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소 고등학교 1
w. 치즈커피
대기업 사장 아들부터 미래가 기대되는 천재들까지, 어마어마한 스펙들의 인재만 모인 엑소 고등학교에는 각 학년당 2반씩밖에 없어 스펙이 뛰어나도 경쟁률이 치열할수 밖
에 없었다. 엑소고는 엄청난 스펙의 인재들만 모인 학교로도 유명하지만, 사실 그것보다 더 유명한 소문은 따로 있었다. 현재 엑소고 3학년 학생들에 대한 것 이였다. 물론 모
든 학생들이 다 잘생기고 예쁘기도 했지만 엑소고 3학년에는 연예인이라 해도 믿을만큼 특출한 외모에, 특출한 실력의 학생이 있다는 것으로 유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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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월 10 일
교내에 독특한 멜로디의 종이 청명하게 울려퍼졌다.
20분의 쉬는시간이 주어졌음에도 아이들은 우르르 몰려다니지도 않고, 시끄럽게 떠들지도 않았다.
하나같이 값비싸 보이는 시계, 귀걸이, 목걸이, 반지를 착용한 아이들은 대부분 교복을 다 수선해서 입은듯 묘하게 원래 디자인과 다른 디자인들이였다.
한 남자아이는 수트처럼 교복을 입었는데, 그 모습이 너무 잘 어울려 저도 모르게 한참동안 넋놓고 바라보고 있었다.
평범한 인생을 살았던 나 징어로써는 이런 적막하고 텁텁한 분위기의 쉬는시간이 어색하기 그지없었다.
이게 학교인건지 연예계 인건지, 눈에 보이는 아이마다 보통 수준의 외모를 뛰어 넘었고 교복은 이게 교복인건지 사복인건지 구분이 어려운 수준이였다.
징어는 점점 자신이 위축대는것을 느끼고 눈을 슬며시 내리깔았다.
보기만 해도 한숨이 나오는 두께의 책을 쌓아놓고 빠르게 읽어나가는 아이들 반, 태블릿 pc로 아예 컴퓨터를 하며 노는 아이들이 반이였다.
창문 밖으로 본 운동장에서는 춥지도 않은지 남자 아이들 몇몇이 두 시간째 운동만 하고 있었다.
저런 두께의 책을 읽어야 할 필요도 없고, 읽고 싶지도 않았고 태블릿 PC도 내겐 없었다. 그렇다고 저 남자아이들 틈에 껴서 운동할수도 없는 노릇이였다.
남자아이들이 반을 차지하는 이 반에서는 친해지기에는 너무 거리가 먼 여자아이들 뿐이였다.
차라리 엎드려서 자버리는게 나을까?
징어가 아련한 눈빛으로 책상을 바라보았다.
그 순간.
심심한 징어에게 내려진 한 줄기의 구원인걸까?
모델같이 훤칠한 남자애 한명이 징어 쪽으로 성큼성큼 걸어오더니 이내 어리둥절한 징어를 보며 씨익 웃었다.
그 시원한 웃음이 어딘가 낯설지 않다는것을 느낀 징어가 짧게 생각에 빠졌다.
저게 누구였더라. 분명 봤던 애인데.
저런 이기적인 마스크에 기럭지는 징어가 쉽게 잊을리가 없었다.
아! 맞다.
박찬열이였다.
징어가 엑소고로 전학온뒤 전체적으로 자리를 한번 바꿨었다.
지금 징어가 앉은 자리가 원래 박찬열이 쭉 앉았었던 자리였었다.
그런데 무슨일이지?
징어가 자신쪽으로 다가온 찬열을 멀뚱히 바라보았다.
생각치도 못한 징어의 시선 공격에 찬열은 어색한듯 짧게 웃음을 머금더니 이내 한쪽 다리를 접어 앉았다.
마치 징어가 앉은 책상의 서랍에게 볼일이 있다는듯한 제스쳐였다.
아. 그래. 박찬열이 내게 말을 걸려고 올리가 없지.
징어가 살짝 풀죽은 기분으로 뒤로 의자를 당기려고 발 끝에 힘을 준 순간이였다.
찬열이 서랍이 잘 보이지 않는지 미간을 살짝 찌푸리더니,
이내 그 큰 손으로 징어가 앉은 의자의 다리를 움켜쥐고는 그냥 징어가 앉은 채로 뒤로 손쉽게 당겨버렸다.
징어는 쑥 뒤로 당겨지는 자신을 발견하곤 짧게 당황했지만 이내 평정을 되찾았다.
그리고 자신의 의자 다리를 잡고있는 찬열을 보고 속으로 엄지를 치켜들었다.
핡.
바람직한 힘이다.
찬열은 제 뒷통수에 닿는 징어의 므흣한 웃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서랍에서 책 한권을 스윽 꺼낸뒤 그냥 그대로 뒤돌아 가버렸다.
