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프린스 2호점 08 (부제 : 고백의 방식-2)
# 백현이의 고백
[누나아. 괜찮아요?]
[응. 백현아. 나 진짜 많이 나았어^^ 괜찮아 괜찮아.]
[누나 없으니까 일할 맛 참 안난다. 보고싶어요.]
그러니까, 내가 병가를 내고 카페를 나오지 않은 지 5일 째 되는 날이었다. 몸은 여전히 찌뿌둥했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고 빈둥거리기만 하니까
정말 게을러지는 기분이 들어 책이라도 읽어야겠다 싶어서 오랜만에 커피 관련 서적을 펼치고 쇼파에 업드려 읽고 있던 중. 핸도폰 액정 가득히
변백현이라는 이름이 뜨면서 전화가 걸려왔다.
"어. 백현ㅇ.."
"누나!!!!!!!!!!!!!!!!!!!!!!!!!! 어디 아팠어요? 아픈거에요? 어디가 아파요? 많이 아파요? 병원은 갔어요? 약은 먹었고?"
전화를 받자마자 숨도 안쉬고는 질문만 퍼붓는 백현이의 말을 한참동안 듣고 있다가 웃음이 터져버렸다.
이 귀여운 걸 어째? 하면서 얼굴 가득 엄마미소를 짓고 있는데, 내가 한동안 계속 말이 없으니까 "누나 듣고 있어요?" 하고 물어왔다.
"아. 응. 듣고 있지~"
"ㅠㅠ누나.. 진짜 내가 얼마나 놀랐는지 알아요? 민석이 형한테 누나 어디갔냐고 물어보니까 여행갔다고 그래서
진짜 나는 여행 간 줄 알고. 내가 방해할까봐. 연락도 못하고 꾹꾹 참고 있었는데!!!!!!!!!!!!!!!!! 아 진짜 민석이 형...."
백현이의 목소리에서 입은 댓발 나와서는 시무룩한 표정으로 발만 동동 구르고 있는 백현이의 모습이 그대로 그려지는 듯 해서.
마치 영상통화를 하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내 눈 앞에 실제로 네가 있었다면 나는 또 참지 못하고 네 머리를 마구 헝클어 놓았겠지?
"그랬어? 그래서 우리 백현이가 누나한테 연락을 못했구나ㅠㅠ.."
"네ㅠㅠ.. 김민석 미워요..진짜아..."
"에이. 그래도 형한테 김민석이 뭐야~ 민석이 형이라고 해야지."
"몰라요. 몰라몰라. 안들려 안들려~~~~~~~~"
또또. 잔소리만 했다하면 저러지 변백현. 다 널 위해서 그런거라는 데도 꼭 저렇게 안들을거라고 13살 꼬마 애들처럼 '안들려 안들려' 를 남발한다.
내 눈 앞에 있었으면 아프지 않게 꿀밤을 한 대 콩, 때렸을텐데.
그럼 또 너는 '아야. 왜 때려요.' 하고 엄살을 피우겠지?
눈 앞에 있지 않아도 저절로 눈 앞에 그려지는 백현이와 나의 모습에 저절로 미소가 지어지다가.
문득 백현이가 보고싶어졌다.
"백현아. 보고싶다."
이제 내 감정에 솔직해 지기로 했으니까. 있는 그대로 말하고, 보기로 했으니까.
그냥 지금 내가 느끼고 생각하는 감정을 솔직하게 말해보기로 했다.
"...네? 방금 뭐라고... 징어 누나 맞는데... 이상하다."
"왜에. 난 너 보고싶으면 안돼?"
"....와...헐....나 지금 꿈꾸고 있나보다."
핸드폰을 귀에서 멀리 떼고서는, 누나가 내가 보고싶대!!!!!!!!!!!!!!!!!!!!!!!!!!!!!!! 하고 소리치는 백현이의 목소리가 어찌나 컸던지
핸드폰을 멀리 뗐음에도 불구하고 핸드폰을 통해 내 귀까지 들려왔다.
진짜 귀엽다. 하면서 핸드폰을 쇼파 위에 올려두고 스피커 폰으로 전환시켜 놓는데, 백현이의 다급한 음성이 들려왔다.
"누나. 누나? 누나!!!!!!!! 끊으면 안돼요 누나!!!!!"
"ㅋㅋㅋㅋ백현아. 누나 전화 안 끊었어."
"누나! 오늘 밤에 뭐해요?"
"음. 누나 집에 있지. 아직 몸이 좀 안 좋아서 돌아다니기가 좀 그래."
"나 누나 집 놀러가도 돼요?"
"..어?"
