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백] 공존 :: 일반 세계와 오메가 버스 세계의 공존
알파 박찬열X일반인 변백현
알파 김종인X오메가 도경수
일반인 김종인X일반인 도경수
w.봉봉 쇼콜라
03
평범한 날이었다. 나와 백현이는 오랜만에 데이트를 하러 나왔고, 손을 잡고 길을 걷고 있었다.
"찬열아."
"왜 또."
"나 아이스크림 사주면 안 돼…?"
"살 쪄. 너 요새 너무 살 쪘어."
"너… 어떻게 그런 심한 말을…!"
"빨리 와. 지금이 딱 좋으니까. 더 찌지도 말고 뺴지도 마."
"……."
"설레?"
"아, 아아아아니이이이? 내가 왜 설레!"
백현이와 나는 늘 그렇듯 농담을 주고 받고, 장난을 치고 있었다. 자그마한 실랑이 끝에 나는 백현이에게 아이스크림을 사주기로 하고 백현이를 벤치에 앉혀 둔 뒤에 아이스크림 전문점으로 들어갔다. 그게 내가 가장 후회하는 일이다. 나는, 백현이를 거기에 혼자 두어서는 안 되었다. 그게 나와 백현이의 마지막이 되어버렸으니까.
"…백현아."
아이스크림 두 개를 양손에 하나씩 들고 벤치로 가져갔다. 그런데 왜인지, 백현이의 뒷모습이 축 쳐져 있었다. 정확히 하자면, 늘어져 있다는 표현이 더 맞았을 것이다. 나는 불길한 예감이 들었고, 아이스크림 따위는 버려둔 채 벤치 앞쪽으로 서둘러 돌아갔다. 백현이의 몸을 몇 번이나 쑤신 것인지 몸 곳곳에서는 피가 쏟아져 나오고 있었고, 백현이의 옆에는 종이 쪼가리 하나가 놓여져 있었다. 죽, 어. 피로 쓰여진 글씨. 백현이의 피임에 틀림 없었다. 범인은 멀리 가지 못했을 텐데, 왜 근처에는 수상한 사람이 보이질 않았던 것인지. 종이를 한 손으로 구겨 신경질적으로 내던졌다.
"씨발…."
그것이 백현이를 죽인 범인에 대한 분노인지, 아니면 백현이를 지켜주지 못한 나 자신에 대한 분노인지는 알 길이 없었고, 지금도 알지 못한다. 나는 경찰에게 신고를 했지만, 경찰들을 백현이가 우성 오메가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수사를 제대로 진행하지 않았고, 그 일이 있고 고작 이틀 뒤, 나는 또 다른 세계의 백현이를 만났다.
"……."
누구도 말이 없었다. 종인과 경수도 처음 듣는 이야기였다. 그들이 찬열에게 백현의 죽음에 대해 물었을 때에 찬열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었다. 그래서 그저 백현이 죽었다는 것만 알고 있었는데, 그 죽음의 진실은 너무도 잔혹했다. 누가, 왜 백현을 죽인 것인지를 알아내야 한다.
억울한 죽음의 진실을 밝혀낼 때 비로소 두 세계의 통로가 사라진다. -두 개의 세계 제 2장, 두 세계를 오가는 사람들에 대한 조언 中-
"…난 먼저 갈게. 엄마가 오라신다. 도경수, 가자."
"어? 어, 응……."
휴대폰을 흘끗 쳐다본 종인이 경수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그리고 돌아가기 전, 종인은 백현에게 작게 속삭였다. 니가 달래 줘. 오메가건 아니건, 쟤한테 지금 제일 필요한 건 변백현 같아서. 어? 백현이 당황해서 뭐라 되물을 새도 없이 종인은 둘 다 나중에 봐, 라며 경수와 함께 액자 뒤로 사라져 버렸다. 백현은 고개를 푹 숙이고 책을 뒤적거리는 찬열을 한참이나 바라보고 있었다. 종인은 찬열에게 자신이 필요하다 했지만, 백현은 자신이 찬열을 위해서 어떤 행동을 해야 하는지 알지 못해서 그저 멀뚱히 보고 있을 뿐이었다. 잠시 후에 찬열은 또 다시 흐느껴 울기 시작했다. 오늘 처음 본 찬열이 자신의 앞에서 두 번이나 눈물을 보였다. 찬열은 알파라고 했으니 그가 사는 세계에서 우대를 받을 것이었고, 그의 큰 키와 넓은 어깨는 듬직한 인상을 주었다. 하지만 역시 사람은 겉모습으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고 했던가, 찬열은 한없이 여렸다. 찬열의 울음소리에는 백현의 이름이 간간히 섞여 있었다. 아마도 오메가 백현일 것이었다. 백현은 또 다른 자신을 부르는 찬열을 차마 달랠 수 없었다. 백현 자신은 알아채지 못했지만 질투심이 들기도 했다. 찬열이 괘씸했다. 하지만 달래주고 싶었다.
