의 구세주 같은 목소리가 들렸다. 엎드렸던 상체를 살짝 들고 고개를 돌리자 동그란 눈으로 날 보고 있는 정국이가 서 있었다.
내 얼굴을 확인한 정국은 맞은편에 앉으며 걱정기 가득한 목소리로 내게 물었다.
" 왜 그래요? 어디 아파요? "
자신의 손을 들어 내 이마를 만지는 정국의 손길에서 벗어나며 아니라고 대답했다.
" 아니면 왜 그래요? 몸이 떨리던 것 같던데… "
" 아무것도 아니야, 그냥 카페가 좀 춥게 느껴져서… "
잠시 말없이 눈을 마주하더니 이내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던 내 손을 살짝 잡았다 떼는 정국이었다.
아무래도 춥다는 내 말에 손을 만져 온기를 느껴보려고 했던 것 같았다.
" 많이 추워요? "
" 응… "
" 그럼 나가요. "
" 집으로 갈까? "
" 아니요. "
" 그럼? "
정국은 테이블에 올려놓았던 내 노트북을 들더니 먼저 자리에서 일어났다.
" 데이트는 어때요? "
***
카페를 나온 우리는 주차해 놨던 차에 노트북을 두고 시내를 걷고 있었다.
구름 한점 없이 파란 하늘 위로 햇볕은 강하게 내리쬐고 있었지만 선선하게 불어오는 바람 덕분에 그리 덥게 느껴지지는 않았다.
정국이와 시내를 활보하고 다니는 덕에 시간 가는 줄도 몰랐던 것 같다.
함께 점심도 먹고, 오락실도 가보고, 노래방도 가고, 길거리에서 하고 있는 공연도 구경했다.
그렇게 쉬지 않고 내내 걷기만 했더니 뒤늦게 다리가 아파져 공원에 배치된 벤치에 앉아있었다.
벤치에 앉아 날씨를 보는데 그렇게 맑고 파랗던 하늘이 어느새 무거운 회색 구름으로 잔뜩 껴 있었다.
" 비가 오려나… "
" 누나. 이제 좀 괜찮아요? "
" 어? 응, 괜찮아. 덕분에 더 건강해진 기분이야! "
어깨를 들썩이며 말하는 날 보며 정국은 살짝 웃어 보였다.
" 정국아, 지금 네가 가지고 있는 꿈은 뭐야? "
" 꿈이요? "
" 응. 어떤 사람이 되고 싶어? "
나의 물음에 정국은 바닥을 내려다보며 잠시 생각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다 이내 무겁게 입을 열며 노래.라고 대답했다.
" 노래? "
" 네. "
" 노래면, 가수…? 싱어송라이터? "
" 네. 형들이 제가 부른 노래를 듣고 힘을 냈으면 좋겠어요. "
정국이의 대답에 기특하다는 생각이 들어 미소가 지어졌다.
" 분명 넌 잘 할 수 있을 거야. 형들뿐만 아니라 네 노래를 들은 모든 사람들이 분명 힘을 낼 수 있을 거야. 힘내 정국아! "
정국을 향해 엄지손가락을 치켜들며 대답해주었다. 그런 날 내려다보더니 피식 웃으며 내 손을 자신의 손으로 감싸 쥐는 정국이었다.
" 누나는 남자친구 안 만들어요? "
" 어…? 남자친구…? "
" 24살인데 설마 아직 모쏠은 아니죠? "
" 야, 아니거든… "
" 목소리에 힘이 없네요? "
" …그러는 너는 여자친구 있어? "
" … "
" 너도 없구나? "
" 안 만든 거예요. "
" 진짜? "
진짜냐고 묻는 질문에 아무 대답도 하지 않고 그저 내 얼굴만 내려다보는 정국.
날 보는 정국의 시선에 나도 모르게 눈을 굴려 바닥을 내려다봤고 정국에게서 손을 빼려고 했다.
손가락을 빼려는 내 손을 오히려 크게 잡는 정국이었고 갑작스러운 행동에 놀라며 다시 얼굴을 마주했다.
놀란 눈으로 자신을 보는 날 몇 초간 말없이 보더니 이내 푸흡, 거리며 손을 들어 입가를 가리고 웃는 정국이었다.
" 누나 방금 되게 토끼 같았던 거 알아요? "
" 야… 네가 갑자기 손을 그렇게 잡으니까 놀라서 그랬지… "
" 그게 그렇게 놀랄 일인가. 요즘 유치원 애들도 다 손잡고 다녀요. "
" 그 애들과 우리는 별개야. "
그 말과 함께 내 손을 잡고 있는 정국의 손을 반대 손으로 떼어냈다.
" 저한테 너무 잔인한 말 아니에요? "
" 잔인은 무슨. 이제 그만 돌아가자. "
돌아가자는 말과 함께 자리에서 일어나는데 동시에 저 멀리서부터 쿠르릉. 거리는 소리와 함께 볼 위로 톡하고 물방울이 떨어졌다.
" 비 오겠다… 빨리 가자. "
" 꽤 쏟아질 것 같네요. 늦기 전에 집까지 뛰어갈까요? "
그렇게 정국이의 말에 따라 집까지 뛰어갔다. 조금만 더 가면 집에 도착하는데 하늘은 뭐가 그리 급한 건지 순식간에 굵은 비를 쏟아내고 있었다.
