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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O/레이] 힐링남녀 06 | 인스티즈



힐링남녀

w. 고구머니나






이씽과 경복궁을 더 구경하는데 뒤에서 딴청을 부리는 종대와 두리번거리며 콧노래를 흥얼거리는 수정이가 거슬렸다. 이씽도 마찬가지였는지 내 눈치를 보며 뒤를 힐끔거렸다.



"야, 너네 완전 신경 쓰이니까 모르는 척 그만해."


나의 말에 종대와 수정이 머리를 긁적이며 허허허 웃었다. 종대와 수정이 선글라스를 벗어 제 옷에 걸어놓고는 같잖게 웃으며 다가왔다.


"어저께 잘 들어가셨어요?"


수정이가 이씽에게 물었다. 이씽은 고개를 끄덕이며 '네, 잘 들어가쏘요.' 라고 대답했다. 수정이는 뭔가 생각이 난 듯 종대의 팔뚝을 퍽퍽치며 깔깔 웃었다.


"야야. 어제 OOO 완전 대박이었다구! 쟤 어저께..읍!!!"


황급히 수정이년의 입을 틀어 막았다. 이씽은 멀뚱멀뚱 눈을 깜빡거리고 있고 종대는 '왜에에에에에에! 나도 알려줘어어어어어!' 하며 찡찡거리기 시작했다. 수정이가 내 손바닥을 혀로 핥았다.


"아! 이 더러운 년아!"


수정이의 입에서 손을 황급히 떼곤 원피스에 손을 벅벅 문질렀다. 옆을 힐끗 보자 이씽이 꽤 충격 받은 얼굴로 날 내려다 보고 있었다. 아차! 나는 이씽에게 착하고 순한 선생님 이미지인데! (사실 어제밤에 와장창 무너진지 오래이다.)


나는 눈을 데구르르 굴리고 모른 척 했다. 그 모습을 본 종대가 낄낄 웃었다.



"거봐. OOO 내숭잼ㅋㅋㅋㅋㅋㅋ 내가 언젠가 니 까발려질 줄 알았다."


"입 다물어라..."


어금니를 꽉 깨물고 종대를 노려보았다. 종대와 수정이는 뭐가 그리 좋은지 지들끼리 히히덕 웃고 난리가 났다. 쟤네는 왜 나한테 저러는 거지..




*



종대와 수정이가 제대로 방해를 한 탓에 경복궁 구경은 이만 마치기로 했다. 이씽과 내가 앞서서 걷고 뒤에서 종대와 수정이 졸졸 쫓아왔다.


"미안해요. 둘이 놀고 싶었는데."


"아니에요. 괜챠나요... 사람 많으면 더 재미가 있쨔나요."


이씽이 애써 웃는 것이 보였다. 둘이서만 놀고 싶었는데 오늘 화장도 잘 먹고 날씨도 좋고 옷도 예쁘게 입었는데. 갑자기 치밀어오르는 화에 뒤를 돌아 종대와 수정이를 노려보았다. 둘은 나를 보며 어깨를 으쓱했다. 한숨을 푹 쉬곤 다시 앞을 보았다. 



"한숨이 계속 쉬면 안 돼요. 빨리 늙는다고 타어가 그래쏘요."


"그냥 뒤에 쟤네들 짜증나서 그래요."


"다음에 또 노라요. 둘이서."


이씽의 말에 내가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봐요, 친구. 우리 이제 점심 먹을 때 됐지 않았나?"


종대가 능청스럽게 손목시계도 없는 손목을 들여다보며 말했다. 수정이도 옆에서 '그러게- 내 배에서 배꼽시계가 울리는 걸~?' 하며 눈짓을 건넸다. 



"이씽 학... 아니 씽씽이, 지금 배고파요?"


"네. 저 오늘 아침 못 머겄쏘요. 밥 모그로 가요."



