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 시간차 게임 |
Written by. Jerry 약간 황토빛이 도는 손에 힘이 들어갔다. 항상 긴장을 할 때면 손에 힘이 들어가고 땀이 나는 버릇이 있어 옷에 문지르곤 했는데 이번에도 역시 이불에 손을 문지르며 식혔다. 입이 열리지 않아 답답한 감도 있었고 짜증이 나긴 했지만 이 상황에서 화를 내면 더 자신에게 비호감을 가지게 될까봐 조마조마 했다. 몇 년 동안 이런일이 없었던 지라 어떻게 반응을 해야할지 몰랐다. 직설적으로 물어본 것도 그에 반한 이유에 있었다. 거남에게 처음으로 오디션을 본 이후로 이렇게 심장이 쪼이는 듯한 기분을 느껴본 지 오래였기 때문에 어떻게 반응을 해야 할지도 몰랐고, 어떻게 물음을 표현해야 할지도 몰랐다. 그저 긴장되는 손을 약간은 하늘빛이 도는 시트에 슥슥 비벼대는 일 밖에 할일이 없었다. 눈 앞에 보이는 우현의 얼굴은 그저 아리송한 표정으로 한참을 입을 다물고 있었다. 이 질문에 성규는 상당한 의미를 부여했지만 우현에게는 딱히 그 의미가 부여된 거 같지 않았다. 그것이 조금 더 실망스러웠다. " …왜 대답을 안 해요 " 결국 시트에 손만 비벼대던 성규가 약간은 급한 음성으로 우현에게 물었다. " 꼭 답을 해야 해요? " " 하지 못할건 또 뭐야 " " 그럼 할 건 또 뭐야, 안 할 수도 있지 " 그런게 어딨어! 급작스럽게 밀려오는 신경질에 성규가 소리를 내질렀다. 아까부터 화는 내지말자고 마음속으로 다짐했건만 그 다짐은 비뚤게 쌓은 담을 발로 쳤을때 마냥 와르르 무너져 내렸다. 애초부터 이 마음을 굳히 다지지 않았구나,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지만 이미 입 밖으로 내뱉은 말은 다시 입 안으로 밀어넣을 수 없었기에 성규는 그저 다시 조용히 입을 다물고 우현을 쳐다보았다. 저가 화를 내는 모습에 화를 낼 거 같았던 우현이 시선을 마주치자 그저 웃기만 하는 모습에 의외라는 듯 성규가 우현을 빤히 쳐다보았다. 그저 강아지 같은 웃음을 짓는것에 왜 화를 내지 않느냐고 질문을 하고 싶었지만 여기서 더 말을 걸면 나름 시크하다는 제 자존심에 금이 가므로, 성규는 여기서 질문을 그만두었다. 그리고 곧 손으로 시트를 쭉 끌어올려 드러누운채로 중얼거렸다. " 됐어요, 저 예민하니까 여기서 주무실 생각 말고 집으로 가세요 " " 원래부터 여기서 잘 생각 없었는데 " 고개를 돌린 상태로 성규는 얼굴을 찌푸렸다. 이게 오냐오냐 하니까 계속 기어올라, 머리 끝까지 올렸던 이불을 다시 다리 아래로 내리고 벌떡 일어나 눈을 부라렸다. 시선이 마주치는 순간 째리듯이 눈을 찢는 모습에 우현이 큰 웃음을 터트렸다. 손뼉을 치며 웃는 모습에 더 약이오른 성규가 마구 입에 있는 단어대로 내뱉어댔다. " 남우현 씨 내일부로 나오지 마세요 " " …뭐야, 왜요! " " 웃는거 완전 비호감이야 " 개새끼 같애. 적정히 화가 올랐는지 약간은 수준에 맞지 않는 단어를 입에 올렸다. 