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떨결에 집까지 들어오게 된 정국은 크리스마스가 되면 저녁마다 케이크를 부는 엄마 덕분에 식탁에 앉아 케이크 불을 붙이고 있다.
정국이 불을 다 붙이고선 성냥 불을 끄자, 곧 을이의 어머니는 턱을 괸채로 부담스럽게 정국을 바라보고있다.
"그.. 불 다 붙였습니다.."
아! 그래요! 자! 소원 빌고!!! 어머니가 먼저 두손을 모아 눈을 감자, 을도 따라 두손을 모아 눈을 감는다.
그와중에 아버지는 정국이 아직도 신기한지 계속 뚫어져라 바라보았고, 정국은 뻘쭘한지 곧 급하게 눈을 감는다.
정국이 눈을 떴을 때도, 아버지는 정국을 계속 보았고, 어머니는 아버지의 팔뚝을 팔꿈치로 툭- 치고선 말했다.
"그만 좀 쳐다봐요. 자, 먹어! 먹어요."
직접 케이크를 잘라 접시에 담아주는 어머니에 을이는 어색하게 웃으며 정국을 올려다보았고
정국도 어색하게 웃으며 을을 내려다보았다. 어쩌다 이렇게 됐을까..
그래도.. 멀리.. 오랫동안 못보는데 이렇게라도 마주친 것도 좋은 것 같아.
"소원 뭐 빌었어?"
"비밀."
"비밀? 궁금해!"
"소원 비는 건 원래 말하는 거 아니래."
"그래??"
을이 바보처럼 그래? 하고선 포크로 케이크를 찍어 한입 먹자, 정국은 그런 을이 귀여운지 웃음을 참는다.
갑자기 아버지가 일어나 냉장고에서 맥주를 갖고 오더니 식탁에 소리나게 내려놓고선 말한다.
"자네 부모님이랑도 술 안마셔봤나?"
"아,네."
"진짜?"
"네."
"왜?"
"네?"
왜? 하고 정말 순수한 눈으로 묻는 아버지에 정국은 당황한듯 허.. 허.. 웃었고 을이는 고개를 저었다.
한잔 하게!! 갑자기 소리치며 컵에 맥주를 콸콸 붓는 아버지에 어머니가 세상에 세상에 하며 팔을 잡고 말린다.
정국은 괜찮다며 컵을 두손으로 받아 받치고선 웃었고, 을이는 그 모습마저도 멋있다며 박수를 친다.
"어머니는 뭐하시나."
"최근에 꽃집 운영.."
"아버지는!"
"대학 교수이십니다."
"오.."
오는 무슨 오야! 어머니가 괜히 창피한지 한숨을 내쉬었다.
"멋지잖어. 꽃집에, 대학 교수 안멋져?"
"멋져!"
둘은 또 투닥거린다. 평소에 사이도 좋으면서 괜히 쓸데없는 걸로 저렇게 다투신다니까.. 톰과 제리같아.
짠 하고 맥주를 원샷하는 둘에 을이 긴장한듯 정국을 바라본다.
혼자서 맥주 두캔을 마신 아버지는 쇼파에 거의 눕듯이 앉으셔서 눈을 감았다.
어머니는 풉- 웃으며 정국에게 볼 것도 없지만 집 구경하라며 을이에게 손짓을 했고
을이 고개를 끄덕이고선 정국을 방으로 먼저 데리고 들어온다.
문을 빼꼼하게 열어놓고선 을이 침대에 앉자, 정국이 을이의 앞에 서서 을이의 머리를 쓰다듬는다.
"너 어머니랑 많이 닮았어."
"자주 들어! 키도 완전 비슷하지!"
"응. 판박이."
"오빠가 아빠랑 많이 닮았거든.. 사진 볼래?"
을이 책상 위에 있는 오빠의 단독 사진을 보여주었고, 정국이 액자를 보고선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게.. 진짜 판박이네? 정국의 말에 을이 해맑게 웃으며 자신의 옆을 팡팡- 쳤고, 정국이 그 옆에 앉았다.