"찬, 열아."
"……."
"나는 니 백현이는 아니지만."
"……."
찬열이 고개를 들고 백현을 올려다 보았다.
"니가 좋아하는 백현이는 아니지만, 그래도."
"……."
"너만 괜찮다면, 너를… 좋아할게."
백현도 왜 자신이 그런 말을 했는지 모른다. 그저 찬열을 달래고 싶었고, 입에서 나오는 대로 말을 했다. 놀란 것은 비단 찬열 뿐만은 아니었다. 백현 또한 말을 뱉어놓고 당황해 시선을 어디에 둘 지 몰라 자꾸만 눈을 굴렸다. 찬열은 어느새 울음을 그친 상태였다. 눈을 굴리던 백현의 시선이 우연찮게도 찬열의 눈과 마주했다. 아주 오랫동안 침묵이 이어졌다. 백현의 입술을 점점 바짝 말라갔고, 찬열의 시선은 백현에게서 떨이질 줄을 몰랐다. …백현아. 찬열이 활짝 웃으며 백현을 불렀다. 큰 눈이 보기좋게 휘었다. 찬열이 오메가 백현이 아닌 살아있는 백현을 다정스레 부르는 것은 처음이었다.
"고마워."
"…응."
"너한테서 오메가 백현이를 찾을지도 몰라."
백현이 입술을 꼭 깨물었다. 감정의 출처는 불분명했지만, 찬열의 말은 백현의 가슴을 콕콕 찔렀다. 백현은 찬열의 얼굴에 닿아있던 시선을 그의 발끝으로 내리깔았다.
"나 봐."
"……."
백현은 두 눈을 질끈 감았다. 찬열을 똑바로 쳐다보기에는 힘든 만감이 교차했다. 찬열의 손이 백현의 손목을 잡아 끌었을 때야 백현은 눈을 번쩍 뜨고 찬열을 바라보았다.
"너한테서 다른 백현이를 찾을지도 모르지만,"
"……."
"너를 보려고 노력할게."
"……."
"오메가 변백현 말고 너. 진짜 살아있는, 이 세계의 변백현."
"아……."
찬열은 아직 미소를 머금고 있었다. 백현이 당황스러워 어쩔 줄 몰라하던 그 찰나에, 찬열은 여전히 웃고 있는 채로 백현에게 입을 맞춰왔다. 놀랐지만 백현도 그를 거부하지는 않았다. 찬열의 혀와 백현의 혀가 얽히는 동안에, 불분명했던 백현의 감정의 출처는 분명해져 있었다. 이것을 사랑이라는 낯간지러운 단어로 정의해야 할지는 모르겠지만, 백현은 자신이 찬열을 좋아하는 것이라고 확신했다.
기분 전환을 목적으로 한 첫 데이트였다. 찬열은 익숙하면서도 낯선 백현의 세계를 신기해 했다. 사람들로 가득 메워져 번잡한 거리. 찬열은 이렇게 사람이 많은데도 오메가 향이 하나도 나지 않는 것이 신기하다고 하며, 자신의 세계에는 사람들이 이렇게 꽉 들어차 있는 광경이 흔하지 않다는 말도 덧붙였다. 백현은 아까 서울 시장, 어쩌고 하던 그 곳 말고는 거의 텅 비어있던 시내의 모습을 떠올렸다.
"여기도 별 거 없어. 똑같을 거야, 아마."
"그래도 신기해. 다른 세계잖아."
