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닿지? 안닿지?"
"하지말라니깐! 아 진짜!"
성재가 괜히 여자아이에게 장난을 치면서 흘끗흘끗, 곁눈질로 일훈을 쳐다봤다.
성재가 괜히 여자아이에게 장난을 치면서 흘끗흘끗, 곁눈질로 일훈을 쳐다봤다.
"너 자꾸 그러면 선생님한테 이를거야!"
"일러봐 엘렐레~"
"으…우씨…우아앙!"
"일러봐 엘렐레~"
"으…우씨…우아앙!"
갑자기 울음을 터트린 여자아이에 놀란 반 아이들이 다들 성재와 여자아이를 쳐다보았다.
그리고 그 속에는 일훈도 있었다.
창피해. 부끄러워.
속으로 생각한 성재가 여자아이에게 정말 미안하다면서 갖고있던 여자아이의 필통을 돌려주었다.
"진짜 미안해…이제 장난 안 칠게."
"야 육성재! 예린이한테 왜 그래?!"
"아니…그냥…장난 좀 쳐본건데…미안."
"진짜 못됐다. 예린아 괜찮아?"
"진짜 못됐다. 예린아 괜찮아?"
못됐다. 못됐나? 많이 못돼보였을까?
성재가 조마조마해하며 일훈을 바라보았다. 일훈은 그런 성재를 무표정으로 쳐다보고 있었다.
못됐다고 생각했을거야. 그럼 안되는데.
얼굴이 벌개질 정도로 너무 창피했던 나머지 성재는 화장실로 달려갔다.
일훈이가, 나 나쁘게 생각하면 안 되는데. 진짜 안되는데….
"그랬었냐?"
"어. 그래서 그때 얼마나 조마조마해 했는지 알아? 너랑 친구 못 할까봐. 무표정으로 쳐다보는데 진짜…무서웠어."
"난 기억도 잘 안 나는데 넌 잘만 기억하고 있네."
"섭섭하네. 나 혼자만 기억하는거야?"
"야, 올해 지나가면 10년 되는 일을 어떻게 기억해. 그리고 보통 사람들이 사람 처음 만난걸 일일히 다 기억하냐?"
"너라서 하는거야."
"난 기억도 잘 안 나는데 넌 잘만 기억하고 있네."
"섭섭하네. 나 혼자만 기억하는거야?"
"야, 올해 지나가면 10년 되는 일을 어떻게 기억해. 그리고 보통 사람들이 사람 처음 만난걸 일일히 다 기억하냐?"
"너라서 하는거야."
그거야, 니가 날 좋아하니까 그렇지.
순간적으로 나올 뻔한 말을 꾸역꾸역 삼킨 일훈이 성재를 쳐다보며 말했다.
"알겠어. 나도 이제 기억 잘 할게."
"그래야지."
"그래야지."
"집이나 가라. 낼보자."
"…잠깐만."
"…잠깐만."
"왜."
뒷목을 긁적거리던 성재가 일훈의 손목을 괜히 한 번 쥐었다가 놓았다.
"아니…그냥…."
"왜 이래, 뭐 할 말 있어?"
"아니…혜인이한테 내일 만나자고 얘기해달라고."
"왜 이래, 뭐 할 말 있어?"
"아니…혜인이한테 내일 만나자고 얘기해달라고."
"카톡으로 얘기하면 되잖아."
"아니~어차피 너 곧 집 들어가니깐 그랬지. 들어가 들어가."
"…그래. 잘가."
"…그래. 잘가."
멀어져가는 성재의 뒷모습을 보며 일훈은 한숨을 푹 내쉬었다.
어쩌자고 저렇게 티를 내는건지.
계속해서 모른 척 할 수 밖에 없는 자신도, 저렇게 숨길 수 밖에 없는 성재도 너무 짜증나고 갑갑했다.
마음같아선 한번에 확 얘기하고 멀어지고 싶은데, 멀어지자니 성재와 친구로 지낸 시간들이 너무 즐겁고 재밌고….
"아. 짜증나."
왜 하필 날 좋아해가지고 사서 고생을 하느냔 말이야.
언제부터 시작된 감정인지 정확히는 알 수 없지만…확실한건 육성재는 나를 오래 전부터 좋아했던 것이다.
그니까, 육성재가 날 좋아한다는걸 깨닫게 된게 언제쯤 이었더라….
"비오려나? 엄청 눕눕해."
"어. 오늘 비온다더라. 에어컨 틀까?"
"어. 사실 그걸 노렸어."
"짜식이… 야, 맞다. 우리집 컴퓨터 고쳤어. 이따 공부 다 하고 롤 조금만 하자."
"어. 오늘 비온다더라. 에어컨 틀까?"
"어. 사실 그걸 노렸어."
"짜식이… 야, 맞다. 우리집 컴퓨터 고쳤어. 이따 공부 다 하고 롤 조금만 하자."
"당연하지! 그니까 빨리 해.빨리."
"오케."
"오케."
앉은뱅이 책상을 가운데에 옮겨놓고 마주보고 앉은 성재와 일훈이 한 손에 샤프를 꽉 쥐었다.
"이열, 외국어 3등급? 다음 모의고사 때 2등급으로 올려보자. 그럼 충분히 가능성 있어."
"말이좋아 2등급이지. 3등급도 간신히 올린거거든?"
"너 나랑 같은 대학 갈거라며?"