정국이 술을 먹고도 멀쩡한 게 신기한지 을이 정국의 얼굴을 빤히 보고선 말했다.
"너는 왜 안취해?"
"맥주 몇모금 마시고 뭘 취해?"
"오오오!!"
"너 예전에 와인 음료수인줄 알고 마셔서 취한 거 생각난다."
"…아!"
"갑자기 어? 정국이다! 이러는데 엄청 웃겼어."
"완전.. 잊고싶다.."
"왜. 매일 자기 전에 생각나는데."
"우으으..완전 별로."
"그래도.. 가기 전에 네 방도 들어와보네. 되게 깔끔하다. 냄새도 좋아."
"깔끔하게 정리는 했어도 먼지는 짱많아..!"
"티 안나."
"그치?"
"응."
"그.. 짐은 다 쌌어?"
"아니. 오늘 가서 싸야지."
"아아.. 내일은..?"
"내일은.. 서울에 잠시 다녀와야 돼. 그리고 모레 바로 점심에.."
"아아.. 너무 빨리간다."
둘은 또 어색해졌다. 다른 얘기를 하다가도 떠난다는 얘기가 나오면 바로 조용해진다.
을이 속상해 하는 게 보이는지 정국은 그럴 때마다 을이의 손을 꼭 잡아준다.
둘은 말을 하지 않아도 서로 알 수 있었다. 서로는 얼마나 속상한지.. 누구보다 더 잘 아니까.
누군가 빼꼼히 문을 여는가하면...
"아, 정국아 축구 한다고 했지? 이 벳지 가지렴. 예전에 2004년 월드컵 보러갔을때 그 앞에서 산 건데."
축구공 벳지였다. 어머니가 특별히 주는 거라며 벳지를 건내주었고, 정국은 그런 어머니에게 웃으며 고개숙여 말했다.
"감사합니다."
"다음에 또 놀러오라고 해. 그땐 맥주 한캔씩 하자고."
"아니에요."
"왜 아니야? 같이 맥주 마시면 얼마나 좋게? 너는 네 남자친구랑 아빠랑 친한 게 별로냐?"
"…그게 아니라!"
"그게 아니라?"
"정국이 이제 내일모레면 여기 없단 말이에요."
"어? 왜!"
"…축구 때문에 서울 가게 됐어요. 2년 넘게 못봐요.. 이제."
을이 금방이라도 울 것처럼 울먹거리자, 아버지는 당황한듯 얼음처럼 얼어서 가만히 서있었고
을이 방으로 빠르게 들어가버리자, 아버지는 손까지 벌벌 떨며 어머니를 보았다.
술이 약한 아빠가 술기운에 신나서 저렇게 말씀하셨지만.. 그래도 내일모레면 가는 정국이를 생각하면 너무 슬퍼서 화를 내버렸다.
을이는 방에 들어와 침대 밑에 숨겨두었던 신발 박스를 보았다. 분명 주려고 산 건데 주고싶지 않아.
저걸 주면.. 한참을 못볼 테니까.
정국이 오늘따라 을이에게서 오지 않는 전화에 핸드폰만 빤히 보다가 집 앞에 도착해서야 을이에게 먼저 전화를 걸었다.
얼마 가지않아 바로 전화를 받는 을에 정국이 처음으로 뜸을 들이다 말했다.
"뭐해?"
- 응? 그냥 방에.
"미안해."
- 뭐가 미안해..?
"내일 같이 못있잖아. 미안해."
- …뭐가 미안해. 미안해 하지 않아도 돼! 정말로.. 나 괜찮은데..
"네가 싫다고 하면.."
- ……
"서울 안갈게."
- 아..아니야! 정말로 괜찮아.
"아니야. 너무 부담 갖지 말고 생각해줘. 난 정말 괜찮아.
어차피 서울 가서 훈련 받는다고 해서 정확하게 선수가 될 수 있는 것도 아니니까."
