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활동을 하다보면 하기 싫어도 어쩔 수 없이 해야 되는 일이 생길 때가 종종 있다. 지금까지 나는 그런 일들에 불만을 가지면서도 내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노력을 하며 활동에 임했지만 지금은 상황이 좀 달랐다. 마우스 투 마우스. 입에서 입으로 종이를 옮기는 게임, 을 우리가 해야 한다 했다. 남자끼리, 그것도 같은 멤버들끼리 이런 것을 하는 것 자체가 싫었지만 가장 최악인 것은 이 게임을 정진영과 해야 된다는 것이었다. 도록도록 눈을 굴려가며 은근하게 내 눈치를 보는 정진영. 그러면서도 설레는 기분을 숨기지 못하고 얼굴을 붉히는 정진영. 그런 정진영을 볼 때마다 속이 답답해지고 거북한 기분이 들었다. 게임을 하기 전에도 하는 중에도 한 후에도 정진영은 내내 내 눈치를 보았다. 나는 평소와는 다르게 기분 나쁨을 숨기지 않았다. 오히려 정진영이 보길 원하는 듯이 과할 정도로 티를 냈으니 정진영이 내 눈치를 보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정진영이 내 눈치를 보고 그러다 나에게 질리고 지쳤으면 좋겠다. 그래서 정진영이 그만 마음을 접었으면 좋겠다. 결코 가벼운 마음으로 하는 짝사랑이 아닌 것을 알고 있음에도 나는 그런 생각을 했다.
가만히 있으면 중간이라도 갔지. 힐끔힐끔 내 눈치를 보던 정진영은 기어코 내게 다가와 미안하다며 사과했다. 그러지 않았더라면, 정진영이 내게 사과하지 않았더라면 나는 여지껏 그래왔던 것처럼 내 감정을 억누르고 또 억눌러 지금까지 있었던 몇 번의 일들처럼 그렇게 별 일 아닌 거처럼 넘길 수도 있었다. 결국, 내 화를 폭발 시킨 건 정진영이었다는 말이다.
같은 성별을 가진 같은 팀의 멤버인데도, 팀의 리더인데도 나를 좋아하는 정진영. 내 눈치를 보고 내 앞에서는 항상 긴장하는 정진영. 그런 정진영을 껄끄럽게 생각하는 나. 티를 내지 않으려 노력해도 전과는 다른 정진영과 나의 모습에 눈치를 보는 동생들. 정진영과 나로 인해 온전하지 못한 관계의 우리들.
이 모든 것들이 다 지긋지긋해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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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쓰려고 했던 글이랑 쓴글이랑 뭐가 묘하게 안맞는 느낌(긁적긁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