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영1 - 진영아, 잠시 나와보거라. 아버지의 부름에 마당으로 나와보니 발그레 예쁘게도 물이든 노을과 함께 한 여자아이가 아버지와 함께 서있었다. - 아버지 저 아이는 누구이옵니까? - 오늘부터 네 옆에서 널 보필할 비이니라. 너도 이제 13살이지 않느냐. 그만 고개를 들고 보거라, 네 앞에 서있는 자가 네 주인이니라. 그럼 난 이만 다시 나가보겠네. - 아버지 어디 가십니까? 밤이 춥습니다. - 허허, 내 필시 따뜻하게 입고 나갔다오마. 이 아이를 네게 데려다주려 잠시 들른것이다. 이 대감댁에 다녀오마. 그렇게 아버지는 아이만 덩그러니 남겨둔채 문을 나서셨다. 참으로 단아하다. 연꽃의 향이 그 아이를 휘감은듯 느껴졌다. 예쁜 빛늘 띄는 노을에 취한 것인가, 한낯 비이다. 그런 존재에게 단아함이 느껴질리 없다. 머리와 마음의 엇박자에 스스로 답을 내리려하다보니 그 아이를 그냥 세워준지 꽤 시간이 지났음을 뒤늦게 깨달았다. - 네 이름은 무엇이냐? - 어.. 나레 저는 그저 반씨의 딸년이라하여 반이라 불리옵니다. 반이라 불러주시지요. - 아니 어찌 이름이 없을 수 있단 말이냐, 이름은 그 사람의 또 다른 얼굴이라 하였느니라. 내 친히 네 이름을 지어주겠다. 음.. 한은 어떠한가? 밝을 반에 단아할 한, 반 한. - 한.. 반 한... 나으리, 너무 좋사옵니다. 저도 이제 이름이 생긴 것이옵니까? 감사합니다. 앞으로 저 한이를 편하게 불러주셔요. 나으리를 잘 보필하겠습니다. - 근데 한이 너는 어찌하여 나를 부르지않았느냐? - 무슨 말씀이시옵니까? - 아버지께서 나가신 뒤에 말이다. 그냥 가만히 서있지 않았느냐. - 아 그건 나으리 눈에 나비가 어지럽게 날아다녔기 때문입니다. 머리 속 사방으로 날아다니는 나비들을 좇느라 바빠보이셨습니다. 그렇다고 나비를 쫓아버릴 수 없어 그저 나리께서 다 따라가보시고 돌아오시길 기다렸사옵니다. 나보다 두어살을 앳되어 보이는 아이의 말에 머릿속이 하얘졌다. 내 사사로운 감정을 어찌 저리 비단결처럼 표현할 수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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