우리는 수정이의 적극추천으로 인사동에 있는 작은 식당에 들어갔다. 식당에 들어가서 음식을 주문하자마자 수정이를 끌고 화장실로 향했다.



"너 미쳤냐? 왜 따라왔어? 거기다 김종대도 데리고."


"아니ㅋㅋㅋㅋ 나는 김종대한테 너 오늘 썸남이랑 데이트 간다고 했더니 김종대가 미행하자는 거야. 재밌어 보여서 너 준비할 때 나도 준비했지..."


내가 한숨을 푹 쉬곤 머리를 쓸어넘겼다. 수정이 이 기집애는 눈치도 없는지 내 팔을 콕콕 찔렀다.




"근데 너네 아직 사귀는 것도 아니면서 애칭 있는고햐? 씽씽이가 뭐야? 씽씽이? 응? 넌 붕붕이야?"


"그런거 아니거든?"


"그론고 아니고둔? 언니 똥 싸고 나갈 거니까 먼저 가 있으셈."


나는 수정이가 너무 얄미워 수정이의 머리를 쎄게 잡아 당기곤 화장실에서 씩씩거리며 나왔다. 멀리서 종대가 이씽과 대화하는 것이 보였다. 



"OO이가 모쏠이에요, 모쏠."


"모쏠이가 몬데요?"


"김종대 뒤질래?"


OOO은 모쏠이래요!!!! 정수정 얄미운 건 저리 가라 할 정도로 얄미운 새끼가 바로 김종대다. 아주 동네방네 광고를 하는구나. 자리에 힘없이 앉자 옆자리에 앉은 이씽이 '쏜생님? 힘 마니 드러요?'하며 내 걱정을 해줬다. 장을 시원하게 비워내고 돌아온 수정이 그걸 보곤 옆자리 종대에게 귓속말을 했다. '갈 때까지 갔나봐! 꺅!' 다 들려. 이것들아.


우리는 음식이 나오고 조용히 밥 좀 먹나 했더니 종대와 수정이가 시끄럽게 이씽에게 대화를 걸기 시작했다.


"중국에서 왔다구요?"


"네. 창사에서 왔쏘요."


종대가 '오- 그렇구나.' 하며 리액션을 취했다. 표정으로 봐선 창사가 어딘지도 모르는 것 같다. 수정이가 '몇 살이에요?' 하고 묻자 이씽이 '스물 다솟 쌀입니다.' 하며 성실히 대답했다. 종대와 수정이가 짝짝짝 박수를 치며 궁합도 안 보는 한 살 차이잖아!!! 하며 말 같지도 않는 소리를 씨부렸다.


종대와 수정이는 마치 호구조사를 하듯이 직업은 뭐냐, 사는 곳은 어디냐, 취미는 뭐냐 하면서 질문을 던졌고 이씽은 사람 좋게 웃어가며 답해주었다. 종대와 수정이가 너무 하이텐션이라 이씽이 조금 버거워 하는 것이 느껴졌다. 오늘 집에 돌아가면 꼭 수정이를 족쳐야겠다.




*



식사를 마치고 근처 카페에 들어가 수다를 떨고 (80%는 종대와 수정이 떠들었다.) 집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오늘 너무 재밌었어요. 저 먼저 가볼게요."


종대가 이씽에게 인사했다. 이씽도 웃으면서 '오늘 죵말 죵말 재밌었어요. 다음 번에 또 가치 노라요.' 하며 인사를 해줬다. 종대가 '월욜날 보자.'하며 인사하는 것을 무시하는데 종대가 내 옆에 멀뚱히 서 있는 수정이를 질질 끌었다.


"너 눈치 없이 거기 껴 있지 마."


"어머! 얘 왜 이래? 나도 집 갈거야."


"닥치고 따라와. 내가 술 사줄게."


"그래."


저 년은 뭐 저리 순순히 따라가? 버스가 출발하는 것을 바라보다 이씽이 내 원피스 소매자락을 살짝 잡아당겼다. 