그 소리를 들은 우현이 휘어졌던 눈꼬리를 그만두고 실망한 표식을 여실히 드러내며 따졌다. " 아니 웃는게 비호감이라고 날 잘라요? " " 전 웃는게 예쁜 사람이 좋아요 " 그러니까 아웃. 손을 이용해 목을 자르는 행동을 하는 모습에 우현이 황당하다는 듯 소리를 이어 질렀지만 성규는 아까마냥 손으로 이불을 쭉 끌어올려 몸을 돌려 누웠다. 딱 봐도 삐진 모습이 드러나는 모습에 귀여운 듯 다시 입꼬리를 올려붙여 웃었다. 그래도 화는 풀어줘야겠다 싶어 두 손을 하늘색 이불에 올리고 성규의 허리에 닿은 손을 흔들었다. 몸이 조금씩 요동치며 흔들리는 것이 보였지만 성규는 꼼짝 않고 입을 다물고 있었다. 자는 척을 하는 것임을 딱 알면서도 일부러 우현은 장난을 칠 계획인지 이불 위에 올려진 손을 다시 아까마냥 마구 흔들며 성규를 깨웠다. 그래도 하나의 기척 마저 보이지 않는 성규에 아무래도 단단히 삐진 듯한 모양새를 느낀건지 하늘빛 시트에 있는 손을 조용히 내려놓았다. 그리고 허리를 숙여 얼굴을 성규의 귀 가까이로 했다. 입이 귀에 맞닿을랑 말랑, 하는 모습에 성규가 약간 몸을 떨었다. 이렇게 깨어있으면서. " 성규씨 그거 알아요…? " " ………. " " 저는 죽을때까지 성규씨 따라다닐 거에요 " 소근소근, 자장가 마냥 조용한 낮은 톤의 목소리가 병실에 울렸다. 여전히 성규는 반응이 없었다. " …………. " " 성규씨가 잘라도 사생팬이 되서라도 따라다닐 거에요, 껌딱지 처럼 " 그러니까 나 자를 생각 말고 잠이나 열심히 자요. 조용한 말을 끝으로, 차분한 걸음소리와 문이 닫히는 소리가 이어서 들렸다. 눈을 감고 있던 성규가 문이 닫히는 소리를 끝으로 눈을 떴다. 어두운 주위를 보니 불도 끄고 간 모양이었다. 후, 긴 심호흡이 이어지고 성규는 뜬 눈으로 한참을 눈 앞에 보이는 창문 속 풍경을 쳐다보았다. ## 오후, 약간은 늦은 오후에 몸을 일으킨 우현이 핸드폰 액정에 뜨는 숫자를 보고는 머리를 붙들고 한숨을 내쉬었다. 부재중 전화가 뜬 것을 보니 성규 아니면 작가가 전화했을 가능성이 높아보였다. 이렇게 늦게 일어날 줄 알았으면 알람 좀 맞춰놓을걸, 뒤늦은 후회가 이어졌지만 이미 지난 일. 손을 이용해 액정의 잠금화면을 풀고, 부재중 전화의 주인을 확인했다. 5건 중 3통은 성규였고, 2통은 작가였다. 결국에는 둘 다 한테 혼날 가능성이 높아졌다. 5통 전부 작가누나면 풀어줄 만 할텐데 나름 3통이지만 과반수가 성규의 전화니 어제마냥 이어지는 잔소리를 들을 생각에 우현이 혀를 찼다. 스스로도 자신의 처지가 딱한 모양이었다. 하는 행동은 딱 어린아이인데, 성규한테 긴 잔소리를 이어들을 때면 마치 꼭 대학생이 초등학생한테 혼나는 것 같았다. 쫑알쫑알, 입에서 나오는 소리를 들으면 스트레스를 받다가도 얼굴을 들어 눈을 마주치면 금방 또 풀리고, 이것이 어떤 현상인지 알 수 없지만 우현은 나름 복잡한 심정을 가지고 성규에게 전화를 걸었다. 초록빛 통화버튼을 손으로 꾹 누른 후, 전화기를 귀에 가져다 대자 뚜르르, 하는 건조한 통화연결음이 울렸다. ㅡ " 바쁜 매니저씨께서 어쩜 이렇게 늦게 전화를 주실까 " " 미안해요, 요즘 너무 피곤해서 " 됐으니까 끊어요. 