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이레빗 - 바람이 불어오는 곳
하숙생 구합니다 01
준면은 한 손엔 ' 하숙생 구함 ' 삐툴삐툴 적혀있는 전단지를 든채로 초인종을 눌렀다. 초라한 전단지와 다르게 집은 엄청 고급스러워 보였다.
아무 기대하지 않고 온 준면도 집을 보자마자 내가 잘못온건가? 하고 생각했으니 말이다.
최대한 학교와 가까운 집을 구하기 위해 부동산이란 부동산은 다 돌아다녔지만 집이 좋으면 학교와 너무 멀고 가격이 높았다.
가격이 낮은 집은 시설이 안좋고 게다가 학교와 거리도 멀으니 준면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었다.
거의 자포자기 심정으로 버스를 타기위해 버스정류장으로 향하던 준면의 걸음을 멈춘것이 있었으니, 바로 전봇대 옆에 붙어있던 전단지였다.
하숙생 구함이라는 문장이 얼마나 반갑지. 학교와 겨우 10분거리. 가격도 자신이 둘러본 집들보다 훨신 낮았다.
그래, 밑져야 본전이다! 하고 찾아간 집이 거대한 마당이 딸린 2층 전원주택이라니. 준면은 놀랄 수 밖에 없었다.
학교 근처에 이런데가 있었나? 할정도로 눈이 부시도록 예쁜 집이였다.
" 누구세요? "
" 저 아까 전화한… "
" 아! 잠시만요~ "
남자의 말이 끝나자 마자 문이 열렸다. 높은 담때문에 잘 보이지 않던 마당으로 들어서자 역시 집만큼 마당도 예뻤다.
잘 정리된 잔디와 피어있는 꽃들. 게다가 조그마한 강아지가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며 준면을 반겨주고 있었다. 준면은
강아지 앞으로 다가가 쭈그러 앉아 머리를 쓰담아 주었다. 그때 방금 준면이 들어왔던 대문이 열리면서 한 남자가 들어왔다.
" 왜 여태 안들어오지? "
민석은 열어준지 한참이 지나도 들어오지 않는 준면이 이상해 문을 열어 상체를 빼꼼 내밀었다.
민석이 " 안들어오세요? " 하고 말하자 그제서야 준면은 아차- 하고선 몸을 일으켰다. 인기척을 느낀 강아지가
대문을 향해 짖자 준면과 민석 모두 대문으로 고개를 돌렸다.
" 어? 타오, 너 왜 거기 서있어? "
민석의 물음에 타오는 멋쩍게 웃으며 마당을 가로질러 집으로 들어가버렸다. 민석은 재가 왜저러지? 어깨를 으쓱- 하고는 준면을 향해 들어오라는 손짓을 했다.
준면은 민석을 따라 집으로 들어가는 동안에 방금 타오라는 남자의 이름이 머릿속을 둥둥 떠다녔다. 타오? 어디서 들어봤는데….
" 여기가 거실이에요 "
준면은 민석의 목소리에 다시 정신이 가다듬었다. 역시나 집 내부 역시 깔끔하고 귀여웠다. 정말 남자들만 사는데 맞아?
파스텔톤의 벽지가 집의 분위기를 더욱 더 아기자기하게 만드는것 같았다. 일층에는 두개의 방이, 이층에는 세개의
방이 자리잡고 있었다. 만약 계약한다면 준면이 지내게 될 방이라며 소개해 준 방은 이층 맨 끝방이었는데, 오늘 청소를 한것인지 먼지 한톨 없이 깨끗했다.
게다가 큰 창문때문인지 방안이 화사하게 밝은 빛으로 가득 찼다. 연한 복숭아 톤의 벽지 색깔도, 창문 바로 옆에 자리잡고 있는 하얀색 침대도,
창문에 놓아져 있는 작은 화분마저도 준면 마음에 꼭 들었다. 마치 방에서 봄내음이 나는듯 했다.
" 제 소개를 안했네요! 김민석이에요. 나이는 24살. 그쪽은요? "
" 전 김준면이에요. 동갑이네요. 근데 방이 꽤 많네요… "
" 아, 저희가 좀 많이 살아서 "
" 네? "
" 제가 말씀안드렸나요? 4명이서 같이 살거든요. "
" 아… "
준면의 멈칫하는 표정을 눈치챈 민석이 불편하시면 계약 안하셔도.. 라며 말끝을 흐렸다.
그러자 준면은 민석이 말을 끝내기도 전에 손사래를 치며 아니에요! 전 괜찮아요! 대답했다. 이렇게 좋은 집을 놓칠 순 없다.
준면은 내일 당장 짐을 챙겨온다는 말을 끝으로 집에서 빠져나왔다.
*
" 잘됐네요 "
" 그치? 학교랑 가깝고, 가격고 싸고! 게다가 집도 엄청 좋더라구. 강아지도 귀엽고. "
종인은, 싱글벙글 웃으며 짐을 드는 준면을 침대에 앉아 쳐다보았다. 종인은 준면이 나가는게 내심 아쉬웠다.
준면이 휴학 후 갈곳이 없을때 도와준게 바로 종인이었다. 자신이 유일하게 믿고 따르는 선배이기도 했고 혼자 사는게
외로웠던 탓도 있었다. 준면도 자신을 도와준 종인에게 고마웠다. 하지만 후배집에 빌붙어 사는 자신이 한심하게 느껴지는 것도 있었지만,
늘 생활비를 줘도 됐다면서 형 힘들게 일해서 번돈을 자기가 어떻게 받나며 다시 돌려주는 종인에게
미안한 마음이 더 컸다. 지낼 다른 집을 구한 가장 큰 이유이기도 했다.
" 저랑 같이 지내시지 "
" 너한테 미안해서 그래 "
" 전 괜찮은데… 제가 들께요 "
" 괜찮아! 내가 들께 "
종인은 웃으며, 거절하는 준면을 아랑곳 하지 않고 준면 손에 들려있던 짐가방을 가져갔다.
자신이 아무리 됬다고 해도 들어줄 종인임을 알기에 준면은 아무 말없이 종인의 뒤를 따랐다.
" 학교 근처에 이런데가 있었나? "
" 그치? 나도 몰랐어 "
종인은 옆에서 쫑알쫑알 떠드는 준면을 향해 살짝 웃고는 초인종을 눌렀다. 어제와 같이 민석의 목소리가 들리고 띵- 하는 소리와 함께 하얀 대문이 열렸다.
종인은 들고있던 짐을 준면에게 넘기고 형, 그럼 저 가볼께요 꾸벅 인사를 하고는 준면에게서 멀어져 갔다.
이럴때 보면 나보다 동생인데도 참 착하고 믿음직스러운 것 같아. 준면은 종인을 향해 손을 들어 흔들어주고선 집 안으로 들어갔다.
" 짐 많이 무거우셨죠? 마중나갈려고 했는데"
" 아니요! 괜찮아요! 번거로우시잖아요… "
준면은 그럼 짐 좀 정리하고 올께요- 대답하고선 2층으로 올라갔다. 집주인인 민석이라는 사람은 정말 착한 것 같다. 역시 계약하길 잘했어!
혼자 뿌듯해지는 준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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똥글류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