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 당구장을 세우겠다고 연설한 학생 회장 김종대
6.
나 박찬열. 학생부 교실이다.
5층 맨 구석에 자리한 유일하게 에이컨이 나오고 있는 부실에 나는 지금 있다.
" 아, 그래서 이번 규칙을 하나 재정 할까 하는데! "
종대선배는 또 시작이다. 아니 우리 학교 학생들은 다들 단체로 약을 먹은게 틀림 없다. 어떻게 저런 새끼를 학생회장으로 뽑을 수가 있어?
종대선배는 칠판에 서서 열심히 무언가를 그리고 적고 우리를 바라보며 설명 중이다. 그런데 그 설명을 듣는 사람들은 거의 없는 듯.
당연하지, 우리 학생부에도 다 종대선배 과 밖에 없으니까.
그 유일한 예가,
" 종대선배, 그렇게 말고 학교에 그냥 에스컬레이터를 설치하는게 어때요. 나 다리 아파서 계단은 별로야. "
" 오 그거 좋다! "
" 수학여행을 시시하게 국내말고 국외로 가죠. 스케일 넘치게 남극탐험 어때요. "
" 오 너 이 자식 아이디어 뱅크냐? 좋은데? "
씨발 암걸리겠다...
나는 여전히 여기서 적응을 하지 못하고 있는 중이다. 그래, 내가 아니면 누가 이런 말을 하겠어. 나는 큰 눈알로 열심히 분위기를 살피고는 입을 뗐다.
" 우리 제대로 회의 하는게 어때요? 요새 학생들에게 학생부 이미지가 많이 실추 되었다고 들었는데. "
갑자기 조용해 진다.
실성하겠다.
종대선배 표정이 굳어진다.
무섭다.
" 아뇨, 저도 남극탐험 참 좋아하는데요? 정말 추진하고 싶습니다. "
종대선배의 표정이 펴진다. 김종인의 굳게 나왔던 입술도 들어갔다. 나는 정말 순간 에어컨 때문이 아니라 오한이 들어서 죽을 뻔 했다.
그 때 핸드폰에서 진동이 울린다.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내 의견 적극추진 ㄳㄳ '
씹새끼 의 카톡이다. 이 씨발 놈이 종대선배와 제일 죽이 맞는다. 정말 죽여버리고 싶다.
' 아가리 곱게 놀려라. 종대선배 한다면 하는 선배인거 몰라? '
' 남극탐험은 지랄. 죽여버리기 전에 조크였다고 해라. '
내 맞은 편에 앉아서 다리를 까딱대며 실실 쪼개던 씹새끼는 내 카톡을 확인하고 유유히 손을 들며 종대선배를 기다린다.
심장이 쫄깃해졌다. 나는 눈을 돌려 애써 창문을 바라보며 떨리는 마음을 진정시켰다. 마치 중학교 때 담임이 제일 아끼던 화분을 담임한테 걸린 기분이다.
" 종대선배, 솔직히 남극탐험은 우리 학교 예산으로 좀 무리수 였던 거 같아요. "
종대선배도 어느새 심각해진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인다. 김종인도 그럼 어디가지? 하며 손장난을 친다. 아니 남극탐험이 이렇게 심각하게 고민 할 얘기였어..?
" 우리 이번 수학여행은 찬열이 집으로 가는게 어떨까 싶습니다! "
종대선배와 김종인의 환호소리가 들린다.
씨발 같다. 우리엄마한테 다 이를거야.
학생부 미친 아이디어(놈) 담당 변백현
7.
존나 덥다. 태양 새끼 죽여버려. 나는 지금 어디로 가냐고? 동아리실이다. 동아리실까지 가는데 4층인 계단을 내려가고 또 밖으로 나가서 뒤뜰 까지 걸어가야
하는데, 그 때 동안 만나는 햇빛 때문에 죽을 지경이다. 왜 하필 뒤뜰 입지관이냐고 물으니 루한선배는
" 선생님한테 걸리니까. 우리 아무것도 하는거 없잖아. "
하며 발랄하게 웃었다. 그래 맞는 말이다. 그럼 뭐하는데요? 하는 내 질문에는
" 하고 싶은 거 해. "
하고는 쿨하게 소파에 누워서 잠들어버리셨다. 잠들어 있는 루한 선배의 뒤통수를 매우 세게 내리 치고 싶던 충동이 일었었다.
루한선배는 자기가 잠들어 있을 때가 많으니까 알아서 문을 따고 들어오라며 나에게 열쇠를 내밀었다. 자기와 닮은 초파열쇠고리가 달려있는데 웃는게 루한선배
와 똑같아서 나도 모르게 픽 픽 웃으며 초파를 괴롭혔다. 가끔씩 루한선배가 날 열받게 할때마다 초파를 때리고 괴롭힌거는 안비밀.
달랑 거리는 초파를 몇 번 건드리고 때리다보니 어느새 입지관 앞이다. 예의상 원래 문고리를 몇번 돌려보긴 하는데 평소 같으면 굳게 잠겨 있어야 할 문이
자연스레 돌아가 열렸다. 헐, 루한선배 깨어있나 보다. 이건 대박사건인데.
문이 열릴 때 나는 마찰음이 열리고 나는 조심스럽게 안으로 들어갔다. 에어컨을 튼지 오래되었는지 서늘한 공기가 팔에 느껴졌다.
소파에 앉아 있던 사람과 눈이 마주쳤다.
" 누구...? "
" 너는 누군데. "
내 말에 까칠하게 경계하듯 받아치는 남자에 나도 모르게 소심해졌다. 대답을 하지 않는 나를 삐딱하게 쳐다보던 남자는 문닫아. 에어컨 바람 나가잖아. 하며
명령한다. 나도 모르게 그 기세에 눌려 문을 닫는다. 그리곤 그 사람 눈치를 보며 나도 맞은 편 소파에 앉는다. 정적이 흐른다.