- ……
"응? 을아."
- 정말 괜찮아, 정국아. 진짜 너한테 하고싶은 말이 너무 많은데.. 너무 복잡해서 길게는 말 못하겠고.
내 걱정은 안해도 돼. 나는 너 응원 할 자신 있어.
"……."
- 그러니까. 오늘 일찍 자서! 내일 서울 가고!! 긴장하지 말고.. 모레는 웃으면서 헤어지자!
정국이 들리지 않게 한숨을 내쉬었고, 언제부터 있었는데 뒤에 서있던 어머니가 정국의 옆을 지나며 말했다.
"전화 끊고 나랑 얘기 좀 하자."
어머니가 먼저 아파트 안으로 들어섰고, 정국은 표정이 굳어서는 을이에게 말했다.
"다시 전화할게."
"너 여자친구 있었니?"
"네."
"왜 말을 안해?"
"……."
"엄마한테는 말해줘야지! 네가 그래서 여태동안 축구 하려는 걸 꺼려한 거구나."
"제가.. 여자친구가 생긴 걸.. 왜 엄마한테 말해요."
"…뭐? 여자친구 때문에 네가 버르장머리가..!"
"여자친구 때문에 그런 거 아니고, 그냥 잠깐 제가 축구를 해야 행복한 걸까. 혼란스러워서 방황했던 거 뿐이에요.
여자친구를 엄마가 생각하는 제 부정적인 모든 곳에 끼워넣지 말아주세요."
"뭐?"
"엄마가 원하는대로 결정했잖아요. 저 이제서야 내가 하고싶은 게 축구구나 깨달았어요. 근데 엄마가 이렇게 말씀하시면
저는 더 흔들릴 수밖에 없다구요."
"정국아."
"들어갈게요."
거실에서 얘기를 하다 아버지는 퇴근을 하고 집에 들어왔고, 정국이 표정이 좋지 않은 상태로 방으로 들어가자
아버지는 또 왜 이래? 하며 어머니에게 괜히 짜증을 내었다.
"정국이가 여자친구가 있었어."
"그게 왜."
"여자친구 때문에 축구 하기 싫다고 한 게 분명하다니까."
"애 좀 그만 납둬.. 안그래도 친구들이랑 멀어지면 답답할텐데."
정국이 방에 들어와서 을이에게 전화도 하지 못하고 침대에 누워 핸드폰만 바라보았고
곧 아버지가 노크를 하자, 정국이 벌떡 일어나 아버지를 올려다보았다.
아버지는 정국의 책상 의자에 앉아서 정국을 내려다보며 헛기침을 했고, 정국도 괜히 이 어색한 아빠, 아들 조합에 뻘쭘한지 다른 곳을 본다.
" 아무래도 우리 둘이 같이 이렇게 있었던 적이 없어서 그런지.. 아들 넌 아빠가 어색하지?"
"……."
"네."
"그래. 우리 아들 솔직하네."
"……."
"여자친구 있니?"
"……."
"여자친구가 너 서울에 가는 건 알고?"
"네."
"그럼 여자친구를 위해 더 열심히 노력해. 월드컵에 나가서 여자친구 이름도 부르고 말이야."
"……."
"아빠도 사실은 축구를 배우기 전엔 첫사랑이 있었어. 네 엄마 말고.. 비밀이다."
"……."
"내가 1년을 넘게 기다려야 될 것 같다고 말했더니. 그 첫사랑이 날 미련도 없이 버렸어. 헤어지자고 바로.. 말도 마. 얼마나 냉정해.."
"……."
"기다려준다는 빈말도 안하고.. 너무하지? 근데 어찌됐건.. 첫사랑이라 2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생각이 나."
"……."
"그러니까. 정국이 너도 첫사랑이면.., 보내지말고 꼭 붙잡아. 너 자신을 믿게 만들어..
1년이던 10년이던 기다리게 만들어서, 꼭 네 여자를 만들어라. 아빠처럼 후회 하지 말고."
