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었어요...ㅠㅠㅠㅠ
기다리는 분이 계셨을진 모르겠지만요 ㅠㅠ
말도 안되는 판타지에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댓글 달아주시면 힘날 것 같아요!
소년, 날개를 꺾다 01 |
지상 위의 세상은 크게 세가지로 나뉜다. 인간(人間)세상, 선(善)의 세상. 그리고 악(惡)의 세상.
인간이 죽거든 혼(魂)이 저승으로 올라가면 아직 선의 세상에 있는 것이다. 저승이라고 다 악의 세상이 아니다. 스틱스(Styx·Στύξ) 강을 건너기 전까진 선의 세상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혼들은 강을 건너 악의 세상으로 간다. 인간세상에만 있던 혼이 저승으로 오게 되면 굉장한 목마름이 있는데 당장에 보이는 강물을 먹을 수 밖에 없게끔 사고가 돌아간다고 한다. 그렇게 강에 도달하여 강물을 마시고 나면 자신도 모르는 새에 악의 세상으로 와 있는 것이다. 간혹 그 탈 듯한 목마름을 참고 인간세상에 미련이 남아 혼이 혼이 아님을 부정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미 저승으로 온 혼은 염라대왕의 실수가 아니면 다시 이승으로 돌아갈 수 없다. 그렇게 버티면 이제 막 날개를 단 어린 천사가 그 혼을 데리러 온다. 인간의 혼은 어린 천사를 보면 아, 나는 천국으로 가는구나. 그동안 세뇌된 생각으로 순수히 어린 천사를 따라간다. 탈 듯한 목마름을 이겨낸 것이 사실인가 의문이 들 정도로 순식간에 자신의 죽음을 인정한다.
인간세상은 다들 알테고.
선(善)의 세상. 흔히들 아는 천국, 천사, 수호신, 유니콘 등이 선의 세상이다. 선의 세상 하면 떠오르는 색이 흰색(白色)일텐데. 깨끗하고 착한 이미지 때문에 티끌 하나 없을 것 같은 흰색이 인간들의 편견으로 만들어 진 것이지 사실은 다르다. 아니, 정확이 말하자면 그건 일부일 뿐이다. 인간세상 처럼 푸른 하늘, 청명한 숲, 붉은 노을 등 모두 존재한다. 워낙 넓어서 바로바로 볼 수 있는 건 아니지만.
악(惡)의 세상. 검고 붉고 탁한, 무채색의. 지옥, 악마, 뱀파이어, 저승사자와 같은 어둡고 무서운 분위기. 천사가 아닌, 밝은 색이 아닌, 그저 축축 쳐지고 움츠려 들 것만 같은 그런 모든 것들이 악의 세상이다. 악의 세상은 인간들이 생각하는 것과 비슷하다. 오히려 더 잔인하고 고통스럽고 무서운 곳이다. 상상하고 있는 것은 이미 실현 가능한, 실현되고 있는 것이고. 상상 외의 것들이 일어나고 있는 곳이다. 그렇다고 해서 그들 스스로가 그들끼리 잔인한 것은 아니다. 악의 세상에도 가족은 존재하고 사랑도 존재한다. 인간들처럼 소수자에 대한 외면, 무시 등이 없다. 있는 그대로를 이해하고 받아들인다. 어쩌면 인간세상 보다도 살기 편한 곳일지도 모른다.
지금부터 하려는 이야기는 악의 세상에 아직 미숙한 악마 '블루켄(BLUEKEN)'의 이야기다. 재미, 감동, 웃음, 눈물. 뭐 하나 없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그동안 '블루켄'은 즐겁고 행복했다고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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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환생의 우물 알아? - 알아. - 비오는 날 거길 가면 인간세상을 볼 수 있어. - 인간세상? - 응. 비오는 날 선의 세상에 무지개가 떠있는 동안만. - 에이. 그게 뭐야. - 형이 떠나고 심심하거든 가봐.
