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이레빗 (J Rabbit) - 내일을 묻는다
응급의학과 또라이 00
2018년의 나는 28살, 모두가 말하는 청춘이다.
내가 아주 어렸을 때 그런 생각을 한 적이 있다.
이 세상이 나를 인정할 만큼 멋진 사람이 되겠다고.
그러나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은 너무나도 넓고 무서웠다.
나는 어렸을 때부터 공부를 줄곧 잘해왔다.
고3이 될 때까지 미래에 대한 생각을 제대로 해본 적이 없었다.
그때는 그냥 흰 가운을 입고 아픈 사람들을 돌보는 의사 선생님이 멋있어 보였다.
그래서 죽도록 공부했고 결국 의대에 들어갔다.
의사들처럼 존경받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그리고 대학에 입학하고 나서 쓴 맛을 봤다.
의사는 그저 멋있는 직업이라고만 생각했는데 몸으로 겪어보니 그렇지만은 않았다.
실습을 하면서 토를 한 적도 많고 트라우마가 생기기도 했다.
정말로 다 포기해버리고 싶었다.
“포기할 거면 지금 포기해.”
“... 뭐?”
“의사 하고 싶어도 못 하는 사람 많아.”
“...”
“우리는 앞으로 더 힘들 일만 남았고”
“자신 없으면 그냥 지금 포기했으면 좋겠다.”
20살에 처음 만난 친구 황민현은 의학에 관해서만큼은 한없이 냉정했다.
이상하게도 그날, 황민현의 한 마디가 내 머리를 크게 한 방 때렸다.
황민현은 실습을 하면서도 실핏줄이 터질 때까지 밤을 새며 공부를 했다.
어떻게든 모르는 건 알아내려 했고 최선을 다했다.
나에게 황민현이라는 사람은 좋은 친구이기도 했지만 큰 자극이기도 했다.
그래서 포기하고 싶을 때마다 황민현을 떠올리며 이를 악물었다.
결국 2018년의 나는 우리 대학병원의 레지던트가 되었다.
민현이 역시 레지던트고 나와 응급의학과 레지 1년차 동기다.
“자기야 오늘따라 예쁘네”
“야 여기 병원이야. 미쳤어?”
“뭐 어때. 아무도 없는데.”
그리고 이 능구렁이 같은 황민현과 연애, 그러니까 비밀연애를 한지 1년 정도 됐다.
조금 달달해진 분위기를 비웃기라도 하는 듯 콜이 울려댄다.
응급 환자들이 이송되면 이곳은 전쟁터가 된다.
“TA 환자입니다. 현재 바이탈 매우 불안정하고 흉부골절 의심됩니다.”
*TA(Traffic Accident) : 교통사고(환자)
*Vital : 환자의 생명유지와 관련된 수치 (혈압 등)
“흉부외과 김쌤 콜해. CT 준비하고.”
응급의학과에서는 말 그대로 응급 환자들을 일차적으로 처치한다.
상황에 따라서 해야 할 처치들이 무수하기 때문에 단 한 순간도 정신을 놓쳐서는 안 된다.
한바탕 소동이 끝나면 늘 그렇듯 다리에 힘이 풀린다.
오늘도 실수하지 않아서 다행이다.
“너 목에 피... 긁혔어?”
그 말을 듣고 보니 따가운 것 같기도 하고...
확인할 힘도 없어 그냥 손으로 벅벅 닦았다.
화난 표정을 내 손목을 잡고 끌고 가는 황민현이다.
화난 표정과는 달리 침착한 손길로 내 목을 둘러보고는 능숙하게 처치를 한다.
“아 아파.”
“엄살은...”
가까운 우리 거리가 느껴져서 괜히 헛기침을 했다.
“이렇게 가까워진 김에 뽀뽀 한 번만 해주면 안 될까?”
“변태. 치료 끝났으면 나 간다!”
달아오르는 얼굴을 움켜쥐며 방을 빠져 나왔다.
편히 발 뻗고 자보고 싶다는 소박한 꿈을 마음 한 켠에 지닌 채,
그리고 앞으로의 인생에서 오늘이 가장 젊다는 것도 잊은 채.
우리는 오늘도 치열하게 우리의 오늘을 보내는 중이다.
힘들기도, 달콤하기도 한 나의 병원 생활 맛보기는 여기까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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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ㅎㅎ 벌써 12시가 넘어서 많은 분들이 보실지 모르겠네영ㅜㅜ 갑자기 너무 뜬금포죠? 사실은 제가 단편 하나를 썼다가 너무 마음에 안 들어서 못 올리고 있었어요ㅠㅠ 바로 오고 싶었는데 요즘 글과 사이가 너무 안 좋네요.. 이 글은 갑자기 뽐뿌 와서 쓴 글 맞고요.. 병원과 의학에 관해서는 냉철하지만 남자친구로는 츤츤다정한 민현이 글을 한 번 써보고 싶었어요. 대학 생활이나 인턴 때 얘기는 차차 등장할 예정이고요! 왜 응급의학과를 선택했는지 뭐 그런 것들도 하나씩 만들어 풀어 볼게요. 아직 프롤로그라서 글이 조금 심심하지만 앞으로는 더 달달하고 흥미진진할 거예요^_^ 아마도요... 아직 많이많이 부족하지만 이번 글도 많은 독자님들이 좋아해주셨으면 좋겠네요. 아 그리고 괜찮으시면 댓글 한 번씩만 부탁드려요:} 이 글을 얼마나 연재할지, 어떻게 연재할지는 독자님들의 의견이 중요하니까요-! 오늘도 넘넘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