짧은 단말마의 말과 함께 이어 들리는 뚜, 뚜… 하는 건조한 끊김음에 우현이 황당하다는 듯 핸드폰을 내려 액정을 제 시선에 담았다. 단단히 삐진 모양새가 드러나는 말투에 한숨을 이어 내쉬었다. 그리곤 삐돌이야, 삐돌이. 입을 비죽 내밀고 끊긴 액정화면을 본 후, 손으로 화면을 툭툭 건드리며 우현은 불만스레 중얼거렸다. 이제 20대 중반인데 그정도면 어른이구만 이런걸로 삐지고, 만약 성규가 자신이 입사하는 회사의 사장이였다면 고생 꽤나 했겠다는 생각을 하며 우현은 아래 있는 작가누나의 통화버튼을 눌렀다. 꾹, 누르자마자 우현은 다시 전화기를 귀에 가져다 댔다. 건조했던 아까와는 다른 신나는 통화연결음이 울렸다. 이래야 전화를 걸때도 재미가 있지, 하여튼 센스가 없어요. ㅡ " 어, 우현아 " " 누나, 미안해요! 요즘 내가 피곤해서 " 괜찮아, 지금은 잠깐 바쁘니까 내가 내일 다시 전화할게. 다정한 말투에 우현이 알았어요, 아까와는 다른 말투로 대답하며 전화를 익숙하게 끊었다. 사람이 이래야 진국이지, 어? 속으로 불만스레 생각하며 우현은 전화기를 제 츄리닝 주머니에 밀어넣었다. 그리곤 이불 아래 덮혀있던 몸을 벌떡 일으켜 이불을 몸 위에서 떨궈내고, 팔을 공중에 쭉 뻗어 기지개를 폈다. 안 그렇게 신경쓰려고 해도 아까 단단히 삐진 말투가 여간 신경쓰이는게 아니었다. 아무래도 오늘은 다른 스케줄은 하나도 잡지 말고 성규 화 풀어주는데에 주력을 해야할 듯 싶었다. 어제 속삭인 일로 화가 다 풀린지 안 풀린지도 몰랐는데 전화도 세 번이나 씹었으니 어째 이번에는 그냥 애교로 안 넘어갈 듯 싶었다. 도시락이라도 하나 사가야 하나, 좁은 방에서 큰 보폭으로 발걸음을 이어 방을 벗어나는 우현이 속으로 생각하며 화장실로 발을 옮겼다. 일단 얼굴부터 세안 해야지. ## 편의점에 맛스럽게 진열된 도시락들을 눈으로 훑은지 몇분이 지난 후였다. 아직도 결정을 하지 못하는 것을 보니 고민이 많이 되는 모양이었다. 하도 빵이나 팬들이 서포트 해주는 음식을 자주 먹으니 성규의 입맛을 파악할 수가 없었다. 매니저 하기 전에는 김성규라는 사람에 대해 일말의 관심 조차 없었으니 식성을 파악하기는 정말 젤리를 젓가락으로 찍어 먹는 일 보다 더 힘든일 같았다. 그렇다고 전화를 해서 물어보기는 감동이 조금 떨어질 거 같고, 만약 잘못된 식성을 얼추 추측했다가 도시락을 구입하고, 막상 잘 들고 가서 펼쳐줬는데 맛이 없다고 먹지 않는 다고 하면 그것이 더 고역이었다. 돈은 돈대로 낭비하고 성규 화는 풀어주지도 못하고, 이것이 바로 로또보다 더 고민된다는 그런 순간인가. 눈 앞에 드러나는 여러 종류의 도시락에 우현은 한번씩 손을 가져다 댔다가, 놨다. 를 반복했다. 참치마요는 만인의 입맛에 들어맞는다고는 하지만 여간 까다로운게 아닌 성규에게는 안 맞을 수도 있고… 오징어 볶음을 사가자니 오징어를 싫어할 거 같고… 결국 보편적인 제육 도시락을 집어듬으로써 고민은 끝이 났다. 제육 도시락 2개를 집어들고, 우현은 계산대로 향했다. 계산대 근처에 있는 여러 후식들이 눈 안에 들어왔다. 이런게 마케팅 전략이라고 계산대에 있는 후식에 눈 돌리지 말라고 했던 엄마의 조언은 어디로 날렸는지 우현은 계산대에 있는 삶은 계란 3개 묶음을 두개 집어들었다. 