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프린스 2호점 06 (부제 : 워크샵)
"다음주 월요일에 워크샵. 어때요?"
열심히 마감 정리를 하고 있는 우리를 주목시키고는 김민석이 한 말이다.
"오오오. 우리 놀러가는 거에요? 우와, 재밌겠다. 누나 그쵸?"
벌써부터 마음은 워크샵 장소에 가 있는 듯한 백현이가 나를 쿡쿡 찌르면서 물었다.
아... 음. 나는. 글쎄.
안 그래도 요새 자꾸만 하트 어택을 해오는 네 남자 때문에 정신 없어 죽겠는데 (..배 부른 소리 하고 있죠. 저. 죄송해요..)
여행이라니. 워크샵이라니.
게다가 또 이게 나 혼자 여자니까, 분명 여러모로 불편한 점이 많을 거란 말이지.
어쩌지 어쩌지, 하면서 혼자 머리 속으로 생각을 데굴데굴 굴리고 있는데
"징어야. 너는 어때?" 하고 김민석이 물어오는 것이다.
"아. 음... 저는...글..쎄..요."
생각을 좀 해봐야 할 것 같은데, 하고 말을 아끼자
제일 먼저 백현이가 내 말에 반응해왔다.
"누나 안가면 나도 안갈래."
입을 삐죽삐죽 거리면서 누나아, 가자. 응? 나랑 같이 가자. 하면서 보채오는데,
그래. 여기까진 그래도 견딜만 했다고.
두 번 째 반응은 도경수였다.
특유의 무표정으로 서서는 핸드폰을 들고 뭔가를 열심히 적더니 다시 고개를 들어 내 쪽을 보고는
입모양으로 '핸드폰 확인해봐.' 이러는거다.
고개를 끄덕이고서는, 핸드폰을 켜보니 아니나 다를까.
문자가 와있었다.
[왜 안가는 데. 불편해서? 무슨 이유인진 모르겠지만 일단 가자. 내가 뭐든 도울게.]
문자를 확인하고는 다시 경수 쪽을 쳐다보는데,
나를 쳐다보는 경수의 눈빛에 '제발..' 이라고 써 있는 거 같아서 왠지 모르게 미안해지는 거 있지.
아 진짜... 내가 이래서 못 가는 거라고요........
백현이에, 경수에.. 2단 폭격을 맞고 마음이 살짝 약해져 있는 상태에서
루한오빠의 3차 어택이 시작됨.
"야. 가자."
"..아..오빠.."
"가자고오오오오"
아 어떡해. 이건 정말 1급 비밀인데.
루한오빠가 정말 가끔 얼굴을 막 쓸 때가 있거든.
그 얼굴 그렇게 쓸거면 나 달라고 하고 싶을 정도로.
가끔 그렇게 얼굴 함부로 쓸 때마다 내가 다 어쩔 줄을 몰라하니까, 그게 재밌었는지
나한테 부탁할 일이 있거나, 나를 놀리고 싶을 때는
꼭 저렇게 얼굴을 막 쓰는거야.
약간. 음. 미친개구리. 같은 느낌이야.
거짓말 안하고. 진짜.
아무튼 또 그 잘생긴 얼굴을 이리 꾸기고, 저리 꾸겨서 미친개구리로 변신! 해서는,
나한테 아, 가자고오오오오 하면서 다가오는데 진짜 못 참겠더라.
아 알았어요 갈게요 라는 말이 목젖 (아. 그러니까 내가 목젖이 있단 말은 아니고. 대충 그 정도 위치까지.) 까지 차올랐을 때,
김민석이 결정적인 한 마디를 던졌지.
"너 워크샵 빠지면, 한 달 간 혼자 오픈, 마감 시킨다."
아 예. 가겠습니다.
가고 말고요. 워크샵.
어쨌든 그렇게 워크샵을 가게 됐고, 사장님이 돈을 좀 많이 쓰셔서
제주도로 1박2일 동안 다녀오기로 했지.
김포 공항에서 8시까지 모이는 걸로 했고,
아무래도 내가 여자라 짐이 좀 많으니까 사장님이 차로 나를 데리러 와 주시기로 했어.
그래도 막상 워크샵 당일이 되니까 나도 살짝 들뜨긴 하더라.
정말 오랜만에 떠나는 여행이었거든.
매일 원피스나 약간 정장 느낌나는 옷만 입다가 오랜만에 캐주얼한 옷도 꺼내입고, 화장도 하고선 아파트 밖으로 걸어갔지.