"……."
"내일 서울 가잖아? 짐은 다 쌌어?"
"아뇨. 아직이요."
"그래. 얼른 짐 싸. 잘 자라."
아버지가 그 말을 하고선 방에서 나가려고 했을까. 정국의 목소리가 아버지의 발목을 붙잡았다.
"아빠."
"……."
"감사합니다."
"……."
"……."
"뭘 고맙다는 건진 모르겠지만. 알겠다."
드디어.. 정국이 가는 날이었다. 을이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울지 않으려 최대한 계속 세수를 해보았다.
세수를 해도 이렇게 눈물이 나는데 어떡하지.. 최대한 슬프다는 걸 보이면 안 돼.
냉동실에 넣어두었던 숟가락을 눈에 대고선 한참을 있자, 문이 열린 을이의 집에 지수가 기지개를 쭉 피며 들어온다.
"너 뭐해?"
"눈 부운 거 티날까봐."
"헤에에.. 그냥 울어! 전정국 그 놈은 네가 슬퍼하는 걸 좀 알아야 돼."
"근데.. 더 슬픈 건.."
"……."
"태형이랑 지민이한테 말 안해도 되는 거 맞겠지..?"
"…야."
"응?"
"숟가락 내려보거라."
을이 천천히 숟가락을 내렸을까. 지수의 뒤로 뿅 하고 나타나는 태형과 손을 흔드는 지민에 을이 눈물을 쏟았다.
"좀 이따 울어야지! 지금 울면 어떡하냐!? 야야!"
"우리한테 말 안한 거.. 서운하지만, 을이 너니까 봐줄게."
"이제 한시간 뒤면 정국이 출발인데. 얼른 준비하지? 노을?"
서울까지는 아버지가 데려다주시기로 했고, 조금만 더 있다가 가자는 정국의 말에 아버지는 고개를 끄덕이고선 차에 기대어 담배를 핀다.
정국이 팔짱을 낀채로 서서 애들이 오기만을 기다렸고, 곧 저 멀리서 우다다 달려오는 네명에 정국이 웃으며 애들을 보았다.
아버지는 담배를 피다말고, 정국이 웃는 소리에 놀래서 정국을 보았다.
아들이 저렇게 웃는 것도 10년만인 것 같아.
애들만의 시간을 내주어야 할 것 같아, 아버지는 차에 먼저 타계셨고..
"야 전정국! 이 배신자!!!"
"뭐냐 너넨?"
"그래. 배신자.. 어떻게 말도 없이 그냥 가려고 하냐."
정국이 을을 보았고, 지수가 급히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내가 말했어. 아무래도 우리 완전 짱 베프인데. 말도없이 그냥 가는 건 완전 싸가지같아서."
"……."
을이 어색하게 자꾸만 웃자, 정국은 한숨을 내쉬고선 애들의 얼굴을 한 번씩 보았다.
이러면.. 내가 가는 게 힘들어지잖아.
"정국아.. 가서도 아프지 말고, 밥도 잘 챙겨먹고..!"
"야야 노을. 전정국이 죽으러 가냐? 그리고 니네 안만날 것도 아니잖어."
"…그래도."
"노을 얘 안되겠다. 너 먼저 집가라! 배웅은 우리가 한드아! 야! 전정국 1년동안 내 베프해줘서 고마웠다잉.
가서도 노을이한테만 연락 하지 말고, 나한테도 연락해!! 솔직히 너랑 같이 다니기 전에는 내가 인기 더 많았는데.
너랑 같이 다니고 나서부터 네 시크함에 여자애들이 너로 갈아탔걸랑. 이제 내 세상이야. 음하하하.."
"그랬었냐."
"그랬었냐? 야!! 나 인기 많았어!!!"
훠이- 정국이 평소처럼 태형을 무시하듯 손을 휘이 저었고, 곧 다음으로 지민이 '내 차례인가?'하고선 말했다.
