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디] 사내연애의 모든 것 A
힘 없이 땅만 보고 걷던 경수 앞으로, 눈에 익은 검은색 세단이 들어섰다. 경수는 입술을 꾹 깨물었다. 떨어질 것 같이 위태롭던 가방의 끈을 잡는 손길에 힘이 바짝 들어갔다. 고개를 들 필요는 없었다. 상대는 뻔한 사람이였으니깐. 하지만 경수가 아무 반응이 없자 잔뜩 화가난 것인지, 클락션을 미친듯이 울려대는 탓에 그는 하는 수 없이 고개를 슬그머니 들었다. 역시나, 종인이였다.
“도경수씨, 타세요.”
“…싫습니다.”
“날 춥습니다. 타세요.”
“이것도 명령입니까?”
“네. 그러니깐 타세요.”
경수는 한숨을 내쉬며 못이기는척 차에 올라탔다. 어차피 이럴거 그냥 곱게 말 듣지. 승자의 미소를 지으며 제 머리를 매만지는 종인의 얼굴을 노려보다 힘이 빠져버려 그냥 눈을 감아버렸다. 아무리 반항을 하려고 기를 써봐도 어쩔 수가 없었다. 속이 부글부글 끓는 상황에서도 종인의 웃음 한번에 화가 스르르 풀려버리고 마는 자신이 한심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아무도 못 말리는 제 지독한 승부욕과 고집이 점점 수그라드는 기분에 속이 뒤짚어지며 비참해졌다. 종인과 하는 사랑은 늘 불리한 게임의 연속이였다.
“경수씨.”
“왜요.”
“우리집에서 밥 먹고 갈래요?”
“오늘은 됐습니다. 피곤한일이 좀 있어서.”
“그래요? 근데 이거 어쩌죠? 이미 우리집앞인데.”
역시, 불리하다.
[카디] 사내연애의 모든 것
“먼저 씻을래요?”
“밥만 먹고 갈건데, 제가 왜 씻습니까?”
“요번엔 진짜 단단히 삐졌나보네.”
“가까이 오지 마세요.”
“도경수씨. 자꾸 이러면, 악!”
어디서나 기고만장한 태도가 얄미워 한동안 맞춰주지 않았더니 잔뜩 성이나 제 눈을 똑바로 봐 주지 않는 경수의 겉옷을 벗기려다 졸지에 정강이를 까이고 말았다. 제 쪽을 노려보며 씩씩거리는 얼굴과 마주하자 헛웃음이 새어 나왔다. 도대체 누가 동생인지. 어린애 같은 생고집에 두손 두발을 다 든 종인이였다.
“내가 미안해요. 화 내지 말아요. 몸 상합니다.”
“자꾸 무성의하게 사과 하지 마세요. 그럴수록 더 화나니깐.”
“내가 뭐 해야 풀리겠어요? 말만 하세요, 다 들어줄테니깐.”
“아니요, 됐습니다. 아무래도 오늘은 집에 들어가야겠네요. 월요일날 뵐게요.”
“도경수씨.”
“아, 그리고 주말동안 연락 하지 말아주세요. 피곤해서 자야겠으니깐.”
“후…. 알겠습니다. 내가 졌습니다. 경수씨가 이겼다구요.”
“…….”
종인의 말에 잔뜩 찌푸려졌던 경수의 미간이 서서히 펴지더니, 이내 살짝 입꼬리까지 말아 올라갔다. 진작 그렇게 나올 것이지. 차 안에서 제가 한 혼잣말과 비슷한 뉘앙스를 풍기는 말이였다. 정말 겉모습과는 다르게, 상상 이상의 승부욕을 내뿜는 경수의 미소를 바라보던 종인이 속은 것만 같은 기분에 머리를 잔뜩 헝클었다.
“생긴건 양처럼 생겨서….”
“고집은 황소고집에, 승부욕은 국가대표라구요?”
“그래요. 내가 매번 놀라는거 압니까?”
“그러시는 팀장님도 엄청 고집 센거, 아세요?”
“그래도 도경수씨한테는 못 덤비겠네요. 어쩌겠어요, 반한 사람이 죄지.”
“알면 밥 좀 해주세요. 화를 냈더니 배가 고프네.”
“알겠어요. 기다려요.”
“그동안 저는 씻을게요. 형 한테 오늘 못 들어간다고 문자 넣었으니깐, 이제부턴 종인씨 맘대로 하세요.”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으로 제 허벅지를 슬쩍 매만지고는 화장실로 들어가는 경수의 뒷모습을 한참이나 바라보던 종인이, 역시 양의 탈을 쓴 여우라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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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녕하세요. 미필적 고의 입니다.
다른 가수 커플링은 엄청 써봤지만, 카디는 아예 처음 써보는 컾링이구 요즘 글을 쉬었더니 영 형편없네염 ㅠㅠ
그래도 봐주시는분들 계시면 열심히 연재하겠슴다!
뭔가 다른 픽들 보면 경수는 늘 애기애기하고.. 여리고.. 그런 이미지라 전 고집이 겁나 쎈 초딩 경수를 써보고 싶었어요
그래서 탄생한 [고집 센 김조닌 X 고집 존나 센 도경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큰 스토리 없이 에피소드로만 쓸 예정이에요!! 제가 스토리에는 쥐약이라..^-^...
(소곤소곤) 물논 전 떡을 사랑하는 작가이므로 떡도 많이 넣을 예정입니다. 잘 쓰진 못하지만 ^^....
무튼 암호닉 해주시면 감사히 받겠습니다. ♡ 모두 사랑해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