헝거 게임의 규칙은 간단하다.
반란을 일으킨 대가로 여덟 개의 구역들은 매년 한 명 ('조공인'이라고 부른다)씩을 참가시켜야 한다.
총 여덟 명의 조공인들은 드넓은 야외 경기장에 갇히게 된다.
타는 듯한 사막부터 영화의 불모지까지 그 어느 곳이든 경기장이 될 수 있다.
조공인들은 몇 주 간에 걸쳐, 서로 죽을 때까지 싸워야 한다.
마지막까지 살아남는 단 한 명의 조공인이 승리자가 된다.
각 구역마다 한 명씩 선발되는 가운데 내가 뽑힐 가능성은 1/108,
그 전 날부터 빌고 빌었던 기도는 하느님께 전해지지도 않았는지
아니면 신들은 내 편이 아닌건지, 내 동생들을 남겨둔 채로 살 지 죽을 지 모르는 이 경기에 참가하라니.
이미 더 잘해줄 걸하며 미련하게 후회하기엔 게임은 다가와간다.
"왔어?"
민혁의 부드러운 목소리가 숙소에 울린다. 민혁은 나와 같이 7구역에서 선발 된 남자 애다.
곧 서로가 적이 되고 죽이려고 애쓸텐데 저 녀석은 나에게 엄청 잘해줬다.어쩌면 이것이 민혁의 하나의 속셈일 수도 있겠지만.
"피곤해? 다크써클 봐"
"신경쓰지 마"
꽤나 단호한 내 말투에 입을 삐죽 내밀다 다시 싱긋 웃는다.
"저녁자리에 모이래. 지금 당장."
"저녁?"
"아마 모든 참가자가 그 곳에 있을거야. 얼마나 잘난지 얼굴이라도 봐야지?"
푸흐-웃으며 내게 손을 내민다. 그냥 무시하고 문을 열자 민혁의 손은 허공에 머무르다 다시 민혁의 바지 앞 주머니로 들어갔다.
내가 1층 식당으로 갔을 땐 두 자리 빼고 모두 꽉 차있었다.
꽤 오랜 시간동안 같은 숙소에 머무르긴 했으나, 이렇게 마주본 적은 처음이다.
나와 민혁이 앉자 의자는 꽉 찼지만 아무도 말을 꺼내지 않아 조용하기만 했다.
"이러지 말고 자기 소개나 할래요?"
눈치를 보던 한 소년이 말을 꺼낸다.
눈이 째진게 엄청 세게 생겼는데 그건 아닌 것 같다.
"그거 좋네요" 옆에 있던 다른 소년이 맞장구를 친다. 서로 눈 웃음을 주고 받는걸 봐서 아는 사이인 듯 했다.
"저는 우지호고 3구역이에요. 아, 얘는 박 경. 2구역"
"왜 니가 내 소개를 해" 티격태격하는 두 사람의 모습이 귀여워 얼굴에 미소가 띠여졌다.
1구역 부터 안재효, 박경, 우지호, 이태일, 김유권, 표지훈, 이민혁, 김꿀벌.
"뭐야, 여잔 꿀벌누나 뿐이네요?"
농담삼아 던지는 지훈의 말에 괜히 날 얕게 보는 것 같아 기분이 상했다.
만약 헝거게임이 시작하고 내가 이길 거라는 것으로 내기를 거는 사람들은 극소수에 불과할 것, 그래서 더 기분나쁘다.
내일이면 헝거게임이 시작되고 이렇게 마주보며 웃을수 있는 것도 오늘이 처음이자 마지막이겠지.
작년까지 이 쯤 때 가족들과 나 말고 다른 조공인들이 나오는 헝거게임을 보며
항상 오프닝에 나왔던 말을 되새겨본다.
확률의 신이 언제나 당신과 함께하기를
효효 |
도서관에서 오랜만에 헝거게임이나 읽어볼까 싶어 읽다 혹시 이런 장르 좋아하는 저같은 분들이 있을 까 이렇게 올려요 ! 재밌게 읽어주셨음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