"나는 작별 인사는 길게 하는 편이 아니라. 잘가라 싸가지. 연락하고."
"싸가지?"
"여태동안 말 안했지만, 너 싸가지 없어."
"…참."
"자! 이제 내 차례냐? 그래애! 솔직하게 말해서. 나 1학년때 너랑 먼저 친해졌잖아? 그래서 지민이랑 태형이 만날 수 있었어.
그래서 너한테 항상 고맙다고 말하고 싶었는데. 너무 낯간지러운 말이라 말도 못했었거든? 근데 이제서야 하네.
이 순간이 조금은 고맙기도 해. 가서도 우리 잊지마라? 진짜.. 너 2년 뒤에 우리한테 와서 무시하고 그러잖아? 그럼 바아아로!! 고자 킥이야!!
그리고 사실.. 너 1학년 겨울 방학식 때.. 엠피쓰리 고장났던 거.. 사실 내가 떨궈서 망가진 거야. 미안."
"너인 거 알고 있었어. 너 거짓말 하느라 식은땀 흘렸잖아."
지수는 잇힝.. 하고 애교를 떨며 귀여운 표정을 지었고, 태형이 우웩- 토하는 시늉을 하자, 이번엔 을이 정국에게 할말이 있는지 정국을 빤히 보았다.
긴 말들을 할 수 없었다. 여태 너에게 많이 했으니까.. 내가 해줄 거라곤.. 오롯이 네 걱정들 뿐이다.
"연락 할 수 있으면 바로 해."
"알았어."
"연락 안 돼도, 해."
"응."
"이거."
을이 손에 들고있던 신발 박스를 주었고, 정국이 그 박스를 받아낸다.
태형이 괜히 오오오 뭐야? 하며 상자에 냄새를 킁킁 맡았고, 지수가 태형의 머리를 탁! 친다.
"축구화!용돈 모아서 산 거니까..! 꼭 신고 축구 해야 돼."
"고마워."
"응! 이제 가야 되지.."
을이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차 안에서 문을 열고 아버지가 '가자' 소리쳤고, 정국이 고개를 끄덕였다.
정국이 을이의 머리를 쓰다듬었고, 곧 지민이 먼저 눈치껏 뒤돌며 말했다.
"우리 뒤돌아 있을게. 너네 하려고 한 거 해라."
"그래애! 나도 돈다."
"그래애. 우리 눈치 보지말고 뽀뽀해."
셋이 모두 뒤를 돌았을까. 을이 바로 발꿈치를 들고선 정국의 입술에 뽀뽀를 했다.
정국은 웃으며 을을 내려다보았고, 정국이 뒤돌아있는 셋에게 말했다.
"간다."
그 말에 모두가 다시 뒤를 돌아보았고
정국이 을이의 볼을 한 번 꼬집고선 뒤돌아 차쪽으로 다가가자 지민이 소리쳤다.
"을이 우리가 잘 데리고 있을게. 걱정 마."
"그래앵! 잘 괴롭히고 있을 게!! 잘다녀와라! 베프여!!"
정국이 살짝 뒤를 돌아보았을 땐, 지수가 눈물이 고인채로 정국을 보고 있었고.
을이는 곧 울음이 터져 정국이 가는 모습을 볼 자신이 없는지 뒤돌아 등돌려 엉엉 울기 시작했다.
차에 탄 정국이 미련이 남지 않게 뒤를 돌아보지 않았고.. 아버지가 룸미러를 보고선 말했다.
"저 키 작은 여자애가 여자친구니."
"…네."
"예쁘네."
"……."
"귀엽고."
"네. 예뻐요. 엄청."
3년후
2018 월드컵
- 골! 골 골 골 골 골!!!!!!!!!!!!!!!!!!!!!!네! 이번에 처음 출전한 전정국 선수가! 첫 골을 넣었습니다!!! 아!! 대단해요!
"와아아아아아아아아악! 저 자식 물건이네! 물건이야!!!!!!"
