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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무단 배포를 금지한 글입니다. 공유를 원하시는 분은 저에게 말씀해주시면 바로 보내드리겠습니다.
    이 글의 저작권은 오직 저, 쿠키가죠아에게만 있음을 다시한번 알려드립니다.

 

 

 

 


구다정과 기데레 40화

W.쿠키가죠아

 

 

 

 

 


"너 남자 좋아해본 적 있어?"

"있지… 어? 방금 뭐라ㄱ…"

"뭐야? 있어?!"

 

 

 

 

 

저도 모르게 나온 정호의 대답에 자철의 눈이 커다래졌다. 그를 따라 정호의 눈도 빠질듯이 커졌다.

정호는 급히 입을 닫으며 속으로 백만번은 더 자신의 머리를 때렸다.

그러나 이미 뱉어진 말은 다시 주워담아지지 않았다.

자철은 숨쉬는 것까지 잊은채 입을 쩍 벌린 채 정호를 넋놓고 바라보다 겨우 숨을 토해냈다.

 

 

 

 

 

 

"푸하… 아씨, 죽을뻔했네."

"…"

"야, 홍정호 너 진짜로 있어?!"

"아, 아니. 어, 없지!"

"야, 너 지금 무지 어색하거든? 와, 진짜 그런데 나한텐 한마디 말도 없었어"

"아, 아니라니까!"

 

 

 

 

 

 

정호는 말을 더듬더라도 끝까지 아니라고 우겨댔지만, 자철은 이미 그런 정호에게 신뢰란 없었다.

게다가 저리 말을 더듬는데 그 누가 저말을 믿어줄까.

어색한 부정에 자철은 쯧쯧, 혀를 차면서도 서운한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야, 형 완전 서운하다. 어떻게 지금까지 숨기냐. 그러고보니 너 나한텐 성용이 일 숨겼다고 장난까지 쳤잖아!"

 

 

 

 

 


짐짓 화난 표정을 지으며 억울한 심정을 토해내는 자철에 정호는 삐질삐질, 땀이 나기 시작했다.

어떡해야하지? 아씨, 이놈의 입은 왜 지멋대로 움직여서는… 수십번 머릿속에서 꿰맨 입이었다.

닥달하며 따져오는 자철에 해줄 말도 없고 그저 꾹 입을 닫고 묵비권을 행사하고 있었다.

 

 

 

 

 

 

"뭐라고 말 좀 해 봐, 이자식아"

"…"

"휴, 됐다 됐어. 이 자비로운 형이 용서해줄테니…"

"…?"

"하나만 말해봐, 누구냐?"

"…"

 

 

 

 

 

정호의 앞에 서서 다리를 툭툭 치며 말을 하던 자철은 끝내 입을 열지 않는 정호에 한숨을 쉬었다.

그리곤 곧 팔짱을 끼며 인심쓰는 듯 말하던 자철은 그제야 반응을 보이는 정호의 모습에 눈을 빛냈다.

정호는 용서하고 넘어가준단 말에 살짝 긴장을 풀면서 이어질 뒷말을 기대하며 귀를 쫑끗 세웠다.

그러나 곧 에라이, 하며 손을 설레설레 흔들었다.

그런 정호가 자철은 너무도 섭섭해 버럭 소리를 질렀다.

 

 

 

 

 


"야, 이것도 말 안해줄거냐?!"

 

 

 

 

 


갑작스런 자철의 정호가 움찔했지만, 그래도 차마 입을 열수가 없었다.

당연하지, 어떻게 형이야라고 말할 수 있겠냐고?! 속으로 발악하며 정호가 끙끙대고 있을 때,

자철의 주머니 속에서 벨소리가 들려왔다.

이때다, 하며 정호가 얼른 전화를 받으라고 했지만 그 말에 더 어이없어하며 자철은 전화를 꺼내보지도 않았다.

벨소리가 하염없이 흘러나오고 있었지만, 자철은 그저 정호만을 뚫어져라 노려보기만 할 뿐이었다.

그런 자철에 정호의 심장이 더욱 쿵쿵거렸다. 이거 진짜 밝혀야하나… 조마조마하게 자철의 눈치를 보던 정호였다.