원래 이 쯤 되면 말 한마디 쯤은 오고 가야 할 거 같은데 남자는 무뚝뚝하게 휴대폰을 만지고 있다. 나는 그저 쩔쩔매며 여전히 테이블 위에 있는
누가 먹었는지 모를 ( 루한선배라 추정한다) 먹다남은 알로에 쥬스를 바라본다.
시발 내가 알로에인지 니가 알로에인지 나는 별 별 생각이 다 든다. 그 때 문이 확 하고 열린다.
" 아 날씨 존나 더워. 타 죽을 거 같애. "
루한선배라 예상했겠지만 틀렸다. 처음 보는 남자였다. 나는 금새 시무룩 해져 고개를 돌렸다. 생각보다 썸머워즈에 사람이 있다는 것을 처음 안 순간이었다.
" 쟤 누구야? "
" 몰라. 김루한이 데리고 왔나 본데. "
" 아, 우리도 드디어 홍일점 생긴거야? "
" 뭔 홍일점이야. 미친 놈이. "
" 그래도, 박경리 나가고 나서는 처음 들어온 여자... "
" 닥치랬지. "
박경리? 순간 박경리라는 이름에 무뚝뚝 하던 남자의 표정에 인상이 스친다. 나도 모르게 움찔거렸고, 그 남자는 미안 하다며 사람 좋게 웃어보이고는
남자의 옆에 앉았다. 이대 일로 마주 보는 상황이 참 민망하다. 루한 선배 언제오는거야.
" 여어, 다들 나 기다렸냐? "
루한선배다. 루한선배의 뒤에 날개가 있는 것은 내 착각일까.
루한선배는 여전히 체육복 차림에 밀짚모자를 쓰고있다. 다리부분은 둥둥 걷어서 있고 손에는 장갑을 끼고 있다.
" 뭐하다 이렇게 늦은거에요? "
투정 아닌 투정을 부리며 루한선배를 노려보자 루한선배는 나를 보더니 웃으며 장갑을 벗는다. 그리고선 그 두명의 남자에게 시선을 둔다.
" 야 뭐냐. 내가 예쁜이 오면 알아서 잘 대접 하랬지. "
" 아 쟤가 예쁜이였어? "
순간 표정이 굳었다. 루한선배는 그런 날 보고 방정맞게 웃더니 내 옆에 앉더니 내 어깨에 자신의 팔을 걸친다.
" 쟤네 원래 장난이 좀 심해. 기분 풀어. "
" 기분 안나쁜데요 하.하.하 "
내 딱딱한 웃음에 루한선배는 고개를 돌려 먹다 남은 알로에 쥬스를 마신다. 역시, 루한 선배꺼 였나 보다.
" 루한선배. 농사는 잘 되가냐? "
" 당연하지. 내 사랑과 눈물로 키운 애들인데 안 될리가? "
" 병신. 근데 요즘 그거 서리 해 가는 애들 도 있더라. "
" 어떤 시발새끼가. 요새 몇개 없어 진거 같다 하더니, 이 씨발... 돈주고 사먹으라고 그래. "
일상적이고 편한 대화에 나도 모르게 익숙해진걸까. 내가 끼여 있는 이 상황이 전혀 어색하지 않았다. 그저 경청을 하고 있는데
루한선배는 넋이 나가 있는 나를 보고 남자에게 말한다.
" 얘는 이번에 새로 들어온 ooo. 너네도 인사해. "
" 안녕하세요. 2학년 ooo 입니다. "
여전히 까칠한 남자는 나를 보고 그저 고개를 돌렸고 표정이 썩어가는 나를 보고 루한선배는 낄낄 거리며 웃는다. 아주 그냥 명치를 때려주고 싶다.
옆에 앉은 남자는 손을 흔든다. 수업종이 울리고 우리 셋은 일어났는데 루한선배는 여전히 남아있다.
" 수업 안가요? "
" 나 원래 수업 잘 안들어. 얼른 너네나 가라. "
태평하게 소파에 누워서 말하는 루한선배에게 한심하단 눈초리를 쏘아주고는 먼저 앞서가는 남자들을 따라 나도 뒤따라 나왔다.
셋이서 어색하게 걷는다. 햇빛에 타죽을 것 만 같은게 아니라 이 둘 사이에 끼여서 바싹 타 죽을 거 같다.
그나마 성격이 유하던 남자는 3학년인지 금새 계단으로 올라가 버리고, 나와 동갑 혹은 후배 (절대 아닐 거 같다) 로 보이는 까칠한 남자와
남게 되었다. 그리고 내 예상이 맞아 떨어졌다. 남자는 내 옆 반 이었다.
그렇게 인사도 없이 들어가나 싶었는데,
" 야. "
남자가 날 불러 세운다. 나는 어벙한 표정으로 어? 하며 돌아봤고 남자가 나에게 무언가를 던진다.
나도 모르게 받았냈고 남자는 그냥 돌아 자신의 반으로 가버린다. 재수없다며 궁시렁 궁시렁 씹으면서
반으로 들어가서 확인해 보니
루한선배가 열심히 농사짓는 방울토마토 였다.
루한선배가 서리한 새끼 삼대가 망하라고 하던 데, 어떡하냐. 너
까칠한 동갑내기 썸머워즈 정보통 담당 도경수
다정한 선배 썸머워즈 행동파 김민석
작가의 말 |
등장인물 끝났습니다 이제 일어날 썰 들만 풀 일만 남았네여 하하 다음편은 본격적으로 썰이 시작됩니다~~ (박경ㅇ리와 썸머워즈 무슨 일일까여 하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