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O/루민] muse
인사를 건네 오는 여자 리포터의 손을 맞잡으며 루한이 미소를 지었다. 참 잘생기셨다며 입에 발린 말로 뭔가 건질만한 것은 없을까 머리를 굴리는 게 훤히 보이는데도 아닌척 루한에게 말을 걸어오는 리포터가 뻔뻔해 보였다. 네, 네. 아하하. 정말요? 형식적인 리액션이 지루해져 갈 쯔음 리포터가 마이크를 고쳐잡았다.
루한씨는 한 인터뷰에서 ‘곡을 쓸때는 나의 뮤즈를 생각하며 쓴다.’ 라고 대답한 바 있는데요, 어떤 분인지 살짝만 여쭐 수 있을까요?
하나만 걸려라. 그렇게 말 하는 듯한 눈빛이 마음에 들지 않았으나 루한은 입을 열었다. 마이크를 입술 가까이 끌어온 루한에 십여대의 크고 작은 카메라가 루한을 향했다. 루한은 그 중 가장 큰 카메라에 시선을 고정했다. 집에서 보고 있을 제 뮤즈가 이걸 보면 무슨 생각을 할까. 루한은 그것이 가장 궁금했다.
글쎄요....
말꼬리를 흘리는 루한을 더 부추기려던 리포터는 이어지는 루한의 말에 음향감독을 곁눈질했다. 고개를 끄덕인 감독이 마이크 볼륨을 조절했다. 바람빠지는 소리를 내며 웃은 루한이 그것을 못 본 채 하며 사랑해 마지않는 제 뮤즈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음... 그 사람은, 햇살같은 사람이에요. 늘 밝게 빛나죠. 제 곡에 영향을 가장 많이 주는 사람이기도 하고요. 그 사람이 없었다면 아마 현재 고백을 할 때 가장 많이 쓰인다던 그 노래가 만들어지지 않았을 수도 있을 것 같아요.
환하게 웃으며 말을 이은 루한에 여자 스텝들은 대리설렘을 느꼈다. 그 뮤즈라는 여자는 얼마나 예쁘길래 저렇게 잘생기고 능력까지 되는 사람의 사랑을 한몸에 받을까. 그 뒤로 두어개의 질답이 오가고 끝난 인터뷰에 루한은 서둘러 집으로 향했다. 제가 이 자리에 위치할 수 있게 만들어준, 소중한 제 뮤즈가 기다리는 집으로.
민석아, 나 왔어.
조용하기만 한 집안에 루한은 발걸음을 침실로 옮겼다. 그새 더 예뻐진 것 같은 민석이 침대위에 얌전히 누워있었다. 침대 옆에 걸터앉아 상체를 숙여 민석의 볼에 입을 맞춘 루한이 옆 선반에 놓인 약통을 집어들었다. 여전히 일어나지 않는 민석에 어제 많이 무리해서 그런가보다, 하고 넘긴 루한이 옆 선반에 놓인 약통을 집어들었다. 꾸준히 먹이지 않은 약에 민석이 말라가는 것만 같아 루한은 마음이 아팠다. 민석을 일으켜 침대 헤드에 기대게 한 루한이 들어올린 약통에서 작은 알약을 두어개 꺼내 벌어진 입술 사이로 밀어넣었다. 입술을 벌려 약이 삼켜졌음을 확인한 루한이 민석을 다시 눕히고 이불을 덮어주었다. 그리고 그때 까지도 민석은 깨어나지 않았다.
유명 작곡가 루한(24)은 지난 14일 출현한 방송에서 ‘뮤즈는 어떤 사람이냐’ 라는 질문에 ‘햇살같은 사람이다. 늘 밝게 빛난다. 곡에 가장 많은 영향을 주는 사람인 것 같다. (웃음)’
라 대답하며 팬들의 많은 관심을 끌었다.... (중략) 한편 네티즌 들은 ‘얼마나 예쁘길래 루한이 저리 껌뻑 죽나.’, ‘한번 쯤 보고싶다. 절세미인일 것 같다.’, ‘팬으로서 굉장히 부럽다’ 등의 반응을 보이고 있....