벨소리가 끊기더니 곧 또다시 울리는 벨소리에 그제서야 자철이 투덜거리며 폰을 꺼내 확인했다.

번호를 확인한 자철의 눈이 커다래져 얼른 전화를 받자 정호의 안색이 눈에 띄게 밝아졌다.

휴, 살았다. 안도의 한숨을 쉬고는 자리에서 슬쩍 일어나 조심조심 방으로 들어가는 정호를 자철이 노려봤지만 지금 받은 전화가 더 중했기에 하는 수 없이 눈을 감았다.

 

 

 

 

 


"여보세요,"

'구자철…'

"응, 성용아"

'자처라아아아…'

"응? 기성용, 왜그래?"

 

 

 

 

 


갑자기 자신의 이름을 길게 늘어뜨리며 부르는 성용의 목소리에 문득 귀엽다는 생각이 들었다.

피식 웃으며 안하던 짓 하고 있는 성용을 즐기던 자철이 무슨일인지 성용에게 물었다.

그에 성용은 잠시 말을 멈추고는 이내 꽥 소리를 질렀다.

너무도 큰 소리에 자철은 귀가 잠시 먹먹했지만, 확실하게 머리에 꽂힌 한마디에 눈이 커졌다.

 

 

 

 


'구자철!!! 사랑해!!!!!!!!!!!!!!!'

"어?"

'키키킥,'

 

 

 

 


갑작스러운 성용의 고백에 좋기도 했지만 당황스러웠다. 이녀석이 갑자기 왜이러지?

괜히 안하던 짓을 자꾸 하니까 오히려 불안해지는 자철이었다.

그러나 성용은 그 한마디 이후 미친듯이 웃어대기만 했다.

자철은 뭐가 뭔지 이해가 되지 않아 머리만 긁적이다 결국 한숨을 푹 쉬었다.

 

 

 

 


"저, 마누라님…, 너 뭐 먹었어?"

'먹다니?'

"아니, 뭘 좀 잘못먹은거 아닌가 해서…"

'뭐? 이자식이, 죽고싶냐?'

"음… 아니, 그게 너 안하던 짓 하니까…"

'아, 키키키킥. 그만큼 내 기분이 좋다. 자철아'

"무슨일인데?"

 

 

 

 

 


뭔지는 몰라도 진짜 기분 좋아보이는 성용의 웃음에 덩달아 자철까지 성용의 목소리를 들으며 싱글벙글 웃었다.

 

 

 

 

 


'자봉아, 우리 누나 걱정은 조금 덜었다'

"어? 진짜?! 어떻게?!"

'크크크크큭, 내가 그랬잖아. 역시 우리 누나, 기상아는 깨어있는 사람이였어'

"…?"

'그게 그러니까…'

 

 

 

 

 


잠시 말을 멈춘 성용은 지난 일을 회상하며 입꼬리를 길게 올리며 웃었다.

 

 

 

 

 


***

 

 

 

 

 


"성용아, 안되는거야."

"누나…"

"아닌건 아닌거잖아. 그건… 아닌거고, 절대 안되는거야."

 

 

 

 

 


쿵- 심장에 100톤, 아니 그 이상가는 무게가 떨어져 짓누르는 것 같았다. 진지한 표정의 그 한마디는 그만큼 강하게 다가왔다.

나는 빠져나갈 듯한 혼을 겨우겨우 붙잡은 채 누나를 똑바로 마주했다. 누나도 역시 똑바로 나를 마주보다 한숨을 푹, 쉬었다.

그 한숨의 의미를 모르겠다. 그저 흔들리는 동공을 어찌할 바 몰라 고개를 숙였다.

예상은 했으나 직접 이렇게 부정의 말을 듣게 되니 마음이 천근만근 무거워진다.

 

 

 

 

 


"사실 이게 내 본심이야."

"…"

"그래서 죽어도 안되는거 내가 한번 막아보자고 생각했어.

