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민규 & 윤정한 ] 온에어 로맨스 (ON AIR ROMANCE) 제 2화 “ 네, 안녕하세요 오늘의 일일 DJ윤정한이자 작가 윤으로, 인사드립니다. ” “어우, 네 0406님이 윤오빵! 오늘 드디어 뜬 기사사진보고 충격이었어요. 이렇게 잘생긴 얼굴 대체 왜 숨기고 사셨죠? 사실 그동안 연세가 그윽하신 할아버진 줄 알았는데, 그렇게 생각한 날 용서해줘요! 잘생기면 다 오빠야~~~~ . 라고 해주셨네요. 네, 연세가 그윽하신 분이라.. 제 글에서 깊이감이 느껴졌다는 뜻이죠? 칭찬으로 듣겠습니다. 하하. 자, 또 1004님께서 아.. 또 오빠라고 불러주시네요, 오빠! 여자친구는 있으세요? 없으면 저는 어떤가요? 라고.. 사실 작품에 대한 질문을 하실 줄 알고 열심히 어제 밤에 집에서 많이 연습해왔는데, 의외의 질문들이 쏟아지네요. 네, 여러분 저는 현재 여자친구 없습니다. 열기가 참 뜨겁네요. 지금 문자가 너무 밀려서... ” 문자 속에 담긴 하트와 애교 가득한 ‘오빠’ 라는 단어를 자기 입으로 말하기 민망한지 한마디가 끝날 때마다 하하.., 아이구, 아.. 네 그렇군요. 하며 갖가지 추임새를 다 넣는 정한씨였다. 그래, 반응이 뜨거울 만도 하지. 내가 처음 만났을 때 받았던 충격을 생각해보니 여인네들의 심정이 이해가 가 머리를 있는 힘껏 공감의 의미로 세차게 흔들었다. 암, 그렇고말고! “아, 네 정말 많은분들이 문자를 보내주셨어요. 아마 제일 궁금해 하시는게 이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제가 왜 갑자기 이런 매체에 나오셨나 하는.. 음. 너무도 당연하게 그 이유는 사실 매 작품마다 과분한 사랑을 주셨던 저의 독자 분들이 기다려주시고 궁금해 하셨던 부분이 제일 컸던 것 같아요. ..... 전부터 계속 마음은 먹었는데, 말처럼 쉽지가 않아 저도 참 여러 가지로 복잡했던 날들의 반복이던 것 같네요. “ 말을 하다말고 깊게 생각에 잠긴 듯이 잠시 초점을 잃은 정한씨의 눈동자가 왠지 모르게 슬퍼보였다. 아 갑자기 제가 너무 진지해졌나요? 하하 그럼, 어서 다음 질문으로 넘어가보겠습니다. 네 1713님께서, 작가 윤! 당신은 어떤 도서를 읽나요? 최고의 작가 정한씨가 읽는 책이라면 저도 꼭 읽어 보고 싶습니다. 라고 아이구 네, 또 이렇게 칭찬 가득 메시지를 보여주셨네요. “ 음 저 같은 경우는 다양한 장르의 작품을 보는데, 요즘은 시에 기우는 것 같습니다. 사실 제가 2부의 시작을 제가 최근에 읽은 너무 가슴에 와 닿은 글을 낭송해드리며 시작하려 했는데, 아이참 당사자 분께서 극구 말리시는 바람에, 사실 그 분이 제가 오늘 이렇게 출현하는데 까지 가장 큰 역할을 하셨거든요. 여러모로 아깝습니다. 참 좋은 글인데 말이에요. 하하 여러분 하지만 낙심은 마세요. 제가 언젠간! 혼날 무릎 쓰고 꼭 한번 읽어 드리겠습니다. ” 혹시 그 분이 나야? 나? 뭐야! 사람 심쿵하게.. 순간 마주친 눈에 얼굴이 달아오르는 것만 같아 나도 모르게 뒤를 돌았을까. 그만 뒤에 서 있던. 누군가와 부딪혀 고개를 들었을까. 아, 아파 진짜. “ 뭐, 뭐에요?, 그쪽이 여기 왜 ” “ 허, 참나 이 여자 순 멍청이 맞네. ” “ 뭐라구요? 저번부터 왜 자꾸 그래요? 