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킴 - Thank You
응급의학과 또라이 04
“왜 자꾸 쳐다봐?”
“너 예뻐서요.”
“하여간 나 머리 묶는 거 참 좋아해 황민현?”
“예쁜 걸 어떡해..”
왜 또 얼굴은 빨개진대...
쓸 데 없이 귀여웠다.
민현이는 예전부터 내가 머리 묶는 걸 좋아했다.
그래서 학교 다닐 때부터 머리를 풀고 싶을 때도 괜히 묶고는 했다.
너는 모르겠지만 그랬다.
며칠 전부터 허리가 그렇게 아프더니 결국 오늘이 그 날인가 보다.
한 달마다 아프다고 바쁜 응급실을 멀리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냥 억지로 참고 버티는 수밖에 없다.
다만 마주치지 말아야 할 사람이 있다.
내 표정만 봐도 알아차려 버리는 황민현이다.
병원 일로 힘든 너를 또 한 번 걱정시키고 싶지는 않았다.
역시 원하는 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게 인생이라고 했다.
스케줄을 확인해보니 하필 황민현과 함께 나이트 근무에 걸려버렸다.
같이 일하고 싶을 때는 맨날 떨어지더니 꼭 이렇다.
너를 피하려고 얼마나 애썼는지 모른다.
교대를 하러 다들 모인 스테이션에는 역시 민현이도 있었다.
나를 발견하고는 반갑게 달려오는 너다.
“왔어?”
“응.”
괜히 더 활짝 웃어보였다.
“잠 많이 못 잤어? 피곤해 보이네.”
귀신이야 황민현...
나는 또 잠 못 잘 일이 뭐가 있냐며 대충 둘러댔다.
모두가 잠든 이 새벽, 응급실은 언제나 예외다.
오늘도 이곳은 잠들지 못한 사람들로 가득하다.
멍하니 응급실을 둘러보고 있으면 다급한 정 간호사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이 선생님 8번 베드 김윤정 환자요. 오후부터 O2 sat 계속 불안정했는데 현재 유지가 안 됩니다. 호흡곤란 상태예요.”
*O2 sat(O2 saturation): 산소포화도
“인투베이션 준비해주시고 김재환 좀 불러주세요.”
*Intubation(인투베이션): 기관 내 삽관
“네 선생님.”
“김재환 네가 어시해 오늘. 할 수 있지?”
“... 네.”
“망설일 시간 없어. 빨리 시작하자.”
눈만 꿈벅 대는 김재환이 불안해서 화가 났다.
오늘따라 뭐가 이렇게 다 짜증이 나는지 모르겠다.
모든 게 신경 쓰이고 마음에 안 들었다.
괜히 막 서러웠다.
“수고하셨어요 선생님.”
“... 그래 너도. 오늘 화 많이 내서 미안해.”
“아니에요. 선생님 어디 아프죠?”
아픈 게 확실하다는 눈빛이다.
“... 어떻게 알았어?”
“그냥 억지로 참는 거 보이던데...”
다 티가 나나 보다.
“황민현한테는 말하지 마.”
“왜요?”
“그냥 걔 잔소리 듣기 싫어서”
“에이... 선생님 근데 그거 알아요?”
“뭘?”
“황 선생님이 선생님 좋아하는 것 같아요.”
김재환의 띠용스러운 말 한 마디가 얼마나 웃기고 당황스러웠는지 모른다.
그리고 뭘 눈치라도 챘나 싶어서 불안하기도 했다.
“ㄱ.. 걔 나 안 좋아하는데?”
“아니에요. 확실해요 진짜”
동공에 일어나는 지진을 멈출 수가 없었다.
“잔 말 말고 차트 정리나 해. 이번에 실수하면 안 봐준다?”
“치... 넵. 아 그리고 선생님”
“아 왜 자꾸 불러!”
“황민현 선생님은 이미 알아요.”
“... 뭘?”
“쌤 아픈 거 이미 다 알아요. 그냥... 제 생각에는 그래요.”
"약은 챙겨 드시고 하세요."
음흉한 눈빛으로 스테이션으로 향하는 김재환이다.
저 눈빛은 뭘까...
어린 게 눈치는 빠르다 싶었다.
틈 날 때 조금이라도 쉬어야겠다 싶어 복도 끝에 있는 의자에 아무렇게나 앉았다.
긴장이 풀리니 머리가 너무 아팠다.
배도 아프고 허리도 아프고 아프지 않은 곳이 없었다.
그리고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나 싶어 네이버 구경을 했다.
“약 안 먹었지.”
“... 어떻게 알았어?”
김재환 천잰데...?
“내가 바보냐... 그렇게 배를 만지작 거리는데 어떻게 몰라.”
주머니를 뒤적이더니 언제 받아왔는지 모를 약과 핫팩을 꺼냈다.
그리고 옆에 있는 정수기에서 물을 한가득 받아 건넨다.
“민현아 너 도라에몽이야?”
아픈 와중에도 민현이가 너무 귀여워서 웃음이 나왔다.
“웃음이 나와? 난 걱정돼 죽겠는데..”