뭐야 골이야? 골!!?? 소방대원중 한명이 소리를 지르자, 곧 석진이 방금 출동 갔다와 도착해서는 급히 티비 화면을 보았다.
정국의 얼굴이 화면에 뜨고, 석진은 웃으며 혼잣말을 했다.
"대단하네. 저 친구."
구급출동 구급출동- 술 먹고 넘어져 머리 부상-
아무래도 월드컵이라 소맥에 치킨을 먹으며 월드컵 경기를 보는 사람들 덕에 새벽에 출동이 잦았고
급하게 엠뷸란스 운전석에 타면서도 카톡- 하고 울리는 핸드폰에 핸드폰을 보자
[정국이 골 넣었어!! 봤어!?!?! ㅠㅠㅠㅠㅠ 대박 ㅠㅠㅠㅠㅠ
- 지수♥-]
지수에게서 온 카톡에 석진이 웃으며 답장을 보낸다.
[그 덕분에 출동 걸려서 나가는 중이시다 ㅋㅋ]
"대한정국! 짝짝짝짝짝!! 먹고 죽즈아!!! 으아아아악!!!!!"
"야! 그만 좀 마셔라. 진짜.. 얘가 술 먹고 죽으려고 작정했나."
"뭐이씨! 군대 갔다왔음 다냐!?"
"어쭈!!!"
태형과 지수는 여전히 싸우고 있었고, 곧 지수가 닭다리는 자기 거라며 치킨을 가져가자 태형이 그 치킨을 뺏어간다.
그러다 지수가 화나서 콜라병으로 태형의 머리를 툭- 때리면서 둘을 또 소리지르며 싸우느라 참 바쁘다.
"정국이도 대단하다.. 저걸 어떻게 넣었지."
"……."
을이 말도 없이 웃으며 화면을 보았고, 곧 치킨 한마리를 더 갖고 온 윤기가 싸우고있는 지수와 태형에게 인상을 쓴채로 말한다.
"니네는 어떻게 된 게 맨날 싸우는 것 같냐? 서비스로 줄랬더니만 너무 시끄럽네 이것들."
윤기는 아는 형과 함께 치킨집을 차렸고, 워낙 얼굴이 되는지라 손님들은 꽤나 많았다.
하지만 오늘은 특별한 날이기에 손님들을 다 안받고, 다섯명만 손님으로 받아준 것이다.
또 골을 넣을 기회가 오자 을이 주먹을 꽉 쥔채로 티비를 뚫어져라 보았고, 윤기가 그런 을이의 입에 치킨을 강제로 넣으며 말한다.
"먹으면서 봐라. 먹으면서..!"
야 닭다리 내놓으라고!! 지수가 태형에게 소리쳤고, 태형도 술을 좀 많이 마신지라 지수와 장난으로 몸싸움을 하다가
지수가 뒤로 나뒹굴었고, 모서리에 손목이 찍혀 살이 찢어져버린다.
"소방차!! 소방차!!! 으아아아 소방차아아아!!!!!"
지수가 미친듯이 소리를 지르자, 을이 놀래서는 119에 신고를 했고
곧 태형이 걱정을 하면서도 계속 소방차를 찾는 지수에게 소리쳤다.
"멍청아!! 소방차 아니고! 구급차!!!!!"
구급차가 오고, 석진이 운전석에서 내려 치킨집 안으로 들어왔고, 지수가 바보처럼 웃으며 오빠!! 하자 석진이 걱정스러운 눈을 하고선 다가간다.
"야 얘 엄청 취했다. 대충 치료해주고 집에 보내 씨.."
"일어날 수 있겠어?"
"당연하지이이잉 안녕이다! 아주 옷이 잘어울리구만. 주황색 어?"
지수를 데리고 가려다가 곧 을이 걱정스런 눈을 하고서 지수를 올려다보자
석진이 을이의 머리를 헝클어주며 말했다.
"정국이 멋지더라."
