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촉즉발 :한 번 닿기만 하여도 곧 폭발한다는 뜻으로, 조그만 자극에도 큰 일이 벌어질 것 같은 아슬아슬한 상태를 이르는 말 정처없이 거리를 나돌아다녔다. 내가 걷고 있는 길이 어딘지도 가늠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너무 멀리 와버린건가. 왜 하필 그 상황에서 그 새끼를 만난건지 짜증난다기보단 조금 쪽팔렸다. 망신 망신 개망신 일 수가 없었다. -어디야? 입력되지 않은 번호로 문자가 왔다. 이건 아마도 변백현 일터, 내 번호는 어떻게 알았는지 그리고 또 내게 왜 이런 문자를 보내는 지 알 수가 없었다. -나랑 잠깐 얘기 좀 하자. 이 주변에 카페베네 있으니까 거기로 와 쉽게 찾을 수 있을거야 얘기라, 그와 내가 더 이상 할 얘기가 남아 있었던가.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면서 걷다보니 어느새 삐까뻔쩍한 번화가에 도착해 있었다. 신호등 두개를 더 건넜다 그러니 정말 놀랍게도 까페베네가 나와 있었다. 문이 열림과 동시에 짤랑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그의 시선은 단박에 내게 꽂혔고 나는 아랑곳 하지 않고 그의 앞자리로 다가갔다. "무슨 할 얘기가 남았어?" "엄마는 잘 계셔 아버지도 잘계시구. 걱정지마 . 너는 잘 지내?" "이 말 하려고 부른거야?문자로 했어도 됐었잖아" "그래도 얼굴 보고 하는 게 더 낫지 않을까 싶어서 불렀어. 니 시간 뺏었다면 미안해." "됐어, 그냥 엄마한테 나 잘 지낸다고나 전해줘." "알았어-" "더 할 말 없지? 나 일어난다" "아버지는" "어?" "아버지는 아직두 너한테 미안해하셔. 자기때문에 밖에 나가서 사는 것 같다고. 이제는 들어오면 안되냐" "너 같으면 들어가고싶겠어? 너, 니가 겪은일 아니라고 그렇게 쉽게 말하지 마 넌, 엄마 생겨서 좋겠지만 난 그 사람이 우리 아빠 자리를 뺏는 것 같아서 짜증나 싫어" "너 진짜 니생각 만한다 그럼 우리 아빠는?너 때문에 괴로워하고 계신 우리 아빠는?" "니네 아빠까지 내가 생각해야돼? 그리고 더 중요한 건." "그 사람 옆에서 웃고 있는 우리 엄마 못 봐 나." "하… 니네 엄마 아픈건 알고 있냐?" "뭐?" "엄마 아프셔. 우울증이래. 아무래도 너 때문인가봐" "그걸 왜 이제 말해? 좀 더 일찍 말해줘도 됐잖아!" "그럼 제때제때 연락좀받아줄래? 내가 지금까지도 너 없이 잘 살다가 갑자기 나타나서 하는 말이 같이 살자고 하는 게 이유가 뭐겠어?" "...알겠어. 곧 짐 정리하고 들어갈께. 그때까지만 엄마 부탁해" "걱정 마 들어오기나 해" 엄마가 우울증이라니 항상 당당해 보였던 우리 엄마가 갑자기 나 때문에 우울증에 걸렸다고 한다 이건 무슨 청천벽력 같은 소린거지. 아수라장이 된 머릿속을 정리하느라 변백현이 무슨 말을 하는지도 들을 수 없었다. 하지만 단 한가지 기억나는건 내가 곧 그 집에 들어가야 된 다는 것이다. 네가 있는 그 집으로. 일촉즉발 :한 번 닿기만 하여도 곧 폭발한다는 뜻으로, 조그만 자극에도 큰 일이 벌어질 것 같은 아슬아슬한 상태를 이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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