"우리도 이제 집 가야죠. 데료다 줄게요."


이씽과 거리를 걸었다. 뭐 한 것도 없는데 벌써 해가 뉘엿뉘엿 저물어가고 있었다.


"오늘 재미써쏘요. OO쏜생님 칭구들 다 재미쏘요."


"재밌기는. 그냥 시끄럽기만 하지."


나의 말에 이씽이 동의 하는지 '마자여. 쪼금 시끄러워요.' 말하는 게 웃겨서 킥킥 웃었다. 이씽과 자질구레한 이야기를 나누는데 이씽이 재밌는 게 생각났는지 장난기 어린 목소리로 말했다. 



"아까 죤대 친구가 쏜생님이 왜 나 씽씽이라고 부르냐고 해서 설묭해죠꼬둔요?"


"걘 또 그거 언제 들었대? 하여간 귀는 밝아요."


"구론데 저보고 쏜생님 부를 때 붕붕이라고 부르래요. 한구거로 자동차 지나갈 때 씽씽, 붕붕이라고 해쏘요."


"아... 아까 수정이도 저한테 그 말 했거든요. 이씽이 씽씽이면 나는 붕붕이냐고."


그 놈들 생각하는게 다 거기서 거기지.. 단순무식이들. 이씽이 하하하 소리내서 웃었다. 밝은 웃음소리에 나도 웃음이 나서 서로 마주보고 웃었다.




"구로묜 나도 붕붕이라고 불러야게쏘요. 불러도 돼요?"


"마음대로 해요."


"붕붕이- 붕붕이 이름이 모예요? 전화버노 모예요?"


모 걸그룹의 노래를 흥얼거리는 이씽이 귀여웠다. 이 남자는 얼굴도 잘생겼는데 성격도 좋고 귀엽고 심지어 흥얼거리는 노래마저도 잘한다. 이런 게 바로 완전체란 건가..




*




시간은 빠르게 빠르게 흘러갔다. 거리에 만개했던 벚꽃들은 어느새 초록빛 나뭇잎으로 바뀐지 오래였고 아침마다 항상 걸쳤던 자켓을 더이상 입지 않아도 될 날씨가 되었다. 

요즘 학교에 행사가 많아 덩달아 나도 바쁜 일이 많아 폐인처럼 지냈고, 타오와 루한은 늘 그랬던 것처럼 투닥거리며 즐겁게(?) 어학당에 출근도장을 찍었다. 종대는 얼마전 소개팅을 한 여자에게 까였고 수정이는 퇴근 후 항상 편집장을 씹어대느라 바빴다. 그리고, 이씽과 나는 여전히 별다른 진전없이 평소처럼 잘 지냈다. 그냥, 자-알 지냈다.



"내가 볼 때는 썸은 썸인데.. 왜 고백을 안 하는 걸까."


수정이가 지 얼굴에 붙여놓은 오이를 하나 집어 먹으며 무미건조하게 말했다. 나는 눈에 제대로 들어오지 않는 드라마를 보다가 흥미가 떨어져 채널을 이곳 저곳으로 돌렸다.


"너한테 관심이 없어졌나?"


과..관심이 떨어졌다니.. 그런 말은 야메룽다! 수정이가 얼굴에 붙여놓은 오이를 다 떼곤 몸을 일으켰다. 나는 떨리는 눈으로 수정이를 바라봤다. 진짜 나한테 관심 없어진 거면 어떡하지? 하며 묻자 수정이가 생각에 잠긴 듯 입을 삐죽거렸다.



"이럴 때 상대방의 마음을 확인하려면 별다른 방법이 없어."


"무슨 방법인데? 알려주세요. 수정언니-"


수정이 팔에 찰싹 달라붙어 눈을 동그랗게 뜨고 깜빡거리자 수정이가 짜증난다는 표정으로 날 내려다봤다. 수정이는 제 후드티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내 전화번호부 목록을 뒤지기 시작했다. 


