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걸음씩 우리 곁에 다가오고 있는 여름! 무더운 날씨를 한껏 시원하게해줄 목요일밤의 슈퍼주니어의 키스 더 라디오! 오늘의 스페셜DJ 엑소의 백현 "
" 그리고 첸과 함께합니다~ "
" 엑소와 함께하는 2시간 동안, 청취자 분들의 사연들과 신청곡으로 꾸며나가게 될텐데요. 여러분의 황당했던 경함담도, 친구에게 얼굴보고 하지못했던 그 한마디도, 또 익명으로 나 사실 이런 비밀이 있어. 하는 사연들을 보내주세요! "
" 슈퍼주니어의 키스더 라디오 홈페이지에 들어오셔서 글을 남겨주시거나 #0000으로 문자 보내주세요. 단문 50원 장문의 문자는 100원의 이용료가 부가되니깐 참고해주시고요! 오늘 사연에 소개된 분들에게는 어마어마한 선물이 기다리고 있으니깐. 많이많이 보내주세요~그럼 먼저 엑소의 신곡 'overdose' 듣고 오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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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몸 집만한 커다라한 박스를 가슴에 품어안고 스낵코너 앞에 탁 던지듯 내려놨다. 편의점 사장님이 봤으면 큰일날 광경. 그거 뿌셔뿌셔 아니다 . 너라면 부셔진 과자 먹고 싶겠냐! 라며 여러여러 마디를 따발따발 날리셨겠지. 사람이 실수할 수도 있기도 하고, 어쩌다가 그럴 수도 있는걸 잔소리 대마왕. 심보가 그러니까 머리다 다 벗겨졌지. 사장님 앞에서는 제대로 뱉어 내지도 못할 말들을 속으로 삭혔다.
" 아, 제발 초호화 뷔페 초대권 좀 받아보자. 내 사연 좀 읽어달라고오!! "
재빠르게 포카칩을 양손에 쥐어잡고 진열장 속을 빽빽히 채우고는 있지만 내 몸안의 모든 신경들은 편의점 대형 스피커 속에서 퍼져나오는 청량한 소년들의 목소리에 오로지 집중하고 있다. 아주 흥미 제로! 사연을 대충 흘겨 썼다가 운좋게 읽혀져 초호화 뷔페2인권을 get했다던 수정이의 그 자랑질에 나도 까짓거 받아보지 뭐. 하는 마음으로 4주째 매주 목요일마다 같은 사연을 올리지만 어째서인지 내 사연을 읽어주려는 시도조차 하지않는다. 사연이 재미없는걸까. 내용을 바뀌서 올릴까 하다가 오늘도 안읽힌다면 전면 수정하리라 생각했다.
" 엑소가 내 사연을 읽어주면 더할나위 없이 좋을텐데. "
어느새 꽉꽉 채워진 스낵코너를 보며 괜히 뿌듯한 마음이 든다. 왜 그렇지? 새우깡, 포카칩 박스에 테이프를 쫙쫙 찢어 곱게 펼쳐 창고에 줄줄이 쳐박아 둔 후 제대로 빨지도 않아 닦으면 더 더러워질것같은 대걸레를 끌고 카운터 앞에 섰다. 제대로 닦을 마음은 없지만, 편의점 내 CCTV가 가장 잘 비추기도 하고 라디오가 가장 잘 들리는 카운터 주위를 대걸레로 대충 쓱쓱 훑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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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4년 5월15일의 밤이 벌써 찾아와 헤어질 시간이 다가왔네요. 신청곡 듣기전에 읽어드린 사연이 오늘의 마지막 사연 이었는데 백현씨께서 꼭 읽어드리고 싶은 사연이 있다고 하시네요. "
" 네! 계속 읽어드리고 싶었는데 도통 기회가 생기지않아서 고민하다가 작가님께 떼썼어요. 히히- 뭔가 자꾸 눈길이 가는 사연이더라고요. 제가 직접 마지막 사연을 읽어드릴테니깐요! 마지막 사연을 써준 '편순이' 님께서는 선물을 보낼 주소를 #0000으로 보내주세요! "
" 그럼 백현씨의 사연으로 저희는 이만 헤어지도록 하겠습니다. 내일은 중국에서 콘서트를 끝마친 우리 MC 려욱형과 화려한 개그맨 군단들이 나와 화려한 입담 대결을 펼친다고 하니 많이 기대해주세요! "
작가의 사인에 맞춰 두 MC의마이크가 잠깐 내려간 사이 백현의 최대한 목소리를 가다듬었다. 사연과 함께 자주 흘러나오는 BGM, 그리고 백현의 마이크만 다시 올라갔다. 잠깐 기다리라는 PD의 사인과 그 PD를 집중있게 바라보는 백현. PD의 곧게 펴진 다섯개의 손가락이 하나하나 접혀 어느새 큐- 사인을 주자 백현은 최대한 편안하고 안정된 목소리로 대본을 읽어 나간다.