환생의 우물에 처음부터 관심이 있는 것은 아니였다. 인간세상은 그저 발 밑에 있는 미개한 족속들 뿐이라는 근거없는 생각이 자리잡고 있었기 때문에 내려다 봐야 뭔 재미가 있을까 했다. 그러나 그것이 인생을 바꿀 존재가 될 줄은 꿈에도 모른 채.
한 달 쯤 전부터 인간세상에 관심이 가기 시작했다. 처음엔 진짜 형이 보고 싶어 형 생각을 하다가 한 번 가고. 나름대로 자신을 삶을 살아가는 인간들을 보는 것이 나쁘지 않았다. 그렇게 점점 재미를 붙였다. 이젠 비오는 날만 손꼽아 기다릴 지경이다. 인간세상을 내려다보면 정말 여러 종류의 인간들이 있다. 매일 다른 일을 하면서 다양하게 사는 인간. 학교, 집, 학원, 매일 똑같이 반복되는 일상을 사는 인간. 여기저기 활동 범위가 넓은 인간 등등. 그러다 한 남자 인간에 관심이 생겼다. 무엇이든 반듯할 것 같은 그런 인간. 다니는 곳 일정하고, 일정 시간을 넘기는 걸 본 적이 없고. 뭐가 저렇게 지루하게 살아? 나랑 똑같구만. 난 강압에 의해서 아버지와 저 귀찮은 미루 때문이라지만, 저 녀석은 스스로 저렇게 제 자신을 옭아매는게 좋은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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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惡)의 세상에도 비는 내린다. 그 비가 고여 인간세상에 다시 내린다. 비가 고여 인간세상에 내리기 직전 저 건너편 선(善)의 세상에 무지개가 떠있는 동안 환생(還生)의 우물에 가면 인간세상을 내려다 볼 수 있다. 환생의 우물이란, 인간세상에 있는 우물과는 다르다. 인간세상의 비오고 고이면 생기는 물웅덩이에 가깝다. 이 우물은 절대 마르지도 않고 늘지도 않는다. 환생의 우물은 악의 세상에 딱 세군데에 존재한다. 지옥의 대왕(大王)인 염라(閻羅)의 의자 아래. 뱀파이어가 모여 사는 블러드 스페이스(BLOOD SPACE-피의 공간)에. 그리고 악마의 왕인 레드켄(REDKEN)의 정원에. 염라의 의자는 염라 외엔 들 수가 없다. 대왕의 의자를 건들이지 못하는 것도 있지만 그 무게가 어마어마하다. 그러므로 환생을 하려거든 염라의 허락이 있어야 할 수 있다. 블러드 스페이스에는 환생의 우물이 관심 밖의 대상이다. 평생을 살 수 있는 뱀파이어는 보통 자신의 삶에 만족한다. 몇 백년, 몇 천년 억겁의 세월을 사다가 고작 몇 십년 만에 죽고 마는 인간이라던지 동물, 또 언제 죽거나 파괴될지 모르는 식물들에 관심이 가는 것은 몇 천년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한 일이다. 그리고 뱀파이어 외의 존재가 약속없이 블러드 스페이스에 들어가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어쩌면 염라의 의자 밑에 있는 환생의 우물 보다 블러드 스페이스에 있는 환생의 우물이 더 안전할지도 모르겠다. 레드켄의 정원에 있는 환생의 우물은 지옥에 있는 염라의 우물 보다 블러드 스페이스의 우물 보다도 가장 먼저 생긴 것이다. 그러나 어디에 있는지 위치를 파악할 수 없었는데 어느 날, 막 날개 짓을 배우던 레드켄의 아들에 의해 발견되었다. 염라보다도 막강한 힘을 가진 레드켄이 환생의 우물이 있는 곳에 자신의 정원을 만들었다. 그러므로 내부의 소행이 아니라면 이 곳의 우물 또한 안전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그러한 레드켄의 정원에 있는 환생의 우물은 요즘 항상 누군가에게 감시 아닌 감시를 당하는 중이다. 철딱서니 없는 자신의 막내 아들이 환생의 우물에 관심을 보인다는 보고를 받고 감시를 지시했다. 미루(微婁)는 레드켄의 지시를 받은 꼬마 악마다. 떠도는 자신을 거두어 준 레드켄에겐 감사하지만 블루켄의 감시를 지시하신 건 좀 아니라고 생각한다. 미루는 비가 오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매일 생각하지만 인간세상에 무슨 비가 그리도 내리는 건지 비가 끊이질 않는다. 비가 온 후에 무지개가 뜨는 것을 보기 위해 비가 올 때부터 환생의 우물을 찾는 블루켄을 제지하기 위해 아예 비가 오기 전부터 미루는 환생의 우물을 지키고 섰다. 블루켄은 또 환생의 우물을 지키고 있는 미루를 씹으며 돌아섰다.