"아, 김 실장님은 별루야. 박 사원은 싸가지가 너무 없어."


수정이가 전화번호부를 휙휙 내려가며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너 뭐하냐? 하고 묻자 수정이가 해맑게 '너 소개팅 해 줄 남자 찾고 있어!' 하며 말했다. 소개팅이라니? 대학교 다닐 때도 소개팅 한 번 해본 적 없는 나년은 수정이의 말에 눈을 크게 뜨곤 수정이를 바라봤다. 


 

"상대방이 나한테 관심이 있는지 없는지 확인하고 싶으면 질투작전만한 게 없다니까? 언니가 고딩 때부터 써먹은 건데 꽤 효과 있다. 언니가 장담할게."


"야, 그래도 소개팅은 오바야.."


"어머머... 야. 그냥 소개팅이야, 소개팅. 누가 연애하래? 그냥 한 번 만나서 밥이나 한 끼 먹는거라고. 야, 모레 시간 되냐?"


"으응..."


수정이의 말에 마지못해 대답했다. 수정이는 누군가에게 통화를 걸었다. 야! 잘 지내냐? 하면서 통화를 시작한 수정이 얼마 지나지 않아 약속까지 잡았는지 그럼 모레 만나자고 얘기하곤 통화를 마쳤다. 수정이는 '모레 저녁 6시, 너네 학교 앞 카페에서 약속 잡았다잉. 늦지말구 가.' 하며 자리에서 일어나 화장실로 쏙 들어갔다. 나는 거실에 오도카니 앉아서 이를 어쩐다...하면서 생각에 잠겼지만 금방 고민을 떨쳐냈다. 









"야, 너 그거 입고 가려고?"


옷 입는 것도 귀찮아서 그냥 검은색 후드티에 스키니진을 입고 운동화를 신고 출근을 하려는데 수정이가 황당한 표정으로 날 붙잡았다. 내가 뭐가 문제냐는 표정으로 바라보자 수정이가 '너 오늘 소개팅 있잖아!' 하면서 내 팔을 확 붙잡더니 내 방으로 끌고갔다. 수정이는 의자에 날 팽개치듯 앉혀놓곤 내 옷장을 뒤적거렸다. 


"야, 이거루 갈아입고 가."


수정이의 손에 들린 것은 샤랄라한 아이보리빛 원피스였다. 옷을 갈아입고 가방을 메자 수정이가 뭔가 아쉽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갸웃갸웃 거리더니 제 방에서 연분홍빛 숄더백을 들고나와 내 손에 쥐어줬다.



"아무리 형식적인 소개팅이라지만 원피스에 백팩은 너무하지 않니?"


백팩에 넣어둔 파우치와 잡다한 것을 가방에 넣고 메자 수정이가 '그거 아직 할부 안 끝난 거야. 기스 내면 목 따일 줄 알아라.' 하며 으름장을 놓았다. 


"나 이제 출근해도 되는 거지?"


"그래, 야. 이씽 씨 앞에서 소개팅 나간다는 거 티 팍팍 내고. 알았지?"


"그래.. 너도 얼른 준비해라."


운동화를 신발장에 넣어두고 하이힐을 신었다. 이 하이힐로 말할 것 같으면 하수구에서 이씽의 손에 구출된 그 하이힐이었다. 구두를 빤히 쳐다보다가 늦을 것 같아 급하게 집을 나섰다. 








사무실에 들어가자 준면 씨와 종대가 오늘 왜 이렇게 꾸몄냐며 호들갑을 떨었다. 종대가 눈을 게슴츠레 뜨고는 '너.. 설마...' 하면서 날 떠보았고 준면 씨는 요즘 조금 좀비 같았는데 오늘은 다른 사람 같다며 돌직구를 날렸다. (준면 씨는 은근 돌직구, 핵직구를 잘 날린다.) 두 사람의 말을 무시하곤 자리에 앉아 화장을 고쳤다. 준면 씨와 종대는 서로 마주보며 OOO한테 뭔 일이 있긴 있다고 수근거렸다.



