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컨이 틀어져 있던 교실 밖을 나오자 마자 덮쳐오는 후덥지근한 열기에 시원의 미간이 살짝 찌푸려졌다. 복도에 있는 창문을 통해 밖을 바라보니 운동장에 김이 나고 있는 듯한 착각까지 불러일으킬 정도로 뜨거운 태양이 빛나고 있었다. 조규현 또 죽어나겠구만. 유난히 더위에 약해 여름만 대면 축 쳐저 헤롱대는 제 친구를 걱정하며 시원은 이과인 그의 반으로 가기 위해 계단을 올랐다. 점심시간을 알리는 종이 치고 한참 뒤에 나온 터라 사람은 많이 없었다. 이런 날씨에 누군가와 팔이 부딪치기라도 한다면 아무리 나라도 그냥 넘어가진 못했을거라는 생각이 들어 시원은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드르륵- 에어컨 온도를 최대한 낮춘건지 문을 열자마자 시원을 맞이하는 차가운 공기에 그는 후 하고 숨을 뱉으며 살것 같다는 표정을 지었다. 시원하네. 그런데 항상 시원이 오기 전까진 자리에 붙어서 안움직이던 규현이 어딜 간건지 그의 자리인 맨앞자리가 비어있었다. 의아해하며 교실을 두리번 거리던 시원은 어렵지 않게 그를 발견할 수 있었다. "참 나... 조규현, 자?" 규현은 에어컨 바람이 제일 많이 오는 자리를 차지하고 앉아 엎드려 자고 있었다. 항상 공부만 죽어라 하던 규현의 자는 모습은 절대로 흔하지 않은 모습이라 시원은 신기해하며 잠시 그를 감상했다. 체육이라도 하고 온건지 붉게 상기된 두 뺨과 이마에 송골송골 맺힌 땀, 하얀 교복셔츠 소매로부터 쭉 뻗은 하얗고 가는 팔과 엎드린 덕에 실루엣이 드러난 얇은 허리선이 왠지 그를 묘하게 만들었다. 시원은 아예 그의 앞에 앉아 대놓고 규현의 얼굴을 감상했다. "자는 모습은 천사가 따로 없네." 항상 덤덤한 무표정으로 독설만 날리던 규현이 이렇게 무방비 상태로 있는 모습은 시원도 처음 보는 것이었다. 시원은 규현의 기다란 속눈썹 밑에 콕 찍혀있는 점을 한번 쿡 눌러보았다. 그러자 규현이 스르르 눈을 떴다. "뭐야, 이게 버튼이야?" "더워... 건드리지마..." 규현은 그 자세에서 눈만 게슴츠레 뜬채 시원의 얼굴을 확인하고 다시 눈을 감았다. 시원은 귀엽다는 듯 웃으며 다시 한번 눈 밑의 점을 눌러보았지만 미간만 찌푸려질 뿐 눈을 뜨진 않았다. "밥 안먹어? 가자." "......" "어쭈, 이젠 씹어?" "......" "이를 어쩐다... 뽀뽀를 해야 일어나려나." 시원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규현이 눈을 번쩍 뜨며 시원을 째려보았다. 시원은 그런 규현의 반응에 큭큭 대며 웃어보였다. "입맛 없어... 밥 안먹어." "너 인마, 햇볕에 쥐약인 애가 썬크림도 안바르고 뛰어다녔지? 빨갛게 익었다." 시원은 아직도 엎드려 있는 규현에게 입으로 바람을 후후 불어주며 손수건을 꺼내 땀을 닦아주었다. 썬크림 같은걸 누가 들고다녀. 당연한 일이라는 듯 눈을 감으며 미동없이 그의 손길을 받고 있는 규현이 얄미운 듯 시원이 규현의 볼을 살짝 꼬집었다. 그러자 규현이 눈만 들어 또 시원을 째릿 하고 노려보았다. 그런 그의 모습에 시원은 배까지 잡으며 큭큭 웃어보였다. "재밌냐?" "응, 너 오늘 좀 귀엽네." 우웩. 시원의 말에 토하는 시늉을 보이던 규현이 몸을 일으켜 자리에서 일어났다. 시원도 일어나 그의 어깨에 팔을 걸치려고 했지만 바로 밀쳐지는 통에 뿌리쳐진 팔을 그대로 허공에 둔채로 상처받았다는 듯 규현을 쳐다봤다. "넌 내가 땀도 닦어줬는데 바로 밀치냐?" "누가 시켰나. 붙지마! 더우니까." 앙칼지게 말한 규현이 먼저 교실 밖으로 나섰고 시원은 허- 하며 실소를 뱉은 후 뒤따라가 규현과 집요하게 실랑이를 벌이다 결국 그의 팔을 규현의 어깨 위에 안착시키고 나란히 걸어갔다. 솔직히 어떤 남자 사람이 같은거 달린 놈 지극정성으로 땀 닦아주고 바람불어주고 하느냐 하시면 할말이 없네여 얘네가 진짜 그러는데?ㅋㅋㅋ 언제나 팬픽을 뛰어넘는 션규입니다
이런 글은 어떠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