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GM : standin egg - 넌 이별 난 아직
[변백현/김여주] 좋아요 여사친 EP16 (부제:어쩌면 어쩌다)
어쩌면 나는 김여주가 나를 좋아하게 만들 수 있을 것이라는 오만에 빠졌던 것일 수 있다.
어쩌면 내게도 기회가 있을 수 있다는 생각을 갖게 해준 거다.
네가 날 기댈 수 있는 남자로 본다면, 네게 남자로 다가갈 수 있는 기회가 생기는 거니까.
김여주는 나에게 항상 강한 모습만 보여줬었는데.
평소 내 앞에서는 잘 울지도 않고, 팔씨름 하나에도 목숨을 걸며 임했던 너였는데.
그렇게 그 날 어쩌다 네 손목을 잡고, 어쩌다 네 눈을 깊게 바라보는 시간을 갖게 되었을 때,
네가 내게 보여줬던 여자다운 행동, 부끄러워 도망치던 네 모습을 본 것.
그것들 모두 무의식적으로 김여주가 나를 남자로 생각하기 때문에 내게 그런 모습을 보여주는건 아닌가 하고 생각하게 만들었다.
"....죄송해요..죄송해요...흐윽.."
"...."
그런데 그게 아니였나보다.
그저 나만의 착각이었나보다.
김여주와 김루한 형.
그 둘을 처음 본 그 자리에서 돌처럼 우뚝 서있는 내게 옆에 있던 윤아 누나 역시 굳은 표정으로 내게 물었다.
"...괜찮아?"
아뇨.
안괜찮아요.
루한형에게 안겨울던 김여주가 고개를 들어 빨개진 눈으로 나를 바라봤을 때,
내가 무슨 말을 해야할 지. 내가 어떤 행동을 해야할 지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김여주가 울면, 난 항상 걔 바로 옆에 있었고
항상 내가 먼저 우는 널 달래줬는데.
이번엔 루한형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어서.
내가 설 자리를 잃어버려서.
그래, 이렇게 널 잃은 상황이 처음이라서
내가 과연 네게 뭐라 해야 하는 건지 몰랐던 거다.
너에게 주려고 샀던 딸기 우유를 던지듯 윤아누나 손에 쥐어주고
계단을 올라가 버렸다.
네게서 도망쳐버렸다.
네 곁에 설 자리가 없는 것같아 도망쳐버렸다.
한참을 생각해보았다.
결국 얻어낸 답은 네게 다시 다가가는 것.
별생각없이 걸었는데도 불구하고 정신을 차려보니 내 발길은 너의 집을 기억하는지 너의 집앞에 다다라 있더라.
웃기다. 이런 거.
이따 널 보면 뭐라 해야 할까.
아무렇지도 않게
안녕?이라 해야할까
"아까는 왜 울었어..?"
네게 가장 묻고 싶은 말을 네가 없는 이 곳에서 혼자 연습하고 있는 밤
"나 너 좋아해."
네게 가장 하고 싶은 말을 네가 없는 너의 집앞에서 혼자 말하고 우는 밤
춥다. 너무 외롭다. 힘들다.
네가 조금은 원망스러워.
남몰래 눈물을 훔치는 도중,
타박타박 근처에서 들려오는 발자국 소리에 고개를 드니 내가 보고 싶었던 너가 꿈결같이 서서 날 바라보고 있다.
....
"야."
"어...?"
"너 아까 왜 울었냐."
"...."
내 의도와는 다르게 딱딱하게 나가버린 내 물음에 너 역시 당황한듯 큰 눈을 더욱 크게 뜨며 어쩔 줄 몰라한다.
"넌, 아무 남자 품에나 그렇게 안겨서 우는 게 특기냐?"
"...."
"진짜 실망이다. 너라는 애."
이게 아닌데, 내가 하고싶은 말은 이게 아닌데
한 번 엇나간 말을 시작으로 계속 삐딱하게 나오는 내 말에 나 역시 놀랐다.
정신없이 쏟아지는 내 날카로운 말들에 김여주는 눈물을 그렁그렁하게 매달고 날 쳐다보았다.
"...."
울렸다. 김루한형에게 울리지 않을 수 있다고 그렇게 멋진 척 말했는데, 좋아하는 여자앨 울렸어.
상처를 줬어.
김여주의 눈물을 보자, 바들바들 떨려오는 내 손이 느껴지고 정신이 희미해지며 아찔했다.
그 애의 눈물을 닦아주고 싶었지만, 이런 나를 김여주가 내칠 것만 같아 두려웠다.
나라도 그렇겠지. 울려 놓고 눈물을 닦아주려한다면, 미친놈같이 느껴지겠지.
어쩌면 맞다. 내가 상처받을까 두려웠다. 김여주에게 상처를 줘놓고. 이기적이게도.