"아아. 누나 오해하지 말고 들어요? 뭐 막 이상한 의도 그런거 절대 아니고!!!!! 그냥 나 누나한테 줄 거 있어서.. 맛있는 것도 만들어 주고 싶고..
근데 누나가 집에 있는다고 하니까.. 그래서 그런거에요.."
또 혼자 엄지손톱을 잘근잘근 물어뜯으며 횡설수설하고 있었을 백현이의 모습이 상상되서 혼자 큭큭거리고 웃다가
그래 백현아. 언제든지 놀러와. 하니까 아이처럼 들떠서 좋아하는 백현이의 음성이 들려왔다.
사람이 힐링제라는 말이 딱 너를 보고 하는 말이구나. 백현아.
백현이의 기분좋은 웃음소리가 집안 구석구석을 환하게 밝혀주는 듯 했다.
백현이가 퇴근하고 우리 집에 오기 전까지 대충이라도 집안 정리를 해야 할 것 같아서 몸을 일으켰다.
백현이 덕에 실컷 웃어서인지, 약기운 때문인지 기분이 살짝 몽롱해지는게 나쁘지 않았다.
그렇게 대충 청소를 해놓고는, 백현이에게 문자로 집주소를 찍어주고 침대로 가서 잠깐, 정말 잠깐 눈을 붙이려는 데.
그 잠깐이 3시간이 되었고. 나는 결국 백현이가 우리 집 초인종을 누를 때 쯤에서야 일어나고 말았다.
놀라서 벌떡 일어나 거울로 내 몰골부터 확인하는 데.
젠.장.
귀신이 친구하자 할 정도로 머리는 엉망진창이고, 입술은 또 왜이렇게 허연지.
겨우겨우 헤어밴드로 머리만 정리하고 현관문으로 달려가 문을 열어주는 데,
청초함이 얼굴에서 뚝뚝 흘러내리는 백현이가 서 있었다.
순간적으로 내 몰골이 너무 부끄러워져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린 채 눈만 빼꼼 내밀어 백현이를 쳐다보는 데,
백현이가 계속 들어오지 않고 내 얼굴을 빤히 쳐다보고만 있는 것이었다.
"왜..백현아..."
"와..우리 누나.. 진짜 많이 아팠나보다.. 얼굴이.. 달덩이가 됐어."
"변.백.현."
"농담이에요 농담. 헤헤. 오랜만에 보니까 반가워서."
하고선 내가 좋아하는 그 예쁜 눈꼬리로 누나아 하고 눈웃음을 치는 데 내가 너를 어떻게 미워할 수 있겠니.
어휴. 넌 정말. 하면서 백현이의 볼을 쭉, 잡아당기고는 안으로 데리고 들어왔다.
"우와. 여기가 누나가 사는 집이구나." 하고 한참을 두리번거리면서 집 구경을 하던 백현이가
아 맞다. 나 누나한테 줄 거 있는 데! 하면서 들고왔던 도시락통을 꺼냈고, 그 안에는 백현이가 만든 듯한 케이크와 쿠키들이 하나 가득 들어있었다.
평소보다 몇 배는 더 아기자기하고 귀여운 디저트 들에 차마 먹어볼 생각도 못한 채 '우와.' 만 남발하고 있는데
백현이가 그런 나를 흐뭇하게 쳐다보더니 "맛은 더 좋아요." 하고 내 쪽으로 포크를 내밀었다.
그렇게 백현이가 주는 대로 이것도 먹고, 저것도 먹어보고 하고 있는데.
그 중에서도 티라미수 케잌을 입에 넣는 순간. 정말 '와..'하고 탄성이 터져나왔다.
평소 티라미수를 좋아하기도 하지만. 부드럽고 달콤하면서도 쌉쏘름한 맛이 너무나 잘 배합이 되어있어서. 정말 너무 맛있었다.
"와. 백현아. 이거 진짜 맛있어. 대박. 내가 먹어본 티라미수 중에 제일 맛있어."
"그럼요. 내가 누구 주려고 만든건데. 평소보다 백만배는 더 신경써서 만들었어요. 나."
"..와.. 진짜 감동이다.. 나 눈물 날 거 같아. 너무 맛있어."
백현아.. 너는.. love..
아니아니 티라미수..너는..love..
하면서 계속 먹고 있는데 백현이가 그런 나를 빤히 쳐다보더니 이렇게 물었다.
"누나, 티라미수의 뜻이 뭔지 알아요?"
"음..아니? 그러고보니까 좋아만 했지 한 번도 생각해본 적은 없네? 왜? 뭔데 뭔데."