그리고 계산대로 밀어놓으며 이것도 같이 계산해 주세요, 하고는 주머니를 뒤져 지갑을 꺼냈다. 안녕히 가세요, 하는 기분 좋은 인사가 울리고, 종이 달린 유리문에 왕복하도록 힘있게 닫고나온 우현이 바로 앞에 있는 병원으로 시선을 옮겼다. 신호등 하나만 건너면 바로 갈텐데. 청바지 골반 근처에 위치한 주머니에 손을 집어넣어 안에 있는 핸드폰을 밖으로 꺼냈다. 버튼을 하나 눌러 액정화면을 밝히니 아까보다 1시간이 지나있었다. 나름 단장한다고 꾸민것에 시간을 소비한 모양이었다. 물론 여기까지 오는 시간도 포함하고. 우현은 손에 들린 도시락 두 통이 담긴 비닐을 휘적휘적 앞 뒤로 흔들며 초록빛 불로 바뀐 신호등을 판단하고 횡단보도 앞으로 걸음을 향했다. 이걸 먹고 화를 풀어야 할텐데. 엘리베이터에서 몸을 옮기고, 3층에 도달했을땐 어제 보다 더 시끄러운 소리가 울렸다. 아이들이 많은 층수라 성규가 스트레스를 받을것임이 예상되었다. 어쩐지 1인실이더라, 비싼 돈을 들여서라도 자신의 편의가 중요할 사람이니까. 쓸데없는 생각을 머릿속에 펼치며 우현은 걸음을 옮겼다. 근처에 있는 병실에 도달해 문을 슬쩍 열고, 얼굴을 쪼그마니 내밀어 병실을 둘러보았다. 눈알을 굴려 병실 내부를 살피는 동안 앉아서 핸드폰을 만지던 성규가 우현 쪽을 쳐다봄으로써 눈이 마주쳤다. 그제야 넉살좋은 웃음을 지으며 우현은 살짝 열었던 문을 손으로 밀어 크게 열었다. 그리고 곧 아이들의 떠드는 소리가 새어들어오자 성규가 화낼거 같다는 생각이 들어 재빨리 손을 이용해 문을 닫았다. 그리고 덩그러니 놓인 성규의 침대 가까이로 가 동그란 의자에 엉덩이를 붙이고는 손에 들린 도시락을 자랑스레 꺼내보였다. " 짜잔!, 도시락! " 한번 시선을 옮겨 도시락을 훑어보던 성규가 다시 핸드폰을 시선을 옮겼다. 게임중이었는지 요란한 소리가 스마트폰에서 울렸다. 우현은 시트 남은 자리에 비닐에 담긴 도시락을 내려놓으며 먹어보라고 아양을 떨었지만 스마트폰에 시선을 고정시킨 성규는 답할 생각 조차 하지 않았다. " 아, 내가 이거 없는 돈 털어가면서 사온건데… " " ……………. " " 한번 먹어줘요, 네? 계란도 있는데… " 그제야 눈알을 굴려 옆에 놓인 도시락에 시선을 옮긴 성규가 게임이 끝난 스마트폰을 이불에 내려놓았다. 그리고는 비닐에 담긴 도시락에 손을 옮겼다. " 뭔 도시락인데요? " " 고기!, 성규씨 고기 좋아해요? " 당근이죠, 고기 안 좋아하는 사람도 있나? 하는 긍정적인 반응에 잘 선택했다는 듯 우현은 마음속으로 쾌재를 불러제꼈다.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던 결과가 만족스러우니 기분이 더욱 뿌듯했다. 도시락 두개에 파묻힌 계란을 손을 뻗어 꺼내들며 '계란도 있지!' 하는 말을 내뱉었다. 나름 애교라고 부린거지만 고기에만 관심이 있는지 도시락을 열어보며 시선을 고정시키는 모습이 보였다. 우현이 뻘쭘한 듯 든 계란을 내려놓으며 저도 도시락을 하나 집어들었다. 케이스를 열어 옆에 보너스로 주는 일회용 숟가락과 나무젓가락을 집어들었다. " 남 매니저가 쏜다! 