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프린스 2호점 05 (부제 : 질투의 방식)
그런 날 있잖아.
유독 화장도 잘 먹고, 몸도 붓기 하나 없이 쫙 빠져서 어떤 옷을 입어도 핏이 사는 날.
그니까 한 마디로 이 날은 내가 봐도 내가 괜찮아보이는 날이었어.
그래서 그런가 없던 자신감도 생기는 거 있지.
출근 하려고 집을 나오면서부터 평소보다 한 2~3배는 더 들떠서 엘리베이터를 탔는데
엘리베이터 안에 어떤 남자가 먼저 타서 내려오더라?
그래도 이웃이니까 가볍게 목인사를 하고 엘리베이터를 탔지.
1층에 도착해서는 내가 내리려는데,
그 남자가 먼저 말을 걸어오는거야.
"아. 혹시 여기 사세요?"
"네. 저 8층 살아요."
"아..저는 10층 살아요. 여기로 이사온지는 일주일 됐구요."
"아, 얼마 안되셨구나. 저는 여기서 거의 2년 째 살고 있어요~"
그냥 뭐 별 얘기는 아니었고, 언제부터 살았냐, 살아보니 어떻냐. 하면서
그냥 정말 가볍게 아파트 얘기를 하면서 걸어 나왔지.
그렇게 한참을 얘기하다가, 이대로 가면 출근 시간에 늦을 것 같은 기분이 드는거야.
"어, 정말 죄송한데 저 이제 가봐야 할 것 같아요. 지금도 살짝 지각 위기라..."
"아. 죄송해요. 괜히 저 때문에. 혹시 괜찮으시다면 제가 태워드릴까요?"
"에이. 아니에요. 지하철 타면 금방 가는 걸요. 말씀만으로도 감사해요."
"그래도 저 때문에 지각하면 되게 미안할 것 같은데. 그냥 타세요~"
계속 그렇게 가면 자기가 너무 미안할 것 같다며 붙잡아 오는 턱에
아, 그럼 실례 좀 할게요. 감사합니다 하고 그 남자의 차 쪽으로 걸어가려는 데,
누가 뒤에서 "오징어" 하고 부르는 소리가 나는 거야.
놀라서 돌아보니까 사장님이 저 멀리서 내 쪽으로 걸어오고 있더라.
아니 뭐. 우리가 사귀는 사이도 아니고 단지 우리는 직원과 사장님일 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데
왠지 모르게 되게 부끄럽더라? 죄 진 것 같은 기분도 살짝 들고.
그래서 그냥 사장님 쪽을 보고 서서 우물쭈물하고 있는데,
그 남자가 먼저 "누구에요?" 하고 물어오는 거야.
그래서 아, 저희 사장님이요. 하고 대답하려는 데,
김민석이 먼저 내 어깨를 확 감싸 안고는 "징어씨가 다니는 카페, 사장입니다." 이러는거야.
아니. 내 어깨는 왜 잡고 그래?
뭐뭐, 전세냈어? 하고선 자꾸 뿌리치려고 꿈틀대니까
김민석이 내 어깨를 끌어 안은 팔에 더 힘을 주더니
"이 여자는 내가 편애하는 중인, 우리 카페 직원이고요."
이러는 거야.
김민석의 말에 약간 당황한 듯한 그 남자가 어색하게 웃더니,
"아. 오늘은 못 데려다 주겠네요. 다음에 또 봐요, 징어씨."
하고는 내 쪽을 향해 손을 흔들더라.
그래서 나도 그냥 꾸벅, 하고 인사했더니
그 남자 쪽을 계속 뽀루퉁한 표정으로 주시하고 있던 김민석이 내 귀에다 대고 조용히 이렇게 말하는 거야.
"앞으로 내가 매일 데릴러 올거야."
그 말에 약간 부끄러워진 내가, 김민석의 팔을 있는 힘껏 밀어내고 '사장님이 왜요. 나도 내 발 있으니까 알아서 걸어갈거에요.' 하고선 툴툴댔더니,
김민석이 내 코를 또 톡, 한 번 치더니
"내가 편애한다고 했잖아. 너."
이러더라.
백현이랑 경수랑 루한오빠한테 다 이를거야, 하고선 먼저 앞서 걸어가자
김민석이 또 다시 내 어깨를 감싸안더니 "그러던가. 어짜피 사장은 나야." 하더라.
쿨 워터 향 폴폴.....
은 무슨.
얼굴은 되게 심난해 보였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자기도 백현이랑 경수랑 루한오빠 없으면 안된다는 걸 아는거지. 그럼,그럼.
그런 비주얼을 어디서 또 구할거야.
내가 내 안구정화를 위해 이번만큼은 봐주지. 하면서 김민석의 차를 타고 카페에 도착했어.