"누나, 내말도…"

"계속 들어봐, 그렇게 마음 먹긴했는데… 사람 맘이 어찌 내 마음대로 되겠니, 그것도 내 마음도 아닌 남의 마음이"

"…"

"처음부터 너에게 'No'라는 대답만 나오길 간절히 바랬지만, 그건 틀렸고…"

"…"

"맘 같아서는 진짜 너 머리를 쥐어뜯으면서 말리고 싶지만… 휴"

"…?"

"니 마음이 그렇다면야…, 나는 좀 더 지켜봐줄게."

"누나!"

 

 

 

 

 


마지막 누나의 한마디에 나는 벌떡 일어났다. 사형수가 무죄선고라도 받은 기분이 이렇지 않을까 싶다.

너무나도 파격적인 누나의 말에 나는 그대로 누나를 껴안았다.

너무 꽉 안았는지 으윽, 하는 누나의 신음이 들렸지만 그 소리는 신경도 못쓰고 더욱 꽉 안았다.

그러자 누나가 내 등을 툭툭 치면서 숨막힘을 표현했다.

그제야 아차하며 안았던 팔을 풀자 누나가 켁켁, 대며 나를 흘겨보았다.

그런 누나의 모습도 어찌나 천사같아 보였는지, 그저 좋아라 웃기만 하니 누나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나를 흘겨보며 그렇게 좋냐, 하는 물음에 나는 생각할것도 없이 마냥 고개를 끄덕였다.

 

 

 

 

 


"… 어, 난 진짜 눈앞이 깜깜했었거든."

"하… 이런 줄 알았으면 그때 직접 찾아가란 말을 하는게 아닌데…"

"누나, 진짜 고마워. 그때도 지금도 모두다 너무 고맙다."

"그렇게 고마워할 필요 없어, 나 아직 너희 둘 허락한거 아니야."

"어?"

"이건 아니다 싶으면 바로 떼내어 놓을거니까"

"…응. 알았어"

 

 

 

 

 

팔짱을 끼고 노려보며 한마디한마디 강조하며 말하는 누나의 모습에 침을 꿀꺽 삼키며 긴장했다.

그러나 곧 다시 기분이 들떠 입꼬리가 저절로 올라갔다.

그런 나를 보던 누나가 너 정말 좋아하는구나? 하자 나는 고개를 연신 끄덕였다.

누나의 어깨를 잡고 침대에 앉히고는 난 책상의 의자를 끌어다 누나 앞에 앉았다.

그리고 정말 진심어린 표정으로, 진심어린 목소리로 천천히 조심히 입을 뗐다.

 

 

 

 

 

 

"누나…"

"왜 불러,"

"있지, 나 이런 감정 진짜 처음이다."

"…"

"이런 감정이 남자에게 처음 느껴져서 아니라고, 그냥 친구에게 느끼는 감정이라고만 믿었어. 그땐 나도 그렇게 믿고 싶었어…"

"…"

"근데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그 감정이 커졌는데도 난 여전히 단순히 친구에게 느끼는 좋은 감정이라고만 생각했어."

"계속 그렇게 생각했으면 좋았을텐데…"

 

 

 

 

 


진지하게 말하고 있는데, 불쑥 끼어들어 거슬리는 말을 하는 누나가 아까는 그리도 천사같더니,

이번엔 뿔 난 악마같이 보여 눈을 부리부리하게 치켜뜨자 흥, 하며 콧방귀를 낀다.

누나의 그러한 태도에 작게 한숨이 나왔다. 지켜본다고는 했지만 계속 이런 상태라면 위험하다.

앞으로 자철을 철저하게 교육시킬 필요가 있겠다 싶어 주먹쥐며 다짐한 뒤 다시 하던 말을 이어나갔다.

 

 

 

 

 


"근데… 이런 나와 같이 구자철, 그녀석도 나와 똑같은 마음을 키우고 있었던거야. 물론 우리 둘은 서로 한동안 이런 마음을 몰랐지. 근데 녀석이 먼저 그 마음을 알고 터뜨려준 덕분에 내 마음도 그제야 인정받게된거야."

"흥, 괜한짓을 했네."

