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코 (ZICO) - SoulMate (Feat. 아이유)
응급의학과 또라이 01
“황민현 너 아침 또 안 먹었지?”
“... 어떻게 알았어?”
“확 그냥 때려버릴까 보다.”
“어... 과장님 오셨습니까.”
갑자기 인사를 하는 황민현 때문에 나도 따라 고개를 숙였다.
“뻥이야.”
아오...
뭐가 좋다고 저렇게 박수까지..?
자기가 불리할 때마다 저러는데 바보같이 왜 맨날 당하는지 모르겠다.
내가 언젠가는 제대로 복수하고 만다.
병원에서의 하루는 무지하게 길다.
하루에도 수백 명이 응급실을 찾아오고 그 중에서도 몇은 이곳에서 생사를 오간다.
끝이 안 보이는 CPR과 제세동기로 멈춘 심장을 다시 돌려놓기도 한다.
* CPR (cardiopulmonary resuscitation) : 심폐소생술
그러나 그것도 운이 좋은 경우에만 그렇다.
그 후에도 심장이 박동하지 않을 때, 그때 사망 선고를 내린다.
의사라는 직업이 가장 싫고 괴로울 때다.
이제는 사망한 환자들을 꽤나 많이 봤지만 볼 때마다 마음이 저려온다.
레지던트가 되고 우리 밑으로는 인턴들이 들어왔다.
들어 온지 얼마 되지 않아 패기 가득한 모습이 마치 인턴 초기의 나와 같았다.
사실 그 패기만으로 버틸 수 없는 곳이 이곳, 우리가 일하는 병원이다.
차트 작성 실수를 한다든지 차트 작성 실수를 한다든지...
하나부터 열까지 배울 게 너무나도 많은 시기다.
누구나 살면서 실수는 할 수 있다.
그러나 이곳에서는 그 작은 실수조차 용납되지 않는다.
인턴들이 작성해놓은 차트를 열심히 보다가 또 실수를 발견했다.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화를 참느라 무지 애를 썼다.
“김재환. 네가 오늘 작성한 이대휘 환자 차트 다시 확인해.
제대로 작성한 거 맞아?”
곧이어 자신의 실수를 발견한 듯 하얗게 얼굴이 질리는 인턴 김재환이다.
분명히 화를 내고 욕을 하려고 했는데 벌써부터 쫄아있는 모습을 보고 차마 그럴 수가 없었다.
“죄송합니다. 진짜 죄송해요 쌤...”
“...”
왜 자꾸 웃음이 나오는지 모르겠다.
“나 아직 아무 말도 안 했는데.”
“...네?”
“다음부터는 정신 똑바로 차려. 황민현한테 걸렸으면 너... 어우..”
“넵... 감사합니다.”
풀이 죽어 꾸벅 고개를 숙여대는 김재환이다.
뻑 하면 실수하고 정신 못 차리던 나의 처음이 떠올라서 안쓰러웠다.
“가봐. 대충 뭐라도 좀 챙겨 먹고”
“네. 저기... 쌤 이거라도 드세요.”
재환이가 내 손에 쥐어준 건 새콤달콤 포도맛.
짜식...
친절한 선배에게 감동받은 눈빛이 꽤나 귀여웠다.
“왜 그러고 있어? 이 새콤달콤은 뭐고”
“그.. 인턴 막내가 주고 갔어. 귀엽지.”
“김재환...? 역시 마음에 안 들어”
“아 오해는 금물이야. 나 진짜 좋은 선배였거든 방금!
그리고 나는 귀여운 거보다 섹시한 거 좋아해.”
“...?”
“황민현처럼”
“... 하여간 발랑 까졌어.”
황민현이 좀 또라이라고 말했었나...?
이 새콤달콤 하나가 황민현을 자극할지는 몰랐다.
봉합 수술을 끝내고 나오는데 내 가운 주머니에 뭔가를 한가득 넣는 황민현이다.
뭔가 싶어서 봤더니 새콤달콤이었다.
맛 별로 두 개씩... 진짜 많이도 사왔다.
“나 이거 다 먹으면 내가 누워서 진료 받아야 돼.”
“아껴뒀다 먹어.”
하여간...
이 구역의 미친놈 황 선생 덕분에 오늘 응급실에 온 아이들에게 달달한 선물을 하나씩 건넬 수 있었다.
그리고 오늘은 오랜만에 회식이 있는 날이다.
민현이와 내가 레지던트가 된 축하 기념 파티랄까.
미루고 미루다가 오늘에서야 하게 됐다.
얼떨결에 주인공이 된 덕분에 오가는 술이 많았다.
난 주량은 센 편이지만 위염 때문에 술을 좀 피하는 편이다.
뭐, 오늘은 그 다짐이 산산조각 났지만...