평소 내가 출근하는 시간보다 살짝 늦어서 그런지 김민석이랑 나 빼고는 벌써 다 출근해있더라.
미안해서 주차하는 김민석을 버리고 나혼자 내려서 카페 안으로 후다닥 달려 들어갔지.
현관문을 열고 "늦어서 죄송합니다~" 하고 들어가는 데,
백현이가 팔짱을 끼고서는 뾰루퉁한 얼굴로 나를 딱 쳐다보고 있는거야.
어머, 백현이 안녕. 오늘도 여전히 귀엽네. 하고선 어색한 웃음을 짓는데,
백현이가 갑자기 내 팔을 확 잡고서는 2층으로 끌고 올라가더라.
영문도 모르고 끌려 가서는 '백현아 왜에..'하고 묻는데
백현이가 확 돌아서서는 "왜 민석이 형이랑 같이 와요." 라는 거.
"아. 그거. 그냥 사장님이 나 아침마다 지하철 타고 오는 거 힘들어 보인다고 데릴러 오신거야.
나도 전~~~혀 몰랐는데 아침에 집 앞에 나가보니까 사장님 계셔서 엄청 놀랬잖아."
내가 왜 얘한테 구구절절 설명 중인지는 모르겠지만.
제대로 설명 안해주면 하루 종일 주인한테 혼난 강아지마냥 축 쳐진 채로 다닐 게 뻔해서
평소에 잘 안쓰는 리액션까지 해가며 설명해줬지.
그랬더니 그제서야 다시 평소처럼 예쁘게 웃어보이던 백현이가
"그럼 앞으로 나도 데릴러 갈래. 아니다. 나는 데려다 줄래요." 하며,
내 손을 쥐고선 내 엄지 손가락에 자기 엄지 손가락을 꾹, 찍는거야.
"약속했다. 헤헤"
"야. 뭐야. 이거 니가 강제로 한 거 잖아~"
"그거나 그거나. 도장 찍으면 끝인가죠. 아, 난 이제 쿠키 구우러 가야겠다. 이따봐요, 누나~"
나한테 얘기할 틈도 안 주고는 다다다 쏘아 붙인 백현이가 다시 1층으로 내려갔고,
나는 뭐. 어휴. 저 변백현. 하면서 올라온 김에 2층 영업 준비를 했지.
냅킨도 새로 꼽아 놓고, 정수기에서 물도 받아서 채워놓고선,
1층으로 다시 내려와서 원두 상태도 다시 체크했어.
그렇게 영업 시작 시간이 다 되서, 나는 또 평상시와 다를 바 없이 커피를 만드는데
내 작업대 위로 검은 그림자 같은게 생기는 거야.
고개를 들어보니 경수가 아무 말 없이 빤히 쳐다보고 있더라.
아..경수야.. 누나 그렇게 쳐다보지 말아줘.
안그래도 오늘 아침부터 심장 폭격 당해서 정신이 혼미해........
라고 속으로.. 생각하고 있는데
경수가 씩, 웃더니 나만 겨우 들릴 정도의 작은 소리로
"이따 12시에 같이 원두 배달 가자."
라고 말하는 거야.
여기에 대해서 약간 설명하자면,
우리 사장님이 '커피 프린스 1호점'을 너무나도 감명깊게 보셔서 (아마 우리 카페가 나온 잡지 기사를 읽었으면 알거야!)
소소한 인테리어들부터, 마케팅 전략까지 커피 프린스에서 모티브를 얻은 게 되게 많단 말이야.
원두 배달을 시작한 것도 아마 그 때문이 아닐까 해.
보통은 사장님이나 경수가 배달하는 편이라서, 나는 아직까지 한 번도 가본 적은 없고.
"나 가게 비우면 사장님한테 혼나..."
"괜찮아. 오늘 손님도 없고, 사장님도 약속 있으셔서 11시에 나가신데."
가자. 응응? 하면서 동그란 눈을 크게 뜨고 졸라 오는데,
그 모습을 보고 어떤 여자가 '싫어.' 라고 할 수 있겠어.....
알겠다고 했더니 그제서야 경수는 다시 일하러 갔고,
나도 다시 내 할 일을 했어.
그렇게 12시가 됐고, 유니폼을 갈아 입고서는 경수와 함께 경수 차를 타고 원두배달을 나갔지.
아니 근데, 분명 같이 원.두.배.달 을 가자고 했으면서
정작 카페에 원두를 전달해주러 갈 때는 기어이 자기 혼자만 가는거야.
계속 나는 차 안에 있으라고 하면서.
한 두번은 그냥 그런가보다 하고 넘겼는데 배달이 끝나갈 때까지 계속 그러니까 나도 기분이 좀 나빠진 거.