맛나게 먹어요 " " 3000원짜리 편의점 도시락 쏘면서 생색은… " 3만원짜리면 몰라. 정곡을 찌르는 말에 우현이 발끈해서는 마구 변명을 퍼부어댔지만 역효과로 웅얼거리며 빠르게 말하는 탓에 성규는 하나도 알아듣지 못했다. 그저 우현의 도시락 처럼 옆에 붙은 일회용 도시락과 나무젓가락을 뜯는 일 밖에 더 하지 않았다. 젓가락을 반으로 가르고, 왼쪽 큰 칸에 가득 담긴 고기 중 하나를 집어 들어 입에 넣었다. 약간 매운 고추장 향이 퍼지고, 잘 씹히는 고기의 맛에 성규의 입꼬리가 슬슬 올라갔다. 젓가락을 이용해 고기를 입안에 넣으면 넣을수록 기분이 좋아지는 것 같았다. 만족스런 선택으로 성규의 화가 조금은 풀린듯 해 우현은 기분 좋게 밥을 퍼먹을 수 있었다. 그리고 밥을 중반 쯤 먹어치울 즈음에, 우현은 나무젓가락을 입에 넣고 쪽쪽 빨아대다 다시 나무젓가락을 손으로 옮겨 입안에서 빼낸 후, 정적이 이어지던 병실에 말을 시작할 물꼬를 틀었다. " 성규씨, 혹시 예능 하나 안 나갈래요? " " 무슨 예능?, 그런 얘기 없었잖아요. " 입 안에 고기와 밥이 가득 들어가 빵빵하게 부풀려진 볼과 어눌한 발음으로 성규가 답했다. 사실 이번주 내로 끝날 미팅 관계라 이번주 전에는 확실한 출연 의사를 얻어내야 했다. 프로그램 기획을 짜맞춰 가는데도 오래걸렸지만 만약 성규가 대놓고 출연을 거절한다면 그 오래걸린 시간은 말짱 도루묵이 되어버리는 상황이었기에 어떻게는 성규를 설득해야겠다. 요즘 성규의 비위를 잘 맞춰줬던 이유도 이에 있었다. 예전 같았으면 이정도로 넉살좋게 굴지는 않았을거다. 아무리 좋아하는 사람이래도 자존심은 있기에 제멋대로인 성규에게 몇번 불만스런 발언을 했겠지만, 지금은 프로그램 기획에 걸린 시간에 할당하도록 성규가 출연 의사를 긍정적으로 검토하는 것이 우선이었다. 쩝쩝거리는 소리를 내며 저에게 시선을 옮긴 성규가 말을 재촉했다. 그제야 우현은 약간 힘겹게 말을 꺼냈다. " 그게, 그런데… 약간 남남 커플성이 짙어서, 괜찮겠어요? " " …지금 그런 예능을 저한테 나가라고요? " 순식간에 구겨지는 표정에 우현이 속으로 절망적이게 외쳤다. 아, 망했다. 역시 안돼나. 마구 욕설을 퍼부으며 화를 낼 것 같았던 성규가 우현의 예측과는 다르게 약간은 다운된 톤으로 질문했다. " 역시 나 안 좋아하는구나? " " …무슨 이상한 소리를 해요 " " 아니, 좋아하는 사람이면 누구랑 커플로 나오게 하는거 시킬리가 없잖아, 어제 했던 말 다 구라죠? 어?, 이 도시락도 다 뇌물이었어? " 아니에요, 그런거! 우현의 부정하는 말에 성규가 됐어, 됐어 하는 말을 연발하며 먹던 도시락… 이라기엔 텅텅 빈 도시락을 비닐 안에 밀어넣었다. 우현이 손을 흔들며 부정을 해댔지만 성규는 아까 도시락을 받아 들때와는 사뭇 다른 말투로 우현에게 쏘아붙였다. 또 기분이 저하된 모습에 나중에는 아예 예능 자체를 안 나갈거 같은 톤으로 쏘아붙이니 일단은 성규의 기분을 풀어주는게 우선이라 여겨 우현은 재빨리 예능 얘기를 입 안을 다시 집어넣고는 화제를 돌렸다. 