제가 뭐가 멍ㅊ... ” “ 제가 담당 피디인데, 제 일 터도 마음대로 못 옵니까? ” “ ... ” “ 하라는 일은 안하고 아까부터 자꾸 뭘 쳐다보나 했더니 ” 줄곧 맞는 소리만 해대는 그의 말을 들으니 반박 할거리가 떠오르지 않아. 눈만 흘기며. 사람 아파하는 거 안보여요? 괜찮냐고 먼저 물어보는 게 예의 아닌가요? 하며 횡설수설 말을 돌렸다. 그러자 나를 내려다보던 그가 곧 픽 하고 살풋 웃음을 지었다. 뭐야.. 이 정적은?? “ 또, 또 비웃ㄴ.. ! ” 피할 틈도 없이 허리를 숙여 눈을 맞추곤 나를 쳐다보는 눈빛이 몇 초간 미동이 없었다. “ 괜찮습니까? ” “ 뭐, 뭐에요. 갑자기..! 그리구 얼굴이 아니라 여기, 여기 이쪽 팔이거든요? 하,하나도 안 괜찮아요! ” “ 말은 왜 더듬습니까? 아, 살짝 이런 거에 심쿵하고 그러는 타입인가. ” “ 와, 나 참 지금 누가 심쿵했다고 그래요?! “ “ 어, 오늘은 화장했네요. 저한테 잘 보이고 싶고 막 그렇습니까? ” “ 허, 자꾸 무슨 소릴..! 제가 미쳤어요? ” “ 아니면 아닌 거지 이게 얼굴까지 빨개질 일인가 봅니다. ” 와나 진짜, 사람 대꾸 못하게 훅 치고 들어오는 게 특유의 화법인지, 뒤늦게 서야 오버액션한 나 자신이 민망해 속으로 수 십 번 머리를 쥐어박았다. 하여튼 진짜 이상한 남자야. 사람 그렇게 놀리니까 재밌어요? 네? “ 근데 뭐, 민낯이 더 이쁘네요. 그쪽은 ” 너무나도 능청스럽게 말을 던진 후 자기의 한쪽 뺨을 손끝으로 가볍게 두 번 톡톡 두드리며 뒤돌아서 가버리는 모습에 어안이 벙벙해졌다. 뭐, 뭐라구요? 저기요! 저번에 사과하러 갈 때 반쯤 넋이 나간 그지 꼴로 갔다고 날 놀리는게 분명했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날 못 잡아먹어서 안달이었던 사람이 뭐가 어째? 자꾸 그렇게 자기 할 말만 하고 훅훅 가버리지 말라구요! 참 파악하기 힘든 사람이네 진짜. ** - “ 그냥 타라하면 타면 안됩니까? ” “ 제가 그쪽 차를 왜 타요? 어제 그렇게 놀리고선? ” “ 제가 언제 놀렸습니까? ” “ 네? 저, 저 막 민낯이 어쩌구! 하면서... 말이에요! ” “ 아 그걸 그렇게 받아들였습니까? 진심이었는데 ” “ 이 사람이 진짜! ” 그 나이 쯤 먹었으면 그 정도 말은 듣고 넘길 수 있는 거 아닌가? 남자 못 만나봤어요? 라며 내가 또 호들갑 떤다는 그였다. 왜 자꾸 나 이상한 사람 만들어?! 일을 마치고 나오니 웬 내 앞에 차를 세우고 삐딱한 자세로 기대어 다짜고짜 얼른 타라는 김피디였다. 그러니까 회식을 가는데 자기 차를 타고 가자고? 하는 말, 하는 행동 모두가 의문투성이였다. 갑자기 왜 불쑥불쑥 나타나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하는 건지, 그의 친절에 대한 척도를 알 수 없어. 미칠 노릇이었다. “ 뭐가 그렇게 고집이 셉니까. ” “ 제가 뭘 믿고 타요! 완전 위험한 사람인데. ” “ 거, 택시 안 잡히는 거 뻔히 보이는데 탑시다. 사람들이 다 쳐다봅니다. ” 급기야 남들에게 피해를 주는 민폐녀로 몰아갈 기세인지 주위를 이리저리 둘러보며 눈치를 주는 그였다. 한 동안 실랑이를 하는 김피디와 나를 혹여라도 방송국 직원들이 알아볼까 결국 질질 끌려가듯이 겨우 그의 차에 타게 되었다. 