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말주의
난 몇 주 전에 남자친구랑 헤어졌어.
몇 일동안은 힘들어서 자살시도도 해봤고 미친 짓은 다 해본 것 같아.
그리고 어제 친구를 만나러 갔다왔어.
남자친구랑 자주가던 카페였는데
괜히 거기 가니까 남자친구 보고싶더라.
친구랑 얘기를 하고 있는데
친구가 하던 한 마디, 딱 한 마디만 듣고 시간이 멈춘것같았어.
남자친구가 죽었대.
나처럼 몇번이고 자살시도도 했었대.
더 이상은 친구 얼굴을 못 볼것 같아서 집으로 그냥 왔어.
처음엔 남자친구가 한심했어.
헤어지자고 한건 남자친군데.
점점 생각할수록 안쓰러웠어.
다시 시작하자고 말해줬으면 나도 걔도 힘들지는 않았을텐데.
한 번이라도 말해보지.
죽은 남자친구의 소식을 듣고 나도 그렇게 폐인같아지지는 않았어.
오히려 남자친구 몫까지 살려고 더 열심히 살았어.
안하던 일도 다시 시작하고,
내가 말했던 남자친구랑 자주 가던 카페도 거의 매일 가고.
근데 얼마 전부터 카페에서 신기한 남자를 봤어.
죽은 남자친구랑 꼭 닮은 남자를.
진짜 키도 얼굴도 꼭 닮았어.
목소리는 모르겠다.
언제 한 번은 말 걸어볼까 생각중이야.
신기해서 요즘은 매일 카페 가고 있어.
그 남자 매일 거기 있더라.
사귀기 전에 남자친구 보는 것 같이 되게 두근두근 거렸어.
-
오늘도 카페 다녀왔어.
오늘은 매일 앉던자리에 그 남자가 앉아있었어.
난 괜히 자리 뺏긴 느낌에 다른 자리에 앉았는데
그 남자가 일어서더니 나한테 걸어왔어.
저기요.
한 마디 했을 뿐인데 갑자기 눈물 고이더라.
남자친구랑 목소리도 똑닮았어.
어떻게 이런 남자가 또 있나 싶었어.
울 것같이 그러고 있으니까 남자가 당황했어.
왜, 왜 우세요. 네?
눈물 고인 걸 슥슥 닦고 대답했어.
아니요. 갑자기 자주 이래서.
아 다행이다. 저 죄송한데 폰 번호 좀 알 수 있을까요?
남자가 가슴을 쓱 쓸더니 핸드폰을 내미는데
남자친구 처음 만났을 때랑 비슷한 상황이라서 신기했어.
번호 적어주고 다시 집에 왔는데 그 남자가 문자가 온거야.
안녕하세요. 저 아까 카페에서 번호 가져간..
아 안녕하세요
저기 혹시 전화 할 수 있을까요?
뜬금없이 초면인데,
아니 초면은 아니지만 처음 연락하는데 전화하자는 남자가 부담스럽긴하잖아.
그래도 남자친구같아서 오는 전화를 받았는데
요즘들어 눈물이 많아진 걸 느끼겠더라.
여보세요? ㅇㅇ이야? 나 찬열인데.
내가 잘못본것도 아니였고
도플갱어도 아니였어.
진짜 찬열이였어.
너무 신기하고 놀라워서 눈물이 막 흘렀어.
찬열아, 진짜 찬열이야? 장난 치는거 아니지? 찬열이 맞아?
박찬열 맞아. 목소리도 잊은거야?
진짜 살면서 이렇게 많이운거 처음이라고 생각했어.
내가 이렇게도 울 수 있구나 싶게.
ㅇㅇ아. 너랑 얘기하는 것도 이게 진짜 마지막일거야. 잘 들어야 돼.
난 보이지도 않는 찬열이에게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 몇일동안은 카페에서 봤잖아.
너도 알 것 같은데, 난 너랑 같은 사람 아니야.
알아. 알아, 찬열아. 힘들었지. 왜 그랬어.
몰라. 나도 왜 그런건지 모르겠어.
ㅇㅇ아. 너랑 헤어지고 후회 많이했어.
다시 잡고 싶은데, 니가 나 싫어할까봐. 그래서 못했어.
미안해. 많이 미안해.
너 잘 지내는 것 같아서 마음 놓인다.
앞으로도 이렇게 잘 살아야 돼.
나보다 멋진 남자 만나서 잘 살아야 되고,
많이 사랑해. ㅇㅇ아.
전화는 끊겼다.
꼭 하고 싶었던 말이 있어 통화기록을 들어갔지만
전화 온 그 번호는 처음부터 없었던 것 마냥 사라져있었다.
찬열아 꼭 하고 싶던 말 있었어.
난 한 번도 널 싫어한 적이 없었어. 사랑해.
혼잣말을 중얼거리고
주위에 박찬열이 있고, 박찬열이 듣고 있는 것 처럼
정말 거짓말같이 문자메시지가 도착했다.
내가 더 좋아해.
이쁜이들 눈팅하면 삼대가 못생겨져요
아 그리고 혹시 모르지만 암호닉 신청 받아요!
완전 왕왕 받음~♥
암호닉 |
첫 암호닉이자 유일한 암호닉 차됴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