"티라미수는 이탈리아 어로 '기분이 좋아지다' 라는 뜻이래요."
"우아. 잘 어울린다. 되게."
"누나."
"응?"
"이거 내가 매일 매일 만들어 줄테니까,
나보면 지금처럼 늘 그렇게 웃어줘요."
당연하지 백현아. 언제든지. 하면서 다시 우물우물 거리면서 먹는 데 집중하는 데.
백현이가 갑자기 티라미수가 놓인 접시를 확 뺏어가는거다.
야. 뭐하는거야. 빨리 내놔. 하면서 가재미 눈을 하고 백현이를 흘겨 보니까 갑자기 백현이가 내 얼굴 쪽으로 자기 얼굴을 확 들이밀더니.
"이거 만든 사람은 난데. 나한테도 집중 좀 해주지?" 이러면서 내 입술에 쪽, 하고 뽀뽀해 버리는 거다.
"야. 변백현. 너 지금 뭐하느.."
쪽.
"야. 변백ㅎ..."
쪽.
"저리ㄱ.."
쪽.
그렇게 연속으로 네 번을 내 입술에 닿았다 떨어진 백현이가 그 예쁜 눈으로. 내가 제일 좋아하는 그 예쁜 눈꼬리로. 배시시 웃으면서.
"좋아해요. 누나."
그렇게 나한테. 고백했어.
# 루한이의 고백
[자?]
카페를 쉰 지 7일 째. 내일이면 다시 출근을 해야한다는 생각에, 설레기도 하면서 한편으로는 걱정이 되어 잠이 들지 못하고 뒤척거리고 있는데,
루한오빠한테 문자가 왔다. 자? 라는 한 마디에 평소 루한오빠의 성격이 묻어나오는 것 같아서. 귀엽기도 하고. 한편으론 설레기도 하고.
[아직 안자요. 오늘따라 잠이 안오네.]
한글자 한글자 꾹꾹 눌러서 답장을 보내고 다시 누웠는 데, 눕자마자 핸드폰에 지잉, 하고 진동이 울렸다.
[나돈데. 어디야? 나 아직 가겐데. 여기로 올래?]
평소 같았으면 귀찮아서 나갈 생각조차 하지 않았을 나지만. 그 날따라 왠지 달빛이 좋아서. 코 끝을 스치는 밤공기가 좋아서.
옷을 갈아입고 나갈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택시를 타고 도착한 커피 프린스 2호점은. 일주일만에 만난 나의 6번째 직장은.
나를 기다리기라도 한 듯 여전히 환하게 빛나고 있었다.
가게 안으로 들어가보니, 내가 늘 정신없이 바쁘게 움직였던 그 자리에. 우리의 작업실에.
루한오빠가 예쁘게 서 있었다.
"오빠.."
"어. 왔어? 이리와."
오빠 하고 부르자 예쁘게 웃어주면서 이리 오라며 자기 옆을 손짓으로 가리키는 루한오빠가.
밤이라 그런지. 달빛을 받아 눈이 유난히 더 반짝여서인지.
평소보다 묘하게 더 잘생겨 보였다.
왠지 모르게 부끄러워져 쭈뻣거리며 옆으로 다가가자, 루한오빠가 뭐하고 있냐며 내 팔을 잡고는 자기 쪽으로 확 끌어당겼다.
너무 가까워진 거리 탓에 얼굴이 붉어진 내가 들키지 않으려 고개를 숙이고는 "커피는. 많이 팔았어요?" 하고 딴 얘기를 해오자,
루한오빠가 크게 하하하, 하고 웃더니 "그럼. 나 혼자 힘들게 팔았지. 라떼도 내가 다 만들고." 하면서 나를 살짝 흘기는 거다.
금새 또 미안해진 내가 "죄송해요. 많이 힘드셨죠ㅠㅠ.. 내일부턴 제가 카페모카까지 책임질게요.." 하고선 시무룩한 표정을 하자,
루한오빠가 씩, 웃더니 "그거 때문에 힘든거 아닌데. 나." 이러는거다.
네? 그럼 뭐 때문에. 하고 말 끝을 흐리자, 루한오빠가 내리고 있던 커피에 집중하면서 말을 이어갔다.
"그립더라. 그냥."
"..네?"
"라떼 주문 들어오면 한숨부터 쉬는 네가. 가끔 얼굴에 우유 거품을 잔뜩 묻히고 있는 네가. 그립고."
"..."
"보고싶고."
"..."
"외롭고."
"..."
"그래서 힘들었어."
