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가 어디지.
살짝 어두운 방안에 방을 더듬으니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인아, 종인아"
하고 불러보니 아무것도 들리지 않고, 옆에 아무도 없다.
무서워지려는데,
"나 여기있어"
이러면서 손을 잡아오는 익숙 한 손. 김종인.
서서히 내 입술을 탐하고, 무서웠던 나는 그 어느때보다 더 강하게 그를 안았다.
"하아...종인아, 인아"
"나 여기있어. 무서워 하지마"
무서워, 그의 얼굴을 잡기도 하고, 소매를 잡아서 꽉 끌어안기도 하고.
그가 내 얼굴을 잡고 키스를 하며 느껴지는 쾌감에도 불안했다.
그 누구보다 따뜻한 애다. 따뜻한 그의 가슴팍을 꽉 끌어안는데
팟. 하면서
갑자기 시야가 하얘진다.
"종인아. 종인아"
그리고 김종인이 없다.
허우적 대면서 그를 찾으니 그는 뒤를 돌아보고 있고, 시어머님이 계신다.
"새아가. 손주는 언제쯤 볼 수 있겠니?"
그말을 끝으로, 종인이 날 돌아본다.
원망이 가득한, 눈물 그득한것 같은 무서운 눈
그런눈으로 보지마. 혼자인것 같아.
엉엉. 소리내어 울려는데 소리가 나오지 않아서 고통스러워 가슴팍을 팍팍 치니,
갑자기 몸이 일으켜지고 몸이 심하게 흔들린다.
"000!!!000!!!"
그렇게 나는 꿈에서 깼다.
"무슨 그렇게 꿈을 험하게 꿔"
종인이 친가들 다녀오고, 아이는 언제 생기냐는 어머니의 말씀을 듣고나서 줄곧 이 꿈을 꾸어온 나다.
그게 뭐라고.
아이는 언제 생기니,
아무렇지 않게 넘길수 있었고, 종인이도 정말 대수롭지 않게 "생길때 되면 생기겠죠" 라고 넘겼지만,
사실 속으로 나는 그렇지 못했다.
평소 여성건강이 그리 좋지는 못했다.
주기도 불규칙하고. 생리통도 심하고. 뭔가 질병이 있고, 불임은 아닌데. 워낙 자궁이 작고 나팔관이 좁아서 착상이 힘들다나?
하여간 그런걸 알면서 사실 결혼이 결정하고 나서 하루에 한번씩 아이얘기를 했던 종인이도,
천천히 낳자며, 오히려 안심시키곤 했었다.
친가쪽에는 모두 비밀로 했지만,
괜히 아기 이야기만 나와도 스스로 자격지심에 더더욱 예민할 수 밖에 없었다.
곧 생길때도 됬는데- 하며 무심하게 그냥 말씀하신 어머니 말씀에
죽자고 2주 내내 악몽을 꾸는 것만해도, 그 스트레스는 알만했다.
"악몽꿨어"
".....또 그꿈 꿨어?"
"니가 막.....막 슬프게 쳐다봤어"
".....자자. 이제 안 꿀 꺼야"
"싫어. 안잘래. 무서워"
"....피곤하잖아"
"괜찮아."
주방에 나와서 살짝 숨을 돌리니, 뒤에서 따뜻하게 안아주는 종인이다.
"너무 걱정하지말고. 엄마 말도 신경쓰지마. 그냥 하신말이야"
"알아, 내가 예민한거"
"예민한거 아냐. 당연한거야. 너무 힘들어 하지마"
살짝 볼에 뽀뽀를 해주며 땀에 젖은 내 머릿칼을 정리해주는데.
사라질것만 같아 폭 안기니,
그 걱정 저리 두라는 듯 뼈가 으스러지게 꽉 안아준다.
슬슬 그 꿈에서 벗어날 때 즈음이였나.
하도 아침잠도 많아지고, 스리슬쩍 추워지는 몸에 결국 밤에 잠을 그렇게 못잤더니 몸살이 오려는가 보다. 하며 한숨을 푹 쉬었다.
그러다 문득, 주기를 재보니 일주일 정도 안한 것이 떠올랐다.
또시작이야. 이놈의 호르몬.
의사선생님이 충분한 수면이 가장 좋은 약이랬는데....
