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여러분은 진실된 사랑을 믿으시나요. 질문이 너무 어려웠다면 바꿔 보도록 하죠. 운명적인 사랑을 믿으시나요?
저는 있다고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왜냐면 지금부터 할 제 이이갸가.
운명적인 사랑을 이야기 하거든요.
크리스마스에 눈이 올까요?
그여자 이야기
어릴 때 부모를 잃었다, 제 나이 8살 되던 해였다. 그렇게 부모 없이 자란지도 15년째였다. 스물셋, 남들은 청춘이라는 나이에 저는 원하던 진로를 포기했다. 대충 스펙을 쌓아 대충 회사에 원서를 넣었고 운이 좋게 합격했다. 스물셋에 전 중소기업 대리였다, 월급은 160. 남들이 쎄고 좋다고 하겠지만 제겐 제 꿈이 필요했다. 크리스마스에 눈이 오듯이 말이다, 제가 부모를 잃고 15년 동안 이어진 크리스마스엔 눈이 오지 않았다. 마법과도 같은 일이지, 남들은 다 놀라며 웃을테지만 제 인생 크리스마스의 눈이 온 건 제가 어릴 때 8년이 전부였다. 오늘도 저는 시계 태엽처럼 짜여진 삶에 산다.
"네, 팀장님. 네, 서류화 하고 따로 문서 보관 하겠습니다. 네, 네."
뭐 저렇게 시킬게 많은지, 저만 자꾸 불러 일을 시키는 박팀장에 빠드득 이를 갈았다. 인턴이 있지만 이것 저것 전부 제가 할 일이였다, 인턴이 할 줄 아는 일이 없다며 박팀장은 제게 욕 했다. 제가 보기엔 박팀장님도 그런데요. 라며 하고 싶었던 말을 목 뒤로 애써 삼켰다. 김인턴은 커피 태우는 것도 못 했다, 밍밍하니 제 자리에 놓인 커피에 몇 년 전 제가 생각나 쓴 웃음 삼켰다. 남들은 어리 나이에 대리, 160에 월급 행복해 보인다면 웃겠지만 중소기업도 제대로 된 중소기업도 아니였다 그저 그런. 오늘도 잔업을 마치고 제 가방을 고쳐 메고는 회사 건물을 나섰다. 어두운 하늘 속 빛나는 별 처럼 저도 빛날 때가 있었는데, 아쉬움 가득한 한숨으로 저를 달랬다. 오늘도 수고 했다고.
그 남자 이야기
행복한 삶을 살고 있다 말 하고 싶다, 먹고 싶은 걸 먹고 하고 싶은 걸 하고 그냥 자유로운 이 삶에 저는 행복하다. 남들은 더 큰 행복이 없냐며 종종 묻지만 제게 이게 행복이고 삶의 사는 원동력이다. 오늘 하루가 있으니 내일 하루도 살아 가는 거지, 그런 제 모습에 친구들은 입을 모아 말 했다. 긍정이 사람으로 태어난 게 아니냐며 그런 농담에 다들 낄낄 거리며 웃기 바빴다. 주고 받는 술 잔 속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싹 텄다, 오랜만에 있는 과 모임이였다. 사진영상학과, 제가 원하고 원해 온 길이였다. 고등학생 때 부터 알바해 카메라를 사고, 그 카메라로 주변의 풍경을 찍고 제 친구를 찍고. 나를 기록했다, 그것이 내 삶의 이유 중 큰 갈래다.
"준이 너, 이번에 이탈리아 가서 사진 찍는다며? 그 전시회 한다고 김교수님 난리 났다."
호석이 제 잔에 술을 따르며 입을 열었다, 맞다. 저는 이번에 이탈리아로 떠난다. 이유는 단순 했는데 그냥 제가 동경하던 나라의 풍경을 담고 싶었다, 정말 단순한 이유다. 출국도 얼마 남지 않았다, 4일 뒤면 저는 이 곳을 떠나 그 곳에 한달 동안 머물 예정이였으니까. 제 잔에 일렁이는 소주를 마시며 제 상상의 나래로 빠져 들었다, 그 곳에서 만나는 운명적인 사람과 사랑 하겠다고. 혼잣말처럼 중얼 거리며 제 잔에 채워지는 소주를 마시고 또 마셨다, 술이 달다. 온 세상이 제 것 같았다.