그렇게 나한테 눈길 한 번 안주고 덤덤한 말투로 말하던 루한오빠가, 맛있게 잘 내려진 커피를 잔에 따르더니
나한테 한 잔을 내밀었고. 나는 얼떨결에 받아들었다.
'마셔.' 라는 말에 움찔해서 급하게 입에 가져다 댔다가, 혀를 아찔하게 관통하는 뜨거움에 저절로 '아!' 하는 비명소리가 났고,
옆에서 커피를 마시던 오빠가 놀란 눈을 하고는 "괜찮아?" 하고 물어왔다.
아무래도 혀 끝을 살짝 데인 것 같았다.
따끔따끔했지만 그래도 견딜만 해서 "괜찮아요." 하고 웃어 넘기려는 데. 오빠가 자꾸 "어디 좀 보자." 하고선 내 혀를.. 살피려는 것이다.
결국 나는 혀를 살짝 내밀었고, 루한오빠는 내 혀 끝을 손가락으로 살짝살짝 건드리면서 "아파?" 하고 물어오는 데
한밤중에 남자와 여자가. 그 것도 단 둘만 있는 공간에서 그러고 있으려니까.
분위기가 엄청 묘해지는 거다.
순간적으로 민망해진 내가 루한오빠를 살짝 밀쳐내고는 "괜..찮다니까요.." 하고 말을 더듬자,
그제서야 루한오빠도 약간 민망했던지 헛기침을 하면서 "..그러니까!!!!!! 조심 좀 했어야지. 커피 뜨거운 게 하루 이틀이야?" 하면서
커피를 입으로 갖다 대더니, 자기도 얼떨결에 급하게 마셔버렸는지 '앗. 뜨거.' 하면서 황급하게 잔을 떼는거다.
그냥 이 상황이 너무 웃겨서. 결국 웃음을 참지 못하고 '풉.' 하고 웃어버렸고.
루한오빠도 어이가 없었던지 하, 하고 한숨 섞인 웃음을 지었다.
"ㅋㅋㅋㅋ조심 좀 했어야죠. 커피 뜨거운 게 하루 이틀이에요?"
하고선 얄미운 표정으로 루한오빠를 쳐다보니까 "다 너 때문이잖아. 너 때문에." 하고선 내 이마를 가볍게 콩, 하고 때리는 것이다.
"아!!!!! 왜 때려요 왜!!!!!!!!!"
내가 루한오빠한테 맞은 이마 쪽을 손으로 만지작 거리면서 소리를 꽥, 하고 지르자.
루한오빠가 웃겨 죽을 것 같다는 표정으로 한참을 그렇게 웃더니
내 이마를 만지작 거리던 손을 내리고 자기가 대신 이마를 만져주면서 이렇게 말하는 거다.
"좋다. 니 목소리."
"..."
"내가 매일 여기서 환청처럼 듣던 그 거. 실제로 들으니까 더 좋네."
"..."
"이젠 진짜 너 없으면 안되려나 보다."
"..."
"와줘서 고맙다. 커피 프린스에."
그 흔한 좋아한다는 말 한 마디 없는 고백이었지만.
작게 떨려오는 목소리에. 살짝 붉어진 듯한 얼굴에. 내 눈을 응시하는 반짝이는 그 눈동자에.
말로는 다 표현하지 못할 감정들이. 하나 가득 들어있는 것 같아서.
좋았고. 두근거렸고. 행복했다.
#그리고 그 날 밤
한참을. 침대에서 뒤척이던 나는.
벌떡 일어나 누군가에게 전화를 건다.
뚜.뚜.뚜.뚜.
몇 번의 신호음이 더 울리고.
누군가가 잠이 가득한 목소리로 전화를 받는다.
"여보세요."
"..."
"누구세요."
"...저기"
"..."
"나도 너 좋아해요."
love me 입니다*.*
징어가 고백 한!!!!!!!!!!!!!!!!!!!!!!!!!!!!!!!!!!
이 행운의 남자는 과연 누가 될까요?
사랑하는 독자님들이 투표로 결정해주세요 :)
투표 결과에 따라서 박빙의 결과가 나온다면. 두 버전으로 연재를 할 수도 있고.
만약 한 버전으로 간다면 세 명의 남자와 잘 된 이야기 또한 번외로 써 드릴 테니까 너무 슬퍼하지 마세요ㅠㅠ ♥
그럼 저는 투표 페이지와 함께. 공지에서 다시 뵙도록 하죠*.*
사랑해요 뿅뿅
암호닉이 빠지면 섭하죠잉 ♥ |
시우밍 님, 뀨 님, 파이 님, 벽돌 님, 테라피 님, 마지심슨 님, 라됴 님, 미꾸라지 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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