한숨을 푹 쉬면서 찬장위 호르몬제를 다시 꺼내려는데,
'우욱'
가스레인지 위 아침에 먹다 남은 된장찌개를 보고 순간 헛구역질이 올라와서 움찔했다.
뭐야,
설마, 하는 생각과 함께, 서랍장 저 구석에 두었던 임신 테스트기를 꺼냈다,
"헐"
테스트기에 그토록 원하던 두줄을 보고,
그자리에 주저앉아서 엉엉 울었던것 같다.
"4주정도 되셨네요. 임신 맞으시구요"
초음파 사진에 찍힌 점 하나. 그 안에서 아기의 얼굴이 몽글몽글 떠오르며, 시야가 다시 뿌옇게 변한다. 아가.
"몸조리 잘하시구요, 워낙 산모분 호르몬이나 자궁 건강이 안좋으셔서 더 몸조리 잘하셔야 해요."
"네. 감사합니다"
"인아"
"어, 왜"
"종인아"
"...왜그래. 왜 울어"
"....흑흑흑"
"지금 갈께. 집에 있어. 어디가지말고"
임신인걸 알려주려고 전화를 걸었는데ㅡ 목소리를 듣자마자 울컥.하고 올라와서 우는 소리만 냈더니, 또 다급하게 퇴근하겠다고 하며 급하게 전화를 끊는 종인이다.
정말 빨랐다. 전화를 끈지 1시간도 안되서, 그가 헐레벌떡 들어온다
"왜, 왜그래"
"이것봐...."
서서히 내밀어진 내 손을 따라 그의 시야가 따라 움직이더니, 작은 까만 사진에 멈춰진다.
멍. 하더니
그대로 그걸 집어서 나와 번갈아 본다.
".........아기다"
목메인 그의 말에 그대로 고개를 올려 그를 보니, 눈물이 한가득 고여서 나를 끌어안는다.
수고했어. 고마워. 미안해. 사랑해.
머리를 쓰다듬고 내눈 한번보고. 코한번 부딛히고. 웃고.
"또사왔어. 김종인!"
"이번에는 핑크색이야"
또또또! 저놈의 신발들. 왠 신발들에 저리 꽂혀서 퇴근때마다 자기 중지손가락만한 신발을 들고 오는데
기분좋은것도 한두번이지! 아프지 않게 등짝을 콩콩 치니, 그래도 좋다고 실실 웃으며 찬장 에 신발을 진열하는데, 기어코 두줄을 넘기는구나.
임신 소식을 알자마자, 내가 먹고싶다고 깨우면 잠도 많은애가 벌떡 일어나서 덥석덥석 사와 대령하고.
매일 퇴근때마다 아기용품을 사오는데, 저번에는 모빌에 꽂히더니, 이번엔 신발인가보다.
그래도 좋다고 실실, 나도 좋다고 실실.
그 점 하나 찍힌 초음파 사진 좋다고 지갑에다가 너 놓고 회사사람들한테 자랑했댄다. 예쁘지 않냐고.
점이 뭐가 예쁘다는거야! 빵 터지면서 웃으니, 왜 예쁘던데.. 너닮았어. 하면서 또 그사진 한번 보고.
이렇게 행복해도 될까 싶을정도로 갑자기 행운이 찾아온 느낌이었다.
입덧도 그저 행복했다.
맨날 헛구역질도 심하고, 밥도 잘 못먹고 맨날 포도만 줄기차게 먹으면서도 뭐가 그리 좋았는지 몸도 가볍고. 우울증도 없고.
산부인과를 가도 "생각보다 건강하시네요."라는 칭찬을 들었다.
붕붕 뜨는 그 느낌에, 이제는 항상 아랫배를 쓰다듬는다. 아가, 고마워.
그날도 산부인과를 가는 날이었다.
같이 갈까. 하면서 출근을 미루겠다는 종인을 끝끝내 보내놓고, 바람도 쐴겸, 이어폰을 끼고 인도를 따라 걷고 있었다.
아기는 딸일까? 아들일까?
이제 조그만한 손발 하나 나왔을텐데, 아들일지 딸일지도 궁금하고. 아들이면 멋있게 입혀서 리틀 김종인으로 만들어야지.
딸이여도 종인이를 닮아야 할텐데. 이런 생각 저런생각도 해보고.
길가에 있는 큰 원피스들이 보이면 "우리 아기가 저 옷을 입으면 예쁘겠지" 라며 몇십년 뒤도 생각해 보고.
