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정(敉情) prologue
조직에 있는 사람들 모두가 왜 자신들이 이곳에 있는지, 왜 이런 임무를 수행하고 있는지에 대해 아는 사람은 없으며 알려고 시도조차 하지 않는다.
그저 자신에게 내려진 임무는 당연히 해야만 하는 것이고 내가 아니면 할 수 없다는 생각에 살아가고 있다. 박찬열에게 그런 생각은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는 않았다.
임무와 함께 받는 사진을 보면 내가 이번에 죽여야하는 사람이구나 라는 생각만 할 뿐 다른 감정은 전혀 생기지 않았다. 처음 보는 사람을 죽여온 지도 벌써 십여 년.
한 번 더 강조하지만 '임무로써 죽여야 하는 사람에게 다른 감정을 절대 만들지 않는다.' 그게 박찬열의 철칙이었고 신조였다. 워낙 성격이 남에게 정을 주지 않는 탓도 있었지만 박찬열에게 임무보다 중요한 것은 없었으며 함께 있는 시간도 모두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서 투자하는 시간이었고 그 이상, 그 이하로 생각해본 적도 없었다, 단 한 번도.
한 사람을 죽이기 위해 몇 달을 함께 보낸 적도 있었지만 조금의 감정도 생기지 않았다. 저에게 정을 주는 그 사람이 멍청하게 보였다면 또 모를까.
변백현도 여태까지 자신이 죽인 사람들과 다를 바가 없었다. 자신이 죽여야 하는 사람이었고 임무를 위해 함께 몇 달을 지냈을 뿐이다. 그게 전부였다. 그 이상의 감정을 쓸 이유도 명목도 없었다.
늘 그래왔던 것처럼.
박찬열 :
알려진 게 없는 조직의 비밀요원.
조직 안에서 그를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맡은 임무를 모두 수행해낸 요원이라고 한다.
어린 나이에 조직에 들어왔다는 소문만 들려올 뿐 그에 대해 제대로 아는 사람은 김준면 단 한 명.
변백현 :
평범한 대학생. 밝은 성격으로 과에서 분위기 메이커를 맡고 있지만 이상하게도 사람들이 잘 다가가지 못하는 존재.
고등학생 때부터 친구라는 김종대 외에는 번호를 아는 사람이 없다.
조별 과제 때문에 번호를 알려달라는 말에도 당당하게 카톡 아이디를 알려주고 갈 정도로 이상한 철벽.
물론 과제가 다 끝나면 카톡을 바로 삭제하고 다시 깔아버리지만.
김준면 :
박찬열과 김종인이 속한 조직의 보스. 박찬열에 대해 가장 잘 아는 사람.
보스의 이미지와는 굉장히 거리가 멀지만 가끔 그가 왜 보스인지 납득이 가기도 한다. 하지만 요원들이 어려워하는 보스는 아닌 것 같다.
조직에 이름을 붙이는 건 유치하다는 생각에 이름을 짓지 않은 탓에 이름 없는 조직으로 유명하다.
김종인 :
박찬열과 동갑내기 비밀요원. 유독 박찬열을 놀리는 것을 좋아한다.
하지만 어쩌면 박찬열을 가장 많이 생각하는 건 김종인이 아닐까 싶다.
김종대 :
변백현과 같은 고등학교를 나왔다. 변백현 못지 않게 밝은 성격의 소유자.
제일 친하다고는 하지만 가끔 친한 게 맞나? 싶은 생각도 든다.
꿈이 없다는 변백현을 무작정 자신이 희망하는 대학교와 학과로 데리고 왔다.
글 쓰는 것보다 제목 정하는 게 더 어려웠던 건 안 비밀..ㅠ^ㅠ
시작해보겠습니다!