"누나! … 휴, 그래. 누나 마음 이해해. 나도 얼마전까지만 해도 누나처럼 그렇게 생각했었으니까. 근데 누나, 나 요새 너무 행복해. 오히려 그런 생각을 한 시간이 아까워 후회할만큼 행복하다. 그라운드 위에서 뛰고 있는 것만큼 이 마음덕분에 행복하다고. 이런 마음 알게 해준 자철이도 더욱 좋아지고, 그런 녀석을 만나게 해준 축구도 더 좋아졌어.  요즘은 하루하루가 롤러코스터 마냥 왔다갔다 하지만 그 결과는 모두 행복하다 이 한단어야."

"…"

"그러니까 누나, 나 조금만 더 지켜봐준다 해서 정말 고마워. 내가 얼만큼 녀석을 좋아하는지, 내가 얼만큼 행복해하는지, 내가 얼마만큼 녀석을 간절히 원하는지 꼭 지켜봐줘."

"… 알았으니까 그만해"

"누나…"

"이런 말로 벌써부터 날 꼬시지 말란 말이야, 흥"

 

 

 

 

 

 

팔짱을 낀 채 나를 흘겨보는 누나에게 눈꼬리 휘어지게 웃어보이니 누나는 짧게 한숨을 쉬고는 내 손을 꼭 쥐었다.

아무말 없이 내 손을 쓰다듬던 누나는 자리에서 일어나려다 곧 다시 앉았다.

 

 

 

 

 

 

"그래, 나는 일단 이런데… 엄마랑 아버지한테는 어떡할거니?"

"…"

"아직은… 아니지?"

 

 

 

 

 

역시나 언급된 부모님에 겨우 가벼워졌던 마음이 다시 무거워졌다.

누나의 눈을 차마 보지 못하고 피하자 누나가 고개를 끄덕이더니 옅은 미소를 지었다.

일어나더니 나를 살짝 안아주는 누나가 내 귓가에 작게 속삭였다.

힘들 때는 언제든 찾아와야해, 아까와는 달리 너무도 따뜻한 목소리에 눈물이 핑 돌았다.

내 등을 살며시 토닥이다 떨어진 누나가 방에서 나갔다.

문이 탁, 닫힐 때까지 누나를 멍하니 보고 있던 나는 그대로 침대에 뛰어들었다.

누나의 말을 되새기던 나는 가슴벅차 터져나올듯한 비명에 입에 이불을 앙, 깨물고는 침대에 발을 동동 굴렀다.

으아아아아아아, 진짜 이거 꿈 아니냐. 볼을 쎄게 꼬집어봐도 아픔이 그대로 전해져 오는게 꿈은 아닌것같다.

 

 

 

 

 

 

"으흐흐흐, 아씨 존나 행복하네 이거"

 

 

 

 

 


가족의 인정, 물론 아직 확실하게 인정받았다고는 할 수 없지만 그래도 지켜봐준다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너무 찡하고 행복해졌다.

한참을 침대에서 펄쩍 뛰던 나는 벌떡 일어나 전화기를 찾았다.

전화기를 찾아 자철의 번호까지 화면에 띄었지만, 난 잠시 멈추고 생각했다.

그리곤 곧 침대에서 벗어나 방을 나가 집을 뛰쳐나갔다.

거실에서 부모님과 얘기하던 누나가 나를 불러 세웠지만, 잠깐만 나갔다올께! 하며 소리치며 뒤도 안돌아보고 나왔다.

속도를 좀 더 높혀 근처 놀이터에 도착한 나는 놀이터 중앙에 서서 숨을 몰아쉬었다.

주위를 슥슥, 둘러보니 다행히 마침 아무도 없다.

나는 씨익 웃으며 자철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런데 이자식은 뭐하느라 한번에 안받아?

1분 넘게 신호음이 가다 들려오는 여성의 목소리에 표정을 구기며 다시 녀석에게 걸자 그제야 받는 자철에게 한소리 해줄까 했지만 참았다.

지금 내 기분덕분에 산 줄 알아라. 구자봉

자철의 목소리에 처음엔 그저 이름만 불렀다. 과감하게 해본적도 없는 애교로 목소리까지 늘어뜨리며…

그리고 나는 숨을 크게 들이마신뒤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구자철!!! 사랑해!!!!!!!!!!!!!!!"