짐이 있어서 멀리 가지는 못하고, 현관 근처에 서서 사장님을 기다리는데,
갑자기 뒤에서 누가 자기 무릎으로 내 무릎 뒷편을 쿡, 치는거야.
그 있잖아. 무릎 뒷 부분을 누르면 갑자기 중심 못잡고 앞으로 쏠리는 거.
진짜 딱 그렇게 되가지구 안 넘어질려고 버둥버둥 거리는데, 그런 나를 뒤에서 확 끌어 안더라.
와..진짜 심장 떨어져 나갈 뻔.
이대로 넘어지고 굴러서 여행 못 가는구나 했잖아.
막 진짜 너무 놀란 마음을 겨우겨우 추스리고 뒤를 확 돌았는데,
김민석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장난기 가득한 얼굴로 쳐다보고 있는 거.
진짜 너무 얄미워서 잠시 사장님이라는 것도 망각하고
"아 진짜!!!!!!!!!!!!!!!!!! 놀랬잖아요!!!!!!!!!!!!!!!!!!!!!!!!"
하고 막 소리를 질렀더니 진짜 숨도 제대로 못 쉬면서 킥킥거리고 웃는거야.
"됐어. 나 안가. 집에 갈거야." 하고 사장님 팔을 확 뿌리치고 아파트 안으로 들어가는 척을 했더니,
"아 미안. 징어야. 미안미안" 하면서 그제서야 웃음을 멈추더라.
"솔직히 말해봐요. 나 워크샵 못 가게 하려고 이러는 거죠."
"에이. 그럴리가. 난 너 때문에 가는 건데."
"...빈말인 거 다 알 거든요."
"빈말 아닌데? 나 진짜 너 때문에 가는거야."
내가 제일 좋아하는 직원이랑 바다도 보고, 고기도 먹고, 하면서 자꾸 심장 간질거리는 말을 해오는데
약간 민망해져서 그냥 말을 뚝 짤라버리고는 "아아아, 알겠으니까 얼른 가요. 우리 또 늦겠다." 하면서 재촉했지.
그랬더니 김민석이, '와..직원이 사장님 말 짤라먹는 것 좀 봐.' 하면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더니,
내 옆에 놓여 있었던 캐리어를 차에 실어주더라.
나는 뭐 그 뒤를 졸래졸래 따라가서 조수석에 앉았지.
사장님도 트렁크에 짐을 실고는 바로 운전석에 앉았고.
그렇게 김포공항으로 가는 와중에, 아침에는 하도 정신이 없어서 눈여겨 보지 못했던 김민석의 패션이 눈에 띄는 거야.
아마 내가 하도 입에 닳도록 말해서 다들 잘 알겠지만, 사장님이 진짜 동안이거든.
그래도 평소에는 와이셔츠에 정장 바지만 입고 다니셔서 사장님 같았는데,
이렇게 완전 캐주얼 복장을 하고 나타나니까 진짜 대학생 같아 보이는 거 있지.
파란색 남방에, 스냅백에, 옆 테가 빨간색인 선글라스에.
진짜 딱 훈남 대학생 인거야.
내가 계속 '와.. 어떻게 하면 저렇게 동안일 수 있지.' 하면서 흘끔흘끔 사장님 쪽을 쳐다보니까.
김민석이 눈치를 챈 듯 "왜. 뭐 할말있어?" 이러는거야.
그래서 내가 "김사장님. 솔직히 말 해보세요. 서른 살 아니죠." 이랬더니,
피식, 웃더니 "왜. 이젠 나이도 못 믿어?" 이러더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러면서 부끄러운듯 살짝 얼굴이 붉어지길래, 이때다 하고선 장난을 치기 시작했지.
"김민석씨. 동안의 비결이 뭔가요? 어떻게 하면 이런 꿀피부를 가질 수 있죠?"
"저기요. 김민석씨? 대답해주시죠. 지금 커피 프린스 2호점의 수 많은 고객님들이 김민석씨의 대답만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막 이러면서 계속 장난을 치니까 진짜 귀까지 새빨개지는 거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내가 더 이상 못 참고 엄청 크게 자지러지면서 웃었더니, 김민석이 "그만해. 너." 이러면서 나를 노려봤고,
나는 그 모습이 더 웃겨서 진짜 계속 웃었거든?
그랬더니 갑자기 차를 확 틀어서는 갓 길에 정지시키는 거야.
