볕이 유난히 따뜻했다.
만물이 모두 일어나 저에게 아침인사라도 하는 듯 찬란한 날이었다.
하지만 그 누가 알았을까.
그날이 너와 내가 마지막이 될 것이라고.
"그만하자"
덤덤하게 내뱉는 너의 말에 난 벙어리마냥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정신을 차려보니 내 앞에 넌 이미 사라지고 난 그저 왜라는 물음만 되뇌었다.
도대체 무엇이 잘못된 걸까.
뭐가 문제였길래 어제까지만 해도 날 사랑한다고 속삭이던 입술에서 끔찍한 말을 내뱉은 걸까.
뭐가 문제였길래 나 혼자 듣기엔 너무나도 아까운 너의 목소리가 나를 이토록 아프게 하는 걸까.
우린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그래. 널 처음 만났을 때에도 오늘처럼 싱그러운 봄날이었지.
벚꽃이 만개하고 꽃잎이 소리 없이 흩날리던 그 길에서 우린 처음 만났지.
우릴 향해 쏟아지는 햇살을 가득 머금고 해맑게 웃으면 나에게 말을 걸었던 너를 나는 기억하고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