"그랬나…?그랬지…아…그랬었지…."
"막말로 너 이 점수면 나랑 같은곳은 커녕 비슷한 곳도 못 가거든? 빨리 풀어."
"말이좋아 2등급이지. 3등급도 간신히 올린거거든?"
"너 나랑 같은 대학 갈거라며?"
"그랬나…?그랬지…아…그랬었지…."
"막말로 너 이 점수면 나랑 같은곳은 커녕 비슷한 곳도 못 가거든? 빨리 풀어."
"아 진짜…내가 왜 부탁했을까."
"이제와서 후회하고 앉아있네. 너 오늘 다 풀 때 까지 나 집에 안 간다."
"진짜?그럼 너 오늘 집에 못 가겠네?"
"…빨리 풀어. 진짜 다 때려치기 전에."
"이제와서 후회하고 앉아있네. 너 오늘 다 풀 때 까지 나 집에 안 간다."
"진짜?그럼 너 오늘 집에 못 가겠네?"
"…빨리 풀어. 진짜 다 때려치기 전에."
툴툴대면서 펜을 잡은 성재가 수학 공식을 열심히 써 내려가는 동안, 일훈은 영어를 풀었다.
다음 모의고사에서는 기필코 언수외 평균 1~2등급을 찍으리라.
한참을 활활 타오르는 눈빛으로 영어책을 넘기던 일훈이 에어컨탓에 점점 추워지는 실내에 성재의 침대위에 올라가서 이불로 몸을 둘둘 감쌌다.
"추워."
"꺼줘?"
"근데 그러면 눕눕해서 싫어."
"뭐 어쩌라고…근데 나도 사실 좀 춥긴 해."
"꺼줘?"
"근데 그러면 눕눕해서 싫어."
"뭐 어쩌라고…근데 나도 사실 좀 춥긴 해."
"그럼 너도 좀만 쉬다 해."
"그래야겠다. 야 좀 옆으로 비켜봐."
누운채로 데굴 굴러서 이동한 일훈 옆에 성재가 털썩하고 누웠다.
"빨리 고등학교 졸업하고 싶어."
"왜?"
"공부하기 싫어서."
"너 완전 열심히 하면서."
"대학은 가야되니깐…대학만 가봐. 내가 졸업하기 전에 여자친구 한명 만든다. 꼭."
"여자친구?"
"어. 연애 한번도 못 해봤잖아! 30까지 모쏠이면 마법도 쓸 수 있다는데 그게 내가 될까봐 겁난다."
"에이…너 귀여워서 인기 많을걸."
"…웩, 귀엽대. 징그럽다 육성재."
"왜?"
"공부하기 싫어서."
"너 완전 열심히 하면서."
"대학은 가야되니깐…대학만 가봐. 내가 졸업하기 전에 여자친구 한명 만든다. 꼭."
"여자친구?"
"어. 연애 한번도 못 해봤잖아! 30까지 모쏠이면 마법도 쓸 수 있다는데 그게 내가 될까봐 겁난다."
"에이…너 귀여워서 인기 많을걸."
"…웩, 귀엽대. 징그럽다 육성재."
토하는 시늉을 한 일훈이 발로 성재를 밀어냈다.
"아 아프잖아! 갑자기 왜 그래!"
"말도 안되는 소리를 하니까 그렇지."
"진짠데. 너 귀여운데."
"말도 안되는 소리를 하니까 그렇지."
"진짠데. 너 귀여운데."
다시 일훈 옆에 드러누운 성재가 커다란 손을 올려서 일훈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만해라.진짜 토할지도 몰라. 손도 치워."
"피부도 남자애들 치곤 좋고, 눈도 크고."
"…진짜 미쳤나봐. 냉방병 아냐? 그리고 손 치우라니깐?"
"몸도 말라서 쬐끄매. 키는 별로 안 작은데…."
"너 지금 키 크다고 유세떠냐…? 시비거는거?"
"아니, 시비가 아니고…진짜 그래."
"뭐래냐 진짜."
"……."
"…진짜 미쳤나봐. 냉방병 아냐? 그리고 손 치우라니깐?"
"몸도 말라서 쬐끄매. 키는 별로 안 작은데…."
"너 지금 키 크다고 유세떠냐…? 시비거는거?"
"아니, 시비가 아니고…진짜 그래."
"뭐래냐 진짜."
"……."
말없이 일훈의 얼굴을 빤히 쳐다보는 성재때문에 민망함에 얼굴이 달아오른 일훈이 눈을 은근슬쩍 피했다.
갑자기 얘가 왜이래. 진짜 이상하다.
"…그래서 좋다고. 진짜 좋아. 정말로 좋아."
"……."
"……."
지금까지 장난식으로 좋다고 했던 말은 많았지만, 정말 진심으로 좋다고 하는 성재의 모습은 처음이여서 일훈은 아무 대답도 하지 못했다.
"아…야…야 성재야. 맞다맞다. 로…롤하러 가자. 롤."
"롤? 진짜? 오늘은 여기서 끝?"
"그래. 롤하러가자! 일어나!"
"와~"
"롤? 진짜? 오늘은 여기서 끝?"
"그래. 롤하러가자! 일어나!"
"와~"
벌떡 일어나서 방 밖으로 달려나가는 성재의 모습을 보며, 일훈은 팔을 두어번 주물렀다.
그리고 처음으로 육성재가…이상하다고, 정말로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
"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