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촉즉발
: 한 번 닿기만 하여도 곧 폭발한다는 뜻으로, 조그만 자극에도 큰 일이 벌어질 것 같은 아슬아슬한 상태를 이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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둥둥둥- 시끄럽게 울려대는 클럽노래가 머리를 어지럽혔다. 술 먹고 뻗은 여자들 하며 남자들은 뭐가 좋다고 희희낙락데며 웃고있는지, 보고 있는것만으로도 인상이 찌푸려졌다. 으-나는 이래서 클럽보단 조용한 빠가 좋다니깐, 찬찬히 클럽을 둘러보고 있자하니 저기서 요염하게 꼬리를 살랑데고 있는 정수정이 보였다. 나는 고개를 저으며 못 말린다는 듯이 정수정을 훑고서는 룸안으로 들어왔다.
"화장실에서 아주 살림을 차려라, 왜이렇게 늦게오냐?"
"똥싸고 왔네요-"
"아 더러워,야 좀 있다가 합석할껀데 괜찮아?"
"합석? 왠 합석?"
"정수정 밖에서 춤추고 있는거 봤어? 그 상대방 남자네쪽이랑 우리 합석하기로함"
"싫은데,...그냥 우리끼리 놀자"
"아아~응? 합석하자-거기에 진짜 초절정 훈남있데, 응? 제발..."
"아; 그럼 난 가만히 있는다? 더 이상 바라지마 여기까지도 많이 양보했음.알았지?"
"알씀알씀, 진짜 고마워"
배수지는 합석하는게 뭐가 그리 좋은지 아까부터 헤실헤실데며 그 초절정 훈남이 이랬네~저랬네 주저리주저리 이야기를 늘어놓기 시작했다. 별로 듣고 싶지 않은데... 경청하는 척하며 크게 '진짜? 대박이다.' 리액션을 해주자 더더욱 신나서 얘기를 이어나간다. 아...리액션 해주지 말까?라고 잠시 생각은 했지만 잘 삐지는 수지를 위해 그냥 리액션을 해주기로 했다. 고생이 많다. 내가.
"야!!!! 들어온다 빨리 준비해!!!"
갑자기 정수정이 들어와 문을 쾅 닫으며 준비를 재촉한다. 여기서 준비란 화장고치기 옷매무새 다듬기 등이겠지. 잘보이려고 아주 애를 쓴다 애를써. 잘 보일 사람이 없는 나는 그녀들이 '준비'하고 있는 모습을 지켜보며 양주만 홀짝홀짝 들이켰다.
"야, 작작 쳐발라 다 뜬다."
"아니야, 부족해부족해..."
"아 배수지 빨리!!"
"알았어!"
치덕치덕 파운데이션을 칠하는 수지를 보고 작작바르라고 나무랐지만, 부족하다며 서너번 더 발라됬다. 정수정이 심호흡을하고, 하나-두울-셋!하며 문을 활짝 열었다. 그 문에서 등장한 남자들은 배수지가 쫑알쫑알 얘기했던 남자들보다 훨씬 더 근사했다.우와...잘생겼다. 라고 감탄사가 저절로 나올 정도였으니 말이다. 아까 나도 같이 준비할껄...이제 와서 후회해보지만 이미 때는 지난 후였다.
"안녕하세요, 박찬열 입니다."
"아, 안녕하세요. 이여주에요."
멀대같이 키가 큰 남자가 내 옆자리를 비집고 들어와 인사를 건넸다. 속으로는 내적댄스를 췄지만, 겉으로 들어내면 헤픈여자가 될것이 분명하기 때문에 새초롬하게 답인사를 했다. 박찬열은 뭐가 웃긴지 소리 없는 웃음을 지으며 나를 쳐다보았다. 웃는 모습을 보니.이 남자... 진짜 잘 생겼다.
"죄송해요, 제가 늦었죠. 급한 전화가 오는 바람에"
조금 작아보이는 남자가 머리를 긁적이며, 룸으로 들어왔다. 아 뭐야 흥 다 깨지네. 한참 물올랐었던 분위기는 그 남자로 인해 다시 어색한 원점으로 돌아갔다.
다시 분위기를 맞춰보려 관심사를 물어보려던 찰나.
"제 소개가 늦었네요. 제 이름은 변백현이에요."
씨발. 이름을 듣는 순간 내 인상은 보기 좋게 찌푸려졌다. 듣도 싶지 않은 목소리를 여기 이자리에서 듣게 될 줄이야. 나는 아무런 생각도하지 않고 내 크런치 백을 들고 룸을 나섰다.
"야! 이여주 어디가!"
"술 맛 떨어져 씨발"
자리에서 일어나 변백현 앞을 지나갈 때, 수정이가 왜 가느냐며 나를 저지했다. 술 맛 떨어진다는 말을 하고 변백현을 흘겨 보았다.
그는 미세하게 인상을 구겼지만, 그건 아주 미세하여 나만 알아 볼 수 있을 정도였다. 미련없이 그 룸을 나섰을때, 그제야 생각나는건 박찬열이였다.
아 번호라도 딸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