찬열과 백현은 서로의 손을 깍지 낀 채 꼭 마주잡고 있었다. 백현은 그 두 손을 보고 어쩐지 들 뜬 기분이었다. 이 남자를 만난지는 오늘이 겨우 하루째인데, 사랑에 빠진다는 것은 아주 순식간이라는 것을 백현은 실감했다. 그러다 문득 떠오르는 것이 있었다. 책의 내용 중 '두 세계에는 동일인물이 있다는 것이다'라는 구절과 '심지어는 인간 관계와 유전자도 완벽히 일치한다'라는 구절. 그 말에 따르면 이 세계에도 찬열이 있어야 했고, 자신의 주변 인물 중에 그가 있어야 했다. 주변 인물 정도가 아닌, 연인 사이의 찬열이. 그런데 백현이 알고 있는 찬열은 지금 저와 손을 잡고 있는 한 사람 뿐이었다. 백현이 고개를 갸웃거리던 그 순간, 둘의 귀에 낯익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백현이?"
소리가 들려온 곳에는 종인과 경수가 서 있었다. 이곳의 두 사람이었다. 어, 안녕. 백현이 웃으며 그들에게 손을 흔들었지만, 그들의 표정은 전혀 달가운 표정이 아니었다. 종인은 인상을 잔뜩 찌푸리고 있었고, 경수는 눈을 크게 뜨고 찬열와 백현을 바라보았다.
"…누, 구야?"
종인이 물었다. 아마 찬열을 가리킨 물음일 것이다. 백현은 떨리는 종인의 음성을 눈치채지 못하고 밝은 목소리로 그에게 대답했다.
"어… 이름은 박찬열이고, 동갑인데, 그러니까… 음…."
누구라고 할지 생각하면서도 오메가 버스 세계의 이야기는 꺼내지 않는 백현이었다. 자신과 가장 친한 친구인 종인과 경수라도 이 일을 아는 사람이 늘어나면 곤란해질 것 같다는 판단이 그 이유였다.
"…찬열, 이…"
백현은 경수의 목소리를 듣고서야 이상한 낌새를 눈치챘다. 울먹이며 찬열의 이름을 부르는 모습이 어쩐지 눈에 익은 것도 같았다. 경수는, 그리고 종인은 찬열을 알고 있음이 분명했다.
"진짜, 찬열이야…?"
"도경수, 진정해."
눈물이 가득 맺힌 눈과 덜덜 떨리는 손으로 찬열의 팔을 붙잡는 경수를 종인이 진정시켰다. 무언가가 잘못되었다. 그것은 종인과 경수와 백현인만이 아니라, 찬열도 느끼는 바였다.
"너희, 찬열이 앞아?"
"…너 기억 난 거야?"
"무슨, 기억…?"
"찬열이가 왜 여기 있어, 응…? 찬열이가 왜애…."
백현의 되물음 위로 울음기가 가득한 경수의 목소리가 오버랩 되었다.
"너희 찬열이 어떻게 아는 거야, 도대체."
"씨발, 그건 내가 묻고 싶은 거고. 박찬열은 왜 여기 있는데."
시내 한 가운데에서 마주보고 서 있는 넷에게로 사람들의 이목이 집중되었다.
"박찬열을 너희가 어떻게 아냐고."
"박찬열은, 5년 전에 죽었다고, 씨발!!"
종인을 안 이후로 처음 보는 종인의 눈물이었다. 경수는 이미 그 자리에 주저 앉아 엉엉 울고 있었다. 찬열과 백현은 이 상황이 당황스럽기만 할 따름이었다. 종인은 씨발, 하며 욕을 낮게 읖조리고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일이 더 커지면 안 되겠다는 생각에 종인은 경수를 달래며 일으켜 세우고 말했다.
"다른 데로 가자."
찬열의 손을 잡은 백현의 손에 힘이 잔뜩 들어갔다. 찬열은 백현을 내려다보았다. 백현의 동공은 너무도 심하게 출렁이고 있었다. 백현이 두려울 때면 늘 하는 행동이었다. 눈앞의 백현 말고, 오메가 백현이. 애석하게도 찬열은 아직 죽은 오메가 백현을 그리고 있었고, 찬열 본인도, 기억을 불러 일으키는 당사자인 백현도 그 사실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다. 종인과 경수를 만나고 이상한 이야기를 들어 모두가 너무나도 당혹스러운 이 순간, 서로의 따뜻한 손을 꼭 맞잡안 두 사람은 서로 어긋나 있었다. 그리고 그것을 아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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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윽..급전개 어쩌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미쳐버리겟네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