 

 

 

 

 

 


그리고 녀석의 반응을 챙겨들을 생각도 하지 않은 채 마냥 좋아라 킬킬거리며 웃어제꼈다.

그러나 분위기 깨버리는 자철의 말에 주먹이 불끈불끈 했지만, 꾹 참은 누나와의 결론을 허심탄회하게 꺼냈다.

깜짝 놀라서 어떻게 된건지 묻는 자철에 나는 씨익 웃으며 한마디로 정리했다.

 

 

 

 

 

 


"그게 그러니까… 니가 내 말만 잘 들으면 되."

'… 뭐?'

 

 

 

 

 

 

내 깔끔한 정리에도 녀석은 알아듣지 못하고 반문을 해온다.

쯧쯧, 이해력 진짜 딸리는데. 이것부터 고쳐야하나?

킥킥 웃으면서 더이상의 부가설명은 하지 않았다. 그냥 나만 믿고 따르면 된다니까, 이 한마디만 덧붙여주었다.

그러자 녀석도 곧 킥킥, 소리내어 웃기 시작했다. 서로 미친듯이 웃기만 했다. 누가보면 쟤 미쳤나 할 정도로…

이내 숨을 고르며 진정하고는 놀이터에 있는 그네로 향했다. 꽤 작은 그네에 내가 앉아도 될까 싶었지만, 조심스럽게 앉아보았다.

다행히 삐걱거리기만 할 뿐 튼튼한 쇠사슬이 잘 버티는 듯 했다.

앉아서 앞뒤로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하자 삐걱거리는 소리가 좀 커지긴 했지만, 오히려 그 소리가 나쁘지 않게 들려와 가만히 듣고 있었다.

그 소리가 들렸는지 자철이 밖이냐, 물어온다. 귀도 밝아요- 하며 긍정의 답을 꺼내자 녀석이 아아, 하며 뭔가를 납득했다는 듯 탄식한다.

'아, 그래서 그렇게 소리를 지를 수 있었구나?'

 

 

 

 

 

 

"엉?"

'사랑한다고 말이야. 이름까지 부르면서'

"아… 응, 그렇지…"

 

 

 

 

 


새삼 녀석의 말에 미안함이 찾아왔다. 확실히 가족들의 귀를 피해 일부러 여기까지 나와 말해준 것이다.

언제 어디서나 해주고야 싶지만, 세상사람들 눈을 의식해 이렇게 한정된 장소에서만 해줘야 한다는 사실이 미안했고, 안타까웠다.

미안, 하며 작게 속삭이니 오히려 녀석이 펄쩍 뛰었다.

그런 자철에 더욱 미안해졌지만, 더이상 티를 내진 않았다.

괜히 이런 걸로 녀석이 신경쓰게 만들고 싶지 않았다.

 

 

 

 

 

 

"몸은 어때? 약속은 지킬 수 있는거야?"

'몸? 내 몸이야 항상 최고조지! 내가 반드시 소원 얻어낼테니까 발뺌할 생각 하면 안되, 너!'

"피식, 그래. 그럴 생각도 없었지만."

'아아- 내 몸에 딱하나 이상이 오긴 하지만…'

"이상? 왜, 어디 불편한데라도 있어?"

'응. 머리고, 심장이고, 눈이고 자꾸 너 보고싶다고 하네'

"… 구글거려"

'뭐?! 너 자꾸 나보고 구글거린다는데, 따지고보면 너 기글거림도 장난 아니거든?'

 

 

 

 

 

 

녀석의 말에 괜히 민망해져 퉁명스럽게 구글거린다고 하자 발끈하는 녀석이 귀여워 웃었다.

그런데 기글거림? 내 어디가?! 괜히 또 나까지 발끈해 따져들자 곧 또다시 여느때와 같이 투닥거리게 된 우리 둘은 폰을 붙잡고 한참을 싸우고 있었다.

 

 

 

 

 

 

"휴, 우린 왜 항상 끝이 이렇게 되는거냐?"

'키킥, 운명이다. 그냥 받아들여'

"참혹하네,"

'보고싶다.'