결국 할 수 없이 잠시 비를 피하기 위해 어느 한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건물 안에서 쏟아지는 비를 보고 있는데 지금 같은 경우를 예상 못한듯한 사람들이 머리 위를 가리며 열심히 뛰어다니는 모습이 보였다.
그런 사람들을 보며 비에 젖은 옷과 머리를 털어내고 있었다.
" 씁, 큰일이네… "
뒤에 있던 정국이의 말에 뒤돌아봤다. 눈가에 손을 올리고 고개를 숙이고 있는 정국의 모습에 걱정이 되어 다가갔다.
" 정국아 왜 그래? "
" 오지 말고 거기 있어봐요. "
오지 말라며 오히려 뒷걸음치는 정국이의 모습에 당황하며 제자리에 섰다.
여전히 고개를 들지 않은 채 한숨을 작게 내쉬는 정국.
갑자기 정국이 왜 그러지, 싶으며 보고 있는데 누군가 우리가 있는 건물 안으로 들어왔다.
그 사람도 비를 피하기 위해 들어온 건가, 싶으며 보는데 내 손목을 잡고 자신의 뒤에 세우는 정국이의 행동에 깜짝 놀랐다.
등을 보인 채 서있는 정국을 보며 왜 그러냐고 물었다.
하지만 그런 내 질문에도 아무 대답 없이 그저 앞만 보는 정국이었다.
" 정국아…? "
나의 부름에도 아무 대답하지 않는 정국이의 모습에 결국에는 입을 다물었다.
그렇게 5분 정도 시간이 흘렀을까.
지나가는 비였던 것인지 시야가 뿌예질 정도로 쏟아지던 빗줄기는 어느덧 눈에 띄게 줄어들게 되었다.
뒤늦게 건물에 들어왔던 사람이 다시 뛰쳐나갔고, 이제 이 공간 안에는 나와 정국이밖에 없었다.
우리밖에 없는데 여전히 말이 없는 정국이가 궁금해져 옆으로 살짝 나와 얼굴을 올려다봤다.
귀까지 빨개져있는 정국의 모습에 가만히 보다가 손을 들어 이마를 짚었다.
" 정국아… 너 미열 있는 것 같아. "
" 미열 아니에요. "
" 아닌데? 열나는데? 비 맞아서 감기 걸린 거 아니야? "
" 아니라고요. "
누가 봐도 감기 걸린 듯해 보이는데 계속 아니라고 대답하는 정국이의 모습에 한숨이 나왔다.
그런 날 힐끔 보더니 다시 고개를 돌려버리는 정국이었다.
" 누나. "
" 응? "
" 진짜 모르겠어요? "
" 뭘? "
" …누나 옷 확인해봐요. "
옷을 보라는 말에 고개를 내려 확인하는데 뒤늦게 밀려오는 민망함에 어딘가 쥐구멍이 있다면 들어가 숨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날씨가 더워 얇은 흰 티를 입고 나왔는데 비에 젖어 그만 속옷이 비치고 있었다.
팔로 몸을 감싸 급하게 자리에 쭈그리고 앉아 몸을 가렸다.
" 야, 너 진작에 얘기해주지…! "
" 그걸 모르고 있는 누나가 더 이상한 거예요…! "
" 나보다 네가 더 걱정되었는데…! 이게 뭐야… "
여전히 빨개진 얼굴로 허공을 보고 있는 정국.
너 그래서 얼굴이 빨개진 거였어?
부끄러움에 고개를 푹 숙이는데 누군가의 목소리가 작게 들렸다.
고개를 들어 정국을 올려다보자 누군가와 통화를 하고 있었다.
" 네, 맞아요. 네 번째로 자주 가던 편의점 있잖아요. 그 맞은편 건물에 있어요. 맞다, 형. 올 때 제 방에서 검정 티 하나만 갖고 와줘요.
쓸 데 있으니까 그냥 갖고 와줘요. 네, 빨리 와요. "
짧은 통화를 끝낸 후 날 힐끔 내려다보더니 이내 나처럼 옆에 쭈그리고 앉는 정국이다.
" …누구한테 전화한 거야? "
" 석진이형이요. "
" 온대? "
" 네. "
정국의 대답에 고개를 숙여 바닥을 주시했다. 그런데 어째 정국의 숨소리가 조금 빨라지게 들려왔다.
고개를 돌리자 굉장히 지친 얼굴로 숨을 내쉬고 있는 정국이었다.
" 정국아…? "
서둘러 손을 들어 정국의 이마를 만지는데 아까보다 더 열이 오른 것 같았다.
" 괜찮아요… "
" 괜찮기는, 열이 점점 오르는데…! "
" 견딜 수 있어요… 누나는 아픈데 없어요…? "
" 나보다 네 몸을 더 걱정해. "
아픈 와중에도 날 걱정해주는 정국의 모습에 속상해졌다.
걱정된 얼굴로 정국의 이마와 볼, 목에 한 번씩 손을 대는데 그런 내게 고개를 돌려 살짝 웃으며 말하는 정국이었다.
" 누나는 아프지 마요. "
정국은 자신의 몸이 들끓는 용암처럼 뜨거워져도 타인부터 걱정해주었다.
위험한 방탄소년단
+
엽떡.... 엽떡이 먹고싶다...
치킨.. 족발... 피자.......
세상에서 맛있는 음식들은 왜 다 탄수화물이고 살이 찔까요?
ㅠ_ㅠ
여러분들 많이 먹고 잘 먹어서 꼭 더위 이기세용 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