그제서야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함.
죄송해요. 사장님. 제가 죽을 죄를.... 라고 속으로 생각하면서, 입술만 잘근잘근 물어뜯고 있는데,
사장님이 한숨을 크게 '하..' 하고 내쉬더니 안전밸트를 풀고 내 쪽으로 다가오는 거야.
정말 엎어지면 코 닿을 거리까지 얼굴을 들이밀더니, 내 눈을 똑바로 응시하던 김민석이
"자꾸 이러면 확 뽀뽀해버린다." 이러는거야.
내가 너무 당황해서 눈만 데굴데굴 굴리고 있으니까 그냥 내 코를 또 톡, 하고 건드리더니 "너는 이래야 조용해지지?" 이러면서 다시 자기 자리로 가더라.
네. 사장님.
이제 안 깝칠게요......
그렇게 나는 또 나대는 심장을 부여잡고 (이래서 내가 워크샵을 안 가려고 했던 건데...)
김포공항에 도착했고, 도착하자마자 집결 장소로 뛰어갔어.
"어, 누나~"
나를 가장 먼저 발견한 백현이가 젤리를 입에 가득 문채로 인사를 건내왔어.
아.. 백현아... 그렇게 귀엽게 젤리를 먹고 있으면 누나가... 심장이 아파..................
진짜 너무 귀여워서 "응. 백현아." 하면서 우물우물 거리는 백현이의 볼을 꽉 잡고 옆으로 쫙 늘렸더니,
"아! 아파요 누나아.." 하면서 인상을 찡그리는 거야.
내가 "아파? 미안미안." 하면서 손을 떼자, 백현이가 다시 내 두 손을 잡고는 자기 볼에다 갖다 대더니
"이건 안아파." 하면서 헤헤, 웃는거 있지.
어휴, 변백현. 하면서 백현이의 앞머리를 막 헝클어트리고 있는데,
뒤에서 약간 여자들이 웅성웅성 거리는 소리가 들리는 거야.
뒤를 돌아보니까, 아니나 다를까.
세상 혼자 사시는 루한 오빠 등장.
주변 여자들이 약간 의식되서, 인사를 할까 말까 망설이고 있는데
나를 발견한 오빠가 곧장 내 쪽으로 달려와서 나를 확 끌어 안는 거.
내가 너무 놀라기도 하고, 부끄러워서 "아..오빠." 하면서 살짝 어깨 부분을 밀쳐내니까.
오빠가 "아.미안미안. 여기서 보니까 더 반가워서." 이러면서 살짝 어색하게 웃더라.
약간 너무 철벽이었나 싶어서 "저도 그래요." 하면서 헤헤, 웃자 오빠도 그제서야 활짝 웃더니,
귓속말로 "니가 여기서 제일 예쁘다." 이러는거야.
아니. 전혀요, 오빠가 제일 예쁜데....... 라는 말이 앞니까지 올라왔지만,
예쁘다는 말을 경기를 일으킬 정도로 싫어하는 루한오빠를 알기에. 꾹. 참았지.
그렇게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 보니, 어느새 경수도 도착해 있더라.
아니 근데 정말 경수갘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머리부터 발 끝까지 올. 블. 랙. 을 입고 나타난거야.
얘가 블랙을 좋아하는 건 알았지만, 정말 이 정도일 줄이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갑자기 장난기가 발동해서는 경수 옆으로 다가가서,
"경수야. 오는 길에 괜찮았어? 너 돋보기로 비추면 탈 거 같아................."
하면서 스믈스믈 올라오는 웃음을 꾹 참고 있는데,
경수가 정말 진지한 표정으로 "왜.. 이상해?" 하고 묻는거야.
그 표정에 내가 더 당황해가지곸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니야 아니야 안 이상해. 나 너 그냥 놀리려고 한거야, 하면서 손사래를 치니까 그제서야 피식, 웃더니
"니 말이면 숨소리 하나도 다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거 알면서." 그러더라.
물론, 심장이 쿵. 떨어졌지만 아닌 척 경수 목에 팔을 걸고 머리를 콩콩 쥐어 박는 시늉을 하면서
"아니. 얘가 근데 자꾸 누나한테 너래?" 하면서 말을 돌리니까,
"누나 같아야 누나라고 하지." 이러면서 끝까지 누나란 말은 절대 안하더라.
어쨌든 뭐, 그렇게 우여곡절 끝에 제주도에 도착했어.