"썬쌩님, 오늘 사람 같아여."


강의실로 들어가자 타오가 말했다. 사람 같은 건 또 뭐래. 학생들도 눈을 동그랗게 뜨곤 옷이 참 예쁘다며 칭찬을 해주었다. 몰아치는 칭찬에 민망해져서 머리를 긁적였다. 


"선생님 오늘 어디 가요?"


루한이 물었다. 나는 대답을 얼버무리며 '뭐... 딱히...' 하며 화제를 돌렸다. 수업을 하고 학생들을 하나하나 봐주고 있는데 이씽이 질문이 있다며 나를 불렀다. 이씽의 옆자리에 조심스럽게 앉아서 이씽의 교재를 바라보자 이씽이 펜을 쥐고 교재 한 구석에 서툰 글씨로 무언가를 적었다.


'선생님 오늘 에뻐요.'


이씽이 적어놓은 것을 보고 이씽을 바라보자 이씽이 나를 보며 웃고 있었다. 펜을 들고 이씽의 글 밑에 나도 끄적였다.


'선생님 오늘 뻐요.'


'씽씽이도 잘생겼다.'


이씽의 오타를 고쳐쓰자 이씽이 민망한 듯 작게 웃었다. 이씽과 꽁냥거리고 있는데 어디선가 시선이 느껴져서 바라보자 타오와 루한이 가지가지 한다는 표정으로 우리를 보고 있었다. 저 표정은 수정이와 내가 길거리에서 부둥켜 앉고 있는 커플을 보고 있을 때의 그런 표정이었다. 나는 민망해져서 헛기침을 큼큼하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다른 학생의 자리로 이동했다. 내가 김종대, 정수정 눈치도 모자라 타오와 루한의 눈치도 봐야한다니. 갑자기 열이 확 받았다. 



"선생님, 오늘 저랑 마싯는 고 모그로 갈래요?"


수업이 끝나고 이씽이 다음 강의를 들으러가기 전에 나에게 물었다. 내가 곤란한 표정으로 오늘은 선약이 있다고 말하자 이씽이 시무룩한 표정을 지었다. 내가 마싯는 데 찾아놨눈데.. 하며 말하는 이씽에게 미안해져서 이씽의 손을 잡고 연신 사과를 건넸다. 


"그로묜 내일 갈 수 있져? 내일은 꼭 가치 가요.."


"진짜 미안해요. 내일 꼭! 꼭 가요."


"아니에요... 내일 봐여. 쏜생님.."


이씽이 쳐진 어깨를 하고서는 강의실을 빠져나갔다. 이씽의 시무룩한 모습을 보니 나도 덩달아 시무룩해지는 기분이었다. 





*



[EXO/레이] 힐링남녀 06 | 인스티즈




퇴근 후 어디가냐며 따라가겠다는 종대를 간신히 떼어놓고 학교 앞 카페로 들어가자 창가 자리에 앉은 남자가 손을 흔들었다. 어, 저 새끼는..?


"야! OOO 오랜만이다!"


고등학교 동창 오세훈이었다. 



오세훈으로 말할 것 같으면 고3시절 수정이와 나와 같은 반이었는데 수업시간마다 떠들어서 지적받고 지각은 매점가듯이 하던 천방지축 짱구같은 놈이었다. 오세훈은 반반한 얼굴로 학교 여자애들에게 인기가 많았는데 성격은 거지 같은 놈이어서 늘 나를 놀려댔다. 키는 왜 이리 작냐는 둥, 정수정이랑 있으면 고목나무에 매미 같다는 둥, 그렇게 쳐 먹는데 키는 안 크고 살만 찐다는 둥 하면서 나를 일년내내 놀려댔다. 그러니까 결론은, 나는 오세훈을 매우 싫어했다.