또 정색한다 황민현.
지금 내가 걱정돼서 더 저러는 거다.
점점 피곤해지는데 장난이라도 쳐야지 싶었다.
“황민현 짜증나...”
“왜 화내ㅠㅠ 아파 죽겠는데ㅠㅠㅠㅠ 어래ㅑ노버ㅐㅠㅠㅠ”
“울어...? 야 왜 울어..”
“...”
“성경아.. 미안해...”
그리고 황급히 나를 안아오는 너다.
오랜만에 안겨보는 너의 품이 좋아서 그렇게 한참을 있었다.
“너는 어떻게 맨날 속냐”
“아 미친 너 또 장난쳤어?”
“응!”
너는 또 속았다는 듯 헛웃음을 친다.
서로를 바라보다가 웃음이 터지고 말았다.
그리고 이리저리 복도를 보더니 아무도 없다고 말한다.
그리고 우리는 짧은 키스를 했다.
“딸기맛 나”
“아까 애기가 사탕 준 거 먹었어.”
“애기가 선생님 잘생긴 걸 알았나 봐.”
“푸흡... 그러게”
“이성경”
“이제 몸 좀 챙기면서 일해. 아프면 좀 쉬고. 응?”
“알았어알았어.”
우리는 달달했던 휴식을 시끄럽게 울려대는 콜로 마무리했다.
나이트 근무를 끝내고 오랜만에 집에서 잠을 푹 잤다.
역시 사람은 잠은 자면서 살아야 하나 보다.
“오늘따라 왜 이렇게 기분이 좋아 보여요 쌤?”
“그러게요. 잠을 푹 자서 그런가?”
수간호사 쌤의 물음에도 계속 웃음이 나왔다.
날씨도 좋은데 민현이랑 여행이나 가고 싶다..
집에 가기 귀찮다며 병원 숙직실에서 자겠다는 황민현이 떠올라 또 한 번 웃음이 났다.
호랑이도 제 말하면 온다더니 긴 다리로 저벅저벅 걸어온다.
민현이는 아직도 잠이 덜 깼는지 하품을 했다.
그리고 나를 발견했는지 싱긋 한 번 웃어주고는 차트를 뒤적였다.
안경을 쓰고 유심히 차트를 읽어 내리는 황민현이다.
아니 뭐 안경 쓴 것도 잘생겼고...
또 한 번 반할 뻔 했다.
짜증난다.
내꺼라서 다행이다.
“병원에서는 티 내지 말자며”
민현이는 내 눈빛을 알았다는 듯 속삭였다.
“어... 미안. 안경 맨날 쓰면 안 돼? 잘생겼다 너”
“알았어 자기”
“으...”
몇 년 전이었으면 상상도 못 할 만큼 능글맞다.
이게 정녕 내가 아는 그 황민현이 맞나 싶다.
3중 추돌사고가 났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5분 후면 병원에 도착한다고 했다.
특히 TA의 경우에는 치명적인 부상이 많기 때문에 응급실은 한바탕 전쟁이 벌어진다.
*TA(Traffic Accident) : 교통사고(환자)
병원 밖으로 나가 환자를 옮길 준비를 한다.
앰뷸런스의 문이 열리고 들것에 실린 환자가 보인다.
온 몸을 피로 물들인 환자, 그리고 우리는 그 환자를 옮긴다.
그러나 나는 뒷걸음질 칠 수밖에 없었다.
의식을 잃고 쓰러져있는 환자는 하성운이었다.
내가 한때 많이 사랑했던 사람이다.
어떤 누군가가 혹시 내가 고통 받길 원한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러려고 오늘 하루 기분이 그렇게도 좋았던 걸까.
3년 만에, 그것도 이런 모습으로 나타난 이 사람이 너무 밉다.
날씨마저 좋은 오늘 하루가 너무 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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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청추니입니다. 다행히 이번에는 일주일 만에 오게 됐어요ㅎㅎ 이번 연휴가 길어서 최소 2개는 써야겠다 싶었는데 아니 무슨... 정말 과제가 폭발해버렸어요.. 교수님들 제가 많이 사랑합니다(웃음...) 1개라도 업로드 할 수 있어서 너무 다행이에요ㅠㅠ 아 그리고 며칠 간 구독료 무료라고 들었는데 그동안 못 읽으셨던 글들 많이 읽으세요 독자님들:) 글잡 탐방만큼 재밌는 게 또 없죠 쿄쿄 이번 글은 달달한 남친 민현이가 등장했어요. 그리고 갑작스럽게 성운이가 등장했어요! 글을 오래 연재하기 위해서는 다른 등장인물이 더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부디 좋아해주세요 흑흑,, 저는 항상 역할에 누가 어울릴지 생각하는 편인데 이 역할은 성운이가 어울린다고 생각했어요! 다음 화도 보다 자세하게? 그리고 재밌게 써볼게요. 여러분 추석인데 맛난 거 많이 드시고요♡ 소중한 암호닉과 댓글 그리고 신알신 또 한 번 감사드려요. 행복한 추석 보내세요! (용돈도 많이 받으세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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