표정을 한껏 굳힌 채로 아무 말 없이 간 지 얼마나 지났을까 신호등에 걸려 멈추게 된 사이에 먼저 침묵을 깬 그였다. 안 맬 겁니까? 안전벨트. 결국 그의 차에 타게 되어 꺾인 내 자존심 때문인지 괜한 오기가 생겨 그의 말을 무시로 일관하자. 그가 짧은 웃음을 내비쳤다. 아, 제가 매줘야 하는 겁니까? 하며 또 전혀 예상치도 못한 경로로 나를 당황시키는 그를 향해 자꾸만 흩어지려는 표정을 붙잡으려 애를 썼다. 왜, 왜 말이 또 그렇게 되요? 매요, 맨다구요. 정말.. 아무렇지 않은 척 하려했지만 또 열이 오르는 뺨이 느껴져 그가 보기 전에 황급하게 안전벨트를 찾자 순식간에 몸을 옆으로 젖혀 뒤로 가있던 안전벨트를 쭉, 끌어 당겨 손수 채워주는 그였다. ...뭐에요 진짜..! 잠시만, 지금 매우 가깝다. 너무 가깝다. 엄청 가깝다..! 자꾸 그렇게 훅 들어오지 말라구요! 하나 둘 셋 몰라요? 하나 둘 셋?! 마주친 눈을 피하려 눈동자가 아프도록 눈을 굴려대고 있었다. 온 힘을 다해 유지해오던 표정들이 무너져 내리는 듯 하여 그만 고개를 푹 숙였다, " 고개 들어 봐요. 어디 좀 봅시다." " ... " " 오늘은 화장을 했나 안했나" ** - “ 윤정한씨랑은 무슨 사입니까? ” “ 허, 그건 또 왜 궁금하신데요? ” “ 아, 이것도 막 사심가득 뭐, 그런류로 들립니까? ” “ 조용히 해요! 작가언니들 들어요. 국장님도 계시는데 진짜. ” “ 아아 알겠어요. 알겠다니까 ” “ 웃지 말라니까요! ” “ 자, 자 다들 마셔 마셔 오늘은 내가 다 쏜다! ” 윤작가가 출현한 당일 날 라디오에 청취자 수가 무려 5배나 뛰어 아주 성공적인 성과를 거두어 몰래 듣지 마요. 팀내 회식이 이뤄졌다. 근데 신나게 술이나 마셔야 할 시간에 방금 전 까지만 해도 나와 투닥거리던 그녀가 혼자만 취해 픽픽 자꾸만 옆으로 쓰러지는게 꽤나 신경쓰였다. 진희씨 전화 안 받아? 술이 꽤나 취한 김여주씨를 보곤 다들 집에 무사히 돌려보낼 방법을 찾는 건지 이리저리 전화를 돌려보았지만 전원이 꺼져있다는 신호만 들릴 뿐이었다. 그걸 아는 건지 모르는 건지.. 참 잘도 잔다. 어떡하죠? 안 받는데,, 진희는 아까 남자친구분이 데리러오셨던 거 아니에요?. 진희도 술을 보통 못하는 게 아니어서.. “ 그럼 제가 여주씨 데려다 드리겠습니다. 저도 지금 가봐야 할 것 같아서요. ” “ 아니요. 제가 데려다 주겠습니다. 제가 담당 피디니까요.” “ 여주씨 집, 제가 압니다. ” “ 저도 압니다. 게다가 저희 집 가는 방향이라,” 윤정한 작가가 벌떡 일어서며 자신이 데려다 주겠다며, 겉옷을 주섬주섬 챙기기 시작했다. 누구 맘대로? 저렇게 직접적으로 말할 계획은 아니였으나 그녀를 자신의 어깨에 조심스럽게 눕히며 부축하는 윤작가를 보니 나도 모르게 말이 튀어나왔다. 제가 데려다 줄 겁니다. 좀처럼 지지 않을 생각으로 자꾸만 자기가 데려다 주겠다며 무언의 눈치를 보내는 그를 감싸고 하나 둘씩 그럼 윤작가가 데려다 주면 되겠네~. 진희씨 전화도 안 받는데, 어여 가봐 하며, 분위기가 그만 윤정한작가에게 기울고 있었다. 아, 아 저도 압니다. 김여주씨네 집. 이어 결정적인 한 타를 날렸다. 그리고 저, 저희 집 가는 방향이랑 같습니다. 아~ 그럼 가는 길에 민규가 데려다 주면 되겠네, 자자 그럼 다시~ 국장님 한 병 더 콜? 