이럴거면 왜 데리고 나왔나 싶기도 하고.
그래서 경수가 배달을 마치고 차에 타자마자
"야. 너 나 왜 데리고 나왔어?" 하고 따졌거든?
그랬더니 경수가 엄청 난감한 표정으로 나를 계속 쳐다보고만 있는거야.
거기에 내가 더 기분이 나빠져서
"말을 해. 말을. 이럴거면 너 혼자 오지 나랑 왜 같이 나왔는데."
하면서 불퉁거렸어.
그랬더니 그제서야 경수가 입을 열더라.
"너..치마..너무 짧아."
"..뭐?"
"누가 그렇게 짧은 치마 입고 오래. 사람들이 다 쳐다보잖아."
경수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내 치마가 지금 무릎을 다 덮는 데 무슨 소리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어이가 없어서는
"야. 이게 뭐가 짧아. 요새 짧은 치마들이 얼마나 많이 나오는데~"
이러니까, 눈썹이 약간 찌푸려진 경수가 나를 똑바로 보더니
"그냥 바지만 입고 다니면 안돼?"
이러는거야.
그 말을 하는 경수의 표정이 사뭇 진지해서
"야. 나도 여자거든?" 이러면서 장난식으로 받아치는데,
"그러게 누가 그렇게 이쁘래. 아 진짜 나만 보고 싶다."
이러더라.
그냥 장난식으로 "왜? 난 너만 보고 살기 싫은데. 우리 동원오빠도 봐야되고, 원빈오빠도 봐야되고, 지디오빠도 봐야되고.. 또.." 하면서
받아치긴 했지만..... 와 나 정말 심장이 너무 빨리 뛰어가지고...... 마비 올 뻔....
내 말에 '하여튼 오징어.. 진짜..' 하면서 크게 한숨을 쉬던 경수가 다시 운전대를 잡았고,
우린 다시 카페로 돌아왔지.
뭔가 그 말을 듣고 난 뒤로 경수랑 초큼.. 어색해진 나는 바로 쪼르르 작업실로 달려갔고,
경수도 마찬가지였는지 자기도 그냥 자기 할 일을 하러 가더라.
작업실로 가보니 루한오빠 혼자서 커피를 내리고 계셨어.
뭔가 미안해서 "오빠..." 하고 불렀더니,
그 예쁜 눈으로 나를 살짝 노려보고는
"너. 경수랑 어디 갔다 왔어." 이러는거야.
"경수가 원두배달 같이 가자고 자꾸 졸라서요. 배달만 잠깐 다녀왔어요~
그건 그렇고 오빠가 라떼까지 다 만들고 계셨던 거에요? 우와.. 이거 고양이 너무 귀엽다..
오빠가 저보다 더 잘 만드시는데요? 와.. 헐 나 여기 그만 둬야 되려나봐.."
뭔가 미안한 마음에 방언 터지듯이 나혼자 쉬지 않고 말하는데,
그 모습을 보던 오빠가 드디어 웃더라.
"어휴. 이러니 내가 혼낼 수가 있어야지."
하면서 내 머리를 막 헝클어트리는데
나를 보고 웃는 모습이 너무 예뻐서 그냥 나도 배시시 웃어버렸던 것 같아.
세상에.. 저 오늘 3편이나 연재한 거 아세요?...
시험기간은 다가오는데.. 독자님들 반응 보는 게 너무 좋아서 자꾸 글 쓰고 있어요.. 어떡해요 저..
혹여나 다음주부터.. 약간 연재 속도가 느려지더라도.. 떠나시면 안되요 저ㅠㅠㅠㅠ.....♥
아마 다음 편이나 다다음편 정도에 네 남자의 고백씬을 넣을 예정이구요!
연재와 동시에 투표를 붙여서 독자님들이 직접 징어와 가장 잘 어울리는 남자를 뽑아 주시면,
최다 득표를 한 프린스와 징어와의 로맨스로 계속 연재를 해볼까해요.
아. 물론 나머지 프린스들도 계속 등장 할 거구요!
박빙의 결과가 나온다면 번외로 다른 프린스와의 연애 썰도 써드릴 수 있어요! ㅎㅎㅎㅎ
아 참참! 그리고 어떤 독자님께서 질문을 해주셨는데,
제가 프린스 들의 나이를 언급한 적이 없더라구요!
백현이랑 경수는 25살,
징어는 26살,
민석이랑 루한이는 30살 이에요 :)
주저리 주저리 말이 길어졌네요.
오늘 밤도 행복한 밤 보내세요~
암호닉 신청해 주신
시우밍 님, 뀨 님, 파이 님, 벽돌 님, 테라피 님, 마지심슨 님
감사합니다 ♥
댓 달아주시는 모든 분들 정말 사랑해요 워 아이 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