"뜬금없는 놈, 이것보라고. 역시 니가 훨씬 더 구글거려"

'뜬금없긴, 너 보낼때부터 계속 보고싶었는데. 넌 나 안보고 싶냐? 와… 섭섭해'

 

 

 

 

 

 

아무튼 뜬금없이 사람 심장 뛰게 만드는건 잘한다. 마치 이걸 위해 태어난 마냥…

하긴, 그런 녀석도 모조리 다 포함해서 좋아하는거지만.

꽤 머뭇거리다 아까완 달리 조용하게, 아주 작은 목소리로 나도 보고싶지… 속삭였다.

아무리 작게 말해도 이런 얘기라면 귀밝아지는 자철이 놓칠리가 없겠지.

그러고보니 새삼 나는 무슨 배짱으로 여기와서 그리 큰 소리를 질렀을까.

아무리 아무도 없는 놀이터라 해도 주변에 사는 사람들은 신경도 못쓰고 무조건 지르기만 했다.

주변에 사는 사람들이 듣기라도 하면 어쩌려고? 갑자기 밀려드는 창피함에 괜히 주위를 휙휙, 둘러보았다.

 

 

 

 

 


'…그거알아? 넌 통화하면 무지 적극적이다?'

"내가 뭐,뭘!"

'킥킥, 애교도 부리고 표현도 적극적이고. 좋네, 통화하는것도'

"… 그럼 평생 통화만 해볼래?"

'미안, 잘못했어'

 

 

 

 

 

녀석의 말에 잠시 당황했지만 그새 굽히고 들어오는 자철에 위너의 미소를 입가에 띄웠다.

그리곤 그네에서 삐그덕 일어나 슬슬 집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근데 뭐하고 있었어?"

'어? 나? 아앗!!!!!!'

 

 

 

 

 

물음에 갑자기 소리를 꽥 지르는 녀석에 인상을 쓰며 폰을 잠시 귀에 뗐다.

 

 

 

 

 


"왜그래? 드디어 미쳤냐?"

'그게아니라, 아까 정호 캐내고 있었거든'

"정호? 뭘 캐내는데?"

'그게있지, 정호 녀석. 좋아하는 사람이 있대잖아'

"그래? 있을 수도 있지, 뭘 캐내려고까지 해?"

'그게 남자라니까, 혹시 주변인인가 해서.'

"아… 응? 뭐어?!'

'놀랍지, 근데 나한테 한마디 없었어.'

 

 

 

 

 


맙소사, 정호가 남자를 좋아한다고? 순간 내 머릿속에는 자철을 보던 정호의 얼굴이 떠올랐지만, 이내 고개를 저어 떨쳐냈다.

한국에 오기 직전 정호의 얼굴에서 그런 기미는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덕분에 편안한 마음으로 기내에 오르지 않았던가?

그래도 역시나 정호 역시 좋아하는 사람이 남자라는 말에 입을 쩍 벌린채 놀랐다.

태희, 동원에 정호까지 ㄱ…게이라니. 축구선수들이 원래 이런건가…?

축구선수에 대한 오해까지 불러일으킬 정도로 정호의 사정은 충격적이었다.

그러나 곧 헛기침을 하며 놀란 마음을 진정시키고 자철에게로 다시 집중했다.

 

 

 

 

 


"흠흠, 그거야… 너한테 꼭 말해야하는건 아니잖아?"

'몰라서그래, 내가 너와의 일 조금 늦게 말했다고 얼마나 고생했는데!'

"…고생?"

'아, 아무튼! 반드시 듣고야 말겠어. 그이름'

"아서라, 괜히 애 마음에 상처주지 말고"

'내가 받은 상처는…'

"내가 치유해줄까?"

'니가? 지금?'

"응,"

'어떻게?'

 

 

 

 

 

 


나는 괜히 꺼냈나, 하며 잠시 망설여졌다.

그러나 계속 재촉해오는 녀석에 곧 에라모르겠다는 심정으로 생각했던 행동을 실행에 옮겼다.

 

 

 

 

 


-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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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미녕입니다! 둘다 귀여워 죽겠어요 ㅠㅠㅠㅠ 전화에 대고 뽀뽀라니!!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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