다시 나에게로 기운 분위기 덕에 안도의 한심을 내쉬었다. 이게 뭐라고 땀까지 삐질삐질 나는지.. - 원래 그렇게 아무한테나 잘 기댑니까? 그렇게 자존심 부릴 때는 언제고 세상모르고 업혀 아까부터 뭐라 뭐라 술주정을 해대는 그녀였다. 뭐가 그렇게도 속상합니까? 웅얼거리는 그 모습이 어이가 없고 귀엽기도 해 헛웃음이 자꾸만 튀어 나왔다. 나 왜 이러지 진짜. 꽤나 추운 저녁 공기에 손에 쥐고 있던 겉옷을 업힌 그녀의 등에 감싸주었다. “ 민규야아... 너.. 이너무 자식... 똑바로 드러!... 너 말이야 ” “ ... ” “ 자꾸 그르케 . 임마.. 막 그르지 말란 말이야... ” “ 뭘 하지마” “ 이래 봐두우.. 내가 누나그든? 어?... ” 그렇게 인상을 찡그리고 비장하게 한다는 말이 고작 자신이 누나니 놀리지 말라는 말인 것에 자꾸만 입 꼬리가 올라갔다. 그게 그렇게 속상했어? 만날 때 마다 두서없이 던진 말에도 얼굴이 금새 확확 빨개지며 당황하는 반응이 재미있어. 요 며칠 자꾸 콕콕 놀렸더니 그게 그리도 속상했나보다. 그렇게 대단한 누나라는 작자가 동생한테 이렇게 픽픽 잘 기대고 엎히고 그럽니까? 내일 아침 되면 기억이나 할라나 모르겠네. 혼자 바보마냥 비실비실 웃다 그만 걸음을 뚝하고 멈춰섰다. 김민규 지금 어디가냐 근데.. 나 이 여자 집 어딘지 모르잖아.. ** - ... 아 머리야, 깨질 듯이 아픈 눈을 뜨니 낯선 천장이 눈에 보였다. 뭐야?.. 여기 어디야? 방문을 열고 쭈뼛쭈뼛 부엌으로 나가곤 익숙한 뒷모습에 비명이 터져 나왔다. 헐, 미쳤나봐! “ 뭐에요?! 제가 왜 여깄어요? ” “ 김여주씨 제발 오버 좀 하지 맙시다. ” “ 제가 오버 안하게 생겼어요?! ” “ 그쪽이 상상하는 일 같은 건 없었습니다. ” “ 제가 뭘 상상했다고 그래요?! ” “ 오히려 지금 저한테 사과해야 하는 건 김여주씨입니다. 원래 술주정이 그렇습니까? ” “ 제, 제 술주정이 뭐가.. 어때서ㅇ... 하... ” 미쳤다 진짜. 대체 뭔 일이 일어난거야. 미친거야 김여주. 남친도 안 사겨본 애가 모든 과정을 생략하고 남자 집에서 아니 그것도 김피디 집에서 세상모르고 잤다는 게 말이나 돼? 게다가 술주정이라니.., 한참 머리를 쥐어뜯다 문 틈 사이로 빼꼼 그를 쳐다보았다. 해장 안합니까? 멀뚱멀뚱 서서 또 훔쳐보지 말고 나와요 얼른. 허, 등에도 눈이 달린 건지 분명 뚝딱뚝딱 요리를 하던 그가 뒤를 돌아 정곡을 찔렀다. 또 저 특유의 변태 보듯이 보는 눈빛! 아오 진짜.. 장갑을 끼고 찌개를 식탁위에 얹으며 눈짓으로 이리 앉으라는 신호를 보내온 그였다. 남자가 무슨 요리를 이렇게 잘해.. 임금님 밥상이야? 밑반찬부터 해장 콩나물 찌개까지 워.. 대단해. “ 뭐, 맛은 있네요. ” “ 반했습니까? 제가 또 가정적인 남잡니다. ” 참나 칭찬을 하면 겸손하게 좀 받아치세요! 처음보는 축 내려 앉은 생머리와 편안한 옷차림의 그를 유심히 쳐다보는 나의 시선을 느낀 건지 낮 뜨거운 장난을 잘도 내뱉는 그였다. “ ... 강아지 같다 ” “ 이제 은근 슬쩍 말도 놓습니까? 누나 취급 해 달라 뭐 이런 거 에요? ” “ 그게 왜 그렇게 되요..! ” “ 어제 하도,, 풉. 아, 아닙니다. ” “ 와..! 왜 말을 하다 말아요?! 사람 기분 나쁘게! 