안돼.
가지마요.
징어는 마음속으로 간절히 빌며 찬열의 뒷태를 쫓았지만 찬열은 성큼성큼 교실을 빠져나갔다.
아. 안돼.
그래도 점점 아이들이 빠져나가서 그나마 마음이 조금 안정된다.
그런데 박찬열도 그렇고. 쟤도 우리반인데 왜 종 치기 얼마 안남았는데 애들이 자꾸 나가는 거지?
징어가 멍한 눈빛으로 곰곰히 이상한 점을 곱씹다 이내 머릿속에 퍼뜩 지나간 생각에 아차했다.
아. 맞다.
바보같이 왜 그걸 까먹었지?
다음 수업은 스포츠였다.
징어가 후다닥 일어나 가져온 체육복으로 갈아입고 친구 없이 홀로 체육관으로 향했다.
사실 이런곳에서 친구와 둘이 팔짱 끼고 다니는게 더 이상한 취급 받을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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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너네가 학생이냐 아저씨들이냐. 학교 분위기가 삭막해, 삭막해. 요번에는 짝 피구를 할거다. 짝지끼리 포지션 정해서 10분까지 두줄로 서라. 」
체육 선생님의 말에 아이들은 설렁설렁 자리를 찾아가기 시작했다.
동시에 징어는 당황했다.
내 짝은 그 과묵하기로 유명한 김종인 아니였던가.
징어는 당황하는것도 한편, 뭔 아이들이 이렇게 떠들지도 않은채 자리를 찾아가는건지.
순식간에 정리되는 주변에 식겁을 하며 김종인을 찾으려 주위를 두리번 거렸다.
그런데 김종인이 보이지 않아……… 악!!
누군가가 뒤에서 팔목을 확 잡아채는 바람에 징어는 어정쩡하게 뒤로 기울었다.
팔을 잡아채는 악력이 장난 아니여서 놀랐다.
징어는 기대어지는 단단한 몸에 두번 놀라며 화들짝 고개를 들어 위를 바라보았다.
그러다 속으로 또 흠칫했다.
무심한 표정을 지으며 내려다 보고 있는 김종인이 있었다.
「 내 뒤에 서. 」
종인은 얼빵한 표정을 짓고있는 징어를 보며 멋드러지게 한번 피식 웃고는 , 금세 무표정으로 되돌아와 징어의 팔을 잡아 자신의 뒤로 끌어놓았다.
징어는 그 무자비한 악력에 욕을 하면서도 남자다움에 설레 그를 찬양했다.
그런것 따위는 신경 쓰지 않는지 종인은 무심한 표정으로 징어를 붙인채로 줄을 섰다.
「 자. 다 모였지? 그럼 이쪽이 A 팀. 이쪽이 B 팀이다. 」
쿨내나는 체육 선생님은 정리할 필요가 없는 학교 분위기에 익숙해졌는지 초스피드로 게임을 진행했다.
체육 선생님의 목에 걸린 호루라기에서 삑- 소리가 남과 동시에 B팀의 피구공이 무서운 속도로 A팀쪽으로 내리꽂혔다.
A팀인 징어는 그 속도에 흠칫 놀랐다.
저거.
맞으면 죽을지도 모르겠다.
B팀의 선제 공격은 A팀의 남-남 팀 한명을 죽이고 끝났다.
이제 돌아온 A팀의 차례.
뒤에 남자를 붙이고 있는 찬열이 씨익 웃으며 팔을 내던지듯 공과 함께 휘둘렀다.
동시에 징어의 입이 쩍 벌어졌다.
방금 A팀 못지않은. 아니, A팀보다 더 한 속도였다.
뭔 피구를 이렇게 죽을둥 살둥 하는지.
징어는 어느새 등에 식은땀이 맺히기 시작했다.
「 쫄았냐? 」
자신의 옷깃을 쥔 손에 힘이 들어가는것을 느꼈는지 종인이 뒤를 돌아 징어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징어는 이마에 흐르는 식은땀도 모른채 입을 꾹 다물고는 고개를 저었다.
그러자 종인이 피식 웃으며 징어의 머리를 그 큰 손으로 살짝 흐트려 놓았다.
「 나도 피구 존나 잘해. 걱정마. 」
종인의 낮은 목소리가 징어의 귀에 유난히 오랫동안 꽂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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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 없을지라도 부디 재밌게 읽어주시고 댓글 한줄 써주시고 가세용 !
첫화 댓글은 작가가 제일 기억 잘 하는거 아시죠 ?
엌. 저만 그런건가요 ?
글 많이 미흡한 부분이 많아도 이해 부탁드려요 ^0^
모쪼록 가볍고 재밌게 읽어주셨음 하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