" 안녕하세요. 저는 슈키라를 즐겨 청취하는 편순이 입니다. 편의점에서 저녁 아르바이트를 시작한지는 6개월 정도 되어가는데요. 그런 제게 아주 특별하고도 궁금한 손님이 계시는데 그 분의 이야기를 하고자 이렇게 사연을 적어봅니다. 약 두달 전부터 지금까지 저녁 8시가 되면 어김없이 찾아오시는 한 20대 초반의 남자 손님이 있는데, 그 분은 항상 큼지막한 스냅백과 마스크를 쓰고 언제나 처럼 800원짜리 '마이구미' 젤리를 사가십니다. 계산을 할때는 500원짜리 동전 1개, 100원짜리 동전 3개를 탁 놓고 아무말 없이 나가버리고요. 처음에 '아 저 사람 뭐야. 기분나빠' 라고 생각했는데 어느샌가 저녁 8시만 되면 그분을 제가 기다리고 있더라고요. 언제는 배송 착오로 '마이구미'가 없었던 날이 있었는데 '죄송해요. 오늘은 마이구미가 없어요.' 라고 하자 아주 울것같은 얼굴로 제 얼굴을 빤히 보는거에요. 너무 귀엽더라고요. 다음날은 어제 못먹어 아쉬웠는지 2개를 사가는데 웃음을 참느라 힘들었어요. 이제는 마이구미가 떨어질새라 주문서까지 확인해 가며 꽉꽉 채워놓곤해요. 한번이라도 말을 섞어 보고 싶지만, 너무 철벽같은 남자 입을 열질 않아요. 꼭 한번 이야기 해보고 싶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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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헐! 내 사연이다 내사연!! 와!!! 이거 제 사연이에요!! "
" 아..그러세요.. "
6800원 입니다. 이번에도 최호화 뷔페는 물건너 갔구나. 재미는 없어도 꽤 흥미로운 사연 소재라고 생각했는데 라며 희망의 끝을 완전히 놓고 계산을 하고 있을 때였다. 감미로운 백현의 목소리에서 '편순이' 라는 단어가 스피커 사이로 비집고 나오자 손님에게 건내받은 만원 1장을 들고 흔들며 손님께 자랑을 해댔다. 손님의 표정은 ' 저년은 뭐야..' 하는 표정이었지만, 뭐! 그게 문제가 아니라 초호화 뷔페가 내 손안에 들어왔다고!!! 정말 손님만 없었더라면 가게가 떠나가라 소리를 냅다 질러댔을거다.
