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워도 슬퍼도 -
나는 안 울어 - ♪
왜냐하면 난 잘생겼으니까 - ☆
왕따 그리고 문종업 |
끝내 눈물을 글썽이던 종업이의 얼굴이 아른거린다. 그렇게 진지한 모습은 처음 봤을 뿐만 아니라 사실 유독 나에게 시큰둥하게 행동하는 종업이었기에 그런 모습은 나의 마음을 혼란스럽게 만들기 충분했다. 왕따라니…. 이 일을 그냥 어물쩍하게 넘어가면 안 되겠다고, 나는 생각했다. 지끈거리는 머리를 짚고 천장만 멍하니 바라보다 이내 눈을 감았다. 내일부터 일이 복잡해질 거란 생각에 쉽사리 잠이 들지 못했다. * * * * 1. 문제아 유영재 " 영재야. 선생님이 왜 불렀냐면…. " " 아, 뭐요. 저 바빠요. " 건들건들 마음에 안 든다는 듯 눈을 내리깐 채 인상을 잔뜩 찌푸리는 영재를 찬찬히 바라보았다. 툭하면 사고를 치고 다니는 문제아. 유영재이다. 평소에 나를 깔보는 듯한 녀석의 행동에 이미 포기할 대로 포기했지만, 종업을 생각해서라도 이렇게 모른 척할 수 없다. 영재에게 미안하지만, 반에서 제일 의심되기도 하고…. " 우리 반 문종업 알지? " " 뉘예. 뉘예. " 아, 잠시만…. 대놓고 물어보면 종업이 입장이 곤란해지겠구나…. 병신같이 뒤늦게 생각이 미쳐 고개를 절레절레 젓고는 횡설수설 말을 재빠르게 돌렸다. " 영재야. 요즘 학교생활은 어때? 괜찮아? " " ……. " 얼버무리며 말을 바꾸는 내 모습에 수상한 낌새를 눈치챘는지 입을 꾸욱 다문 채 나를 바라본다. 저한테 무슨 할 말 있어요? 날카로운 영재의 물음에 나도 모르게 침을 꼴깍 삼켰다. 요즘 학생들 눈빛이 장난이 아니구나. 아, 뭐라 말을 해야 하지. " 그냥 요즘 학교도 꼬박꼬박 와서…. " " 아. 그거 좋아하는 애 생겨서 그래요. " " 조, 좋아하는 애? 하하하. 우와. 그렇구나…. 그래. 요즘 애들이 사춘기인가 보니까. " 어색한 제스처와 함께 나름 시원하게 웃어 보이니 영재의 표정이 더욱더 아니꼬워진다. 종업이에 대해 어떻게 돌려서 말을 해야 할지…. 꼭 이럴 때 안 돌아가는 머리를 탓하며 휴, 무겁게 한숨을 쉬었다. 할 말 없으면 저 가요? 영재의 짜증 섞인 목소리가 내 귀를 후볐다. 안 되겠다. 일단 영재는 다음에 다시 따로 불러야겠다. 시작부터 아무것도 얻은 거 없이 진땀만 쭉쭉 뺐구나…. 나 자신에 답답함을 느끼다 이내 하하하 웃으며 영재에게 알겠다며 반에 들어가라며 말하니 " 아씨. 바빠죽겠는데. " 라며 교무실을 인사도 없이 홱 나가버리는 영재. 다시 지끈지끈 아파져 오는 머리에 눈을 한 번 감았다가 떴다. 후…. 그나저나 영재에게도 좋아하는 애가 있다니…. 나름 귀엽네. " …잠시만. 좋아하는 애? 여기 남곤데? " 나는 정확히 2분 37초 동안 혼란에 빠졌다. 2. 문종업 절친 최준홍 " 선생님 부르셨어요? " " 그래. 여기 앉아봐. " 교실에서 종업이와 이야기를 나누는 것을 종종 봤었다. 그나마 종업이랑 제일 친한 것 같고…. 그나저나 애가 가면 갈수록 키가 커지냐. 나도 모르게 부러움에 찬 눈빛으로 한 번 우러러보다가 이내 큼큼, 목소리를 가다듬었다. 저기, 종업이 있잖아. " 종업이요? 아…. " 종업이란 이름이 나오자 눈을 동그랗게 뜨며 되묻더니 이내 고개를 작게 끄덕이는 준홍. 역시 뭔가 알고 있는 게 분명하다. " 종업이…, 반에서 어떠니? " 나의 조심스러운 물음에 준홍은 눈을 몇 번 끔뻑거리다가 입을 우물거렸다. 심상치 않은 준홍의 행동에 따라 숨을 죽이며 대답을 기다리다 아, 너무 성급했나 싶어 뒤늦게 후회하는데 준홍이의 입에서 나온 예상치 못한 말에 아까 영재덕분에 혼란스러웠던 마음이 더욱더 뒤틀렸다. " 선생님…. 전 종업이가 무서워요. " 3. 종업이의 문자 뭐가 무섭다는 거니? 나의 물음에 끝끝내 준홍은 대답을 회피했다. 일단 알겠다고, 부담스럽게 해서 미안하다고 사과를 하곤 교실로 보냈다. 종업이가 무섭다니…. 이건 또 무슨 말일까. 그냥 상담을 하면 나아질 거라고 믿었는데…. 이리저리 엉켜 복잡해진 상황에 괜히 발만 동동 굴렀다. 과연 지금 내가 하고 있는 게 또 잘하고 있는 건가, 괜히 걱정이 먼저 다다랐다. 그나저나 내가 이렇게 반 아이들에게 관심이 없었나…. 혼자 자책을 하며 얼굴을 씰룩거리는데 웅웅 울리는 핸드폰에 시선을 내렸다. 문자가 왔다. 「선생님...저 학교 다니기 너무 힘들어요...」 …… ! 문자를 보자마자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갑자기 이게 무슨 말이야…. 나도 모르게 부들부들 떨리는 몸을 힘겹게 진정시키며 천천히 손가락을 움직였다. 「갑자기 무슨 말이야..종업아....」 답장을 보내자마자 스피드하게 오는 종업의 문자에 나는 그만 핸드폰을 떨구고 말았다. 「저는 너무 잘생겼으니까요. 애들이 절 보고 열등감 느끼면 어떡해요...미안해서 학교를 못 다니겠어요...」 그나저나 너 학교에서 폰 안 내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