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손님분이 나가고 새벽동안 정말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머릿속엔 그 분이 콘돔을 산 이유로 가득 차 있었다. 물론 20대 중후반의 남자로서 살 수 있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 일지도 모른다. 그래도 괜한 분함에, 속상함에 괜히 우울해졌다. 그렇게 우울해 하면서 알바 시간을 지냈다. 그리고 그 다음날 오전 학교에서 였다. 잠의 연속인 시간 속에서 깨어나자마자 문득 어제 그 손님의 말이 기억에 남더라. 그 말을 가만히 곱씹어 보다가 괜시리 얼굴이 붉어졌다. 내 모습을 가만히 보고 있었다는 건가. 이렇게 생각해 보니 다시 기분이 좋아졌다. 학교에서 집을 가기 위해서는 시내 번화가를 꼭 지나쳐야 한다. 번화가는 늘 재미있는 것들 뿐이라 창문을 통해 구경을 하곤 한다. 오후가 되기 전에 학교가 끝나는 터라 시내는 아직 을씨년스럽지만 그 중에 눈에 뜨이는 것이 있었다. 바로, 그 손님분이 어젯밤 입고 온 그 트레이닝 복 브랜드 가게였다. 그냥, 나도 모르는 본능이었다. 버스 정차 벨을 눌렀다. 교통카드를 찍고 내려 가게 쪽을 향했다. 번화가의 중심에 위치한 덕에 가게는 매우 컸다. 따라서 전시된 옷들, 신발들, 악세사리 등등이 많았다. 트레이닝 복 코너 쪽으로 향했다. 색색별로 정리 된 사이에서 어제 손님이 입고 온 회색계열에 노란 줄무늬 트레이닝복을 찾았고, 가격을 보았다. 현재 가진 돈으로는 살 수 없었다. 아쉽지만 다음으로 미루기로 하고 옷을 놓아두고 왔다. 다시 버스를 타고 집에가서 씻고 침대에 딱 눕는데 다시 한번. 어제 손님의 말이 기억이 났다. 이제는 '왜 콘돔을 샀을까?' 하는 생각 보다도 '날 계속 보고 있었나?'라는 생각이 머릿속에 남았다. 알람소리에 눈을 떠, 옷을 대충 집어들고 편의점으로 향했다. 오늘은 그분이 밤에 오기보단 아침에 오기를 바라는 심정이었다. 종소리가 울릴 때 마다 두근거렸다. 이어폰을 한쪽 귀에만 꽂는것을 싫어하지만, 언제 그 손님이 올지 몰라서 그러고 있었다. 새벽이 지나가고, 아침이 밝아왔다. 교대 시간이 다가오고 난 기지개를 켰다. "으아아-" 오랜시간 동안 쭈그려서 핸드폰 화면만 봐선지 정말 피곤했다. 딱 그때, 기지개와 하품의 정점에 종소리가 하나 들렸다. 난 너무 놀라 급하게 팔을 내리고 입을 닫았다. 분명 추했을 것이다. 내가 추한 모습을 보일 때, 그 손님분은 가장 멋있는 정장코트 차림이었다. 첫째날과 똑같이 캔커피를 손에 쥐고 카운터로 왔다. 주머니에서 지갑을 꺼내 민증을 보여주며 말한다. "레종 맨솔 한 갑이요." 하며 씩- 웃었다. 오늘은 민증을 정확히 확인햇다. 난 웃음을 확인하고 휙- 돌아서서 잊을 수 없는 레종 맨솔을 찾았다. 나에게 돈을 주면서 또 한마디. "오- 진짜 안 까먹었네요?" 하며 정말 눈주름이 생기도록, 첫째날 내 가슴에 후빈 미소보다 더 남자답게 웃었다. 기억력이 이렇게 좋은가 그 사람은. 아니 윤두준 씨는.
--= 헐 너무 오랜만이죠 시험끝나고 체력이 방전돼섷...헣핳ㅎ 이젠 자주 올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