그 두려움의 근원이 김여주밖에 없는 내가 김여주에게 내쳐질 때 얼마나 끔찍할지 알고 있는 것에서 오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자꾸 희미해지는 정신에 비틀거리는 걸음걸이를 애써 똑바로 걸으려 집중하며, 서럽게 끅끅대며 우는 여주를 뒤로하고 걷기 시작했다.
'미안해 여주야'
이 말은 여전히 내 목안에 맴돌고 있었지만.
그 날 이후로 너와 말조차 안섞은지 일주일이 넘은 것 같다.
너와 이렇게 지내는게 불편했다.
하지만 먼저 사과할 용기는 나지 않아. 바보같이.
수업시간 멍하니 창밖을 쳐다보며 한숨만 푹푹 내쉬고 있는데.
"다음 단락 14번 변백현이 읽으세요."
"...."
"복도로 나가요."
반 애들의 와하하하는 웃음 소리와 함께 나는 멋쩍은듯 사람좋은 웃음을 내보이며 복도로 나갔다.
슬리퍼를 질질 끌며 나간 복도에 사람이라곤 나뿐이었다.
혹여나 추울까, 교실에서 나올때 들고나온 가디건을 주섬주섬 입고 있는 중에 중앙계단에서 윤아 누나가 보였다.
"변백현 벌받고 있는거?ㅋㅋㅋㅋ"
누나는 꽤 무거워보이는 유인물들을 들고 올라가고 있었다.
선생님이 시킨 심부름인 듯 했다.
어차피 우리 시간인 고현정쌤은 밖에 신경도 안쓰니까 누나한테 도움받은것도 있고, 기꺼이 누나를 도와주기로 결정했다.
"그거 줘요. 들어줄게요.ㅋㅋ"
누나는 내 모습이 느끼하다..ㅋ...며 됐다고 손사래를 쳤지만 어차피 할 일도 없고 심심한데 착한일이나 하는 겸치지 뭐.
그냥 둘이서 조용히 올라가고 있는데 바로 위층에서 좀 시끄러운 소리가 나 쳐다보니
루한 형이 김여주의 어깨에 손을 둘러 반대편 복도로 가는 모습이 보였다
"...."
"....누나 먼저 가볼게..ㅋㅋ"
윤아누나는 그 자리에서 멈춰 그 둘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내게 먼저 가보겠다며 조심스럽게 말했다
나는 그 둘에게 시선을 고정시킨채 고개만 끄덕일 뿐이었다.
그렇게 망연자실한채 그 둘의 뒷모습만 하릴없이 보고 있는데 김여주의 두 눈이 나를 향했다.
그 때 그 애의 표정이란, 툭치면 금방이라도 울거같으면서도 담담한 표정.
뭐라하는지 들리지는 않았지만 루한형과 김여주는 복도 한복판에서 뭐라뭐라 조용히 자기들끼리 이야기하는 것 같아 보였다.
루한형이 자기 반 안으로 들어가고나서야 김여주는 내게로 다가왔다.
"안녕,변백현."
"....어.."
오랜만에 똑바로 보는 그 녀석은 더 마른것같아보였다
속으로 속상해 하는데.그러고 있는데.
"...나 루한오빠랑 사귄다? 오늘부터."
"..."
잘못들은 거겠지?
루한형이랑 사귄다고..?
"웃기지. 나는 너 윤아언니랑 사귄다고 질투나 하더니 결국엔 다른 남자랑 사귀고...근데 나 있잖아...."
"..아무래도 너 좋아했었던거 같아.사실 나도 이거 얼마전에 안거지만....너랑 다른 여자랑 있는게 왜그렇게 꼴보기 싫던지..ㅋㅋ 그냥 이거 하난 말하고 싶었어.내 마음이니까...솔직하게 말하고 싶었어.....뭐 이런 말한거 후회는 안해. 그치만 나 너랑 싸운거 정말 후회해. 싸운거라고 하기에도 민망할 정도로 니가 일방적으로 화내고 간거긴 해도."
"야.."
"아니, 내 말아직 안끝났어."
"..."
"미안해. 니가 항상 나한테 미안하다고 먼저 말해준거같아. 이번엔 내가 미안하다고 말할래.전처럼 다시 지내고 싶.."
네가 내게 뭘 그리 잘못했다고, 뭐가 미안한데.
울컥하는 마음에 여주의 팔을 잡아끌어 내 품에 안아버렸다.
모두 내 탓이야.
이렇게 엇갈려 버리게 된건 모두 내 탓이야.
내 욕심으로 널 아프게 했다는 사실이 나를 더 힘들게 한다.
"...아니......"
"....."
"..미안...내가 더 미안해...."
너랑 내가 행복할 수 있게 될 기회를 날려버린 내가 더 미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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ㅠㅠ백현번외끝 여러분둘 싸라매여ㅠㅠㅠㅠㅠㅠㅠ백혀니 음슴체안쓰니까 존나 아련돋네ㅠㅠㅠ 쪽지 엄청 와있어서 놀랐는데 정주행하시는 분들 덧글+여러분들 덧글이여떠ㅠㅠㅠㅠ완전 감덩이시당ㅠ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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