그리고 뭐가 웃기다고 자꾸 혼자만 픽픽 웃는거에요?! ” “ 아 그건 몰라도 됩니다. 근데 김여주씨야말로 왜 그렇게 자꾸 쳐다봅니까? ” “ 좀 볼 수도 있죠! ” “ 아 뭐, 내가 이렇게 매혹적인 여자다 이런 거 어필도합니까? 이제? ” 대답을 하라는 건지 말라는 건지 쉴 새 없이 치고 들어오는 그를 감당해 낼 방도가 없었다. 그래! 쳐다 좀 봤다. 뭐! 그리고 누나 취급이 아니라 내가 너보다 누나 맞거든? 그것도 두 살이나! 참나 어이가 없어서, 뭐라고 말을 꺼내야 한 방을 먹일 수 있을까 애꿎은 밥알만 들었다 놨다하며 고민하고 있던 찰나였다. “ 어제로 충분했습니다. 그건 ” “ ... ” “ 누나 ” ** “ 저 이 서점 엄청 자주 오는데.. ” “ ... ” “ 사람도 없구, 특유의 낡은 느낌이 너무 아늑하고 집 같아서 좋아요. ” “ 사실 저희 처음 만나기 전에 여기서 이미 한번 여주씨 봤었어요. ” “ 우와.. 정말요? ” “ ... ” “ 저희 되게 인연인가 봐요 이리저리.... , 작가님도 여기 자주 오셨어요? ” “ 고등학생 때 자주 왔었어요. ” “ ... ” “ 그러고 오랫동안 안 왔다가 ... ” 책꽂이 모서리를 손끝으로 쓸어내리며 익숙하게 책을 꺼내드는 정한씨의 모습은 극히 자연스러웠다. 책을 꺼낼 때 마다 작게 날리는 먼지와 따듯하게 내리 쬐는 햇살 그리고 책장에 기대어 무심코 아무 페이지나 열어 찬찬히 읽어 내리는 모습도 꼭 예전부터 여기 이 자리에 오래 있어온 사람인 것 만 같았다. 한 장의 사진처럼.. 왜 오랫동안 안 왔는지 다시 오게 된 이유는 무엇인지 궁금하였지만, 묻지 않았다. “ 글 다시 써 볼 생각은 없어요? ” ....네, 아직 까지는 그래요. 윤정한씨와 처음만나 USB사건이 있었던 다음 날, 정한씨를 보자마자 다짜고짜 말을 꺼내었다. ...작가님, 라디오에서 제 글 읽지 말아주세요. 정말 .. 안돼요. 지금 생각해보면 뭐가 그리도 급했는지 인사부터 할 틈도 없이 무턱대고 그런 말을 꺼낸 내가 참 부끄러웠다. 조금 더 여유 있게 말할걸.., 그만 내가 보이고 싶지 않은 모습을 보여준 것 만 같아 자꾸만 후회가 되었다. 그런 나로 인해 무안했을 법도 한데, 오히려 미안하다며 자기 생각이 짧았다 하던 모습이 자꾸만 생각나 마음이 편치 않았던 참이었다. “ 저는 꽤나 여주씨가 본인 글에 자부심이 있을 줄 알았어요. 글이 너무 좋아서.. 허락도 안 받고 글 봐버려서 미안해요. ” “ 아이 아니에요.. ” “ 같이 글 쓰는 사람끼리 너무나도 당연하게 지켜줘야 할 걸 제가 제 멋대로 해 버린 것 같아요. ” “ ... ” “ 그래도 저는 여주씨가 스스로 자기가 쓴 글 그렇게 미워하지 않았으면 하는데” “ ... 말처럼 쉽지가 않아서요. ” “ 그 마음 이해해요. 저도 한 때는 그랬으니까. ” ” ...글이 좋아서, 글이 쓰고 싶어서 항상 시작은 하는데, 막상 보면 어느 하나도 완성된 글이 없더라고요. 계속 그게 쌓여가니까.. 한 작품도 완성 못한 채로 이리저리 건드려 놓기만 한 게 아무것도 뭐 하나 제대로 하는 게 없는 꼭 지금 제 모습 같아서, 그래서 싫어요. 있는 것도 없는 것도 아닌 그저 그런 미완성의 존재. ” “ 저는 그게 다 완성 된 작품인 줄 알았는데. 여운이 있잖아요. 글에. ” “ ... ” " 저는 글을 쓰는데 있어서 오는 진정한 행복은 완성된 작품에서 오는 게 아니라 생각해요. 