" 역시, 정수정과 비교도 안될 아주 재밌는 사연이었어. "
손님이 편의점을 나가고 혼자 남은 편의점 앞에 앉아 가만히 내 사연을 감상하다가 끝나자마자 내가 뱉은 말이다. 남들은 내 사연을 어떻게 생각할지는 모르겠지만. 혹시나 그 마이구미남도 이 라디오를 듣고 있는건 아닐까? 만약 듣고 있다면, 사연을 쓴 사람이 바로 나라는걸 안다면 내일 날 찾아와 말을 걸어주었으면 좋겠다라고 생각에 빠져 있을 무렵 내 귀에 들려온 한 마디.
" 아주 재미있는 사연이었어요. 백현씨도 마이구미 진짜 좋아하시죠. 거의 매일매일 드시지 않아요? "
" 그쵸, 마이구미는 사랑입니다. 흐흐 "
" 제가 마이구미 한개만 달라고 하면 그렇게 정색을 하는데! 치사하다 치사해! 내가 사먹고 말지 하고 말아요. 달라고 해도 절대 안주니깐. "
" 그만하세요 첸씨. 저 청취자 분들이 절 쫌생이로 아시겠어요. "
" ...맞는것 같.. "
" 그럼 마지막 사연을 써주신 '편순이' 님께는 특별히 엑소의 사인CD를 보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
띠로리. 띠로리로리- 좋지. 그래. 슈퍼 아이돌 엑소님의 친필 사인CD 너무 좋지. 그런데 말이죠. 전 초호화 뷔페 2인권이 더 좋아요. CD 그거 참 좋은거죠. 그치만 먹을 수 있는 선물보다 더 좋은건 없어요. 확실히 초호화 뷔페권을 보내줄꺼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는데 느닷없는 선물에 카운터에 턱을 괴고 있던 팔에 힘이 스르륵 풀려 버린다. 아, 김빠져. 아 모르겠다. 그래도 공중파 라디오에 내가 쓴 글이 읽힌게 어디야. 애써 나를 위로(?)하며 퇴근 준비를 슬슬 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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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도 어김없이 6시 정각 출근. 평일 알바를 시작하면서 청춘을 즐길 시간도, 연애를 할 시간도 없어진다는게 너무 서럽다. 놀아도 아까울 시간에 덩그라니 혼자 카운터나 지키고 있으니. 그렇다고 큰 돈을 버는것도 아닌데. 딱잘라 '그만두고 싶어요!' 라고 말할 성격도 못되고 그만두지 못해 다니고 있다. 오늘도 언제나 처럼마이구미가 넉넉하게 있는지를 확인하고 카운터 앞에 앉아 있는데 곧바로 손님 한명이 들어온다.
" 어서오.."
그 남자다. 그 남자. 마이구미남. 오늘도 어김 없이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다. 평소와 조금 다른게 있다고 하면 스냅백을 쓰지 않았다는것. 난 재빨리 시계를 확인했다. 6시 43분. 항상 8시쯤 오곤 했는데. 오늘은 먼저 말이라도 걸어볼까? 뭐라고 걸어보지? ' 오늘은 일찍 오셨네요. ' 아냐 시간을 잰것 같잖아. 그럼 '혹시 어제 라디오 들어봤어요?' 아냐 날 이상한 여자로 볼꺼야. 그럼 '마이구미 정말 좋아하시나봐요.' 는 어떨까?카운터 위에 탁 내려놓은 마이구미. 바코드를 찍으며, 타이밍을 잡고 있는데 카운터 위로 다시 올려지는 무언가.
엑소 새 앨범 CD
" 어? "
난 놀라 토끼눈이 되서 고개를 들자 찬찬히 마스크를 벗는 이 남자.
' 변백현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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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생각해 왔던 무언가를 작성한다는게 참 어렵고 낯선것 같아요.
다른 작가님들 처럼 재밌고 웃기고 센스있게 쓰고 싶지만
그런걸 잘 못하기도 하고, 썰렁하기만 할것같고
편순이와 마이구미남은 달달 로맨틱? 으로 밀고 나가고 싶어요-
재밌게 읽어주시고- 댓글 써서 포인트 다시 받아가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