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야 빽에 가서 핸들링(handling)이나 해 와. "
*핸들링 : 기물이나 글라스를 워싱한후에 린넨으로 물기를 제거하는일이에요^*^
서럽다. 억울하다. 무섭게 화내는 김민석 선배가 미웠다. 내가 엎지른 것도 아닌데 빽으로 내쫒는다. 그래, 막내가 그렇지 뭐.
선배들 앞에서 우는 것을 들키지 않으려고 힘을 꽉 준 눈을 빽에 가자마자 풀었다. 줄줄 흐르는 눈물에 질질 새어나오는 콧물이 나를 정신없게했다.
내가 린넨으로 글라스를 닦는건지, 아니면 눈물로 글라스를 닦는건지 구분이 안 갈정도로 눈앞이 흐렸다. 흐끅거리며 숨소리가 거칠어질 때 쯤
무서운 민석 선배가 빽으로 들어왔다.
" 시발, 지금 뭘 잘했다고 울어? 따라와 "
민석 선배의 욕을 듣자마자 더 서럽게 울었다. 내가 한거 아니라고. 나쁜새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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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의 전말은 이랬다. 항상 그렇듯이 범죄자는 도망치고 뒤늦게 발견한 증인이 범죄자로 찍히는 경우. 그래 한마디로 개같은 경우.
이 바(Bar)에서 막내인 나는 궂은 잡일의 달인이다. 3년차 막내. 지독하리만큼 길었던 막내자리이자 한번도 뺏긴 적이 없던자리. 이 많은 남자 선배들사이에서
유일한 여자. 심지어 나이도 제일 어린 막내이니 처음 신입땐 누구나 나를 깔보고 무시했다. 지금에서야 소문으로 들은거지만 선배들끼리 내가 언제 그만둘지
내기까지 했다는 소문도 있었다. 울일도 억울한일도 서러운일도 그만큼 많았지만 오늘 처럼 빡치면서까지야 억울했던 적은 없는 것 같다.
겨우 그렇게 힘들게 3년을 버텨 이번주 처음으로 바(Bar) 안에서 일을 할 수 있게 되었다. 그래봤자 선배들이 밥 먹으러 가는 타이밍에 밥교대를 해주는 것 뿐이였지만.
내가 입사한 이래 처음으로 내가 만든 칵테일을 고객에게 나갈 수 있었다. 박찬열 선배만 아니였으면.
주문한 갓파더를 만들고 난뒤 손님께 제공해드리려고하자 레몬이 다 떨어졌다는걸 알아챘다. 아차 싶어 뒤로 돌아 냉장고에서 레몬을 꺼내려는 순간.
*갓파더 : 칵테일 종류 중 하나로. 위스키베이스 칵테일이다.
와장창. 놀라 바로 뒤돌아 보니 찬열 선배가 장난을 치다 글라스를 쳐서 고객에게 넘어가 깨져버린 거였다.
놀라서 어버버 거리는 동안 글라스 깨지는 소리에 급하게 달려나온 민석선배가 이미 도망친 찬열 선배를 찾을리가 없었다.
당연히 나였다. 제일 만만한게 나라고 나도 그렇게 생각되는데 아무리 이성적인 민석 선배라도 그 상황만 봤다면 딱 봐도 고객에게 쏟은건 나였다.
이를 꽉깨물고 빽으로 가서 핸들링 하라는 말은 내게 주어진 기회를 그 실수 하나로 빼앗긴 기분이였다.
서러워서 숨차게 울다 민석 선배에게 끌려간 지금.
민석 선배는 담배만 두개 째 연달아 피고 계실뿐이다. 죄송하다고 말하려고 울음을 겨우 참으며 말하려는 순간
" 미안하다. 찬열이가 그런거라며 그거. 손님이 옛날 블랙리스트 손님이여서 나도 모르게 예민하게 행동했나봐. "
" 선배.. "
민석 선배가 마지막 피다 만 담배를 발 아래로 툭 떨어트려 놓고는 발로 불을 지졌다. 그리고 한발자국 다가와 머리를 쓰다듬어주는데
다정한 선배의 행동에 더욱 눈물이 나려고했다. 하지만 꾹 참고는 죄송하다고 말하니 선배가 오히려 자기가 더 미안하다며 오늘은 일찍 들어가 쉬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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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훈 선배가 내가 울었다는 소식을 들었는지 2층에서 성큼성큼 내려와 내 얼굴을 두 손으로 꽈악 힘주어 잡는다.
" 으, 으프으. 슨브 (아, 아파요. 선배). "
" 우리 막내 눈 팅팅 부은거봐! 누구야 누구! "
누구긴 누구에요. 댁한테도 선배인 김민석 선배랑 까불이 찬열선배죠.
" 으! 믈르으! 늫그믈흐으! (아! 몰라요! 놓고말해요!)."
" 아 속상해. 오빠 마음이 팅팅 붓는거 같아요. "
내 얼굴에서 손을 떼고 자신의 가슴으로 손을 옮겨 마음이 아픈척을 한다. 웃겨 정말.
픽. 하고 웃어버리는 날 보고는 웃어야 이쁘다며. 못생긴애들은 웃어서 이뻐져야 된단다. 세훈 선배의 장난에 어느정도 마음이 녹아질 쯤
백현선배가 막 쉬는 시간을 끝내고 나왔는지 자다나온 비몽사몽한 얼굴로 나를 본다.
" 우리 막내 기분 좋아지게 막내가 좋아하는 칵테일 하나 만들어줄게. 옷 갈아입고 저기 8번에 앉아있어. "
무심하게 툭 내뱉고는 백현 선배는 어슬렁어슬렁 바 안으로 걸어간다. 언제봐도 멋있어. 내마음으로 입주신고해야겠다.
" 요거요거. 백현이가 칵테일 만들어 준다는 말에 해벌쭉한거 봐. 오빠한테 이 만큼만 해봐라 요년아 "
아프지않게 이마에 딱콩을 놓은 세훈 선배가 저 멀리서 자신을 찾는 민석 선배의 부름에 서둘러 사라졌다.
옷 얼른 갈아입고 백현 선배한테 가야지.
오늘의 칵테일
-갓 파더 (GOD FATHER)
옛날에 말론브란도와 알파치노가 나온 명작 영화 대부라는 영화를 기념해서 만들었다고도 하고 또는 가톨릭에서 영세를 받을 때의 남자 후견인을 갓파더라고 불린다고해서 유래했다고 하기도 한다.
스카치 위스키 45ml
아마레또 15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