"아이! 형! 저도 다쳤어요!! 다쳤다구요!!!"
"형 그냥 가셔도 돼요."
엠뷸란스에 탄 지수가 들것에 누워서는 계속 술주정을 했고, 석진이 그 옆에 앉아서 지수를 내려다보았다.
"술 좀 끊자. 어?"
"아아아아."
"뭘 아아아아야."
"술이 좋네에. 술 먹고 이렇게 어어? 구급차 타서 오빠 보고..!!"
"이게 좋냐? 바보야."
"완저언."
"으휴 정말."
"뽀뽀."
지수가 입술을 쭉- 내밀자, 석진이 고갤 숙여 지수의 입술에 입을 맞춘다.
석진이 짧게 입을 맞추고 떨어지자, 지수는 아아아! 하고선 석진의 턱을 강제로 잡고선 자신의 앞에 끌어 뽀뽀를 더 한다.
학교로 올라가는 길에 을이는 저 멀리 나연을 보았다.
같은 대학에 오게 되었다.. 마주쳐도 인사는 안하지만, 적어도 인사는 하고 지내고싶어 을이 먼저 다가가려고 하면
나연은 필사적으로 을을 피해 달아났다.
강의실에 도착하자 애들은 앉아서 모두 정국이 골을 넣은 얘기만 하고 있었다.
을이는 아무리 생각해도 정국이 자신이 죽 축구화를 여태 신고 있다는 것에 기분이 좋은지 계속 흐뭇해하고 있었고..
몇십분이 지나서야 지수가 슬금슬금 강의실에 들어와 을이에게 말했다.
"오늘 완전 피곤."
"왜??"
"아침부터 엄청 연락 와."
"아아 동아리?"
"응..."
지수와 을이는 대학교에 같이 와서 동아리를 따로 만들었다.
'첫사랑 보관소'라는 동아리인데. 사람들의 첫사랑 얘기를 듣고선 한명의 첫사랑 이야기를 한페이지씩 만들어 책을 내는 동아리이다.
생각보다 동아리는 꽤 유명했고, 다른학교 사람들도 동아리를 찾아와 첫사랑 얘기를 해주곤 한다.
이렇게 해서 나중엔 따로 가게로 차릴까 생각을 하긴 한다만.... 생각 중인 건 확실하다.
"야 전정국 골 넣는 거 봤냐.. 배경화면 전정국이다."
같은 과 여자애들은 정국 얘기로 바빴고, 지수는 저런 애들에겐 사귄다는 걸 알려야 한다며 나서려다 곧
을이 하지말라고 하자, 지수는 깨갱 수그린다.
태형은 이마트 보안팀에서 일을 하며, 지나가는 사람들이 모두 정국이 골을 넣은 얘기를 하자 뿌듯한지 괜히 소리내어 웃다가
매니저에게 혼나 바로 정색을 한다.
"내 친군데.. 친구라 말을 못하고... 내 인생... 그나저나 전정국 내려왔나?"
공무원 자격 딸 준비를 하던 지민은 도서관에서 나와 기지개를 쭉 폈고, 곧 여자들이 지나가면서 지민을 힐끔 쳐다보자
지민이 눈치를 보다 하늘 위로 뻗었던 팔을 내려놓는다.
지민은 도서관에서 꽤 유명하다. 귀엽게 생겼는데다가 성격도 좋고, 공무원을 준비한다고 고등학생들도 다 구경을 하러 온다.
"저기.. 여자친구 없으시면.. 번호 좀 주실 수 있나요.."
지민이 모습도 그렇고 많이 달라졌다고 지수와 을이는 항상 태형에게 말을 했다.
한가지만 빼고.. 달라진 건 확실하다.
"저 좋아하는 사람 있어요."
"네?"
"어제 골넣은 전정국 선수요."
"네!?"
"동성애자입니다. 이만.."
심심한데 김태형한테나 가볼까.
"짜자잔~~ 이제 한 네장만 쓰면 출판 가능!"
"벌써?"