무릎에 잠시 놓아둔 계란을 들며 말의 화제를 재빨리 바꿨다. " 아, 성규씨 그럼 됐고, 일단 계란 먹어요 " " ……뭐요, 무슨 계란인데요? " 다행히 의외로 단순한 생각 탓에 우현이 제 얼굴 근처로 계란을 올려 급하게 화제를 돌림에도 성규는 금방 우현의 생각대로 생각을 옮겼다. 맥반석 계란이라고 답해주니 이런 류의 계란을 좋아하는 듯 성규는 재빨리 우현의 손에서 계란을 빼앗았다. 세개가 묶음으로 묶여져 있는 계란을 손을 마구 움직여 묶음을 풀고, 하나를 꺼내들었다. 손에 힘을 줘 다른 손에 계란을 내리치니 금방 깨지는 껍질이 드러났다. 손을 움직여 계란 껍질을 다 벗겨내고, 성규는 계란을 든 손을 입 가까이로 옮겨 한번에 그 큰 계란을 입으로 밀어넣었다. 입에 꽉 차는 듯 햄스터 마냥 볼이 빵빵해진 성규가 우물거리며 우현에게 협박하듯 말했다. " …하여튼… 나, 예능…… 보낼 생각… 하기만… 해봐요… " 우물거리며 계란을 먹는 탓에 끊기는 발언에도 하기 싫다는 의사는 분명히 드러났다. 애초부터 하고 싶을 거라고 생각은 안 했지만 나중에라도 설득할 시간은 남아있었기에 우현은 일단 한발 물러났다. 이렇게 공들여서 기획헀는데, 안 한다고 하면 화를 낼 법도 싶었다. 이게 다 김성규씨 잘 되라고 하는 짓인데 왜 안해요! 하며 불만스레 소리를 칠 수도 있었겠지만, 좋아하는 사람에게 마구 화내기도 어려운 일이었다. 눈만 마주치면 웃음이 절로 나오는데 화낼 여건은 더더욱 없었다. 이게 공과 사의 구분이 안된다는 예를 적절히 들어주는건가? 속으로 생각하며 우현도 남은 계란을 톡톡 까서 한 입 베어물었다. 그리고 먹느라 아까 잠깐 끊겼던 정적이 다시 이어졌다. 시선을 옮겨 성규의 얼굴을 보니 볼이 점점 줄어들고 있었다. 아마 빠르게 씹어 억지로 넘기는 중일지도 모른다. 딱 봐도 계란을 좋아하는게 티가 나니까, 오늘 부로 식성을 몇개 알았으니 다음에는 고민할 필요가 없을 거 같다는 쓸데없는 생각을 하며 성규가 하는 행동을 계속 쳐다보았다. 꿀꺽, 목구멍 너머로 밀어넘기는 소리가 나고, 성규는 남은 계란 하나를 집어들었다. 그리고 무슨 짓을 할런지, 계란을 든 채로 우현을 불렀다. " 우현씨 나 좀 봐봐요, " 왜요? 하는 대답을 하며 시선을 성규의 눈으로 옮기자 성규가 계란을 잡은 손을 옮겨 우현의 머리로 옮기고는 세게 계란을 내리쳤다. 시선을 맞추고 해맑게 웃는 모습에 계란을 머리에 내리칠거라고 생각도 하지 못한 우현이 벙진 모습으로 성규를 쳐다보았다. " 하나, 둘, 셋 " 고통을 느낄 새도 없이 숫자를 센 성규가 다시 한번 계란을 머리에 내리쳤다. 그제야 고통이 상반 되어 우현의 머리에 찌르르한 느낌이 밀려왔다. 머리를 붙잡고 아프다고 호소하려는 순간 또 한번 숫자를 세번 센 성규가 계란을 또 내리쳤다. 윽, 이건 진짜 아프다. " 아!ㅡ, 진짜 아파!, 뭐 이런걸 해요? 초딩이야?, 아오… " " 이게 뭔지 알아요? " 뭔데요, 퉁명스레 답하는 우현에게 성규는 볼일이 끝났다는 듯 시선 하나 주지 않으며 우현의 머리와 마찰되어 바스라진 계란 껍질을 까대며 답했다. " 시간차 멍청이 인증. 되게 반응속도 느리네 " 하여튼 내가 멍청한 매니저를 고용했지, 한숨을 동반하며 성규는 여전히 길게 계란을 깠다. 