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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을 보기에 늦었다길래 

 

창 밖을 보니 

 

어둠이 몰려오고 있었다. 

 

늦었다고 생각했는데 

 

생각해보니 

 

달빛은 이제 시작이구나. 

 

-아무것도 늦지 않았다- 

 

 

 

- remind  

 

우리의 첫 만남은 좋았다. 아, 나만 좋았던 걸 수도 있다. 사람마다 느끼는 감정이 다르니까. 우리는 고등학교 때 처음 만났다. 내가 전학을 오면서 영현이를 만났고, 영현이는 나를 만났다.  

 

평소에 음악에 관심이 많았던 나는 밴드부인 영현이를 따라다니며 베이스를 쳐달라고 했고 착한 영현이는 그걸 또 받아줬다. 어쩌다 보니 우린 등교, 하교, 점심까지 같이 먹고 더 가까워졌다. 어떻게 보면 내가 더 좋아했을지 모른다. 영현이를. 

 

" 하루야, 나 할 말 있는데. " 

 

" 뭔데? 또 내일 아침에 바나나 우유 먹자고? " 

 

" 아니. 그런 거 아닌데. " 

 

" 그럼, 뭔데? " 

 

" 우리 대학 꼭 같이 가자. 약속.  

 

그때 그 약속 때문인지 우리는 같은 대학에 지원해 붙었다. 난 호텔경영, 영현이는 실용음악과. 

 

 

우린 봄, 찬란한 연애가 시작됐다. 물론 술 먹고 털어놓은 진심이였지만, 서로가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는데 얼마 걸리지 않았다. 그저 오래 본 사이라서 챙기고, 배려한 게 아니다. 우리는 우정을 앞에 두고 사랑을 했던 것이다.  

 

" 야. 강영현. 넌 왜 나 안 좋아해? " 

 

" 내가 고등학교 때 얼마나 티를 냈는데... 나쁜놈. " 

 

이 뒤론 기억이 안 난다. 망할 술버릇. 뱉은 말을 기억을 못 할까.  

 

 

나의 기억에는 항상 영현이는 다정했다. 내가 남자친구한테 차였을 때 울고있을 때도 달래준 건 영현이였다. 과 동기랑 싸우고 화를 내면 받아주는 것도 영현이였다. 그게 내가 영현이를 좋아한 첫번째 이유였다. 너무 다정해서 헤어나올 수가 없었다. 

 

" It's room 1903. The bellboy will carry your luggage Have a nice day " 

 

(1903호입니다 짐은 벨보이가 옮겨다 드릴 거예요 좋은 하루 보내세요) 

 

 

오늘 하루도 시작됐다. 항상 느끼지만 시간은 더럽게 안 간다. 오늘 아침에 늦잠을 자 지각할 위기였지만 제인이 차로 데려다주는 바람에 늦지 않고 도착했다. 오늘 제인의 드라이빙 서비스에 감사를 표한다고 저녁을 같이 하기로 했다. 그의 친구들과 함께. 자리가 불편하다 말하고 싶었지만... 아, 됐다. 그냥 밥 한 끼 먹고 오는 게 뭐가 불편하다고. 

 

퇴근시간이 다가오니 비가 내렸다. 갑자기 쏟아지는 비에 어쩔줄 몰라 하고 있는데 제인에게 연락이 왔다. 데리러 온다고. 

 

" I'll pick you up. Wait there. It rains a lot outside " 

 

(내가 데리러 갈게 거기서 기다려 밖에 비 많이 온다) 

 

- remind 

 

" 야. 강영현. 밖에 비 많이 오는데 나 우산 없어 " 

 

" 오늘 아침에 비 온다고 챙기라고 했잖아, 멍청아. " 

 

" 아, 몰라. 나 어쩌지? 비 다 맞게 생겼네. 그냥 뛰어 갈까? " 

 

" 야. 강영현. 내 말 씹냐? " 

 

" 와... 여자친구 말 이렇게 씹는 거야? 강영현 진짜 싫어. " 

 

" 내가 데리러 갈게. 거기서 기다려. 밖에 비 많이 온다. " 

 

 

제인과 넌 많이 닮았다. 그래서 제인을 못 놓는 이유다. 너를 사랑했을 때 처럼 행복해질 수 있을 것 같아서, 널 조금 더 기억하기 위해서. 물론, 나쁜 거라곤 알고 있다. 제인을 사랑해서가 아닌 강영현 널 기억하고 싶어서 만나고 있다는 거. 제인에게는 비밀이다, 이건. 

 

 

저녁식사는 좋았다. 제인의 친구들도 성격이 좋아서 어울리기 쉬웠고 음식도 입에 맞았다. 아쉽게 친구들과 헤어지고 제인이 내게 말을 걸었다. 요즘 힘들어 보인다고, 무슨 일 있냐고. 그 말에 아무말도 할 수 없었지만 별 거 아니라고 말했다. 제인이 집 앞까지 데려다준 후 짧게 입을 맞추고 들어오는 길에 눈물이 났다. 아까 제인이 한 말이 너무 강영현과 닮아서 어쩔 수 없었다. 눈물을 삼키려고 해도 계속 흘렀다. 지금 내리는 비처럼, 계속. 

 

 

- remind  

 

" 야, 강영현. 너 김하루가 뭐라고 고백했어? " 

 

" 그냥 좋아한다고. " 

 

" 그게 끝이야? 넌 뭐라고 답했는데. 너도 걔 좋아했잖아. " 

 

" 좋아한다고 했지. 아침에 바나나 우유 먹은 것도 너 때문이라고 하고, 대학교 간 것도 너 때문이라고. 지금도 널 좋아해서 같이 있는 거라고. " 

 

 

 

 

 

다음화부터 분량이 좀 많아질 계획이예요. 영현이랑 여주랑 만나게 된 것 부터 과거 이야기가 많아질 계획이라 오늘 분량은 용서해주세요. ㅠㅠ 오늘 하루도 수고 많으셨고 내일은 더 좋은 하루가 되길 바랄게요. ❤️


 
독자1
ㅠㅠㅠㅠㅠㅠㅠㅠ조아요 작가님
6년 전
비회원도 댓글을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작품을 읽은 후 댓글을 꼭 남겨주세요, 작가에게 큰 힘이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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