"너 뭐야?"


"뭐긴 뭐야. 최강 멋남 오세훈이지."


오세훈은 버블티를 쪽쪽 빨며 시큰둥하게 말했다. 나는 황당한 표정으로 바라보자 오세훈이 볼을 긁적였다.


"야, 근데 너 진짜 달라졌다. 졸업식 날도 이렇지는 않았던 거 같은데.."


"나 엿 멕이러 왔냐?"


오세훈을 노려보며 퉁명스럽게 말하자 오세훈이 말하는 싸가지 좀 보라며 비아냥거렸다.


"나 제대한 지 몇 달 안 됐어. 나 제대하고 얼마 안 됐는데 정수정이 페북 친추 걸었더라고, 그러면서 연락 했는데 정수정이 언제 한 번 너랑 나랑 같이 술 먹자 했는데 갑자기 너랑 나랑 둘이 만나서 놀래잖아."


정수정 이 기집애가....ㅗ^^ㅗ 빅똥 선사하는 데 아주 천부적인 재능이 있는 것 같다. 내가 아무 말 않고 이마를 짚고 가만히 있자 오세훈이 씨익 웃으며 날 놀려댔다.



"너 근데 옷차림은 왜 그러냐? 나 만나러 오느라고 그렇게 예쁘게 꾸민 거냐?"


"지랄."


"아님 마는 거지. 하여간 OOO 싸가지 여전하네."


나는 오세훈에게 가운데 손가락을 날리곤 카운터에서 커피를 주문해서 자리로 돌아왔다. 오세훈은 휴대폰으로 게임을 하다 내가 자리에 앉자 휴대폰을 내려놓고는 이야기를 시작했다.


"근데 너 정수정이랑 같은 대학 갔었나?"


"나 국어교육과 가고 수정이 영문학과 갔었잖아. 바보, 기억 안 나냐?"


"아아, 너네 같은 학교 붙었다고 둘이 꺅꺅거리면서 소음공해 지껄이던 거 기억난다."


말하는 싸가지하고는. 오세훈은 우리학교 근처 체대에 진학했다가 2학년을 마치자마자 군 입대를 해 몇 달 전 제대를 하고 이번 학기에 복학했다고 했다. 나는 졸업하고 어학당에서 일한다고 하자 오세훈이 벌써 취직해서 좋겠다며 부러워했다. 웬수 같은 오세훈과 고등학교 때 이야기를 하다보니 시간 가는 줄 몰랐다. 


"박찬열이랑 변백현도 제대했어. 걔네가 동창회 같은 거 안 하냐고 그러더라."


"으... 걔네 너보다 시끄러워. 나는 안 나간다고 그래."


나의 말에 오세훈이 깔깔거리면서 웃었다. 야, 박찬열이랑 변백현은 너 되게 궁금해하던데? 하면서 웃었다. 그 두놈도 오세훈과 담합해서 나를 놀려대던 놈들이다. 옛 생각이나 눈을 감고 한숨을 푹 쉬었다. 



"야, 벌써 아홉시다. 뭐 한 것도 없는데 시간 겁나 빨리 가네. 군대에선 그지 같이 안 갔는데."


오세훈의 말에 피식 웃었다. 슬슬 집에 가자는 오세훈의 말에 나도 가방을 챙겨 일어났다. 


"너 버스 몇 번 타냐? 정류장까지 데려다줄게."


"나 지하철 타고 가. 얼른 들어가라. 니랑 있기 싫다."


오세훈은 바지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내 '폰 번호나 찍어라.' 하며 내 손에 휴대폰을 쥐어줬다. 나는 번호를 찍고 건네자 오세훈이 통화버튼을 눌렀다가 바로 끊었다. 