스마트 폰으로 기사를 보던 루한은 언급된 제 뮤즈의 이야기에 눈썹을 찌푸렸다. 뻔뻔하게 모른척하며 앉아있는 게 민석이 남의 입에 오르락 내리락 하는 것 보다는 나았을텐데. 루한의 표정이 싸늘하게 굳었다. 민석을 알고 사랑하는 건 자신 하나면 충분했다. 손에 들려있던 필기구와 오선지가 바닥으로 곤두박질 쳤으나 루한은 줍지 않았다.
굉장히 특이하신데요. 굳이 손수 오선지에 쓴 후 옮기고 음을 고치는 이유라도 있나요?
19일의 방송에서 리포터는 루한에게 물었다. 뮤즈이야기는 그 누구도 하지 않았다. 리포터는 루한의 뮤즈에 대해서 묻지 않았고 루한역시 아무이야기도 하지 않았다. 그냥, 흑연냄새를 좋아해서요. 이유라면 이유였고 아니라면 아니었다.
루한은 귀찮은 것을 매우 싫어했다. 번거로운 일은 그 다음으로 싫어했다. 오직 민석과 곡 작업에서만 루한은 귀찮은 것과 번거로운 것들을 감수했다. 루한은 곡을 직접 손으로 썼다. 종이로 된 오선지에 연필과 지우개로 곡을 써내려갔다. 그 예전 음악공책에 음표를 그리던 손놀림과 비슷했다. 민석은 흑연 냄새를 좋아했다. 곡 작업을 마친 루한의 손에서 나는 흑연 냄새를 항상 깊게 들이마셨다. 루한은 굳이 연필을 고집하곤 했다.
민석은 여전히 침실에 누워있었다. 루한은 음을 써내려가던 오선지를 찢었다. 조각나서 바닥 여기저기에 넓게 깔린 오선지들이 지저분해보였다. 곡을 쓸때면 다른사람이 아닐까 싶기도 했다. 민석은 수시로 바뀌는 루한을 버텨내기가 힘들어 루한에게 이별을 고했다. 루한은 미안하다며 민석에게 매달렸다. 매일같이 먹던 수면제를 입안에 털어넣으며 죽겠다고 말했다. 민석은 그런 루한을 돌아보지 않았다. 루한은 흑연냄새가 가득한 손으로 민석의 팔을 잡아 돌렸다.
이거 놔,
제가 알던 민석이 아닌 것 같았다. 진짜 민석이는 어디있어? 루한이 물었으나 대답은 없었다. 민석은 루한의 손을 뿌리쳤다. 흑연이 묻은 손이 민석의 피로 뒤덮여 흑연냄새가 완전히 사라졌다. 루한은 여전히 민석을 사랑했고 민석은 말을 할 수 없었다. 앞도 볼 수 없었으며, 숨 또한 쉴 수 없었다. 영원한 나의 뮤즈. 루한이 어린아이처럼 환하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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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말하는 알약은 시체가 썩지않게 도와주는 방부제 역할을 하는 거예요! 그러니까 민석이는 죽은거죠...ㅠㅠ 저기서 두번째 인터뷰글에서 날짜가 19일인 건 2013년의 5월 19일을 말해요. 현실과 소설의 시간을 똑같이 맞췄기 때문에 19일은 아직 오지 않았죠. 그래서 뮤즈 언급을 하기 전이라는 겁니다. 첫번째 인터뷰에서 14일은 2014년을 말하는 게 맞습니다. 이해 안 되는 부분은 질문 주세요♥
성직자 세준 초록글 감사합니다♥ 잠깐 올라갔을 때 봤었어요 헣 제 글 읽어주시는 모든 독자님들 진심으로 감사드리고 신알신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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