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토피아. 그곳은 우리 모두에게 꿈과 같은 곳이었다. 가고 싶은 곳, 가는 순간 행복할 수 있는 곳. 지긋지긋한 약과 공기, 그리고 각종 검사들로부터 행방이 있는 곳. 아무것도 알 수 없을 때, 단지 연구소 박사의 말을 그대로 믿었던 순수한 어린 날, 그때는 그럴 수 있다고 믿었다.
약 먹었어?
백현은 대답 대신 고개를 열심히 끄덕였다. 찬열이 시선이 침대 옆 탁자로 옮겨졌다. 꾸깃꾸깃하게 접힌 약 봉지가 백현의 대답을 뒷받침 하고 있었다. 찬열은 만족스러운 듯 웃었다. 옆에 있던 세훈은 그 약 봉지를 치우고 다시 새로운 약 봉투를 올려 두고는 찬열에게 목례를 하곤 방을 나왔다.
유독 찬열은 백현을 챙겼다. 세훈도 그 사실을 알고 있었고, 다른 연구소 식구들 역시도 알고 있는 사실을 백현은 혼자 모르고 있었다.
찬열은 백현의 머리를 헝클였다. 백현은 뭐가 그렇게 좋은지 침대 밑으로 늘어뜨린 발을 동동 굴렀다. 백현아. 낮은 찬열의 목소리에 백현은 고개를 들었다. 곧 추첨 한다고 하더라. 이번엔 아마 너랑...... 백현은 찬열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 만세를 불렀다.
진짜요? 박사님 진짜요?! 아싸, 유토피아! 저 꼭 됐으면 좋겠어요. 진짜 좋을 것 같아요. 그쵸? 박사님은 유토피아에 가 본 적 있으세요? 아, 어떡해. 경수, 경수야!
서둘러 방을 나가는 백현의 뒷모습을 보면서 찬열은 씁쓸하게 웃었다. 며칠 만에 보는 백현의 웃음이었다. 그리고 그 웃음이 곧 마지막이 될 것을 생각하니 마음이 아팠다. 찬열은 머리가 아파옴을 느꼈다. 서둘러 찬열은 주인 없는 방을 나와 실험실로 향했다. 모든 것이 새하얀 연구소. 사람이 산다고는 했지만 생기와 같은 것들은 전혀 없었다. 그들은 그렇게 살아가고 있었다. 찬열은 이곳에 살고 있는 모든 이들에게 측은함을 느끼고 있었다.
경수야, 경수야!
응?
우리 곧 추첨한다고 그러시더라. 이번에 너랑 나랑 뽑힐 가능성 완전 많대!
그런 게 어딨어. 여기 식구들이 몇 백 명인데. 그냥 박사님이 너 놀리려고 그런 거야.
그래두. 좋게 생각하고 있으면 좋잖아! 꼭 가고 싶다. 유토피아. 그치?
그러게.
너랑 꼭 가고 싶어. 우리 가게 되면 뭐부터 할까. 박사님이 그러시는데 거기에 되게 좋은 것들 많다고 그러셨어. 아, 얼른 추첨했으면 좋겠어.
2주는 더 기다려야 될 걸.
경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백현은 입술을 삐죽였다. 알고 있거든. 익숙하다는 듯이 경수 침대에 몸을 던지 듯 누웠다. 곧 책상 위에 있는 테블릿 pc에서 알림이 시끄럽게 울렸다. ‘검사5실’ 경수는 한숨을 토하듯 뱉었다. 가서 검사 받고 올게. 경수는 힘겹게 몸을 일으켰다.
하루에도 몇 번씩 있는 검사였다. 늘 똑같은 약을 먹었고, 같은 검사를 하고, 비슷한 음식들을 먹었다. 건강한 사람만이 유토피아에 갈 수 있다면서 내린 연구소에 방침이었다. 무엇이든 파헤치고 공부하는 걸을 좋아하는 경수였다. 그래서 간혹 이해가 되지 않았다. 이렇게 매일 검사를 한다고 내 몸에 있는 바이러스를 놓치지 않고 발견할 수 있을까. 찬열이 준 책에 의하면 이곳 식구들은 모두 건강하게 유토피아에 가야만 했다. 하지만 하루에 몇 명씩 연구소에서 죽어나가고 있었다.
커다란 자동문이 열리자 찬열이 경수를 기다리고 있었다. 왔어? 경수는 대답 없이 익숙하게 침대에 올랐다. 찬열은 머쓱하게 웃으며 검사 준비를 마무리했다. 세훈은 옆에서 그런 찬열을 돕더니 경수가 벗은 옷을 한 쪽 구석으로 밀었다. 곧 주사기 여러 개를 경수의 몸에 꽂았다. 경수의 입에서 작은 신음 소리가 났다.
특별히 문제가 없는데 먹는 걸 조금 더 보충해야겠다.
이미 많이 먹고 있어요.
더 먹어. 안 그러면 약이랑 검사를 늘릴 수 밖에 없어. 그건 싫잖아.
경수는 싫은 티를 잔뜩 냈다. 귀찮은 건 질색이었다. 이러고 있을 시간에 책을 한 번이라도 더 보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백현이가 기대 많이 하고 있어. 유토피아. 경수는 찬열을 째려보며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다고요. 먹어요. 더.
백현이 없었다. 경수는 머리를 털었다. 백현의 방에도, 경수의 방에도 없었다. 백현이 방 외에는 딱히 갈 곳이 없었다. 경수는 한숨을 뱉었다. 결국 연구소 구석구석을 찾아다니기 시작했다. 박사님한테 갔나. 혼잣말을 꿍얼거리던 경수는 몸을 틀어 연구실로 방향을 바꿨다. 아마도 찬열에게 가서 추첨과 유토피아에 관한 이야기를 조잘거리고 있겠지. 경수는 고개를 절레 저었다. 커다란 연구실 문을 여는 버튼이 따로 있었다. 경수는 버튼 위에 손을 올렸다. 안에서 들리는 소리가 멈추면 문을 열 계획이었다. 절대로 그 안에서 무슨 소리가 새어나오는지 가만히 듣고 있을 계획이 아니었다.
박사 찬열과 조교 세훈의 목소리였다.
그 전에 썼던 건 지우고 다시 스토리부터 새로 세우고 쓴다고 썼는데... 여전히 지저분한 글 같아요T.T
거기다가 전문적인 지식이 많이 부족하고 그래서 중간 중간 얼버무리는 부분이 너무 많은 것 같기도 하고...
모티브는 영화 아일랜드입니다. 하하 사실 저는 아일랜드 영화를 못 봤어요 하하 이거 다 쓰고 나면 봐야지 얼마나 퀄리티가 다른지 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