황민현은 주변의 눈치를 봐가며 나를 콕콕 찔러댔다.
“속 괜찮아?”
“멀쩡하니까 걱정하지 마.”
황민현이 옆에서 물을 얼마나 주는지 배불러 죽는 줄 알았다.
덕분에 화장실 가고 싶어 죽겠네.
“저... 화장실 좀 다녀오겠습니다!”
볼일을 보고 대충 얼굴을 확인하고 밖으로 나왔더니
민현이가 서있었다.
“아 깜짝이야.”
“가자 이제”
“삐졌어...? 나 마시지 말라는데 계속 마셔서?”
“...”
“그런 거야? 응?”
“... 아무 말도 하지 마”
“미안.. 선배들이 주는 술을 어떻게 거절해...”
“알아.”
“나도 다 아는데”
“그래도 짜증나 이성경”
그리고는 먼저 걸어가 버린다.
황민현은 지금 내가 걱정돼서 저러는 거다.
“안 따라올래?”
“응?”
“빨리 와.”
참 나...
자기가 먼저 가놓고서는...
대충 해야 할 일이 있다고 둘러대고는 병원으로 가는 길이다.
밖으로 나왔더니 날씨가 은근히 쌀쌀했다.
술이 깨서 좋기도 하고 몸이 으슬으슬하기도 했다.
걷는 속도를 줄이던 민현이가 가디건을 벗어서 입혀준다.
정색은 하면서도 가디건을 입혀주고 있는 게 너무 귀여워서 웃음이 나왔다.
“나 아직 다 안 풀렸어.”
“... 웅”
“너 내일 또 감기 걸렸다고 찡찡댈까봐 그러는 거야.”
“ㅋㅋㅋㅋㅋㅋ 누가 뭐래?”
“...”
“자기야”
“꼭... 나 화났을 때만.. 자기라고 부르더라 너는?”
“ㅋㅋㅋ 치 싫음 말고”
“아니 누가 싫대...”
이렇게 우리의 싸움은 또 싱겁게 끝이 났다.
"성경아 그래도"
"너 위 안 좋으니까 앞으로는 조심, 응?"
"알았지?"
결국 황민현은 손가락으로 도장까지 받아낸다.
정말 어이없게도 그 다음날, 내가 아닌 민현이가 감기에 걸렸다.
끝까지 괜찮다며 응급실을 뛰어 다니다가 결국 숙직실에서 잠깐 잠든 황민현이다.
오후에 시간이 잠깐 생겨 숙직실에 가봤더니 민현이가 혼자 자고 있었다.
대충 침대에 걸터앉아 수액을 꽂아줬다.
이럴 때는 진짜 의사하길 잘했다 싶다.
“너 일부러 아프게 놨지.”
민현이가 한껏 잠긴 목소리로 말했다.
쌩쌩하던 놈이 누워있으니까 괜히 막... 눈물이 나고 그랬다.
“야... 너 울어?”
“...”
“성경아”
나는 민현이가 내 이름을 부를 때가 참 좋다.
“성경아.”라는 그 말속에 많은 게 느껴져서.
자꾸만 눈물이 날 것 같아 두 눈을 꾹꾹 눌렀다.
“아... 아픈 건 난데 왜 네가 울어”
“속상하니까 그렇지..”
“이제 아픈 것도 마음대로 못 아프겠다 이성경 때문에”
“그래. 좀 그래라 너는...”
“근데 나 뽀뽀 한 번 하면 다 나을 것 같은데 진짜로”
“지랄하네.”
이 와중에도 장난을 쳐대는 황민현 때문에 헛웃음이 나왔다.
빨리 낫기라도 하라는 마음으로 진짜 뽀뽀라도 한 번 해주려고 했는데 눈치 없이 콜이 울린다.
“갔다 와...”
귀엽고 섹시하고 혼자 다 하는 민현이의 입술에 얼른 뽀뽀를 해주고 숙직실을 빠져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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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독자님들:) 오늘은 다행히도 12시 전에 글을 업로드하게 됐어요ㅎㅎ 이번 글을 독자님들이 많이 좋아해주셔서 감사할 따름이에요ㅠㅠㅠ 암호닉도 벌써 다섯 분이나 신청해주시고 신알신도 엄청 늘었더라고요(울컥) 사실 제 최근 글들이 날아가기 전에 100이 눈 앞이었는데 다시 막 줄었었거든요... 그랬는데 어느새 100을 넘었네요ㅜㅜ 여러분들의 신알신, 댓글 하나하나가 너무 소중하고 감사해요! 제가 글을 계속 쓸 수 있도록 응원해주셔서 늘 고마워용♥ 1편도 프롤로그만큼이나 재미있으셨길 바라요,, 앞으로 더 노력하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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