"에이씨. 쟨 밥도 안 먹나."
그렇게 돌아선 블루켄은 날개를 펴고 하늘로 날랐다. 제 방에 도착해서 얼마 전 지옥에 갔다가 주운 저승사자가 실수로 떨어뜨린 육신이 담긴 구슬을 꺼내 보았다. 구슬 안에 갇힌 채 눈을 감고 있는 것은 제 나이 또래 쯤으로 보이는 소년이었다. 인간의 나이는 이곳의 1/10 밖에 되지 않으므로 자신의 나이와 비교하자면 17살 쯤 된 것 같다. 죽으면 혼이 올라 와 스틱스 강을 건너지만 혼이 지옥에 가고 화장(火葬)을 한다면 육신을 거둘 수가 있다. 그렇게 거둔 육신을 구슬에 봉인하는데 봉인 된 구슬을 옮기 다 실수로 떨어뜨린 구슬을 몰래 주어왔다. 처음에 주웠을 땐 나중에 저승사자에게 장난을 좀 치고 돌려줄 생각이었는데 갑자기 위험한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어릴 때 형에게 지옥에 있는 육신의 구슬에 대해 들은 적이 있다. 화장을 한 혼은 지옥에서 육신까지 거둘 수 있다고 했다. 구슬에 담긴 육신은 혼과 완전히 분리된 것이기 때문에 다른 혼을 넣어 인간세상으로 간다면 육신은 그저 껍데기일 뿐이고 혼의 생활대로 살아간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육신을 기억하는 사람과의 혼돈을 겪게 되어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고. 하지만 그건 인간과 인간일 때 이야기고, 어차피 염라의 허락이 아니면 돌아갈 수도 없다고 했다. 인간 외의 존재가 인간의 육신을 탐하여 인간세상으로 간다면 육신을 알고 있던 모든 사람의 기억은 지워지고 완전히 새 사람으로 살아갈 수 있다고 했다.
"블루켄님. 레드켄님께서 보시길 원합니다."
미루의 목소리에 정신이 든 블루켄은 위험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머리속으론 계획을 짜 나갔다.
비가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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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오늘은 환생의 우물에 가지 않았다고." "네." "거기에 관심을 두지 말거라." "......"
레드켄이 미루에게 환생의 우물에 가까이 하는 블루켄을 감시하라 지시하긴 했지만 블루켄에게 직접 이야기한 것은 처음이었다. 인간세상에 가고 싶다고 솔직히 말씀드리면 어떤 반응이실까. 형은 선의 세상으로 갔다. 그러니 나도 인간세상으로 보내주지 않을까. 악의 세상이 아닌 다른 세상으로 간 형이 있으니 나도 보내주지 않을까. 막연한 기대감이 들기 시작했다.
"환생의 우물이 가지 않을테니, 인간세상으로 보내주세요." "안된다." "왜요?" "지금 나와 거래를 하자는 것이냐." "......" "거래는 비슷한 것끼리 교환을 하는 것이지 한쪽으로 치우치는 것이 아니야."
아버지의 말은 틀린 말이 아니였다. 그러나 블루켄은 쉽게 납득하지 않았다. 그저 인간세상에 보내주겠단 말을 꼭 들어야만 하겠다고 다짐할 뿐이다.
"형이 갔으니 저는 남으라 그 말씀이신가요?" "......"