"번호 저장하고, 언제 기회되면 모여서 술이나 먹자."


"그래, 잘 가."


오세훈에게 손을 흔들어 인사를 하고 지하철 역으로 가는데 뒤에서 누가 날 따라왔다. 오세훈인가 싶어 뒤를 돌아봤는데 오세훈이 아니고... 이씽이었다.









☆암호닉★


뽀조개 / 히링 / 힐링힐링 / 파파야 / 원주민♥ / 헤운




오랜만이에요! 음... 얼마 전까지 바쁜 일들이 있어서 계속 써야지 써야지 하다가 이제서야 올리네요ㅠㅠㅠ 앞으로는 좀 빨리 올 수 있을 거 같아요!

글 읽어주시는 분들 너무 감사하고, 댓글 달아주시는 분들, 신알신 눌러주신 분들 너무 감사드려요. 모자르고 어설픈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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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하유유ㅠ유ㅠㅠ일빠!!!
10년 전
독자2
저도 암호닉 신청해도 돼여? [붕붕이]로 할게여 상상이라도 이씽이랑 연애....♥ 아설레여요진짜ㅠㅠㅠㅠ질투작전완전ㅋㅋㅋㅋㅋㅋㅋ아귀여워옄ㅋㅋㅋㅋㅋ다음편이 궁금하다 무엇보다 이씽이 샤랄라한원피스로 자신이아닌다른남자와있었다는걸 목격했으니 쩔쩔맬것갗은 여주도 귀여워보이고..♥ 예♥
10년 전
독자3
파파야예요!! 수정이가 바람직한 일을 햇네여!! 질투!! ㅋㅋㅋ 오세훈 특별출연 아무것도 모르고 친구랑 놀러왓네여 이씽이가 뭐라고 할지 너무 궁금해여!!
10년 전
독자4
으흐ㅠㅠㅠㅠㅠㅠ꿀잼!ㅠㅠㅠㅠ질투해!(짝) 질투해!(짝)시룸 고백해ㅠㅠㅠㅠㅠㅠ아좋네요ㅠㅠㅠ제가쓰니님을좀사랑해요ㅠㅠㅠㅠㅠㅠㅠㅇ바ㅠㅠㅠㅠ
10년 전
독자5
히링! 씽씽이랑 붕붕이ㅠㅠㅠㅠㅠㅠ귀여워요ㅠㅠㅠㅠㅠㅠ우리 씽씽이가 어떻게 질투할지 궁금하네요ㅠㅠㅠㅠㅠㅠㅠㅠ쏜생님 여기서 모해요?ㅠㅠㅠㅠㅠㅠㅠㅠ
근데 타오가 오늘 사람같아요 라고 한겈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진짜 터졌어요ㅋㅋㅋㅋㅋㅋㅋㅋ현실에서나 여기서나 귀여운 타오ㅋㅋㅋㅋㅋㅋ

10년 전
독자6
뽀조개에요!!!! ㅋㅋㅋㅋㅋ으아아 레이가 보았어요!! 후후후후후 어떤 반응을 보일까욬ㅋㅋㅋㅋ 흥흠흠~~ 질투를 하겄죠? 갸힝~
10년 전
독자7
와씽이 놀랬겠어요ㅠㅠㅠㅠㅠ썸탄다고생각했는데 이런ㅇㄹ을~ㅋㅋㅋㅋㅋㅋㅋ어머어멐ㅋㅋㅋㅋㅋㅋ
10년 전
독자8
힐링힐링이에요!!!!! 씽이 너무 귀여워요ㅠㅠㅠㅠㅠㅠㅠ분량도 폭팔이고 작까님 짱이에요!!!!!!!!!!! 아 너무 귀여워서 오또케ㅠㅠㅠ
10년 전
독자9
허류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세후나....나한테와 백현이도 차녀리도 나 한테 껌온껌온 내가 잫래주께...나랑교론하자....♥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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