인원이 5명이라 넉넉하게 SUV를 렌트해서, 해안도로로 드라이브도 하고,
그래도 이름이 워크샵인지라 '커피 박물관'도 들려서 구경도 하고,
해가 살짝 저물어서야 숙소에 도착했지.
그래도 홍일점이라고, 4인 1실 하나랑, 2인 1실 하나를 빌려서
나 혼자 방을 쓸 수 있게 해주더라. 호호호,
각자 방에서 옷을 갈아 입고, 리조트 아래 준비 된 바베큐 장에서 7시에 만나기로 했지.
그렇게 방에 들어가서 일단 샤워를 하고, 머리를 말리고 있는데
백현이한테 전화가 오는 거야.
"누나아,"
"응. 왜? 백현아?"
"누나는 여자니까 천천히 준비하고 나와요. 우리가 미리 고기 구워놓고 있을게."
"응? 아니야 아니야. 나도 가서 도와야지~"
"안돼요. 누나. 누나 7시에 내려오면 고기 아예 안 줄거야."
"야. 그런게 어딨어~"
"아 몰라몰라. 난 말했으니까 끊어요? 7시 반에 내려오기!"
"야, 변백ㅎ.."
뚜뚜뚜,
끊김.
약간 미안하기도 하고 당황스럽기도 했는데,
내가 워크샵 가는 걸 부담스러워 하기도 했고. 나 혼자 여자라고 배려해주는 거 같아서 기분이 나쁘진 않더라.
그래서, 머리도 제대로 다 말리고,
화장도 다시 콕콕 찍어바르고,
옷도 편하고 예쁜 걸로 갈아 입고는 30분에 맞춰 바베큐장으로 내려갔다?
근데 문제는 그 때부터 시작됐어.
완전 기분 좋은 마음으로 내려갔는 데, 멀리서부터 약간 여자무리들이 자꾸 프린스들이 있는 테이블로 왔다갔다 하는 게 보이는거야.
자세히 보이지는 않고 아른아른거리기에 더 가까이 다가간 다음에 약간 숨어서 바베큐장 쪽을 봤거든?
내가 제대로 상황 파악을 한 건지는 모르겠는데, 음.. 약간 여자 셋이서 여행을 온 것 같았고
때마침 고기를 먹으러 왔는데 프린스들이 눈에 띈 거 같아.
솔직히 넷 다 훈훈한 비주얼이니까. 어느 여자가 눈길을 안 주겠어.
그래서 약간 고기를 핑계로 말을 걸어오는 것 같았고.
그 모습을 보고 있는데. 괜히 막 마음이 불편한 거야.
물론, 그 동안 호감을 표현해오던 네 남자를 내가 철벽치고 밀어낸 건 사실이지만, 그래도 나한테는 직장동료.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라고 생각했었거든.
근데 막상 이렇게 나보다 더 몸매도 좋고, 예뻐보이는 여자들이 네 남자 주변에서 왔다갔다 거리고,
문제의 네 남자는 또, 특유의 매너를 장착한 채 도와주고 있는 모습을 보니까 뭔가 기분이 이상했어.
속에 무언가가 꽉 막힌 듯한 기분?
답답한 가슴을 퍽퍽 치면서, 진짜 나는 죽일년이구나. 생각이 드는 거야.
솔직히 어찌보면, 네 남자에게 확실히 선을 그은 적도 없고. 네 남자가 주는 애정공세를 그대로 받으면서 또 밀어냈고.
이렇게 다른 여자와 같이 있는 모습을 보니까 화가 나고.
진짜 나는 천하에 둘도 없는 썅년이더라.
그 때 생각이 번쩍 들었어.
내가 네 남자와의 관계를 확실히 정리할 필요가 있구나.
하루빨리 내 마음이 누구한테 향해있는지. 알아야 하겠구나. 라고.
이제 정말 다음 편에 결정이 지어지겠네요.
다음 편에는 투표랑 같이 올릴테니 가장 독자님들을 설레게 했던 프린스를 거침없이 찍어주세요 ♥
하.. 고백씬을 어떻게 또 써야할지..
잘쓰고 싶은 욕심이 마구마구 생기는 시점입니다.
암호닉 체크체크 ♥
시우밍 님, 뀨 님, 파이 님, 벽돌 님, 테라피 님, 마지심슨 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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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 달아주시는 모든 분들께, 다시 한 번 또 감사드립니다~ 여러분 덕분에 연재 할 힘이 나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