"응! 우리 그럼 벌써 책 두권이나 내는 거다!!"
"오예!!!"
"너 오늘따라 엄청 신나보인다?"
"신나!"
"월드컵 끝나서 신나지? 이 바보야."
"히히.."
"2년이라고 했던 전정국 어디갔냐? 3년이나 기다렸네.. 너네 솔직히 3년동안 세 번은 만나긴 했냐?"
"음.. 딱 세 번! 일년에 한 번 봤다."
"말이 되냐.. 사귀는 사이에. 세 번 뭐야..? 완전 쓰레기야. 그거.. 어? 너 보러 와서 우리 얼굴 한 번밖에 안보고.. 사람이냐 그게?"
"헤헤.."
을이 헤헤.. 웃으며 동아리 방에 앉아서 벽에 걸어놓은 정국의 프로필 사진을 한참 보았다.
결국.. 너는 축구선수가 되었고, 남들이 다 좋아할 수 있는 유명인이 되었다.
나만 좋아하고 싶었는데. 그건 이제 힘들어졌고.. 너는 모든 여자들의 첫사랑이 된다.
3년동안 널 기다리면서 힘들지는 않았다. 가끔 핸드폰을 받아 내게 셀카를 보내주는, 동영상을 보내주는 네 덕에.
"그 새끼 오기만 해봐! 진짜 내가 고자킥을 날려버릴 것이다! 어우.. 3년이 누구 개 집 이름이냐?"
"괜찮아!"
"너는 맨날 괜찮냐? 걘 벌 좀 받아야 돼! 씨.. 그리고 어제 경기 끝났으면 바로 연락을 해야지! 왜 연락을 안 해?"
"곧 오겠지!"
"그 개애애애애애새!!"
지수가 욕을 하려고 했을까. 갑자기 문쪽에서 들리는 익숙한 목소리에 지수와 을이 놀란 눈을 하고선 문쪽을 본다.
"그렇게 친구 욕을 뒤에서 하면 쓰나."
"조금 더 늦었으면 욕이 완성 됐을 텐데. 타이밍 잘 맞춰서 왔지?"
"야아아아! 피자 사왔다 먹자!! 맥주를 못사왔는데! 맥주는 정국이 욕으로 채우자!!"
정국의 뒤로 쪼르르 나오는 태형과 지민
을이 놀래서 입을 틀어막고선 정국을 바라보았고, 지수는 2년만에 보는 정국에 놀래서는 눈을 크게 뜬채로 말한다.
"뭐야! 너!?!? 뭐야!?!?!?!?!"
"이 학교 학생 아닌데도 첫사랑 보관소 제보 가능하나?"
"…정국아."
"이리와."
을이 정국에게 달려가 안겼고, 정국이 그런 을이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내 첫사랑은 다른 사람들처럼.. 보관되지 않았고, 내 눈 앞에 서있다.
첫사랑과 어떻게 그렇게 오래 만날 수 있냐고 물은다면 나는 자신있게 대답을 할 것이다.
"보고싶었어!!"
쉬워요. 3년 기다리면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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힝....힝...힝.. 쯜퍼..쯜퍼..끝나쩌.. 힝..훌쪅(코감기)
여러분!! 첫사랑보관소를 사랑해주셔서 감사합니당! _ ! 완져니.. 완져니 이 글은 다른 글들과는 다르게
아련아련 여름여름 맑음맑음 느낌으로 쓰고 싶었던 글이었는데..
그렇게 잘 쓰고, 잘 끝낸 것 같아서 너무 뿌듯해여..(기분탓)
중간에 30화 정도가 날라간 게 너무 아쉽고 ㅠㅠ 짜증은 나지만... 그래도 여러분이 더 고생 많으셨습니당!!ㅎㅎㅎ
그럼 다음 글로는!!! 대전썰과 비슷하게!!
웃기고, 현실적이고,러브러브한 글을 낼게용! -! 대전썰 시리즈2로 생각하시면 될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