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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원한빈] Black Swan

 


 한빈은 거대한 쇠문 앞에 빗장이 떨어져 있는 것을 보았다. 이미 와있었구나. 싸늘하게 마른 침이 목구멍으로 꼴딱, 넘어가는 것을 느끼며, 한빈은 열리지 않을 것처럼 굳게 닫힌 쇠문을 온 몸으로 밀었다. 끼이이익―하는 기분 나쁜 마찰음과 함께, 커다란 문이 버겁게 열렸다. 한빈은 문을 체 다 열기도 전에, 문틈으로 스며드는 빛에 그 안에서 비릿하게 웃고 있는 인영을 보았다.

 한빈은 그 틈 속에 몸을 꾸역꾸역 밀어넣고, 쇠문을 도로 밀어 닫았다. 철컹, 하는 소리와 함께 텅 빈 공간이 메아리쳤고, 아주 자그맣게 난 창문 틈으로 희미하게 들어서는 빛에 공기 중에 떠다니는 먼지가 뿌옇게 보였다. 비실거리며 웃고 있던 지원은, 매트 위에 주저앉으며 느긋한 손가락을 그 위에서 놀렸다. 안 올 줄 알았는데. 지원은 그렇게 중얼거렸다. 마치 한빈이 올 것을 이미 알고 있었다는 듯이. 그래, 김지원도 결국 야릇한 눈빛을 느꼈던 것이다. 다 알고 있었던 것이다. 제가 무슨 생각을 하는 지.


 "말해봐, 김한빈."

 "……."

 "여기에 왜 왔는지."


 지원은 나른한 목소리로 명령했다. 한빈은 지그시 입술을 깨물며 주먹을 쥐었다. 이윽고, 떨리는 목소리가 대답했다. 알잖아, 왜 왔는 지. 한빈의 대답에, 지원이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매트에서 일어났다. 그럼, 아주 잘 알지. 네가 원하는 게 뭔지도 알아. 김지원이 어둠속에서 큭큭, 기분 나쁜 소리를 내며 웃었다. 미간이 저절로 찌푸려졌지만, 한빈은 어느 새 지푸라기 인형처럼 몸에 힘을 빼고 있었다.

 나 믿지? 난 줄 수 있어. 김지원은 제가 세상에서 제일 자비로운 황제라도 되는 마냥 빈정거렸다. 네가 원하는 거 말이야. 친절한 목소리가 더없이 소름끼치게 등줄기를 탔다. 그리고 지원은 당당히 김한빈에게 손을 들이밀었다. 그러니까 너도 줘. 내가 원하는 것. 두려운 심장이 쿵쿵, 달음박질을 하는 소리가 공허한 공기를 타고 흘렀다. 망설여져? 지원은 아무 말이 없는 한빈을 보며 낄낄거렸다.


 "너도 알잖아, 김한빈. 내가 원하는 게 뭔지."


 그 말에, 한빈은 조금 머뭇거리며 지원을 올려다 보았다. 유리알처럼 맑은 눈동자가 어느 새 욕망으로 흐려져 있었다. 저 높은 곳에 올라가고 싶다는 허무한 욕망. 꼭대기에 서면, 넌 뭘 할 거지? 그곳에 올라서면 더이상 올라갈 데가 없는 허망함밖에 더 느끼려나? 멍청한 새끼. 지원은 속으로 비웃으면서도, 저한테 이득이 되었으면 됬지 해가 될 것은 없다는 생각에 김한빈의 옷자락을 손에 쥐었다. 내 눈도 네 것처럼 욕망으로 흐려져 있을까? 지원은 김한빈에게 눈으로 물었다. 김한빈의 흐릿한 눈동자에 비친 제 모습은 이성을 잃은 괴물이었다.

 김한빈은 주춤거리며 무릎을 꿇었다. 달달 떨리는 하얀 손가락이 버클을 풀었다. 뭘 그리 서두르려고. 나 빨리 끝낼 생각 없는데. 지원은 낮게 으르렁거리며, 제 버클을 잡아풀던 한빈의 손목을 잡아채서 그대로 매트 위로 내팽개쳤다. 쿵, 하고 한빈의 몸이 힘없이 매트 위에 떨어지며 가라앉아있었던 먼지가 붕, 공기에 떴다. 지원은 악마처럼 낄낄 웃으며 김한빈의 다리 사이에 제 몸을 끼웠다.

 밑에 널브러져 제 옷을 벗겨내는 손에도, 이미 까맣게 멀어버린 눈은 눈물조차 흘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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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뒷내용...! 뒷내용이 피료하다....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하읏ㅠㅠㅠㅠㅠㅠ이런거 진심 겁나 좋아해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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