이번엔 레드켄 쪽에서 말이 없다. 정곡은 아니지만 틀린 말도 아니였다. 블루켄은 몰랐지만 형인 그레이켄(GRAYKEN)을 선의 세상으로 보낼 때 엄청난 손해와 피해가 있었다. 소수자에 대해선 모두가 관대하지만 다른 세상으로 가는 것에는 보수적이였다. 그러나 그레이켄의 굽히지 않는 의지때문에 레드켄은 선의 세상과 타협하여 그레이켄을 선의 세상으로 보냈다. 인간이 저승으로 올라와 스틱스 강을 건너면 인간세상으로 돌아갈 수 없듯이 악의 세상에서 또한 스틱스 강을 건너 선의 세상으로 가면 영영 돌아올 수가 없다. 그레이켄을 선의 세상으로 보내고 블루켄 만큼은 옆에 데리고 살 것이라 다짐한 레드켄은 착잡했다. 블루켄은 늦게 본 자식이라 아직도 마냥 귀여운 막내 아들인데 벌써 형처럼 이곳을 떠나겠다고 하니, 레드켄은 서운하기도 하고 슬프기도 했다.
"우선은 그냥 있을게요." "그래."
먼저 한발 물러선 블루켄이 고마운 레드켄이지만 뭔가 꿍꿍이가 있는 것 같아 불안했다. 그래도 먼저 물러서준 블루켄에게 더 이상 다른 말은 하지 않았다. 그러나 한발 물러선 것이 더 큰 소란을 일으킬 것이란 걸 그 땐 알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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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으로 돌아오니 아버지를 찾아가기 전 내렸던 비가 그쳤다. 정원을 내려다 보니 미루도 없다. 얼른 내려가 선의 세상을 바라 보았다. 무지개가 떴다. 구슬을 쥔 손이 덜덜 떨렸다.
"블루켄 님-!!!"
아. 벌써 걸렸다.
"블루켄 님!! 블루켄 님께서 자꾸 이러시면 저만 혼나요!" "그래. 니 말대로 난 안 혼나니까." "블루켄 님!!!" "알았어. 알았다고. 가. 간다고!"
결국 걸리고만 블루켄은 꼭 오늘 인간세상으로 가야겠다 마음 먹었다. 등잔 밑이 어둡다고 아버지를 뵙고 미루에게 들키고 난 후 바로 다시 시도를 하기로 했다. 그러나 무지개가 언제 사라질지 그것이 변수였다. 마음이 급해졌다. 블루켄은 서둘러 미루를 떨어뜨려 놓을 변명거리를 떠올렸다.
"아. 아버지가 돌아가면 너를 불러달라 하셨어." "그래요? 꼼짝 말고 방에 계세요." "그럼~ 알았어."
일말의 의심도 없이 돌아선 미루를 거짓으로 레드켄에게 보내고 손에 쥐고 있던 구슬을 한번 더 펼쳐보았다. 그리고 다시 환생의 우물로 향했다.
다행히 아직까지 무지개는 떠 있었다. 손에 든 구슬을 다시 보았다. 이제 이 육신으로 인간세상에 떨어질 것이다. 인간세상을 내려다 보았다. 그리고 내가 떨어질 곳을 찾았다. 이틀 정도는 인간의 눈에 보이지 않겠지만 물건을 건들이거나 위치가 바뀌는 것은 감지를 할 수 있기 때문에 인간이 많이 다니지 않는 한적한 골목, 아마 그 인간의 집. 이제 블루켄은 없다. 다시 돌아올 수도 없다. 그러나 갈 것이다. 구슬을 입에 넣었다. 혀로 굴려보았다. 맛은 없다. 눈을 질끈 감고 구슬을 삼켰다. 눈을 꿈벅꿈벅 하다 십호흡을 했다. 무지개가 희미해져 간다. 미리 적어 놓은 쪽지를 우물 옆에 두고 환생의 우물에 몸을 던졌다.
[인간세상으로 갈거야. 아버지껜 잘 말씀드려. 흥미를 잃으면 돌아올게.]
인간 이름은 뭘로 할지 고민하다 삼킨 구슬에 담겨있던 육신이 입고 있는 교복에 달린 명찰에 이름이 떠올랐다.
"백현. 백현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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