귀에 울려퍼지는 태교음악인 봄의 교향곡을 들으면서 스리슬쩍 웃으면서 길을 걷고 있는데,
"아가씨!! 조심해!!!!!"
순식간이었다.
내 귀에 울리던 봄의 교향곡이 엔진소리에 뭍이고, 내가 뒤를 돌아보고.
넘어져 이어폰이 저 멀리로 날아가기까지는.
아가, 아가.
아득히 까매지는 초점속에서 초음파 사진의 점만이 내 눈앞에 아른거릴 뿐이었다.
작은 꿈이었다.
종인과 나. 그사이에 종인을 닮은 아이가 있었다.
우리 손을 잡고 있었고, 모두 웃고, 내가 그 아이를 들어올리는 순간, 팟, 하고 사라졌다.
아가.
차가운 병원 소독약 냄새가 나고, 까맸던 시야가 다시 흐릿해졌다가 맞춰지고. 몇번 반복하니
보고싶었던 그의 얼굴이 보인다.
"나 보여? 잘잤어?"
그의 물기어린 눈을 보자마자 그가 초음파 사진을 보며 웃었던 그 얼굴과 오버랩되면서,
언제인지 모른 내 기억이 되살아났다.
오토바이. 봄의 교향곡. 그리고 아기.
"아기는"
".....00아"
"아기는...아기는 어떻데요? 괜찮은거지?"
그를 보면서 내가 물어보니, 결국 눈을 감고 뒤를 돌아버린다.
"얘기해요. 아기는 괜찮다지? 나만 다친거지?"
"........아기는 다시 만들면 되. 처음이 힘들지. 괜찮ㅇ"
"아니야. 말도안되. 아닐거야. 거짓말하지마. 너그런걸로 장난치는거 아니야"
"....너 지금 안정을 취해야 해. 손 다 까지고 찢어져서 손 너무 흔들흔들하면 안되"
"...흑흑..ㅇ어어엉.... 이거 할 필요 없어. 나 나쁜년이야. 아기도 못지키고. 아기하나 못지키는 년이야"
"제발. 제발 가만히 있자. 응?"
멘탈붕괴 라는 말이 가장 맞는 말이였다,
2개월밖에 같이 하지 않았지만, 내 몸에 일부였고, 내 몸에서 뛰고있던 작은 생명체였는데.
그거 하나 지키지 못했어.
내가 몸이 부셔지는 한이 있어도 아기는 지켰어야하는데.
배를 감싸고 있었다며, 그래서 아스팔트에 긁히고 오토바이가 넘어지면서 긁은 찢어진 자국 투성이인, 링거를 대롱대롱 매단 양 손도 다 필요없었다.
결국 눈물을 보이면서 멘붕에 빠져서 허우적 거리는 나를 그대로 잡아서 안아버리는데
이거 놓으라며 온힘을 다해 그의 등을 퍽퍽 때리는데도, 뒷목을 꼬집는데도, 꿈쩍도 안하고 나를 안고서 울어버린다.
"제발...제발....가만히 있어...제발...미안해"
"응? 아기 돌려줘!! 나 왜살아? 아기는 죽었는데? 왜 엄마는 살아? 그게 엄마야? 놔. 나 죽을꺼야"
"그러지마..제발...."
제풀에 지친 내가 결국 으앙. 하고 아기처럼 엉엉 울다가 다시 까무룩. 시야가 꺼매졌다.
"인아 나 물좀"
몇번을 울고 정신을 잃었을까.
다시 일어난 곳에는, 현실 그대로였다. 누워있는 나. 수척해진 종인. 그리고. 이제는 없는 아기.
처음으로 종인이를 불렀더니. 그래 그러면서 물을 따라서 먹여준다.
일어나서 찬찬히 주위를 둘러보고 상황을 파악해 볼 여유, 아니 이제 발악할 힘이 없었다.
"나 알려줘"
",,,뭐를"
"어떻게 된거야? 좀 알려줘"
"....나중에 알아도 되. 지금은 건강부터 챙ㄱ"
"싫어 들을거야."
"대신, 죽는다는 소리하지마. 나. 진짜 죽을것같아."
"알겠어. 약속"
"나도 잘 몰라. 전화가 와서 받으니 병원이래. 너가 다쳤다고. 갔더니 오토바이가 운전미숙으로 널 들이받았다며. 교통사고야"
"그래서 아기는 죽고 난 살고"
"넌 아기를 구하려고 열심히 했지만 약해서 아기가 안타깝게 죽은거고. 넌 강해서 산거고."