너무 세게 맞은 탓에 완전히 바스라져 조각조각난 계란 껍질들이 손을 움직여 밀어낼때마다 우수수 떨어졌다. 치우기 귀찮은지 손으로 이불 위에 떨어진 계란 껍질들을 털어내었다. 시트를 손으로 털어내는 소리가 들리고, 성규는 다시 이어서 계란에 집중했다. 그에 반해 어이없이 머리에 타격을 맞은 우현이 머리를 어루만지다가 복수라도 하려고 계란이 있나 까진 허물을 찾아보다 계란이 없다는 것을 인지하고는 곰곰히 생각했다. 몇 초 지나지 않아, 좋은 생각이 떠올랐는지 우현은 아까 지었던 넉살좋은 미소를 지으며 계란을 까고 있는 성규를 불렀다. " 성규씨 " " 예? " 바로 고개를 돌려 저를 보는 모습에 우현은 의자에서 엉덩이를 떼어 살짝 일어나 옆으로 돌려진 성규의 얼굴을 두 손으로 감싸쥐고 짧게 입을 맞댔다. 예전에 현실을 생각했던 그 상황이, 지금에서야 약간의 희망이 쥐어진 것 같았다. 아까 일을 청탁하는 상황에서도, 어제 마냥 여자랑 놀았다고 화냈던 것에도, 약간의 희망이 주어지고 우현에게는 착각의 동기를 부여하는 셈이었기 때문에, 현실에 목이 메여 하지 못했던 행동을 도박 처럼, 된다, 안된다 하는 가능성도 판단하지 않고 무작정 질렀다. 그리고 짧은 뽀뽀가 끝나고, 우현은 입술을 뗐다. 내려다 보는 성규의 모습은 벙진 모습이었다. 아까 계란을 처음 맞은 자신의 모습과 겹쳐보여 웃음이 새어나왔다. 그리고 자신도 아까 성규마냥, " 하나, 둘, 셋 " 셋을 세고 다시 입을 맞췄다. 그리고 짧은 입맞춤을 끝으로 다시 또 입술을 떼고, 또 한번 하나, 둘, 셋을 셌다. 그리고 다시 한번, 평생 맞닿을 것 같지 않았던 입술이 맞닿았다. 그리고 속성 마냥 빠르게 우현은 입술을 떼었다. 아까 약올리듯 뱉었던 성규의 말투마냥, 우현은 약올리는 말투로 성규에게 물었다. " 이게 뭔지 알아요? " " …………. " " 시간차 뽀뽀 " 그 말을 끝으로, 부드럽게 고개를 꺾어 이번에는 벌린 입으로 깊게 입술을 맞췄다. 아까 처럼 눈을 뜨지 않고 금세 감는 모습에 우현은 고개를 유연히 꺾어가며 혀를 놀렸다. 아, 진짜 이대로 죽어도 좋겠다. 눈을 감고 혀를 놀리는 순간에도, 우현은 생각했다. 사담 일. 고삼이 이렇게 힘든건지 몰랐슴돠ㅠ▽ㅠ 여러분 안녕! 오랜만이에요 제리임돠! 반갑반갑 근데 다들 자시겠지? 아마 난 안될거야ㅠㅠ 이. 수능 보기 시르다. 오늘도 내일도 공부라니 지옥같아!!!!!!!!! 삼. 현성이들 달달해서 쥬금.. 부산 홍보영상 보셨어요? 아 사랑한다니ㅠㅠ 사랑한다니!!! 왜 남우현 이자식아 거기서 사랑한다고 물어봐!!!!!!!!! 이 연애 버러지들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사. 내일 12화 올릴지도 미지수.. 그리고 13화로 안 끝나고 1~2화 연장될수도 있을거 같아요! 오. 그대들 제가 넘넘 사랑함돠~♡ 우리도 현성이들 처럼 달달하게 놀아봐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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