그건 단지 순간의 뿌듯함뿐이지. 그 시절에 느꼈던 감정, 그 계절만의 향기, 누군가와의 추억, 그런 소중한 감정들은 다 오롯이 글을 쓰는 과정에만 느낄 수 있는 거잖아요. 그게 아픈 기억이든.., 행복한 기억이든 “ ... ” “ 1도 2도 아닌 중간에 서있다면, 그냥 그 사람은 1.5인 사람인 거예요. 아무것도 아닌 사람이 아니라. 1.5라서, 1.5이기에 지니고 있는 가치가 있는 거죠. 저는 여주씨가 그런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매듭지어지지 않아도 그 자체로 이미 완성된 작품인 사람. ” 여주씨?... 울어요? 시야가 점점 흐려지는 게 나도 모르게 신발위로 눈물이 한방울 두방울 떨어지기 시작했다. “..하 죄송해요, 저 진짜 주책 맞죠. 그냥 .. 너무 ” “ 제가 울린 거예요? ” “ ... ” “ 여주씨 울지 마요. ” “ ... ” “ 아아, 저 울음에 약하단 말이에요. ” 어쩔 줄 몰라 팔딱팔딱 뛰는 윤작가님의 모습에 울다가도 그만 웃음이 삐져나오고 말았다. “ 어, 지금 웃은 거죠? 방금 맞죠? ” “ 아, 아니에요.. 쳐다보지 마세요.. 쪽팔리니까. ” “ 울다가 웃으면 엉덩이에 뿔나는데 어어~ ” “ 아 진짜.. 하지 마요.. 나빴ㅇ.... ” “ 정한이?.. 윤정한 맞지? ” 순간 들려오는 작고도 여린 목소리에 눈물을 닦고 앞을 보자. 한 여자가 서 있었다. 어,.., 이 여자.. 많이 봤다. 이 서점에 올 때 마다 자주 마주쳤던 그 여자다. 가끔 책을 읽는가 하면 어느 날은 줄곧 누군가를 기다리는 듯이 멍하니 앉아 있곤 했던 그..., 하얗다 못해 창백해 보이는 얼굴에 생기는 그리 찾아 볼 수는 없지만 볼 때 마다 특유의 분위기로 예쁘다 보다는 ‘아름답다’라는 말이 먼저 떠오르는 그런 여자였다. 눈에 한 가득 슬픔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아 보이는 여자. 그런데 이 여자가 정한씨를 부른다. 나의 시선은 자연스레 그 여자를 멍하니 바라보고 있는 그를 향했다. 윤작가님은 오랫동안 아무 말이 없었다. “여주씨 오늘 못데려다 줄 것 같아요. 먼저 가요. ” “ ...네? ” “ 미안해요. 내가 연락할게요. ” —————————————— 안녕하세요! 온에어 로맨스의 농부릠입니다. 드디어 2화!까지 왔습니다. 시작이 반이니 2화까지 온 거면 반 이상 왔다는 말이겠죠? 제가 이 커뮤니티 사이트에서는 처음 글을 쓰는 것이기도 하고, 글을 다시 쓰게 된 것도 너무 오랜만인 일이라 사실 너무 걱정도 많이 되고 시간도 엄청 엄청 오래 걸리더라고요...! 의외로 압박감을 많이 받는 저를 보면서 다 이게 작품에 대한 욕심이라고 생각하려고 해요! ㅜㅜ. 댓글을 달아주시는 너무 소중한 분들 덕에 정말 많은 힘을 얻어갑니다..! 사실 계속 연재를 해야하나 읽어주시는 분들이 계실까 그 점이 제일 걱정되었거든요.. !!! 앞으로 계속 꾸준히 조금씩 나아가다 보면 분명 진전이 있을 거라 믿어요♡ 읽어주시는 모든 분들께 그리고 댓글과 관심 가져주시는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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