"하여간"
"000. 그만 자책하자. 응? 아기는, 다시 생길수 있어"
"무서워. 나 엄마 자격 없는것 같아"
"너 손 봐. 너 30바늘 꼬맸어. 오른쪽 손 가락 손톱은 거의 다 빠지고. 오토바이가 넘어지는 순간까지, 니가 넘어지면서도 배를 감싸고 넘어졌데. 그래서 니 손 그런거야.
그래서 너 배쪽에는 상처 하나도 없어. 너 엄마노릇 다 한거야. 나도 이말하는거 되게 힘들다. 그래도, 난 니가 이제 강해졌으면 해"
",,,,,,"
"나, 니가 살아있어서 정말 감사해. 난 너만 있으면 되. 그니까. 너도 나만 봐줘. 안무섭게 해줄께."
"...."
"2개월동안 넌 가장 행복한 엄마였어. 심지어 사고가 나는 그 순간까지, 나는 무릎을 꿇고 너한테 존경심을 표할정도로 멋진 엄마였어. 아기도 그렇게 생각할꺼야. 이제 그만 일어나야지."
넌 언제 이렇게 강해졌을까.
아니, 원래 이렇게 강한 아이였니
다시한번 자책하는 나를 강하게 잡고 그대로 눈을 똑바로 보면서 나를 이야기 한다. 눈이 벌게진채로, 그 누구보다 똑부러지게 얘기한다.
날 보라고. 그만 아기 보라고. 강해지라고.
난, 멋있는 엄마였다고.
아무말 없이 그의 어깨에 기대니, 꽉 안아준다.
그때 악몽을 꿨던 그날처럼.
옆에 있다고. 무서워하지 말라고.
사랑한다고.
그렇게 나는, 또한번 성장한다.
2개월동안 아기는 나에게 과분한 행복이었다.
과분한 행복은 쉽게 없어진다.
하지만, 이 시간을 견뎌내면, 더이상 그 행복은 과분한게 아니다.
마땅한 그릇이 될때 다시 그 행복이 찾아오겠지.
암호닉 신청에 소심하지 마세요, 저는 넙죽 받아드립니다!! 댓글을 쓰시고, 답글로 암호닉 신청! 이렇게 해서 적어주시면 감사할듯 해요!!
암호닉을 정리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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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지잉
암호닉
솜사탕
진쨩
쎄쎄쎄훈
도로도
플라크톤 회장
엑소 친구
암호닉 여러분 사랑합니다. 혹시 빠지신 분있으면 박력있게 손들어주세요!!
아 그리고 저 은근히 기억력이 좋아서ㅋㅋㅋㅋㅋㅋㅋ 제가 암호닉을 다 외워버렸네요ㅋㅋㅋㅋㅋ 징지잉님하고 큥님은 두번째때 암호닉 신청해주셨는데 제가 정리를 안해서 세번째때 또해주시고ㅋㅋㅋㅋㅋ귀여우셔ㅋㅋㅋㅋ 전 딱보고 알았는데 귀여웠어요^^ 쮸쀼쮸쀼님하고 샴푸요정님은 아휴그냥ㅜㅜㅜ
제가 처음 암호닉을 어떻게 잊을까요??ㅜㅜㅜ
그래도. 모든 분들 사랑합니더(급수습)
사담사담좋아하는 작가의 사담)
아씨 슬퍼서 못쓰겠어ㅠㅠㅠㅠㅠㅠ괜히 위기절정결말 따라가겠다고 갈등 적는데ㅠㅜㅜㅜㅜ엉어어어어유ㅠㅠㅠㅠㅠㅠㅠ왜 내가 우냐고ㅠㅠㅠㅠㅠ
여러분 걱정하지마요 내가 심장이 아파서 더이상의 고통을 얘네한테 줄수가 없어ㅠㅠㅠㅠㅠ
아 그리고 제가 학생이라니까 많은 분들이ㅋㅋㅋㅋㅋㅋ 그런데 글이... 이러시는데ㅋㅋㅋㅋㅋ맞아요 제가 좀 뼛속까지 음마라.........(엉엉)
이래봐도 꿈많고 로망많은 고삼이에여........스트레스를 너무 많이 받아서.........쿨뤅...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