그 여자 이야기
갑자기 주어진 휴가였다, 이유는 뻔했다. 월급 줄 돈이 부족해진 사장이 강제로 준 휴가고 뭐 월급은 까일게 뻔했다. 2주나 되는 긴 휴가 뭘 할지 고민하다 제가 어릴 적 기대하고 기대하던 나라로 떠나기로 했다, 비행기 출발은 9월 4일이였다. 저가항공은 위험하지 않냐며 제가 말 거는 박팀장에 괜찮다며 웃었다. 신경 쓰는 것도 많다 박팀장은, 대충 준비한 짐을 챙기고 여권을 챙겨 들어 공항에 도착 했다. 이 일을 계기로 제가 조금은 행복해지길. 바라고 바라며 게이트를 향해 걸었다, 이탈리아 행 비행기 속 저와 같은 한국인을 별로 없었다. 미국인과 이탈리아인 중국인 순으로 많았다, 뭐 단체 관광이라도 가나. 시끄러워지는 비행기 안 제 옆에 한 한국 남자가 앉았다. 수수한 외모, 단정한 옷. 잠시 그 사람을 구경 하는 것도 잠시 더 시끄러워지는 기내에 이어폰을 꺼내 귀에 밀어 넣고 제가 좋아하는 정준일의 노래를 틀었다, 세상이 조용 해지는 게 잠이 오기 시작하자 제 눈 두덩이는 굳게 닫혔다.
"으음…."
16시간이 좀 안되긴 하지만 긴 시간 비행기를 타니 몸이 찌뿌둥 했다, 로마에 제가 잡아둔 호텔로 들어가 대충 집을 풀고 쉬었음 했다. 지나 가는 택시에 대충 손짓해 제가 적어 온 주소를 보여줬다. 가서 따뜻한 물로 씻었음 하는데, 나오려나. 후기는 좋던데.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며 눈을 감았다.
그 남자 이야기
시간을 착각해 조금 바빴지만 나름 준비는 잘 했다, 게이트를 지나 비행기에 타자 저와 같은 한국인은 몇 몇 없었다. 제 자리를 확인하자 운 좋게 한국인 여성 옆인듯 했고 조심스레 들어가 자리에 앉았다, 저가항공이 뭐가 좋냐며 놀리던 제 친구들이 생각 났지만 편하고 좋았다. 제가 늘 쓰는 노트를 꺼내 지금 느끼는 감정들을 써 내려갔다. 제 옆에 있던 여자는 졸린지 이어폰을 끼고 이내 잠이 들었다, 곧 비행기 불이 꺼지고 하나 둘 코를 골며 자기 시작했다. 저도 조금 잠이 오는 듯 해 헤드폰을 끼고 제가 자주 듣는 정준일의 노래를 틀었다, 안아줘가 재생되고 나자 beauty로 노래가 바뀌며 잔잔한 그음에 잠에 들었다.
"어…."
목이 말라 눈을 뜨고 승무원을 호출해 물을 부탁했다, 건네 받은 물을 마시고 시간을 확인하자 도착 예정 시간보다 2시간이나 남았다. 자세를 고쳐 잠에 들려해도 제 옆 앉아 추운지 웅크린 여자에 제 자리 앞에 있던 담요를 꺼내 둘러줬다, 감기 걸리지 마세요. 저도 모르게 나온 말에 당황해 입을 닫고 다시 잠에 청했다. 다시 눈을 떴을 때 이미 제 옆의 여자는 사라진 뒤였다, 저도 비행기에서 내려 숙소를 찾기 시작했다. 남아 있는 숙소라곤 로마에 있는 게 다였기에 아마 한 2주는 로마에서 보내야 할 듯 싶었다.
그 여자는 로마의 거리를 바삐 걸었고, 그 남자는 카메라를 여기 저기 누르기 바빴다. 물론 여자를 쫓아 다니며 남자가 찍었다는 건 아니다. 로마와 휴일, 주인공들이 사자 입에 손을 넣던 장소에 여자가 멈춰섰다. 그리고 저도 슬쩍 손을 넣었다, 여자 주인공이 된 듯. 그 뒤로 들리는 셔터음에 놀란 여자가 뒤돌아 보자 비행기에서 자신의 옆에 앉았던 남자가 있었다, 뒤돌아 본 저에 놀란 듯 했지만 남자는 이내 자신이 누구임을 밝히고 조심스레 여자에게 말을 걸었다. 너무 예뻐 그랬다며, 오랜만에 받는 칭찬에 여자는 할 말이 없었다. 대충 나누던 대화 속 남자와 여자는 빠르게 친해졌고 저녁도 함께 먹으며 서로를 공유했다. 불행히 살던 여자와 행복히 살던 남자, 그 둘이 머나먼 타국 땅에서 만났다. 저녁을 먹으며 남자가 물었다, 이 곳에 온 이유를. 여자는 딱히 생각나지 않아 얼버무리자 남자가 먼저 이야기 했다.
"저는 그냥 사진 찍으러 온 건데, 여기 와서 제 운명을 만난 거 같아요. 김탄소라고."
씨익 웃어 보이는 남자에 생각했다, 이번 크리스마스에 눈이 올 거 같다고.
안녕하세요, 斐 입니다.
감사한 여러분 께 드리는 선물 삼아 짧은 글 써 왔습니다.
보시고 행복 하시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