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느낌에 눈을 뜨니 2인용 정도 되는 침대에 내가 누워있었다.
그것도 속옷 바람으로.
화들짝 놀라 사태를 파악하려 주위를 둘러보니
아까 그 기분 나쁜 남자가 날 쳐다보며 씩 웃는다.
"일어났어? 좀 적당히 좀 마시지."
"여기 어디에요? 나한테 지금 뭐한 거예요?"
그 남자가 나에게 다가오며 알 수 없는 눈빛을 보이며 또박또박 대답해온다.
"여긴 내 집이고 아무 짓 안 했어. 옷은 그 쪽이 덥다고 벗어던진거고... 냉수 드시고 속이나 차리시지."
냉수를 건네는 그의 손을 외면하지 않고 받아 한모금 마셔 목을 축였다.
"근데, 언제봤다고 자꾸 반말이에요?"
"언제보긴, 아까 봤지. 그리고 예전에도."
"예전?"
"나 기억 안나? 네 옆집 살았잖아. 한... 11년 전인가?"
"...어!"
취해도 한참을 취했었나보다. 이 사람을 몰라보다니. 주위를 둘러보니 바텐더로 탄 상들 옆에 축구부로 활동했던 어린 시절 모습이 담긴 사진이 보였다.
"태...택운오빠...? 오빠가 왜 근데 바텐..."
"다리 다쳤었거든... 그래서 그만뒀어. 축구. 근데... 내가 일 하다가 왜 여깄는지 안 궁금해?"
"...아...왜..."
"너처럼 대충 둘러대고 나왔어. 우리 직장이 좀... 후리하거든..."
"아... 네... 혹시 저 때문에..."
"응. 너가 마음에 걸려서... 한눈에 알아본 너인데 기분도 안좋아보이고..."
"...신경 안써도 돼요. 저 괜찮으니까..."
"별빛아..."
"...네?"
"넌 인연이라는 거... 믿어?"
"....믿고 싶은데... 제 주변에는 없나봐요...
다 나보고... 매력이 없다고, 재미도 없다고... 막 그러는데..."
다시 주책맞게 눈물이 나왔다. 황급히 흐르는 눈물을 닦았지만 취기가 아직 가시지 않았는지 그치지를 않는다.
"하핫... 죄송해요 괜히... 오늘 고마웠어요.
저 옷 좀 입게 밖에 좀 나가..."
"네가 왜 매력이 없어? 그냥 그 남자들이 몰라보는 거지"
"...네?"
나를 다시 동정하는 건지 위로해주는 그가 고마우면서도 나를 더 비참하게 했다.
그런 그가 인상을 구기며 나를 보더니 말을 이어갔다.
"너, 내가 동정하는 걸로 보여?"
"...네 안그러셔도 되는데..."
"너 나 알지. 나 말없는 거랑 아까 바에서도 여자들이 말걸어도 다 무시한 거."
"...."
"근데 넌 자꾸 신경쓰였어."
"...그야 오빠가 마음은 따뜻하니까..."
"그게 아니야... 나 사실..."
"...사실...?"
길게 정적이 흐른 뒤 그가 다른 데를 쳐다보며 뱉은 한마디.
"나 너 좋아했어. 그리고 지금도..."
"...에? 저를? 왜요? 난 이쁘지도 않고 잘난 것도 없는데?"
그가 머리를 긁적이더니 나에게 다가와 내 손을 꼭 잡는다.
"별빛아... 그 사람들 잊고... 오빠랑... 다시 시작하자."
"아니...저...오빠...그게..."
"강요 안할게... 근데 우리 이렇게 만난 거... 난 인연이라고 생각하거든? 그래서 아까 너 따라 나온거고...
뭐... 싫으면 싫다고 해줘. 그럼 뭐 좋은 오빠로 남고..."
갑작스러운 고백에 얼떨떨했지만 갑자기 심장이 바쁘게 뛰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 말 진심이에요?"
"후... 남자가 돼서 이런 걸로 거짓말 하겠어?"
확고한 그의 말에 내 마음도 답을 내린 듯 했다.
"그럼... 저도... 좋아요..."
"...정말?"
"...네"
부끄러워 고개를 숙이며 답하는데 고개가 들리고 입술이 묵직해져오는 게 느껴졌다.
그의 혀에서 달콤한 초콜릿 맛이 났다.
"그래도 아까 준 칵테일 안 마시고 간건... 서운했어."
"미안해요... 근데 그 칵테일 이름이 뭐예요?"
"깔루아밀크."
"아~ 앞으로 자주 마셔야겠다 히힛..."
나의 웃음에 그도 환한 미소로 화답한다.
"앞으로 우리 가게에서만 마셔. 다른 데에서 마시면 혼나."
맑은 바람 청풍입니다! 오늘은 떡없이 달달하게 써봤어요 ㅠㅠ 어젯밤에 갑자기 생각나서 급하게 써봤는데 이번에도 역시 ㅠㅠㅠㅠ 이번에도 댓글 다시고 포인트 받아가세요~ 안녕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